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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당 양봉에서부터 도시형 스마트팜까지, 도농 경계 허문다

기사승인 2020.11.23  22:0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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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치유농업과 스마트농업으로까지 확대되는 ‘도시농업’ 키워드

열혈사제와 양봉승려. 최근 불거진 불교계의 무소유(또는 풀소유)논란에 문득 떠오른 말들인데, 이게 농업과도 연관이 깊다. 왜냐하면 이번 혜민스님의 도시 거주와 산중 안거 전무(全無) 논란이 도시와 시골(또는 농촌)을 나누는 일종의 고정관념에 기초하고 있기 때문. 혜민스님의 도심 거주지를 놓고 ‘좀 비싼 도심형 토굴일 뿐’이라는 동떨어진 옹호에서부터, ‘본분을 잃어버린 행위’라는 지탄까지 다양한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형국. 결국 이는 곧 '왜 시골, 산골, 농촌에 있어야 할 사람이 도시에 있느냐'는 것으로 뭉뚱그릴 수 있겠다.

맞다. 제 본분에 맞는 자리에 있는 게 도리에 맞는 일일 것이다. 아울러 종교계의 일은 종교계에서 정리할 일일 게다. 하지만 요즘 농업 분야에서는 꼭 그런 것만도 아닌 것 같다. 어디에서 농사를 짓느냐는 게 그리 중요하지 않게 됐다는 거다. 농업의 주체와 장소가 도농(都-農)의 경계를 차차 허물고 있다는 뜻이다. 그래서 등장한 말이 바로 ‘도시농업’.

아마도 인류 역사상 가장 기억에 남는 도시농업 사례는 2019년 화재로 무너진 프랑스 노트르담 성당 지붕의 꿀벌들일 것이다. 불이 진화된 뒤 성당 옥상에서 발견된 양봉시설, 그리고 화마에도 살아남은 약 18만 마리의 꿀벌. 이건 뭘까? 대답은 간단하다. 그간 노트르담 대성당의 옥상 공간에서 열혈사제 아니 양봉사제들이 벌통을 놓고 ‘도시양봉’을 하고 있었다는 거다. 시골과 산골에서 해야 할 양봉을 프랑스 대도시 한복판, 그것도 성당에서 하고 있었다는 사실이 전 세계인의 호기심을 자극했고, 꿀벌들이 화염 속에서도 살아남았다는 점도 큰 얘깃거리가 됐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도 예전엔 종교시설에서 양봉을 한 예가 있었다. 때는 고려시대로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역사서를 들춰보면 고려시대 사찰에서는 곧잘 양봉을 했다는 기록이 나오는데, 이를 사봉(寺蜂) 즉 ‘절에서 벌 기르기, 절에서 하는 양봉’이라고 했다. 고려시대에는 꿀벌을 기르는 양봉승려를 볼 수 있는 절들이 제법 있었다는 거다. 물론 이후 조선시대를 거쳐 현재까지도 꿀벌을 기르는 사찰은 존재해왔다. 정확한 기록이 없어 알 순 없지만 오늘날 프랑스 노트르담 성당의 도시양봉에 비해 고려시대 사찰의 산골양봉은 거의 1천 년을 앞선다.

정확한 기록이 없어 알 순 없지만 오늘날 프랑스 노트르담 성당의 도시양봉에 비해 고려시대 사찰의 산골양봉은 거의 1천 년을 앞선다. [사진=픽사베이]

◇ 도시와 농촌의 벽을 허무는 농업계의 분위기...도시농업 탄생

도시농업. 누군가는 이 말을 불타는 빙산이라든가 토끼뿔이라든가 하는 식으로 앞뒤가 맞지 않는 단어조합이라고 말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젠 더 이상 도시와 농업은 서로를 밀어내고 등지는 단어들이 아니다. 상당히 오랫동안 세계의 도시에서는 수많은 농업의 사례들이 펼쳐져왔기 때문이다.

미국, 독일, 일본에서는 이미 옥상농업, 수직농업 등의 신조어를 탄생시켰을 만큼 도시농업에서 앞서가고 있다. 특히 미국 시애틀의 경우엔 도심주택가 평지에 작은 땅들을 경작하는 피 패치(P-patch)가 수백 개 존재하고, 이용자만 1만여 명에 가깝다는 통계도 나와 있다. 그 주변에 작은 철제.목제 상자텃밭도 즐비한 게 특징이다. 더구나 이곳에서 생산되는 농산물은 도시의 취약계층에게 기부하는데 쓰이기도 한다.

독일은 약 2백년 가까운 소정원(클라인가르텐)운영이 특징인데, 시작 자체가 환자의 치유를 목적으로 한 점이 특징. 쉽게 말해 치유농업의 첫 단계로 도시농업을 택했다는 점이다. 일본은 시민농원제도가 도시농업의 특징으로 자주 언급된다. 또한 일본의 파소나오투 프로젝트는 100가지 이상의 농산물을 하나의 빌딩에서 실내경작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건물외벽에 수직으로 매달려 자라는 농산물이 장관을 이뤄 관광객들의 발길을 이끄는 곳이기도.

앞서 언급했듯이 최근 세계의 도시농업은 그 범위와 의미가 점차 확대되는 추세다. 특히나 치유(힐링), 스마트라는 두 단어가 전방과 후방에서 도시농업이라는 개념을 떠받치는 모양새이기도 하다. 최근 농촌진흥청 연구결과를 보면 특히 농업활동의 치유효과가 도드라진다. 학교 텃밭 프로그램에 참여한 학생들이 그렇지 않은 학생에 비해 스트레스 및 심장안정도가 10%~20%정도 향상됐다는 연구결과가 나온 것이다.

