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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염속 축산업계와 가축들의 여름나기

기사승인 2019.07.28  01:0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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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축사육기상정보시스템 활용 추천... 사료 기업들의 노력 돋보여

‘겨울 추위는 고통이고 여름 더위는 짜증’이란 말이 있다. 하지만 故 신영복 선생은 저서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에서 “교도소는 차라리 겨울이 낫다. 왜냐하면 여름엔 옆 사람을 단지 37도의 열 덩어리로만 느끼게 하기 때문이다. 자기의 바로 옆 사람을 증오하게 하기 때문이다”라고 썼다.

더위는 그만큼 사람을 달라지게 한다. 그래서 ‘여름입맛’이란 말도 있다. 여름에 식욕이 떨어진다는 뜻일 텐데, 과학적으로도 일리가 있는 말이란다. 무더운 여름철엔 우리 몸이 체온 유지에 에너지를 적게 쓰니까 쉽게 배가 고프지 않게 되고 따라서 식욕도 감소한다는 것.

그런데 사람만 그럴까? 그건 아니다. 동물도 마찬가지. 그래서 동물원에 사는 동물들에게도 여름철엔 특식이 제공된다. 추운 북극에서 온 북극곰에게는 생선과 물을 함께 얼려 얼음으로 만들어 제공한다. 기린에게도 얼린 과일을 준다. 사자 역시 물에 넣어 차갑게 만든 고깃덩어리를 줘서 더위를 식히게 한다. 가축은 어떨까? 특히나 공장식 사육환경에서 축사의 개체 밀도가 높디높은 소,돼지,닭 등은 어떻게 여름을 날까? 가축들도 폭염 속에서 스트레스를 엄청나게 받으며 살고 있지는 않을까?

맞다. 가축은 더위 스트레스를 받으면 물을 많이 마시고 사료는 적게 먹는다. 따라서 체중이 늘지 않는다. 가축의 체중은 곧 돈이다. 축산업 입장에선 큰 일이 아닐 수 없다. 게다가 번식 장애도 나타난다. 짝짓기를 기피하는 것이다.

또한 더위 스트레스가 극심하면 가축은 세상을 등진다. 폐사하는 것이다.​ ​국립축산과학원 연구자료를 보면, 한우는 실외 온도가 20도 이상일 때 사료섭취량이 감소한다. 비육우도 발육이 정지되고 젖소는 우유 생산량이 40%까지도 감소될 수 있다고 한다. 돼지 역시 사료섭취량과 번식 능력이 눈에 띄게 감소한다.

그렇다고 두 손 놓고 지켜만 볼 수는 없는 일이다. 가축의 더위 스트레스를 줄여줘야 한다. 사람이 선풍기를 틀어 더위를 날리듯 가축들에게도 차가운 물을 뿌려주고 선풍기도 틀어줘야 한다. 더불어 환기팬. 송풍팬으로 축사 내 습하고 더운 공기를 바깥으로 배출해줘야 한다.

가축이 받는 열 스트레스는 농촌진흥청 국립축산과학원 ‘한우리’ 사이트를 통해 제공하는 ‘가축사육 기상정보 시스템’에서 실시간으로 볼 수 있다. 이곳에 나와 있는 연평균 더위지수는 2017년 54.52였던 게 2018년 68.31로 치솟았고, 올해 2019년은 67.68로 지난해와 비슷한 폭염지수를 보여주고 있다.

가축사육기상정보 시스템으로 살펴본 한우 사육에 필요한 ‘2019년의 한우 더위지수’는 태백산맥 주변과 지리산 인근 일부분 지역만 72 미만으로 양호하고, 호남 영남 내륙지방은 경고수준인 89미만인 것으로 나타났다. 그 밖의 지역은 78미만으로 주의수준. 장맛비가 내린 지난 7월 24일 더위지수는 81이며, 이날 개별가축들에 대한 더위 피해 예상 수준은 소, 젖소, 닭은 경고, 돼지는 위험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닭과 돼지는 열에 상대적으로 취약한데 ‘경보단계’에서는 사료섭취량과 체중 감소,생산성 감소 등이 나타나고, ‘위기단계’에서는 심한 헐떡거림과 탈수와 탈진,체내 전해질과 호르몬 균형 이상이 발생한다.

