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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국립농업과학원 김국환 박사

기사승인 2024.03.21  10:2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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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율주행 기술격차 선두기업과 3~4년... 농기계 스스로 농사짓는 시대 올 것

[한국영농신문 이병로 기자] 

테슬라 기업가치의 핵심은 전기차가 아니라 자율주행이다. 사람의 조작이 필요없이 자동차가 스스로 움직이면 자동차를 타고 있는 사람은 다른 일을 할 수 있다. 마치 애플 때문에 모바일 시대가 열려 전화기가 컴퓨터가 된 것처럼 완전 자율주행 자동차는 사람을 싣고 움직이는 컴퓨터가 된다는 전망이다. 이는 인류 문명의 전환점으로 애플이 그랬듯 세계 최고의 기업이 될 수 있다. 하지만 난관이 있다. 교통사고 문제다. 과연 자율주행 자동차가 사고를 낸다면, 그 책임은 제조사에게 있는 것인가, 운전자에게 있는 것인가. 만에 하나 있을 수 있는 오작동의 결과는 인명의 상해라는 치명적인 결과를 낳는다. 복잡한 시내 도로, 사람과 자동차가 오고가는 주택가 이면도로가 특히 더 심각하다. 최근 테슬라의 주가가 주춤한 것도 이 난제를 해결하지 못해서다. 기술의 발전에 뒤따르는 법 제도의 마련, 윤리성에 대한 사회적 합의 등도 아직 논쟁 중이다. 

농업계에서도 지난해부터 자율주행 기능을 장착한 트랙터들이 본격 출시됐다. 아직은 완전 무인 단계까지는 아니고 작업자의 수고를 덜어주는 '자율작업'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전세계적으로 미국의 존디어나 일본의 구보다가 최고의 기술 수준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국내 기업들의 추격도 만만치는 않다. 국립농업과학원에서 자율주행 트랙터 기술 개발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김국환 박사는 국내 기업들과 글로벌 선두기업과의 기술격차가 3~4년 정도라고 평가했다. 자율주행 농기계는 단순히 자동으로 움직이고 작업하는 기능에만 눈을 두어선 안된다. 작업을 하면서 획득하는 운행 기록, 기상 정보, 작물과 토양 등에 대한 정보를 데이타로 만들고 이것을 활용해 최적의 영농 계획을 수립하고 실행하는 것이 최종 목표다. 김국환 박사에게 국내 자율주행 농기계와 자동화 로봇의 현황과 전망에 대해 들어봤다. 다음은 일문일답.

 

국립농업과학원 김국환 박사

  - 소속된 부서와 하는 일부터 소개 부탁드린다

농촌진흥청 국립농업과학원 스마트팜개발과에서 근무하고 있다. 주로 하는 일은 고된 농작업을 대신해 줄 수 있는 자율주행 트랙터, 자동조향장치 등 첨단 농기계 및 과수원 제초, 방제, 운반 등 무인 농작업이 가능한 농업 로봇 관련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 국내 기업들도 자율주행 농기계를 개발해 시판 중이다. 어느 정도 수준이고 존디어 등 선두권에 있는 외국산에 비해 격차는 어떤가?

국내 트랙터 제작업체인 LS엠트론, 대동, TYM에서 고정밀 위성항법시스템(RTK-GNSS)을 활용하여 자율주행하면서 미리 설정한 경로를 따라 ±7cm 이내의 주행정밀도로 경운, 정지, 파종, 수확 등 농작업을 할 수 있는 트랙터를 개발, 판매하고 있다. 현재는 국가표준으로 제정된 자동화 수준(총 5단계)을 기준으로 보면 3단계까지는 산업화가 가능한 수준이고, 4단계인 작업환경 감지 및 농작업 모니터링에 대한 오류대응 수행 등의 기능은 연구 개발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 완전 무인 농작업이 가능한 수준인 5단계 자율 농작업의 경우는 사람이 탑승하고 있지 않은 농기계 스스로 작업하는 것이다. 이는 단순히 기술 개발만으로 해결될 것이 아니라, 사용 안전성과 기술 안정성을 확보해야만 하고 이를 기반으로 한 법적, 정책적 지원이 뒷받침되어야만 가능할 것으로 생각한다.

