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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가루 브랜드 ‘곰표’의 무한변신... 농산물 마케팅도 타산지석 삼아야

기사승인 2020.06.11  17:4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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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통발상] 농산물 유통 문제 해법을 위한 발칙한 생각

우산 장사와 짚신 장사 아들을 둔 어머니는 늘 행복하다. 비가 오면 우산 장사 아들이 돈을 벌고 해가 뜨면 짚신 장사 아들이 돈을 벌기 때문이다. 대한민국 경제에는 코로나19라는 벼락이 떨어졌다. 지금 많은 사람들이 못살겠다며 아우성이다. 반면, 일부이긴 하지만 늘어나는 매출에 미소짓는 기업도 있다. 벼락치면 비가 오고, 비가 오면 돈 버는 게 우산 장사다.

지난 달 12일 롯데 백화점 본점 앞에 진풍경이 벌어졌다. 가격 인상을 앞두고 있는 명품 브랜드 샤넬 제품을 사기 위해 고객들은 긴 줄을 섰다. 이른바 개장과 함께 물건을 사러 달려가는 ‘오픈런’이다. 샤넬의 핸드백 ‘클래식’ 스몰은 632만원에서 769만원으로 미디움은 715만원에서 849만원으로 올랐다. 서두르면 다음날 사는 것보다 137만원, 134만원 싸니까 폭풍 질주할 수밖에. 샤넬 백을 사두면 가격이 오르기 때문에 재테크가 된다는 ‘샤테크(샤넬+재테크)’도 허언이 아닌듯하다.

최근 백화점 명품 판매가 크게 늘었다는 소리가 들린다. 특히 언택트 영향으로 온라인 매출은 수직 상승이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신세계-이마트의 통합 온라인 몰 ‘SSG닷컴’의 명품 브랜드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55.8% 성장했다. 현대백화점도 ‘현대H몰’ 등 온라인몰의 명품 판매액이 작년보다 149.1% 증가했다. 샤넬과 함께 세계 3대 명품 중 하나인 에르메스도 6월부터 온라인몰을 오픈했다. “고객님들의 많은 주문으로 인해 배송이 지연되고 있습니다. 3~4 영업일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오니 양해 부탁드립니다.”는 문구와 함께 426만원 짜리 여성용 지갑인 ‘켈리‘가 눈에 띈다.

자존심 강한 명품 브랜드는 고급 백화점 등 오프라인 매장 판매만 고집해 왔다. 그러던 기업들도 온라인 쇼핑의 확대라는 대세를 거스를 수는 없다. 밀레이얼 세대들을 잡기 위해서, 줄어드는 오프라인 매장의 내방 고객을 잡기 위해, 명품도 변신을 거듭한다.

또 다른 변신의 사례가 국내에서 나왔다. 밀가루 제조기업으로 유명한 대한제분이 밀맥주를 내놨는데 이게 대박을 쳤다. 편의점 CU는 지난 9일 대한제분과 손잡고 단독 출시한 곰표 밀맥주가 3일만에 초도 생산물량 10만 개를 완판했다고 밝혔다. 일주일 누적 판매량은 30만개. 수제맥주라 대량 생산이 어렵다는 점을 감안하면 실로 대단한 판매량이다. 이로써 CU가 판매하는 맥주 중 수제맥주 부문에서는 1위, 전체 국산 판매량에서도 10위 안에 들었다. CU가 2018년 업계 최초로 수제맥주를 선보인지 3년 만에 최고 실적이다.

원인은 반전의 브랜드 전략에 있다. 줄거리는 이렇다. 대한제분은 1952년 창사 이래 상표로 ‘곰표’를 써왔다. 하지만 대부분의 매출이 제빵-제과 기업 간의 거래에서 나오니 브랜드를 중요하게 관리할 이유가 없었다. 하지만 2017년 자체 마케팅 조사에서 브랜드 인지도가 20%를 밑도는 것으로 보고 브랜드 활성화에 대한 생각을 전환하기 시작한다. 잊혀진 브랜드가 되면 대한제분의 밀가루를 사는 기업은 언제든 다른 회사의 제품을 살수 있다고 판단했다.