실제로 주말농장이나 텃밭가꾸기를 자녀들의 정서 순화를 위해 시작하는 30~40대 젊은 부모들이 늘고 있다는 전문가들의 말에 귀기울여볼 필요가 있다. 도시농업은 공동체에 활기를 불어넣어주고 생태를 복원할 뿐만 아니라 먹거리의 순환 또한 일정부분 책임지는 일석삼조의 효과가 있다는 것.

그런가하면 서울지하철 7호선 상도역 2번 출입구 계단 오른편엔 ‘메트로팜’이라는 지하철 역사 스마트팜이 있다. 서울시,서울교통공사, 농업기업 팜에이트의 합작품인데 그 인기가 대단하다. 그래서 서울시와 서울교통공사는 상도역, 답십리역을 비롯해 천왕역, 을지로3가역,충정로역에 메트로팜을 추가조성하고 있다. 서울시는 또 신당역, 남부터미널역에도 스마트팜 플랫폼을 조성중이다. 이런 성과들 덕분에 서울교통공사는 2020년도 지방공기업 혁신우수사례 경진대회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했다.

 

◇ 도시농업, 치유농업과 스마트농업으로 영역 확대 추세

그런 가운데 도시농업백화점이란 것도 탄생했다. 국내 굴지의 종묘회사 아시아종묘가 만든 채가원이 주인공. 경기도 하남시에 있다. 약 3천개 정도의 도시농업관련 물품들이 갖춰져 있어 누구나 도시농업을 즐길 수 있게 꾸며져 있다. 도시 텃밭과 주말농장을 가꾸는 도시 농업인들에게 편의성을 제공하고 한국 도시농업문화를 세계에 알릴 장소가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채가원을 꾸렸다는 게 아시아종묘 류경오 대표의 말이다.

아시아종묘 도시농업백화점 채가원은 최근 코로나 19로 집에 머무는 시간이 늘면서 자연스레 경작욕구가 늘어난다는 판단으로 간이텃밭 세트도 선보였다. 가정원예용 자동급수 간이텃밭 ‘착한농부’가 주인공. ‘착한농부’는 가정에서도 쉽게 쌈채소류, 뿌리식물 등 다양한 작물을 재배할 수 있는 자동관수식텃밭상자. 1주일에 한 번 전용 물통에 물을 채워 놓기만 하면 무동력 자동 급수를 하는 기능을 갖추고 있다.

원예(園藝)란 화초나 채소 또는 과일을 재배하거나 정원가꾸기를 하는 걸 말하는데, 도시농업이 바로 소규모의 원예일 수 있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원예활동, 즉 식물을 기르는 신체활동이 정서적 안정감과 행복감 증진에 큰 도움이 된다는 과학적 실험결과다. 우울감이 줄어들고 자신감과 성취감이 올라가는 효과도 있다. 뇌졸중 환자가 호전된 경우에서부터 암환자의 사례까지 원예치료의 효과는 일일이 거론할 수 없을 정도로 많다. 실제로 회사나 사무공간에 각종 식물 화분을 비치한 뒤 직원들의 사기가 향상되고 생산성도 늘고 퇴사율이 줄었다는 통계도 있다.

국내 굴지의 종묘회사 아시아종묘가 만든 채가원은 도시농업백화점을 표방한다. 경기도 하남시에 위치해 있다. 약 3천개 정도의 도시농업관련 물품들이 갖춰져 있어 누구나 도시농업을 즐길 수 있게 꾸며져 있다. [사진=이병로 기자]

◇ 도시농업백화점도 탄생, 도시형스마트팜과 원예치료 관심 급증

식물재배기 시장도 활발하다. ▲LG전자는 지난해 가전회사로서는 처음으로 가정용 식물재배기를 선보였다. 총 4개의 선반을 활용해 상추와 케일 등 재배할 수 있는 채소가 무려 24가지나 된다. 새싹채소는 약 2주, 잎채소는 약 4주, 허브는 약 6주가 지나면 재배 완료된다. ▲삼성도 식물재배기 시장에 관심이 많다. 세계 최대 가전 전시회 CES 2020에서 식물재배기를 선보였다. 삼성의 식물재배기 역시 씨앗 패키지를 선택해 LED 빛과 물(미스트 분사 방식)로 채소를 키우는 형식을 갖추고 있다.

▲교원 웰스는 식물재배기 `웰스팜`을 공유렌탈 개념으로 2017년부터 진행중이다. 매월 2만원대 비용을 지불하고 원하는 채소 모종을 배송 받아 직접 키울 수 있다. ▲한샘도 식물재배기와 인테리어를 결합한 상품을 내놓았다. 실내 공기정화와 인테리어 효과를 낼 수 있는 '플랜테리어' 라는 개념도 소개하고 있다. 플랜테리어는 ‘플랜트’와 ‘인테리어’의 합성어.

그런가하면 서울시는 2023년 5월 완공을 목표로 마곡에 ‘농업공화국’이라는 공간을 조성하고 있다. 기존의 도시농업을 뛰어넘는 보다 스케일이 큰 도시농부 프로젝트를 가동중인 것이다. 도시농업을 주제로 한 복합 전시체험관이자 도시농부 체험 테마파크다. 용지 면적만 1만 1817㎡(약 3600평)이나 된다. 1천억 원 정도의 예산이 투입돼 농업전시관, 스마트팜, 도시농부 교육장 등이 들어설 예정이다. 이곳저곳 대한민국 방방곡곡에선 도시농업의 전성시대가 서서히 열리고 있다.

이병로 기자 leebr@youngnong.co.kr

<저작권자 © 한국영농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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