 

◇ 가축이 받는 열 스트레스, 가축사육기상정보 시스템으로 확인 가능

농촌진흥청은 최근 무더위에 따른 가축·축사 관리방법과 주의점을 축산업 관계자와 일반인들에게 공개했다. 가축별로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한우의 최적 사육 온도는 10~20도 안팎. 기온이 20도를 넘어가면 한우는 사료 섭취량이 줄어든다. 비육우도 25도 이상에서 생산성이 떨어지고 30도가 넘어가면 발육이 중지된다. 아침과 저녁 등 기온이 상대적으로 낮은 시간에 배합사료를 제공해서 한우가 먹는 양을 늘리면 된다. 폭염피해를 줄이는 가장 기본적인 방법은 송풍이다. 가능하면 바깥 바람이 축사 안으로 들어와 빠져나가도록 해야 한다. 그래야 한우의 체감온도가 내려간다. 바람이 풍속 1m/s로 불면 한우의 체감 온도는 약 1~1.5도 내려간다.

▲젖소가 더위로 스트레스를 받으면 우유 속 단백질이 0.2~0.4% 줄어들고 생산량도 10∼20% 떨어진다. 또 땀이나 침을 흘리면 칼륨과 나트륨, 비타민 등이 부족해지기 때문에 평소보다 4~7% 영양을 추가로 공급해줘야 한다. 송풍 팬과 안개 분무, 자동 물뿌리개(스프링클러)와 그늘막을 설치해 소의 피부 온도를 낮춰 스트레스를 덜 수 있도록 해야한다. 젖소는 특히 물 섭취량이 중요하다. 물통을 자주 청소해 청결한 물을 충분히 먹을 수 있게 해야 한다.

▲돼지는 땀샘이 퇴화해 몸속 대사 열을 내보내기 어려운 신체구조를 지니고 있다. 따라서 여름에는 더욱 세심한 관리가 필요한 게 바로 돼지다. 사료는 같은 양을 3~4회로 나눠주면 먹는 양을 10~15% 늘릴 수 있다. 돼지우리 지붕에 물을 뿌려서 축사 온도를 낮추는 것도 도움이 된다.

▲닭은 체온이 41도나 된다. 사람보다 무려 4도 이상 높다. 더위에 약할 수 밖에 없다. 땀샘도 없고 털로 뒤덮인 신체구조상 닭은 폭염 속에서 생산성 저하는 물론 폐사에 이를 수 있다. 실제로 작년 2018년 폭염으로 900만 마리의 닭과 오리가 폐사했다. 터널식 환기와 냉각판(쿨링 패드), 자동 물뿌리개 설치로 닭장 내 기온을 낮춰야 한다. 사육밀도를 낮춰주고 물을 잘 공급하는 것이 중요하다.

무더운 여름철에는 사람이 선풍기를 틀어 더위를 날리듯 가축들에게도 차가운 물을 뿌려주고 선풍기도 틀어줘야 한다. 더불어 환기팬. 송풍팬으로 축사 내 습하고 더운 공기를 바깥으로 배출해줘야 한다.

◇ 소, 젖소, 돼지, 닭 등 가축별로 사육온도,사료량 조절 등 세심한 관리 필요

가축이 머무는 운동장과 축사는 차광막으로 그늘을 만들어주거나 송풍팬을 함께 사용하면 더 큰 효과를 볼 수 있다. 실제, 젖소의 경우 대조구에 비해 우유생산량이 15% 증가했다.​강제 환기로 온도를 조절하는 밀폐된 축사는 공기가 들어오고 나가는 입기와 배기팬이 잘 작동하는지 점검해야 한다.

가축의 체감온도를 낮추려면 풍속을 초속 2~3m 정도로 조절한다 .​환기시설 뿐 아니라 물을 이용해 가축 몸 표면의 온도를 낮춰 주거나 축사내부로 들어오는 공기의 온도를 낮추는 것도 더위 스트레스를 완화하는데 도움이 된다.​

이밖에도 살펴야할 점들이 많다. 여름철 집중호우에 대비해 축사와 초지, 배수로를 정비하고, 쇠파리나 모기, 진드기 등 외부기생충 방제에도 신경써야 한다. 특히 축사 주변이나 퇴비장 주변의 물웅덩이에 살충제를 뿌려서 해충의 서식처를 줄여야 한다. 고온 다습한 날씨가 계속되면 방목을 금하고 운동장에 차양막을 설치하고, 필요한 경우 가축의 몸에 차가운 물을 뿌려주는 게 좋다.

