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fault_top_notch
default_news_top
default_news_ad1
ad42

'청탁금지법' 국회의원만 예외?

기사승인 2024.03.04  19:16:54

공유
default_news_ad2

- 애매모호한 예외조항으로 보호... 유탄 맞은 농어민 살릴 방안부터 마련해야

2016년 8월의 일이다. 국회 상임위 중 하나인 정무위원회에서는 국회의원을 이른바 「청탁금지법」(일명 김영란법) 예외로 두는 조항을 유지해야한다고 뜻을 모았다. 국회의원의 역할 중 하나인 '제3자 고충민원 전달 행위'에 대한 예외를 없애버리면 국회의원 역할을 못 한다는 게 표면적인 이유였다. [사진=국회 홈페이지]

[한국영농신문 이광조 기자] 

“의사가 다른 회사원들과 같습니까?” “그럼 다르면 얼마나 다른데요?” 요즘 의대정원 확대를 놓고 집단행동을 벌이는 의사들을 향한 이런저런 의견과 목소리들이 차고 넘친다. 몇 년 전 방송됐던 드라마 장면도 소환되어 이른바 ‘짤(짧은 동영상)’로 유포되고 있는 중. 많은 국민들이 여기에서 ‘특권’과 ‘특혜’의 본질과 적합성에 대해 깊이 고민하는 모양새다.

특권과 특혜. 2016년 8월의 일이다. 국회 상임위 중 하나인 정무위원회에서는 국회의원을 이른바 「청탁금지법」(일명 김영란법) 예외로 두는 조항을 유지해야한다고 뜻을 모았다. 국회의원의 역할 중 하나인 '제3자 고충민원 전달 행위'에 대한 예외를 없애버리면 국회의원 역할을 못 한다는 게 표면적인 이유였다. 그런데 정말 그럴까?

국회 정무위 소속 의원 절반 이상이 그런 의견을 낸 것으로 알려졌는데, 언론사 기자, 사립학교 선생님(교원) 등 민간영역에도 칼날 같은 기준을 들이미는 점과 대비되면서 이목을 끌었다. 정작 온갖 민원을 비롯해 선물, 금품에 상시 노출된 국회의원들이 청탁금지법 예외조항의 보호를 받아야 된다는 점은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하기 힘들다는 게 당시 여론이었다. 최근 의대정원 확대를 둘러싸고 집단행동을 벌이고 있는 의사들에게 일부 국회의원이나 중진의원들이 “의사들의 특혜ㆍ특권의식이 두려울 지경”이라는 경고를 날리는 모습과 “국회의원은 김영란법 예외로 유지해야 한다”는 그들의 주장은 이율배반 그 자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이런 주장도 존재한다. 일부 예외조항만 제외하면 국회의원도 사실상 김영란법의 적용을 받는다는 것. 이는 국민권익위원회의 해석이다. 금품수수에 있어서 국회의원도 국가공무원법상 공무원 범주에 포함되므로 다른 공직자와 마찬가지로 1회 100만원 초과 금품을 받으면 형사처벌 받는다는 뜻이다. 아울러 식사는 3만원, 선물은 5만원, 경조사비는 10만원을 넘을 경우 똑같이 ‘김영란법 위반에 대한 잣대’를 적용받는다는 내용이다.

그렇다면 국민권익위원회의 그간의 공식 답변자료를 살펴보자. 이게 권익위의 공식답변 내용이다.

“국민권익위원회 청탁금지제도과입니다. 국회의원은 선거로 취임한 공무원(정무직공무원)으로 청탁금지법 적용대상인 공직자등(청탁금지법 제2조제2호 가목)에 해당합니다. 다만, 선출직 공직자 등이 공익적인 목적으로 제3자의 고충민원을 전달하거나 법령·기준의 제정·개정·폐지 등에 관하여 제안·건의하는 행위는 부정청탁의 예외사유에 해당됩니다.”

여기서 국가공무원법 제2조(공무원의 구분)가 등장하는데 “국가공무원(이하 "공무원"이라 한다)은 경력직공무원과 특수경력직공무원으로 구분한다. "특수경력직공무원"이란 경력직공무원 외의 공무원을 말하며, 그 종류는 다음 각 호와 같다. 1. 정무직공무원 가. 선거로 취임하거나 임명할 때 국회의 동의가 필요한 공무원“ 이라고 명시되어 있다. 즉 선거로 뽑힌 국회의원이나 지방의원 등은 공무원이긴 하되, 청탁금지법의 일부 예외 조항의 적용을 받는다는 뜻이다.

