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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록체인이 이끌 농산물 유통 혁신, 4차 산업혁명 시대의 농협의 역할은?

기사승인 2020.02.06  10: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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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통발상] 농산물 유통 문제 해법을 위한 발칙한 생각

정보의 비대칭이라는 말이 있다. 어느 한 사람이 상대방보다 더 많은 것을 알고 있다는 뜻이다. 협상할 때 정보를 독점한 사람이 원하는 것을 얻는다. 좋은 예가 중고 자동차를 거래할 때다. 구매자는 차의 상태를 외관을 보고 판단한다. 사고 이력이나 주행거리 등 성능에 영향을 줄 수 있는 핵심 정보는 판매자가 독점적으로 가지고 있다. 판매자가 속이려고 마음을 먹는다면 사는 사람은 성능이 떨어지는 차를 비싼 값에 산다. 구매자가 백전백패다.

농산물 유통에서는 반대다. 농산물은 수확 직후부터 상품 가치가 급락하기 시작한다. 오래두면 상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제값을 받고 빨리 파는 게 중요하다. 하지만 농부는 유통상이 물건을 어디에 얼마나 빠른 속도로 팔아낼 수 있는지를 잘 모른다. ‘요즘 수요가 떨어져서, 공급이 많아져서 가격이 떨어졌다, 그래서 팔기 어렵다’고 설득하면 믿고 부르는 값에 팔 수 밖에 없다. 가격 결정권이 파는 사람이 아닌 사는 사람에게 있는, 전형적인 구매자우위시장(Buyer's market)이다.

입장이 뒤바뀐 경우도 있다. 친환경 농산물은 일반 농산물보다 높은 가격을 받는다. 인증 과정도 철저하다. 그런데 제도의 빈틈을 이용해 일반 농법으로 지은 농산물을 친환경 농산물로 둔갑시켜 판다면 농부들의 이익은 커진다. 유통 단계에서 국산과 외국산을 혼합시켜 국산 가격으로 팔면 판매자의 이익은 커진다. 속아서 비싼 값에 산 소비자는 손해다. 이처럼 농산물 유통의 비극은 정보의 비대칭, 즉 ‘신뢰의 상실’에서 출발한다.

구매자와 판매자가 정보가 비대칭일 때 어느 일방은 손해 보는 장사를 하게 된다. 그런데 누구도 시비를 걸 수 없이 공정한 정보를 서로 공유할 수 있다면 공정한 거래를 할 수 있을까? 이걸 가능하게 해주는 ICT 기술이 바로 '블록체인'이다.

블록체인은 쉽게 말해 정보를 컴퓨터 안의 가상의 ‘블록’에 집어넣고 자물쇠가 달린 ‘체인’을 연결해 잠근 후 열쇠는 수많은 사람에게 나눠줘 정보의 위변조를 방지하게 한 보안 시스템이다. [사진=픽사베이]

블록체인(Block chain)은 '블록'이라고 하는 소규모 데이터들이 P2P 방식을 기반으로 ‘체인’ 형태의 연결고리 기반 분산 데이터 저장환경에 저장되어 누구라도 임의로 수정할 수 없고 누구나 변경의 결과를 열람할 수 있는 분산 컴퓨팅 기술 기반의 데이터 대변 방지 기술이다. 쉽게 말해 정보를 컴퓨터 안의 가상의 ‘블록’에 집어넣고 자물쇠가 달린 ‘체인’을 연결해 잠근 후 열쇠는 수많은 사람에게 나눠줘 정보의 위변조를 방지하게 한 보안 시스템이다. 블록을 열려면 수많은 사람이 한꺼번에 동시에 열어야 한다.

그런데 열쇠를 수 천, 수 만, 수 억 명에게 나눠줄 수 있다면? 한번 저장된 정보를 수정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다. 거래 당사자들이 수정 불가한 장부를 서로 보는 셈이니 속이는 일이 원천적으로 차단된다.

블록체인 기술이 농산물 유통에 적용된 사례가 나왔다. 지난 3일 과기정통부와 한국정보화진흥원은 3일 국가디지털전환 사업을 통해 민간의 혁신 소프트웨어 서비스 창출이 가능한 공공 혁신 플랫폼 3개소 구축을 완료했다고 밝혔다. 그 중 하나가 전라남도의 ‘블록체인 기반 친환경농산물 유통 플랫폼’이다. 이 사업에는 총 21억 원이 지원됐다.

전라남도는 이 사업을 통해 친환경 농산물의 생산, 가공, 유통, 소비 등 전 과정에 블록체인 기술을 접목한 ‘친환경 농산물 유통 플랫폼’을 구축했다. 이로써 생산자, 판매자, 소비자 등 모든 참여자가 각각의 정보를 블록체인에 저장하고 투명하게 공유할 수 있게 했다. 전라남도는 “앞으로 학교급식과 전라남도 온라인 마켓을 통해 거래될 전남의 친환경 농산물은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이력 추적이 가능하다는 점이 특징”이라면서 “전남 친환경농산물의 신뢰성이 높아져 온라인 판매가 활성화 돼 농어민 소득이 크게 증가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정부 돈이 고작 21억 원 지원된 이 사업으로 당장 농민들이 부자가 되는 큰(?) 성과를 낼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다. 다만, 농산물 유통의 고질적 병폐인 정보의 비대칭을 바로 잡는 전기는 마련했다고 본다. 전라남도의 이번 실험이 앞으로 친환경 분야를 넘어 농산물 유통 전반의 혁신을 견인하게 될지 두고 볼 일이다.

때마침 농업 대통령으로 불리는 농협중앙회 회장이 선출됐다. 이성희 신임 회장은 취임 일성으로 “농축산물 유통구조의 선진화“를 외쳤다. 농업의 문제의 근원을 유통에서 찾는 이 회장의 관점은 타당하다. 다만 역대 어떤 회장도 유통 문제를 가벼이 여기지는 않았다는 점도 알 필요가 있다. 여태해도 안된 것이라면 기존과 다른 방식으로 해야 한다. 예컨데 블록체인 기술을 이용한 ICT 시스템을 구축해 농산물 유통에 ‘신뢰’를 회복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이 분야에 돈과 사람을 얼마나 투입하느냐가 이성희 표 공약의 성과로 나타날 것이다. 새로운 농협의 새로운 도전을 기대한다.

이병로 기자 leebr@youngnong.co.kr

<저작권자 © 한국영농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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