편의점 CU는 지난 9일 대한제분과 손잡고 업계 단독 출시한 곰표 밀맥주가 단 3일만에 초도 생산물량 10만 개를 완판했다고 밝혔다. [사진=CU 제공]

그러던 중 4XR이라는 의류업체가 곰표 브랜드를 무단으로 사용한 티셔츠를 팔고 있음을 발견했다. 빅사이즈 제품을 만드는 이 업체는 덩치 큰 곰을 주는 이미지가 자사 제품과 맞다고 판단했던 모양이다. 대한제분은 상표 무단 도용으로 고소하는 대신 이 업체와 협업했다. 곰표라는 브랜드와 북극 곰 형상의 로고를 사용하도록 해서 5개의 티셔츠를 만들었다. 한 소비자가 SNS에 제품을 올리고 때마침 불어 닥친 복고 열풍으로 네티즌들은 ‘곰표‘에 환호했다. 소비자들은 어딘가 모르게 촌스럽지만 귀여운 곰 로고와 큼지막한 ’곰표’라는 상표에 호감을 느꼈다. 곧이어 나온 곰표 패딩도 큰 인기를 끌었다.

대한제분은 내친 김에 콜라보(협업) 영역을 넓히기로 했다. 이번에는 화장품 파운데이션. 하얗고 고운 가루니까 밀가루와 형상하는 이미지가 비슷하다. 2018년 스와니코코와 ‘곰표 밀가루 쿠션’이라는 협업으로 제품을 내놓았다. 이후 애경과 '곰표 2080 치약'도 출시했다. 작년에는 CU와 팝콘을 함께 만들었다.

 이러한 브랜드 활성화 전략의 연장선에 곰표 밀 맥주도 걸쳐 있다. 먼저 브랜드를 키워서 충성 고객을 만들고 타깃을 명확히 해서 제품 기획을 한 게 주요했다. 밀 맥주의 주 수요층은 4~50대라는 게 CU의 설명이다. CU에 따르면 지난해 수제맥주를 산 고객의 81.7%가 20~30대였으며 40대 고객의 비중은 5.6%에 그쳤다. 반면, 곰표 밀맥주는 40대 고객의 비중이 14.3%까지 올라섰다. 실제로 유명 포털사이트의 맘 카페 등 중년층이 주로 활동하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인증샷과 함께 맛에 대한 후기가 잇따르고 있다. CU 입장에서는 수제맥주의 타깃이 확장되서 좋고 대한제분은 브랜드 파워를 강화해서 좋다. 모범적인 마케팅 사례다.

촌스러운 곰 한 마리가 올드한(?) 느낌의 굴뚝 기업의 이미지를 바꿨다. 명품 브랜드 에르메스도 1837년 창업 당시에는 마장 용품과 안장을 만들어 팔았다. 브랜드 로고가 마차 모양인 것도 이 때문이다. 우리 농업에도 변신이 필요함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곰표’처럼 레트로 스타일로 대중의 환호를 이끌 수도 있다. ‘에르메스’같이 범접할 수 없는 고급스러움으로 명품이 되는 길도 있다. 어떤 식이든 이 중심에는 ‘브랜드’가 있다. 우리 농산물의 살 길도 어떤 품종을 어떤 브랜드로 만드느냐에 달렸다. 충성 고객을 확보한 사업은 위기에도 빛을 발하기 때문이다. 성공한 브랜드는 끊임없이 고객을 찾아 변신해왔다. 비가 오나 해가 뜨나 걱정 없는 농업을 기대한다. 

이병로 기자 leebr@youngnong.co.kr

<저작권자 © 한국영농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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