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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의 변신은 무죄... 기능성· 대중화에 성패 좌우돼

기사승인 2020.08.24  00:2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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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쌀의 날’에 생각하는 쌀가공식품의 미래... ‘시리얼’ 시장 주목해야

이런 상상을 해본다. 지금부터 설명하는 내용들이 쌀이 주인공이 되어 진행될 수 있다면 어떨까 하는 생각. 불가능한 걸까? 그건 아닐 것이다. 찬찬히 살펴보자.

“세계곡물가공식품 시장 규모는 약 436억달러 수준이다. 크게 시리얼ㆍ시리얼바 (스틱형) 시장으로 나뉜다. 시리얼 시장의 비중은 약 63.8%(278억 달러)로 곡물가공식품 시장의 절반을 훌쩍 넘는다. 시리얼바(에너지바, 그레놀라/뮤즐리/요거트바, 기타 시리얼바)의 비중은 약 36.2%(158억 달러)에 이른다. 참고로 그레놀라는 곡물과 견과류를 적당히 분쇄해 오븐에 구운 것, 뮤즐리는 굽지 않은 것을 말한다. 국내 시리얼과 시리얼바 시장규모도 제법인데, 각각 2000억 원과 800억 원 대 시장을 형성중이다. 점점 커지는 시장으로 인정받고 있다.

국가별 곡물가공식품 시장 크기를 살펴보면 , 미국이 약 176억 달러로 가장 크다. 그 다음으로 영국이 약 37억 달러, 캐나다 19억 달러, 호주 약 14억 달러 순이다. 세계적인 트렌드는 차가운 우유를 부어먹는 시리얼보다, 따뜻한 물이나 크림에 섞어먹는 ‘핫 시리얼’ 시장이 강세를 보이고 있다. 시리얼바의 경우는 단백질 섭취를 위한 소비가 늘면서 고단백질 시리얼바 비중이 약 45%에 이른다. 또 하나의 유행은 시리얼을 먹을 때 우유 대신 요거트나 과일주스를 택하는 경향인데, 영국 호주 뉴질랜드 북미(미국, 캐나다) 등이 그런 유행을 주도하고 있다.”

지금까지 읽은 내용은 농업기술실용화재단이 2018년 중반에 공개한 ‘해외우수식품 특허 트렌드북’에서 인용한 것들이다. 통계는 2020년 기준에 맞췄다. 쌀을 중심으로 다른 곡물들과 견과류를 활용해 공략해볼 만한 엄청난 시장이다.

쌀 소비확대를 위해 아무리 노력해도 잘 되지 않는 현실에선 국내 농가나 기업들도 그 시선을 세계 시리얼시장, 시리얼바 시장으로 돌려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사진=픽사베이]

◇ 세계곡물가공식품 시장 규모 436억달러...시리얼-시리얼 바가 100%

쌀 관련 산업을 일으켜 세우기 위한 노력은 그동안 결코 적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넘치도록 많았다. 하지만 정작 산업화, 대중화에 성공한 케이스는 드물었다. 

국내외 시장을 겨냥하긴 했지만, 너무 쌀 한 가지만 놓고 ‘뒤집고 엎고 튀기고 삶는’ 그야말로 쌀 만능주의에 치우쳐 있었던 것인지도 모를 일이다. 곰곰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왜 그런 분석이 가능한 지 정부와 관계기관의 쌀 가공식품 및 쌀 산업 발전 방안을 들여다보자.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해 여름 쌀을 다양한 산업으로 확대허가 위한 전략 마련을 고심하며, 2가지 갈래로 이런 논의를 진행했다. ‘비식용의 새 수요 창출’과 ‘식용 가공산업 활성화’가 바로 그 것이다. 

1) 비식용의 새 수요 창출 분야을 위해서는 ▲쌀 전분 활용 소재 산업화, ▲일본의 사료용 벼 정책 벤치마킹, ▲벼 이용 바이오에탄올 생산, ▲쌀 부산물 실용화를, 2) 식용 가공산업 활성화를 위해서는 ▲국내산 쌀 가공산업 활성화, ▲쌀 가공제품 연구개발, ▲아밀로스 함량 조절 가능한 가공용 쌀 품종 개발 등을 논의했다.