현재 해외의 선진 기업들은 단순한 자율 농작업 농기계의 개발에만 국한하지 않고, 농기계를 사용하여 작업 단계별 데이터를 수집, 이를 활용한 연계 서비스까지 제공하고 있다. 또한, 이렇게 얻어진 데이터를 분석하고 효율적인 농장 및 작물 관리를 위해 그 결과를 농민들에게 제공해주고 생산성과 품질을 향상시킬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있다. 국내 업체들도 이러한 서비스 제공 및 확장을 위해 농업 현장에서 데이터를 취득하고 이를 통한 분석 및 활용할 수 있는 기반을 구축하고 있다.

농기계의 자율주행 및 농작업 수준과 데이터 기반 등 이러한 것들을 종합해 볼 때, 외국의 선두 기업과의 격차는 3~4년 정도로 머지 않은 미래에 비슷한 수준까지 올라올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농진청에서도 농업위성정보활용센터를 설립하고 위성으로부터 얻은 데이터를 기반으로 디지털농업 통합운영시스템을 구축하는 등 데이터 취득, 활용을 위한 인프라 확보에 노력하고 있다. 이를 활용하여 기업과 농업인 대상 디지털 기술과 현장 수요 사이에 브릿지 역할을 수행하여 노지와 시설 농업 관련 민간 활용을 지원할 계획이다.

- 밭작물 농기계에 대한 관심은 많으나 여전히 수도작에 비해 기계화율이 낮은 수준이다. 왜 그런가? 근본적인 이유가 있을 것 같다.

우리나라의 경우, 수도작은 지역별로 농작업 방법인 경지정리 및 재배 방식 등이 많이 일관화되어 있어 트랙터, 이앙기, 콤바인, 파종 및 방제 드론 등과 같은 농기계를 사용하여 농사를 지을 수 있다. 하지만, 밭농업의 경우, 마늘, 양파, 고추 등 밭작물도 다양할 뿐 아니라 지역별로 재식 간격, 줄 수, 두둑의 유무 등 재배 방식이 달라 그에 맞는 농기계를 전부 개발하여 적용하기가 쉽지 않다. 또한, 작목이 같더라도 지역별로 재배 방식을 일관화하는 것도 쉽지 않은 실정이다. 이러한 것들이 밭농업을 위한 농기계 개발 및 보급, 확산의 저해 요인이 된다. 우리나라 뿐 아니라 일본의 경우도 비슷한 상황이라고 알고 있다. 

이러한 문제들의 해소를 위해 최근에는 밭농업 재배 방식 표준 모델을 개발하여 보급, 확산하고자 하는 연구도 농식품부를 통해 진행되고 있다. 재배 방식이 지역별로 어느 정도 일관화된다면 밭작물 농기계의 기계화율도 높아질 것이다. 또한, 농진청도 작년 2023년에는 노지 스마트농업 활성화 및 밭작업 기계화율 향상을 위해 마늘, 양파 2품목, 파종, 수확 등을 위한 기계화를 추진하여 마늘, 양파 주산지 대상 현장 연시 12회, 11개소에서 현장실증을 수행하는 등 현장 확산을 위한 노력을 기울여왔다. 올해에도 마늘, 양파, 고추 등 외국산 의존도가 높은 정식기의 국산화 연구와 현장실증을 수행할 계획이다. 

- 몇 년 전 농진청에서 우수 과제로 선정된 ‘과수에만 농약 살포가 가능한 지능형 로봇 방제기’ 개발 현황이 궁금하다. 안전하고 빠르게 농약을 살포한다는 점에서 드론과 비교해서 장단점을 설명해달라.

