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민 동의가 우선... 도박 확산을 막을 수 있는 합리적인 대안 먼저 내놔야
합법적인 경마가 중단되자 불법경마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고 한다. 코로나19로 인한 경마중단이 ‘원인’으로 작용해서 불법경마가 판을 치는 ‘결과’로 나타났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그래서 마사회는 ‘온라인 마권 발매’라는 방법으로 불법사설경마를 막아야한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불법경마의 해법으로 등장한 게 온라인으로도 마권을 살 수 있게 하자는 것인데, 이게 과연 바람직한 걸까? 원인과 결과는 일견 타당한 것 같다. 하지만 온라인 발권을 허용하자는 마사회의 해법은 영 씁쓸하기만 하다.
정운천 국민의힘 의원은 코로나19 때문에 말 산업이 붕괴되고 불법경마도 성행하니 온라인 마권 발매를 합법화하자고 주장했다. 정 의원은 마사회에서 받은 자료를 근거로 내세웠는데, 지난 2월 23일(마사회 경마 중단 시점)부터 8월 6일까지 불법경마 단속 실적은 1589건, 불법경마현장 단속 건수는 3건, 사법처리 인원은 128명이라고 밝혔다. 불법경마를 하는 사람들은 이미 온라인 경마가 이루어지고 있는 일본 등의 경마정보를 활용해 불법사설경마를 계속하고 있다고도 주장한다.
물론 불법사설경마의 성행은 심각한 사회문제가 될 수 있다. 그래서 정부는 불법경마 마권 구매 이용자를 ‘한국마사회법’에 따라 처벌하고 있다. 최대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7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마사회는 또 불법경마의 피해를 줄이고 건전한 경마문화를 만들기 위해 ‘합법경마 참여’ 캠페인도 실시하고 있다.
마사회 측은 “(합법적) 경마가 안 열려도 불법사설경마는 여전히 성행중”이라며, “ 불법경마 단속을 통해, 불법경마 참여자들을 합법경마의 영역으로 유도해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미 존재하는 제도권의 정당성으로 비제도권의 일탈을 막아보자는 취지는 칭찬받아 마땅하다. 문제는 해법이다. 코로나19로 일시적으로 경마가 열리지 못해서 경영에 차질이 생긴 마사회가 온라인 경마를 도입하자고 목소리를 높이는 것은 뭔가 좀 지나친 감이 있다.
역시나 코로나19 때문에 문을 닫고 있는 경륜(사이클 경주)와 경정(보트 경주)는 어떨까? 국민체육진흥공단측이 밝힌 경륜경정의 매출 손실액은 올 9월 22일 기준 약 1조 3천억 원에 가깝다. 연말까지 약 1조 9천억 원 손실액을 전망하고 있다. 마사회 주장대로라면 경륜과 경정도 온라인 발권을 해서 손실을 보전해야 마땅하다는 논리도 전혀 이상하지 않다.
현재 경륜과 경정은 온라인 발권이 가능하지 않다. 코로나19로 인한 경영악화를 앞세워 경마, 경정, 경륜 모두 온라인 발권을 한다면, 이 역시 큰 사회문제가 될 수도 있다. 온라인 특성 상 도박의 문턱이 낮아진다는 게 반대측이 주장하는 가장 큰 우려스러운 대목이다.
지금 당장 어려우니 원칙을 허물어서라도 상황을 타개하자고 내놓은 게 온라인 발권이라면 국민들은 선뜻 동의하기 어려울 것이다. 2020년 코로나 시국에서 어려운 분야가 어디 경마, 경정, 경륜 뿐인가? 마사회는 온라인 발권 이외에도 다른 방법이 있는지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 도박의 확산을 우려하는 측이 주장하는 부작용에 대해 합리적인 대안을 먼저 내놓아야 할 것이다.
당장 어려우니 원칙을 허물어서라도 상황을 타개하자고 내놓은 게 온라인 발권이라면 국민들은 선뜻 동의하기 어려울 것이다. [사진=픽사베이] |
이병로 기자 leebr@youngno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