다 쟁쟁한 의견들이다. 게다가 농촌진흥청은 최근 7년 동안 자체 연구를 통해 개발한 기술을 기업에 이전한 케이스가 무려 5천 건이 넘는다. 대부분 기능성을 과학적으로 입증했기 때문에 농가소득 증대에도 도움이 되고 소비자들 반응도 좋다는 게 농촌진흥청의 설명이다. 이참에 쌀 관련한 농촌진흥청과 산하 국립농업과학원의 쌀 및 쌀가공식품 관련 특허를 들여다보자.

농촌진흥청은 최근 ▲굳지 않는 떡을 만드는 기술을 개발했다. 만든지 며칠이 지난 떡인데도 부드럽고 쫄깃한 맛이 유지되는 건 농촌진흥청이 떡메 치는 과정을 응용해 개발한 기술 덕분이란다. 기업에 기술을 보급했고 소떡, 치즈스틱, 쌀국수 등으로 시장에 출시돼 인기가 높다는 설명도 뒤따랐다.

▲지난해 10월 농진청은 가정간편식에 적합한 벼 ‘미호’ 품종을 개발해, 이를 이용한 가공밥 제조기술을 특허출원했다고 밝혔다. 매년 가정간편식(HMR)에 소비되는 쌀이 30% 가량 증가하는 추세에 발맞춘 것이라고 한다. 편의점 도시락, 냉동밥을 해동하면 밥알이 붕괴되는데, 농진청이 개발한 쌀품종 미호는 밥알의 경도가 좋아 쌀밥의 형태가 고스란히 유지되는 특징이 있다. 농촌진흥청은 쌀 소비 패러다임 변화에 맞춰 다양한 가공식품 제조가 가능한 아밀로스 함량 조절 벼를 개발해 보급중이다. 쌀면 전용품종 ‘새고아미’, ‘새미면’과 다이어트용 기능성 품종 ‘도담쌀’도 농진청의 작품이다.

그런가하면 농촌진흥청은 ▲밀처럼 바로 빻아 가루로 사용할 수 있는 벼 품종 ‘가루미’도 특허출원했다. 일반 쌀은 물에 불려 가루를 내야 하는데 그 과정을 생략할 수 있는 품종이 바로 가루미. 쌀빵 등을 만들 때 쌀을 물에 불려 가루내지 않아도 되므로 시간과 비용이 절약되는 장점을 지닌다. 우리쌀빵 경진대회에서 ‘가루미’ 쌀가루가 기존 쌀가루 보다 식감이 좋다는 평가도 받았고, 쌀맥주를 만들 때도 유용하다는 점이 밝혀졌다.

▲국내산 쌀로 만든 쌀 유산 발효물의 효능도 인정됐다. 더불어 장 건강 개선효과도 높다는 연구결과도 나왔다. 우리 쌀에 토종유산균을 접목해 발효한 쌀 유산발효물이 장 건강, 대사성질환, 비만, 뇌건강 등에도 좋다는 것이다. 이 쌀 유산발효물 제조기술은 국내외에 특허등록이 완료됐다고 농진청은 밝혔다.

 농촌진흥청은 ▲술을 만드는 데에도 쌀 관련 기술이 적용된다고 밝히고 있다. 농촌진흥청이 만든 토종 효모와 우리 생쌀로 증류식 소주를 만들었는데, 같은 원료인데도 소주 생산량이 더 많고 맛과 향도 좋다는 것. 농촌진흥청이 개발한 효모 덕분이라는 게 업체와 농진청의 한결 같은 설명이다.

▲또한 세종시농업기술센터는 '현미쌀국수'를 개발해 특허를 취득했다. 이번 개발해 특허취득한 현미쌀국수는 글루텐 첨가물 없이도 식감과 탄성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고.

 

◇ 풍성한 농촌진흥청의 쌀 관련 특허와 기술들...산업화 성공사례는?

하지만 뭔가 좀 부족하다는 느낌을 지우기 힘들다. 흔히 말하는 ‘한 방’이 없는 게 사실이다. 해당분야에서의 디테일을 살리는 쪽으로는 방향을 잘 잡았지만, 산업화 라는 이름에 걸맞는 성공사례로서 내세울만한 실적은 아닌 것이다. 

그래서 전문가들은 쌀가공식품산업의 발전을 위해선 미래 유망 품목의 선제적 개발이 있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이를 위해 고품질 가공용 쌀의 안정적인 공급도 필요하다고 진단하고 있다. 쌀가공산업의 일대 도약이 필요하다고도 잘라 말한다.