저는 2020년에 고정밀 위성항법장치(RTK-GNSS)를 활용하여 사전에 설정한 경로를 따라 이동하면서 라이다(LiDAR)라는 센서로 과수를 인식하고 과수가 있는 곳에만 약을 살포할 수 있는 로봇을 개발했다. 2021년 국가연구개발우수성과 100선에 선정되기도 했다. 이를 활용할 경우, 무인으로 약을 살포할 수 있기 때문에 농업인이 약을 치면서 흡입하는 농약으로 인한 질병 발생, 농기계 오조작으로 인한 전복 사고 등 농작업 시 발생할 수 있는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 아울러 농약을 일괄적으로 살포하면서 다니는 기존의 SS기와 비교하였을 때 약 20~40%까지 농약 사용량을 줄일 수 있어 농가의 생산 비용 절감 및 농약으로 인한 환경 정화에 필요한 비용까지도 최소화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현재는 이러한 기능들과 병행하여 방제작업 중에 약액이 떨어졌을 경우, 약액을 충전하는 곳까지 자동으로 이동하여 약액을 충전하고 다시 작업을 멈췄던 위치로 이동하여 작업을 재개하는 기능을 추가하는 등 성능 고도화를 진행하고 있다. 이러한 기능들이 추가 개발되어 적용되면 방제작업은 농업인이 관여하지 않더라도 무인으로 방제작업을 완수할 수 있을 것이다. 

이 방제 로봇은 과수원을 대상으로 개발된 것이라 드론과 비교하기가 쉽지 않다. 그래도 비교해 보면, 드론으로 농약을 살포하는 것보다는 방제 로봇이 조금 더 효율적일 것이라고 본다. 과수원은 사용 약액의 양이 많아 방제 로봇에 비해 크기가 작은 드론으로 방제하기 위해서는 자주 약액을 충전해야 하고, 약액 살포시 아래에서 위로 살포하여 잎의 뒷면에도 농약이 잘 붙을 수 있도록 해주는 것도 중요하기 때문이다. 단점이라면 드론에 비해 가격이 비싼 것을들 수 있겠다.

- 지난 1월 CES에서 노령 인구나 장애인을 겨냥한 웨어러블 슈트(로봇)가 소개되면서 주목받은 바 있다. 상용화 현황과 비전에 대한 의견 부탁드린다.

현재 웨어러블 슈트는 해외의 경우, 일본, 미국, 유럽 등에서는 농업을 비롯하여 제조, 국방, 물류 분야 등에서 널리 활용되고 있다. 초기에는 배터리와 동력장치를 각 관절에 부착하여 착용자의 힘을 보조해 주는 방식으로 개발되었으나, 배터리와 구조물 무게 등을 착용자가 부담해야 되어 다소 사용이 쉽지 않았다. 최근에는 별도의 동력 없이 슈트를 구성하는 구성품의 기구학적 구조와 물리적인 특성을 활용하여 부가적인 힘을 착용자에게 전달하여 큰 힘은 아니지만 충분히 도움이 될 만한 힘을 전달할 수 있는 소프트 웨어러블 슈트가 개발, 판매되고 있다. 

현재는 초기 시장이다 보니 다소 가격이 높게 책정되어 판매되고 있으나, 어느 정도 산업화가 형성되고 안정화되면 저렴한 가격으로 구매할 수 있을 것이다. 국내 농업에서도 고령화, 여성화로 인해 근골격계 질환으로 인한 질병 사례들이 해마다 꾸준히 발생하고 있는데, 이를 최소화하기 위한 좋은 방안이라고 생각한다. 

현재 제품화하여 판매하고 있는 기업은 현대 로템, LIG넥스원 등이다. 주로 국방 분야 관련 업체에서 개발한 웨어러블 슈트로 판매를 시작했다. 아직 국내 농업 관련 업체에서는 판매를 시작하지 않았으며 이들 업체의 제품은 높은 가격으로 인해 농업에서 구매, 활용하고 있는 사례는 거의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 농진청에서 추진하고 있는 로봇 연구는 농기계 기업과 공동 연구를 진행하는 걸로 알고 있다. 대표적 사례를 몇 건 소개해달라. 아울러 종자, 비료, 작물보호제, 사료 등 여타 농산업 기업과의 협력도 가능한가?