그런데 문제는 청탁금지법 예외사유가 참으로 애매모호하기 그지없다는 점이다. 명절마다 국회의원 회관 로비에 산더미처럼 쌓이는 국회의원들에 대한 명절선물을 보면서 대다수 국민들은 그 선물가액(가격)이 청탁금지법을 과연 지키고 있는지 몹시 궁금해한다. 국정감사 피감기관인 공공기관들이 명절 때 국회의원에게 선물을 해야 하는지 말아야하는지 고민하는 이런 질문도 국민권익위 홈페이지에는 올라와있다. 2021년 10월 추석을 앞두고 한 공공기관 관계자가 국민권익위원회에 질문한 내용과 이에 대한 답변이다. 한국00공사 경영지원본부 000씨는 국민권익위원회에 이렇게 묻는다.

“Q) 국회의원에게 선물을 하려고 하는데 가능한지요? 상한액은 얼마인가요?” 답변은 이렇다. “A) 청탁금지법 제8조 제3항 제2호에 따르면, 금품 등을 주는 경우 원활한 직무수행, 사교, 의례의 목적으로 제공되는 5만원(농축수산물의 경우 10만원 상한) 이하의 선물을 제공할 수 있습니다. 원칙적으로 불특정다수인에게 배포하기 위한 기념품 또는 홍보물픔의 경우 가액 제한이 없으나, 직무관련자에게 주는 선물 가액한도(5만원)을 고려하여 5만원 이하의 기념품을 주는 것은 가능합니다.”

국민권익위의 답변을 볼 때 원칙적으로는 국회의원에게도 ‘원활한 직무수행, 사교, 의례의 목적으로 제공되는 5만원(농축수산물의 경우 10만원 상한 - 2021년 당시 상황) 이하의 선물을 제공할 수 있다’고 되어있지만, 국회의원들에게 제공되는 선물이 원활한 직무수행, 사교, 의례의 목적이라는 것을 믿는 국민들은 없을 것이다. 또한 5만원 이하의 선물이라는 것도 믿지 않을 것이다.

부정부패를 없애기 위해서나 개혁을 위해서나 특혜, 특권층, 예외 등이 많으면 실패하기 십상이란 것은 인류 역사가 증명하는 점이다. 의대정원을 늘려서 의료시스템을 좀 더 낫게 바꿔보자는 정책에 집단행동으로 맞서는 의사들이나, 청탁금지법(김영란법)에서 국회의원에게만은 예외규정을 따로 두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국회의원들이나 민심, 즉 국민들의 보편적 정서를 읽어내지 못하는 것은 공통점이랄 수 있겠다.

김삼주 전국한우협회장이 지난 2021년 8월 23일 국민권익위원회 앞에서 명절 농축산물 가액 기자회견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청탁금지법 개정 약속 이행을 촉구하고 명절 청탁금지법상 농축산물 선물 가액을 상향하라는 규탄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전국한우협회]

 

◇ 애매모호한 청탁금지법 내 국회의원 예외조항... 특권ㆍ특혜의 참뜻 되새겨야

차라리 아래와 같은 주장이 더 실질적이고 솔직한 게 아닌가 싶다. 지난해 국민의힘 최춘식 의원은 농축수산물 선물에 대해 청탁금지법 적용을 배제하는 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이유는 간단하다. 청탁금지법의 선한 의도와는 달리 법의 실행과 함께 농민들에게 본의 아니게 피해가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즉 명절이나 농산물 성수기에 김영란법의 적용 때문에 오히려 농산물 판매,유통이 법 시행 전보다 줄어들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최춘식 의원은 “이른바 김영란법의 취지는 고가의 선물을 공직자 등에게 전달해 공정한 직무수행의 훼손을 방지하는 것인데 농업인, 축산인, 어업인이 생산한 농축수산물까지 ‘법률적 제재 선물’에 포함시키는 것은 과하다는 의견이 제시됨과 동시에, 내수 진작과 국내 농축수산업 활성화의 필요성까지 제기되고 있어, 현행 김영란법의 개정이 시급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최 의원이 발의한 청탁금지법 개정안에는 ‘수수 금지 금품’ 목록에서 농축수산물, 농축수산가공품을 선물이 가능한 가액 범위와 상관없이 모두 제외하는 내용이 담겨있다. 한마디로 농어민들이 생산한 농수산물에는 허용가능 상한선을 없애버리는 것이다. 하지만 현재 농축수산물 선물은 10만원 이내에서만 가능한 상황이다. 쉽게 말해 홍삼, 한우 등 다소 값이 나가는 농축산물은 아예 선물할 엄두를 내지 못하는 게 현행 청탁금지법인 셈.

