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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SF 걸린 야생 멧돼지, 없나, 못찾나?

기사승인 2019.10.06  22:0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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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현권 의원, "CSF 창궐에도 멧돼지 사체 발견 저조, ASF 장기화 우려"

김현권 의원 [사진=김현권 의원실]

아프리카 돼지 열병에 걸린 돼지가 사육 돼지에 집중되면서 실제로 야생 멧돼지 감염사례가 있을수 있지만 예산과 인력 부족으로 못 찾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턱없이 부족한 야생 동물 질병 관리 인력과 예산이 아프리카 돼지 열병(ASF) 방역의 기초인 야생 멧돼지에 대한 부실 관리를 부추겨 ASF 감염 원인 파악과 대책 마련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주장이다.

10월 4일 더불어민주당 김현권 의원(구미을지역위원장)에 따르면 ASF 감염 원인 파악과 대책 마련을 위한 야생 멧돼지에 대한 관리가 부실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반면, 국립야생동물질병관리본부는 지난해 청사 준공을 마쳤음에도 인력과 예산 투입이 늦춰지고 있는 실정이다.

김 의원은 “올 들어 경기․강원 등 북한 접경 지역을 중심으로 ASF 유사 질병인 돼지 열병(CSF)가 기승을 부리면서 1만 마리가 넘는 야생 멧돼지들이 폐사했을 것”이라면서도 “현재 턱없이 부족한 인력과 예산 문제로 인해 국립환경과학원이 올 8월 말 현재 경기․강원에서 발견한 멧돼지 폐사체 수는 34마리에 불과할 정도로 야생 멧돼지에 대한 질병 관리는 매우 허술하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김 의원이 올 7월 말까지 농림축산검역본부가 실시한 야생 멧돼지 CSF 검사 자료를 비탕으로 분석한 결과, ASF를 차치하더라도, 올 들어 CSF 감염으로 숨진 멧돼지 폐사체 수는 경기․강원에만 1만4320마리에 달한다. 실제 발견된 야생 멧돼지 폐사체 수가 CSF 감염돼 죽었을 것으로 추정되는 야생 멧돼지 폐사체의 0.2%에 불과하다는 얘기다.

우리나라에서만 유독 야생 멧돼지가 아닌 사육 돼지에서만 ASF 감염 사실이 나타나고 있다는 점도 야생 멧돼지에 대한 허술한 질병 관리 때문에 멧돼지의 ASF 감염을 확인하지 못하고 있다는 의문을 자아내고 있다.

농림축산검역본부가 김 의원에게 제출한 국감 자료에 의하면 ASF 바이러스 검출 실적이 사육 돼지보다 야생 멧돼지에서 월등하게 많이 나타나고 있다. 2018년 유럽 지역 ASF 감염 실적 가운데 야생 멧돼지가 차지한 비율은 80%로 나타났다. 2019년엔 전체 ASF 감염 돼지 중 야생 멧돼지의 비중은 2017년과 같이 96%로 높아졌다.

우리나라처럼 야생 멧돼지에서는 ASF가 발병하지 않고 사육 돼지에서만 ASF 바이러스가 검출되는 일은 매우 특이한 사례이다. 실제로 2018년엔 벨기에와 체코를 비롯한 유럽 9개국에서 야생 멧돼지 ASF 감염이 확인됐다. 반면 사육 돼지 감염은 폴란드, 불가리아 등 5개국에서만 나타났다. 2019년엔 벨기에를 비롯한 8개국에서 야생 멧돼지의 ASF 감염 사실이 확인됐지만, 사육 돼지 감염은 폴란드와 루마니아 2곳에서만 나타났다.

이렇듯 우리나라에서만 유독 야생 멧돼지 감염 사실이 드러나지 않는 와중에, 연속해서 사육 돼지에게서 줄줄이 ASF 감염이 보고되는 것은 그만큼 야생 멧돼지 질병 관리가 허술하다는 것을 입증하고 있다는 것이다.

야생 멧돼지 수렵과 포획을 위한 예산 확보도 여의치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추경 예산 확보가 수포로 돌아가면서 ASF 발병으로 인한 야생 멧돼지 조사 및 검사 업무를 확대하기도 어려운 상태다. [사진=픽사베이]

구멍난 야생 멧돼지 질병 관리 허술은 다름 아닌 턱없이 부족한 예산과 인력이 빚은 예고된 부실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ASF, CSF, 조류 독감(AI), 구제역에 이르기까지 야생 멧돼지와 야생 철새 질병 관리 업무를 전담하는 환경부 산하 국립환경과학원 생물안전연구 팀은 연구관과 연구사 등 정규직 7명과 비정규직 9명으로 구성돼 있다. 그나마 수의직은 원래 3명이었으나 현재 1명은 환경부에 파견됐고 또 다른 1명은 휴직 상태다. 놀랍게도 환경과학원 생물안전연구 팀에서 일하는 수의사는 단 1명에 불과한 실정이다.

10월 3일 김현권 의원이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환경부는 지난 2013년부터 야생 동물의 질병 관리를 전담하는 기관 설립, 그리고 인력과 예산 지원을 요청해 왔다. 

환경부가 2016년 11월 수립한 국립야생동물보건연구원(現 국립야생동물질병관리본부) 운영 및 연구 기본 계획에 의하면 국립야생동물질병관리본부는 질병 예찰과 역학조사과 등을 두고 있는 야생동물질병관리부, 그리고 바이러스혈청진단과, 세균성질병과 등을 거느린 야생동물질병진단검사부 등 2개 부서 12개과에 걸쳐 수의사를 비롯한 정규직 100명이 참여해서 2018년 문을 열 예정이었다. 그 후 정책 단계에 이르러 정규직 150명이 일할 계획이었다. 투입 예산은 첫해 연구비와 장비비 등에 104억 원, 그리고 인건비 63억 원 등 193억 원을 시작으로 2022년엔 100억 원의 예산이 투입될 것으로 예상됐다.

국립야생동물질병관리본부는 지난해 10월 광주광역시에 청사를 준공했으나 아직까지 인력이나 예산에 대한 관련 부처와의 협의조차 마무리하지 못한 상태이다. 투입 인력 규모도 83명으로 당초보다 줄었다. 행정안전부와 환경부가 투입 인력을 정하지 못하면서 예산 또한 편성하지 못한 실정이다.

더욱이 야생 멧돼지 수렵과 포획을 위한 예산 확보도 여의치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추경 예산 확보가 수포로 돌아가면서 ASF 발병으로 인한 야생 멧돼지 조사 및 검사 업무를 확대하기도 어려운 상태다.

김현권 의원은 “유럽에서 2년 만에 ASF 발병을 종식시켜 방역의 모범 사례로 주목을 끌고 있는 체코에서는 야생 멧돼지 사체는 ASF 전파의 가장 큰 위험 요소라고 판단해 지난해 3월 감염 지역 사냥터 사용자들에게 야생 멧돼지 사체를 집중 탐색하라고 지시했고, 이때에 발견된 사체 56건 중 10건이 ASF 양성으로 확인되는 성과를 거뒀다.”면서 “ASF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선 인력과 예산을 충분하게 투입해서 대대적인 실효성 높은 원인 분석과 대책 마련을 위한 연구와 조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병로 기자 leebr@youngnong.co.kr

<저작권자 © 한국영농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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