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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경제전쟁에서 간과해선 안 될 ‘식량안보’

기사승인 2019.08.11  22:5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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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곡물 자급률 23%, OECD 최하위권... 종자 포함한 농산물 자급률 높여야

팽이버섯, 양송이버섯, 양배추, 파프리카, 양파, 브로콜리, 감귤의 공통점은 뭘까? 곰곰 생각하다보면 대답은 무척이나 다양할 것이다. 채소일 수도 있겠고 농산물일 수도 있을 테고 이름에 ‘양’자가 들어갔으며 외국이름이기도 하니까 국산은 아니라는 생각도 들 것이다. 하지만 한일무역전쟁, 아니 경제전쟁이 진행 중이라는 점을 고려한다면 의외로 공통점은 쉽게 도출될 수 있다. 힌트는 일본.

맞다. 위에 열거한 농산물들은 모두 씨앗(종자)가 일본산이다. 신기하지 않은가? 우리가 평소 전혀 의식하지 않고 거의 매일 먹는 채소나 먹거리의 종자가 일본산이었다는 게? 신기하기도 하고 놀랍기도 하겠지만 사실이다. 양파와 양배추 그리고 팽이버섯 등등은 모두 일본산 종자를 들여와 우리 땅에서 재배해 먹는 것들이다.

 

◇ 국내 재배 양파, 양배추, 새송이.팽이 버섯, 귤, 사과도 일본 종자 다수

실제로 팽이버섯은 종자의 약 80%가 일본의 ‘치쿠마쉬’ 품종이다. 국내에서 생산, 유통, 수출되는 팽이버섯 대부분이 일본품종이라는 뜻이다. 그나마 국산품종 ‘백승’ 등이 개발되어 그 보급률은 생산량 기준 약 20% 안팎. 팽이버섯의 품종보호권은 총 11품종으로 이 중 일본 품종 3품종을 제외한 8품종이 국내 육성 품종이지만 농가 보급률은 그리 높지 않다. 일본에서 최초로 백색 팽이버섯 품종이 개발되어 일본으로부터 백색 품종 로열티를 벗어나기 어려운 실정이다. 더욱이 일본 품종 치쿠마쉬 등 3품종은 우리나라에서 품종보호권이 등록되어 있다. 국산 품종 보급을 확대하는 게 시급하다.

우리나라 식료품 매장 어디서나 볼 수 있고 즐겨먹는 새송이버섯은 일본 종자 큰느타리2호 . 새송이버섯은 주요 버섯 중 유일하게 우리나라에 자생하지 않는 버섯이다. 1980년대에 외국으로부터 도입된 유전자원으로 재배시험이 이루어졌다. 일본에서 도입하여 선발육종된 큰느타리2호가 국내 생산량의 85%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

양파 역시 일본 종자회사 ‘다끼이’의 종자가 약 70~80% 안팎의 점유율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전문가들은 추측하고 있다. 실제로 2017년까지도 국내산 종자의 비중은 23% 정도에 머물렀다. 관세청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에 수입된 일본 양파 종자는 약 2만 2천 킬로그램(kg). 국내에 수입되는 종자 가운데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다. 한편 국내 종자기업 아시아종묘의 양파 품종 ‘오래오’는 기존 일본산 양파 품종을 대체할 수 있는 뛰어난 국산품종으로 저장성과 생육이 좋고 재배 안정성 또한 뛰어나 점유율을 점점 높여가고 있다.

양배추는 국내 재배 85% 정도가 일본 종자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품종은 일본 다끼이에서 나오는 ‘오가네’,‘YR호걸’. 최근 일본종자 대항마로 국산종자 조생종양배추 ‘대박나’와 종생종양배추 ‘조선팔도’가 재배면적을 넓혀가고 있다. 몇 년 전 한국 이마트는 '국산의 힘' 프로젝트로 종자 로열티가 없는 국내 개발 종자 '무안 양배추'를 선보여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밖에도 제주 생산 귤 품종의 90% 안팎이 일본 품종인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품종은 일본 후쿠오카현에서 들여온 궁천조생. 배 역시도 일제강점기에 들여온 품종인 이십세기, 장십랑(長十郞), 사과 또한 일본산 후지(富士) 품종이 여전히 국내에서 널리 재배되고 있다. 양파 종자 이외에도 열무, 당근, 단호박, 시금치, 대저토마토, 브로콜리 등도 일본 종자에 기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상황.

한국이 지난해 씨앗 부문에서 기록한 대일 무역수지 적자는 약 100억원. 액수의 크고 작음이 아니라 국산화를 통한 종자주권, 나아가 식량안보 차원에서 이 문제를 접근해야 된다는 목소리가 커져가고 있다. 국산 품종 ‘설향’이 개발돼 일본산 품종인 장희·육보를 대체해 시장점유율 약 80%를 기록한 딸기의 사례를 적극 수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2005년 9.2%에 불과했던 국산 딸기 품종의 점유율은 2018년 94.5%로 높아졌으며, 수출액도 2005년 440만 달러에서 2018년 4800만 달러로 10배 이상 증가했다. 사진은 충남도와 농진청이 협력해 개발한 국산딸기 품종 '설향' [사진=농촌진흥청]

