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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발상] 에디슨과 웨스팅하우스, ‘전류 전쟁’의 최후 승자는?

기사승인 2020.02.02  00:4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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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농식품이 반도체 뒤 이을 한국의 '스타' 산업 되는 길, 상상을 뛰어넘는 '전략' 필요

한국 경제에 대한 걱정이 크다. 제조업 전반에 실적 부진의 비상등이 켜졌다. 해외시장에 물건을 내다 팔지 못하면 매출이 꺾인다. 여태 독보적인 기술력 없이 원가절감과 영업력에 매달려온 기업들은 중국의 부상으로 한계를 맞은 지 오래다. 반도체 분야는 예외다. 그래서 반도체를 이을 스타 산업이 절실하다. 

다행히도 지난 해 농식품 수출은 2018년 대비 1.5% 증가한 70억3천만 불을 기록했다는 소식이 들린다. 미중 무역 전쟁의 여파 등으로 인한 세계 경제 둔화 속에서도 이룬 결과라 더욱 값지다. 특히, 신선 부류는 2018년 12억8천만 불보다 8.3% 증가한 13억8천만 불을 수출했다. 역대 최고 실적이다.

설 명절을 지내러 잠시 귀국한 중국에 사는 지인의 전언에 의하면 화장품을 포함한 한국 제품들은 하락세인데 먹거리만 성장세라고 한다. 수치와 현지인 경험치 모두 지난해 한국 농식품의 선전을 증명한다. 수 년 전부터 수출 확대에 노력해온 농식품부와 지자체 관계자들, 그리고 현장에서 땀흘려 좋은 먹거리를 만들어 낸 농업인들에게 박수를 보낸다.

본격적인 경쟁은 지금부터다. 단순히 우리 농식품이 돈을 받고 국경을 빠져 나간 게 중요하지 않다. 현지인들의 소비 성향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구매자를 만나는 접점인 마트의 진열상태, 온라인몰에 올라와 있는 상품이미지 등 디테일도 점검해야 한다. 한류 스타들과 함께 홍보하고 시기별로 적절한 프로모션으로 인지도를 높이는 활동도 지속적으로 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모든 일이 말처럼 쉬우면 얼마나 좋겠는가? 그래서 이 모든 일을 기획하고 조직하고 있는 농식품부 수출담당 관계자들의 상상을 뛰어넘는 ‘지략’이 절실하다. 전쟁의 승패는 전략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총포 전쟁이 아니라 머리 싸움도 교훈을 준다. 기업 간의 경쟁이 그렇다. 

대표적인 ‘표준’ 전쟁이었던 19세기 말 미국의 전류 전쟁을 보자. 우리가 쓰고 있는 전기는 AC(Alternating current), 즉 교류다. 전기를 만들어내는 발전소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는 가정까지 전류를 손실 없이 보내려면 높은 전압이 필요한데 이에 적합한 게 교류 방식이다.

1878년 전구를 발명하고 전구회사를 세우며 전기를 처음 상용화한 에디슨은 직류(Direct current)를 썼다. 전등의 보급 초기에는 전기를 만들어 내는 발전기가 전기를 사용하는 주거지 근처에 있었다. 발생된 전기가 이동 중 손실되기 때문이었다. 모든 도시와 거주지 근처에 발전기를 놓아야 하므로 전기 사용 비용이 높다는 치명적 약점이 있었다. 

19세기 말 에디슨의 직류와 웨스팅하우스의 교류가 서로의 우월성을 놓고 치열한 승부를 벌였다. 이른바 '전류전쟁'이다. 사진은 에디슨(좌)과 웨스팅하우스(우) [사진=픽사베이]

당대 최고의 발명왕 에디슨에게 도전장을 낸 사람이 있었으니 웨스팅하우스다. 그는 에디슨의 특허를 회피하기 위해 교류 방식의 전구를 만들었다. 교류를 활용하면 먼 곳까지 손실 없이 전기를 보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다. 하지만 선두주자 에디슨이 가지고 있는 무기인 ‘전동기’가 없었다. 전동기는 모터다. 모터는 전기를 힘으로 바꿔준다. 전기를 ‘빛‘뿐만 아니라 ‘동력’으로 까지 쓸 수 있다면 상업적 가치는 당연히 급상승한다. 

결국 웨스팅하우스도 에디슨이 버린 천재 테슬라를 영입하며 교류 전동기를 만들어 내기에 이른다. 이제 한번 겨뤄볼만한 여건이 된 셈이다. 이른바 전류 전쟁(Current war)의 막이 올랐다. 에디슨은 기자들 앞에서 살아 있는 동물을 교류 전기로 죽이는 시연을 감행(?)했다. 교류는 고전압으로 송전하기 때문에 사람을 죽이는 흉기가 된다는 것을 보여주려 한 것이다. 자신의 직류 방식의 우월성을 보여주려 한 일종의 선동, 즉 '프로파간다'였다. 이렇게 에디슨의 직류와 웨스팅하우스의 교류가 서로의 우월성을 놓고 치열한 승부를 벌였다. 

모든 전쟁에 승부처가 있는 법. 그 분기점은 1893년 시카고에서 열린 만국박람회였다. 치여한 수주전 끝에 행사장의 밤을 환하게 비춘 것은 웨스팅하우스의 ‘교류’ 전구였다. 에디슨이 제시한 가격의 반에 입찰을 따냈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아무도 죽거나 다치지 않았다. 에디슨의 쇼가 가짜 뉴스임을 증명한 것이다. 이는 싸고 안전한 ‘교류‘ 방식이 전기 업계의 표준으로 자리 잡는 결정적 장면이 됐다.

미국의 전류 전쟁은 막을 내렸지만 아직도 기업과 기업, 국가와 국가 간에는 피 말리는 경쟁이 진행 중이다. 이제 막 성과를 내기 시작한 농식품 수출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상상을 뛰어넘는 전략이 필요하다. 웨스팅하우스와 테슬라가 손을 잡고 선두주자 에디슨을 잡았던 것처럼 말이다. 여기에는 소비자들에게 전기를 싸고 안전하게 공급하는 '유통' 시스템을 선점한 게 결정적이었다.

현대 인류 문명의 기반인 전기는 ‘교류’ 방식으로 전선을 통해 흐른다. 효율적이기 때문에 교류로 ‘유통’되는 것이다. 농업계가 머리를 맞대고 상품이 흐르는 길, ‘유통망’을 깔아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 유통망을 따라 싸고 맛있고 안전한 한국 먹거리가 전 세계 시장에서 강물처럼 흐르기를 기대해 본다. 농식품이 반도체 뒤를 이을 한국의 대표 산업이 되지 말란 법도 없지 않은가?

이병로 기자 leebr@youngnong.co.kr

<저작권자 © 한국영농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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