그래서 정부는 지난 6월 ‘제2차 쌀 가공산업 육성 및 쌀 이용촉진 기본계획’을 세웠다. 유망 식품 연구개발을 위해 26개 과제에 총 60억 원을 2023년까지 투자할 방침도 발표했다. 쌀가공식품을 소비하는 주체인 국내외 소비자들의 입맛과 동향, 선호도를 연구,조사 중이기도 하다.

그런데 그 시장이란 과연 어디에 있고 무엇을 말함인가? 혹시 앞서 설명한 시리얼과 시리얼바를 염두에 둔 건 아닌가? 세계 곡물가공식품시장을 100% 차지하고 있는 시리얼ㆍ시리얼바를 놔두고 어떤 다른 시장을 공략할 셈인지 궁금해질 따름이다. 소비자가 어떤 쌀과 쌀가공식품을 원하는지부터 먼저 고민해야 되는 거 아닐까 하는 것이다. 

한국쌀가공식품협회 역시 쌀가공식품의 발전을 위해서는 쌀 활용 식품 개발부터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전문연구인력과 기술, 예산 지원을 정부에서 해줘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

앞서 전문가들과 한국쌀가공식품협회가 주장한 것처럼, 쌀가공식품에 대한 소비자 선호도부터 파악해 미래의 부가가치를 높이는 쪽으로 획기적 방향전환이 필요한 때다. 누룽지, 시리얼, 선식은 ‘곡물가공품 제조업’의 국내 대표 상품이다. 다행히 누룽지와 밥 대신에 쌀이 함유된 선식, 시리얼 소비도 1인 가구 증가에 힘입어 증가추세다. 한류열풍으로 동남아 등지에서 떡볶이가 인기를 모으는 중이기도 하다.

쌀 관련 산업을 일으켜 세우기 위한 노력은 그동안 결코 적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넘치도록 많았다. 하지만 정작 산업화, 대중화에 성공한 케이스는 드물었다. [사진=픽사베이]

◇ 유망품목의 선제적 개발+ 고품질 가공용쌀 안정 공급 = 쌀가공식품의 미래

실제로 한 끼 식사로 충분한 시리얼, 선식 등의 간편대용식(끼니 대용식) 시장도 점점 커지는 중이다. 업계는 이 시장을 약 3조 원 규모로 추정하고 있다. 특히 10세 미만 자녀가 있는 가구에서는 구매 경험이 약 78%에 가까운 매우 높은 수치를 나타내고 있다.

앞서 간단하게 언급했던 것처럼, 시리얼은 크게 통곡물 반죽 후 열을 가해 구운 ‘그래놀라’, 곡물, 과일 견과류를 그대로 건조혼합한 ‘뮤즐리’, 여러 곡물, 밀가루 등을 혼합해 건조시켜 구운 ‘푸레이크’로 분류된다. 동서포스트와 농심켈로그의 국내시리얼 시장 점유율은 약 90%를 넘는다. 그래놀라, 뮤즐리 시장 역시 두 회사가 양분하고 있는 실정이다. 미국에서 미국기업 켈로그와 포스트가 양분하는 것과 정확하게 일치한다.

국내토종업체로는 씨알푸드가 돋보인다. 약 2~3천억원 규모의 국내 시리얼 시장에서 약 300억원 가까운 매출을 올리는 토종알짜기업이다. 돋보이는 건 바로 씨알푸드의 제품 생산량 중 쌀 원료 제품이 주력이며 많다는 점. 이밖에도 국내 기업들은 지난 2017년 이후 지난해까지 연평균 11% 정도씩 성장중인 ‘시리얼바(스틱형)’ 시장도 눈여겨보고 있다. 올해 약 800억원 정도의 시장규모로 예상되는데, 먹기 간편해서 시리얼바가 시리얼의 판매량을 조만간 넘어설 것이란 전망도 있다.

물론 쌀가공식품의 미래가 시리얼과 시리얼바에 온통 달려있다는 뜻은 아니다. 하지만 세계시장규모가 무려 400억달러를 넘는 이 시장을 겨냥하지 않고서는 국내 쌀가공식품산업의 일대 도약은 기대하기 힘들 것이라는 점에는 누구라도 동의할 것이다. 쌀 소비확대를 위해 아무리 노력해도 잘 되지 않는 현실에선 국내 농가나 기업들도 그 시선을 세계 시리얼시장, 시리얼바 시장으로 돌려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이병로 기자 leebr@youngnong.co.kr

<저작권자 © 한국영농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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