◇ `세계식량안보지수(GFSI)` 25위로 OECD 회원국 가운데 최하위권인 대한민국

한중 무역전쟁, 한일 경제전쟁 뿐 아니라 국제 식량전쟁은 이미 오래전부터 진행중이다. 물론 앞서 언급한 씨앗도 그에 포함돼 있기는 마찬가지다. 쌀이나 밀, 콩 등의 곡물가격 폭등은 나라와 나라 사이에 총성없는 전쟁을 일으키고 , 나아가 나라 안에서는 식량을 차지하기 위한 폭동까지 벌어진다. 실제로 2006년~2008년 밀, 콩, 옥수수의 국제 곡물가격은 2배 이상 뛰어올랐다. 2012년 미국 가뭄 때는 옥수수 생산량이 크게 줄어 그 값이 사상최고치를 기록했다. 쌀 주요수출국의 가뭄과 정치불안정은 쌀값 40% 폭등이라는 결과를 가져오기도 했다. 2014년의 일이다.

식량자급률을 높여야 하는 이유는 위에서 열거한 이유뿐만이 아니다. 필리핀은 1980년대까지만 해도 세계 최대의 쌀 생산국이자 수출국이었다. 하지만 정치불안정과 세계거대자본의 공격 앞에 필리핀의 쌀 자급률은 급감하고 만다. 그 결과 2008년엔 쌀 부족 사태가 발생해 쌀을 요구하는 국민들과 공권력(경찰, 군인)이 충돌하는 유혈사태가 벌어졌다. 쌀이라는 일상의 주식(主食) 조차 지켜내지 못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주식(主食)으로 재배하는 곡물이나 채소만 지켜낸다고 능사는 아니다. 아일랜드의 교훈은 이미 널리 알려져 있다. 1845년 아일랜드 전역에 감자 역병이 창궐했고, 단일품종 감자만을 재배했던 아일랜드는 ‘감자 대기근’으로 약 100만 명이 굶어 죽었고 150만 명이 미국으로 살길을 찾아 떠났다. 단일경작의 폐해이자 식량주권과 식량안보의 중요성을 일깨워주는 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대한민국은 현재 어떤 상황인가? 우리나라의 식량안보 수준은 결코 높다고 할 수 없다. 70%를 훌쩍 뛰어넘는 곡물 수입 의존율이 그런 사실을 대변한다. 이참에 식량 안보를 위해 국가 차원에서 적극적인 대비와 정책적 지원을 해야 한다는 뜻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분석보고서에 따르면 2015~2018년 3년 평균 한국 곡물 자급률은 23%인데, OECD 회원국 가운데 최하위권이다. 곡물 자급률은 국내 곡물 소비량 대비 국내 곡물 생산량이 차지하는 비율로 한국은 77% 곡물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셈이다. 실제로 한국은 영국 이코노미스트그룹이 지난해 발표한 `세계식량안보지수(GFSI)`에서 25위를 기록했다. OECD 회원국 가운데 최하위권이다.

우리나라에서 쌀과 연간 소비량이 비슷한 밀은 전체 소비량의 99%를 해외에서 들여오고 있다. 같은 기간 미국과 중국 곡물 자급률은 각각 125.2%와 100%에 달한다. 한국은 매년 곡물 자급률이 사상 최저치로 곤두박질치고 있다. 국립식량과학원 분석에 따르면 국내 곡물 수요는 지난 40년간 2배 증가한 반면 농업 인구는 85% 줄고 농경지 면적도 30%가량 감소했다. 수입량은 7.4배 늘었다.

식량 자급률이 104.7%인 쌀을 제외하면 나머지 곡물은 자급률이 매우 낮다. 보리(24.6%), 콩(24.6%), 밀(1.8%), 옥수수(3.7%) 등 나머지 곡물은 식량 자급률이 매우 낮은 편이다. 앞으로 식량 자급률이 더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8월 8일 국민경제자문회의 전체 회의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문 대통령은 일본의 부당한 수출 규제를 지적하면서 과도하게 한 나라에 의존한 제품에 대해서는 수입선을 다변화하고 자립도를 높일 수 있는 계기로 삼을 것이라고 밝혔다. [사진=청와대]

◇ 국산종자 확대재배와 다양한 곡물자급률 제고는 식량안보의 기본

식량자급률이 낮다는 것은 곡물의 해외 의존도가 과도하게 높다는 뜻이다. 그런 상황에서는 2019년 여름 현재의 한일관계나 미중관계처럼 정치나 외교 상황변화에 따라 식량이나 자원이 무기로 변하게 된다. 식량이 무기가 되었을 때 불리하거나 치명적 타격을 입는 쪽은 당연히 식량자급률이 낮은 쪽이다. 식량안보를 강조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이미 지난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에서 우리는 한국과 일본의 식량전쟁, 아니 종자전쟁을 경험한 바 있다. 일본 여자 컬링 대표선수들이 우리나라 딸기를 먹고 나서 발생한 딸기 종자논쟁을 말함이다. 그리고 2019년 현재에는 일본과 경제전쟁을 치르고 있다. 그런 사실을 떠올려보면 식량안보의 중요성을 체감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와중에 전국 수백 곳의 횟집과 음식점에서 일본산 수산물을 국내산인 것처럼 속여 파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어찌된 일인가?

이병로 기자 leebr@youngnong.co.kr

<저작권자 © 한국영농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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