현재 농촌진흥청 국립농업과학원 스마트팜개발과에서는 첨단농기계 및 농업 로봇 관련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업체와 공동으로 진행하여 최근 개발, 판매되고 있는 것으로는 고정밀 위성항법시스템 기반의 자율주행 농기계를 뽑을 수 있다. 트랙터의 경우, 앞서 말할 것처럼 트랙터 제작, 판매업체에서도 이미 상용화했다. 이러한 자율주행 기술을 기존의 농기계에 적용하여 사용할 수 있도록 직진 및 선회를 도와주는 자동조향장치도 국내 업체들을 통해 기술이전하여 국산화했다. 이 자동조향장치는 ±7cm 이내의 주행 정밀도로 작업이 가능할 뿐 아니라, 두 개의 안테나를 사용하여 저속에서의 주행 성능을 향상시켜 밭농업 등 저속 농작업이 필요한 상황에도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다른 한 예로는 인공지능 기술을 트랙터에 접목시키기 위해 경운-미경운 경계를 영상으로 인식하여 추종할 수 있는 인공지능 기반 기술 개발을 트랙터 제작업체와 공동연구를 통해 구현했다. 이 기술은 하나의 영상장치를 활용하여 작업 경로를 추종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장애물 인식, 회피에도 사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아직은 국내의 다양한 토양의 특성을 분석, 학습하여 개발한 인공지능 기술이 범용적으로 사용될 수 있도록 안정화시켜야 된다는 과제가 남아 있다. 

또한, 방제 로봇 고도화를 위해 업체와 공동 연구를 추진하고 있다. 내년에는 개발된 방제 로봇을 다양한 과수원에서도 활용 가능하도록 현장실증연구를 수행할 계획이다. 또한, 국내 대형 농기계 업체와는 데이터를 활용한 토양 성분 맵 기반 실시간 위치별 변량시비 제어기술연구를 현재 수행하고 있다. 이를 업체에서 개발한 이앙기에 장착하여 데이터 기반 정밀 제어가 가능한 비료 살포 장치를 활용하여 토양에의 과도한 비료 살포로 인한 토양 내 질소 함량을 최적화하고 생산성을 향상시키고자 하는 것이 목표다.

종자, 비료, 작물보호제, 사료 등 여타 농산업 기업과의 협력도 가능할 것으로 생각한다. 일차적으로는 업체에서 판매하는 품목들을 농업 로봇을 활용해 운반ㆍ분사ㆍ파종 등의 작업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더 나아가 이들 농산업 기업과 생산품 제작에 필요한 정밀 작업이나 고위험 작업을 로봇으로 대체하는 기술 개발을 수행하는 것도 가능할 것이라고 본다.

- 끝으로 농민들에게 하고 싶은 말씀 있다면 해달라

최근 연구기관이나 업체를 통해 농작업에 활용할 수 있는 다양한 기술들이 개발, 보급되고 있다. 하지만 농민들께서 제품을 접하실 때 다소 불편한 점도 없지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 이는 우리 나라의 농업 재배 환경이 해외의 대규모 농업환경과는 달리 소구획으로 구성되어 있어 충분한 현장 적용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고가인 첨단농기계와 농업로봇을 개발하는 기업 입장에서는 농가의 수요가 많지 않고 여기에 더해 개발할 인력도 부족하다는 점도 제품 완성도를 올리는데 난관이 된다. 하지만 머지 않은 미래에는 농기계가 고된 농작업을 대신해주고 스스로 농사를 지을 수 있는 시대가 꼭 올 것이라고 생각한다. 지금은 다소 만족스럽지 않더라도 좋은 시선으로 바라봐주시고 응원해주시면 감사하겠다. 저도 우리 농진청 연구자, 업체, 대학 등 수많은 전문가들과의 협업을 통해 기계가 스스로 농사를 짓는 미래 농업 실현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 

이병로 기자 leebr@youngno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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