사료 보관 장소는 온도와 습도가 높지 않아야 한다. 장마철에는 빗물과 직사광선을 차단하고 통풍이 잘 되도록 해줘야 한다. 사료를 너무 높게 쌓아 두면 변질되거나 곰팡이가 발생하기 쉽다. 사료급여통과 급수조는 자주 청소해서 청결하게 관리해야 한다. 신선한 사료를 제공하는 것은 기본 중의 기본이다. 젖소 사육 농가는 우유 처리실을 깨끗하게 청소하고, 착유기 관리도 철저하게 해서 우유 품질이 저하되지 않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

초지 사료작물 관리에도 신경써야 한다. 여름철에는 목초를 짧게 남기고 수확하면 땅바닥이 햇볕에 노출되어 뿌리의 활력이 떨어진다. 때문에 목초 그루터기 높이를 10~15㎝ 정도로 유지해야 한다. 수단그라스는 너무 어릴 때 베어 먹이게 되면 청산 중독의 위험이 있다. 출수기 전후에 1차 수확을 하고, 이후엔 키가 150㎝ 이상 자랐을 때 베어 수량을 높인다.

옥수수는 담근먹이(사일리지: 사료작물을 사일로(Silo)용기에 진공 저장하여 유산균 발효시킨 다즙질사료) 조제적기가 황숙기로 암이삭에서 수염이 나온 후 40~45일 정도가 지난 시기이다. 작업 적기를 잘 관찰하여 최적의 담근먹이를 만들도록 하는 것이 좋다. 잦은 비바람으로 쓰러진 옥수수와 수수류는 빨리 베어서 품질 저하와 수량 감소를 방지해야 한다.

 

◇ 축사위생 관리와 초지사료작물 관리도 빼놓지 말아야

국내 사료기업들이 폭염 대비책을 속속 내놓고 있다. 축산 농가와 가축들의 더위 스트레스 극복에 도움을 주기 위해 하절기 보강사료 공급에 나선 것이다.

카길애그리퓨리나는 고객 농가의 여름나기에 힘을 보태기 위해 하절기 품질 보강 조치를 전격 진행했다고 밝혔다. 회사 관계자는 사료제품에 "스트레스 호르몬의 분비를 완화함으로써 모돈의 번식 성적 저하를 예방하고 전해질 균형을 통해 세포 건강을 증진시킬 수 있는 기술을 탑재했다.”고 덧붙였다. 이같은 사료 배합비 강화 조치는 양돈 농가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천하제일사료는 하절기 특별 보강 사료 공급을 지난 5월부터 시작했다. 회사 관계자는 하절기 특별 보강 사료에 반추위 환경 개선제 추가 첨가와 비타민. 미네랄 강처방을 통해 가축들의 더위 스트레스를 물리칠 수 있도록 하겠다는 방침이다.

CJ 제일제당은 천연 비타민 C를 통한 면역력 증진으로 가축들의 더위 스트레스를 낮출 계획이다. CJ는 착유마릿수 30마리, 산유량이 마리당 일 27kg인 목장을 기준으로 계산했을 때 여름철 4개월 동안 약 800만원 정도의 수입이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CJ 스페셜 썸머팩’을 제공한다. CJ의 썸머팩은 하절기 대비 착유사료에 대한 전체보강과 함께 천연비타민과 반추위 발효열을 낮추는 것이 특징이다.

농협사료는 폭염대비 사료 품질보강을 시작해 9월 30일까지 4개월간 실시할 예정. 농협사료는 매년 양축농가의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연간 약 3~4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사료 품질보강을 해왔다. 이번 사료품질 보강으로 가축 스트레스 저하 및 기호성 개선과 소화율 향상 등을 통한 생산성 제고 효과가 기대된다는 게 관계자의 설명이다.

팜스코는 여름철 가축의 스트레스와 섭취량 저하를 방지하는 프로그램을 선보였다. 팜스코는 농장의 출하일령을 점검해 고돈가 시기 출하물량 극대화 방안을 제시하고 다음 산차번식성적과 직결되는 분만사의 사료 섭취량을 점검해 개선 방안을 도출하겠다고 밝혔다. 팜스코는 혹서기에도 충분한 영양공급이 가능한 캐치업 솔루션, 원맥스30 등 특화된 제품으로 폭염을 대비한다는 방침이다. 

이병로 기자 leebr@youngnong.co.kr

<저작권자 © 한국영농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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