최 의원은 “물가 상승 등으로 사문화된 김영란법의 규정을 전면적으로 재검토해야 한다”면서 “농업, 축산업, 수산업의 발전을 위해 과도한 규제를 대대적으로 완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어떤가? 최춘식 의원은 적어도 250만 농민을 위한 법안 개정을 도모하고 있다. 이에 비해 추상적이고 공허한 ‘의원직 수행의 어려움 예상’이라는 방패를 앞세워 김영란법의 예외 그늘 아래 숨으려하는 국회의원들은 어떤 평가를 받아야 할까?

최 의원이 지난해 발의한 청탁금지법 개정안에는 ‘수수 금지 금품’ 목록에서 농축수산물, 농축수산가공품을 선물이 가능한 가액 범위와 상관없이 모두 제외하는 내용이 담겨있다. 한마디로 농어민들이 생산한 농수산물에는 허용가능 상한선을 없애버리는 것이다. [사진=롯데호텔]

◇ 국회의원에게 해당되는 예외조항... 농민들에게는 왜 적용되면 안되나

국민권익위가 제시하는 청탁금지법 예외란 건 이런 것들이다, 대학 교수가 공공기관에 ‘해당 기관의 규정 등에 따른’ 공식적인방법으로 제자에 대한 취업 추천을 하는 경우 청탁금지법상 부정청탁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것. 교수가 제자의 결혼식 주례를 서야하는 경우, 결혼식 주례는 직무관련성이 없고 사적인 친분관계에 따른 것이므로 외부강의 등으로 볼 수 없고 결혼식 주례 사례금은 결혼식 진행에 대한 감사의 표시이고 우리 사회의 전통 풍습에 따라 사회상규상 허용된다는 것.

그런데 국민권익위원회의 입장 중에 국회의원들끼리 주고받는 선물 규정에서 무척이나 애매한 부분이 존재한다. “동료 국회의원 사이에는 특별한 이해관계 없는 한 직무관련성이 있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가액기준(5만원)을 초과하는 선물 제공이 가능함” 이라는 부분이다. 직무관련성이라는 방패를 앞세워 청탁금지법 위반을 피할 수 있는 법을 국민권익위가 알려주고 있는 느낌이다.

농민들만 피해를 보고 있는 점을 뻔히 알면서 국회의원 예외규정만 앞세우는 것은 성난 농심에 불을 붙이는 것과 다름없다. 물가상승률을 고려하고 농가의 농업소득 답보 현상을 배려한다면,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청탁금지법)’이 이 상태로 유지되어서는 안된다. 현실에 맞게, 특히 농어민의 입장을 반영해 대폭 수정함이 옳다는 뜻이다.

권익위는 이렇게 항변할 것이다. ‘농수산물과 농수산가공품 선물 가액을 10만 원에서 15만 원으로, 설·추석 명절에는 30만 원으로 상향’하지 않았느냐고 말이다. 권익위는 청탁금지법 시행령 개정을 내세우고 싶겠지만, 그것으로는 족하지 않다. 농민단체와 관련 자조금 협회의 원성이 사방팔방에서 울려퍼지는 게 들리지 않는가.

이승호 농축산연합회장은 “작년 추석부터 농축수산물 명절 선물 한도가 30만원으로 조정되서 어려움이 일부 해소됐지만, 최근 소비 자체가 위축되면서 (농축산)현장의 고통은 여전하다. 농가 생산자의 어려움에 관심을 더 가져달라”고 말하고 있다. 김삼주 축산관련단체협의회장(전국한우협회장)은 “청탁금지법에서 농수축산물은 제외시켜야 한다. 명절에 한시적으로 30만원 상향되는 부분 역시 삭제해주길 바란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박정일 한국인삼협회 사무총장은 “청탁금지법으로 인해 가장 피해를 많이 본 품목이 바로 인삼이다. 공직자 범위의 모호함이 있어서 선물을 주는 분들이 심리적으로 어려움이 있다. 농산물은 청탁금지법의 예외로 해달라”고 주장하고 있다.

사정이 이런데도 국회의원 예외규정만 만지작거리고 있을 셈인가?

이광조 기자 lgj@youngnong.co.kr

<저작권자 © 한국영농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default_news_ad5
default_side_ad1
default_nd_ad2

인기기사

default_side_ad2

포토

1 2 3
set_P1
default_side_ad3
ad43

섹션별 인기기사 및 최근기사

default_side_ad4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default_news_bottom
default_nd_ad4
default_bottom
#top
default_bottom_notc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