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따라잡기] 주춤한 고향사랑기부제... 체험형 답례품과 지정기부 새출발

고향사랑기부금 기부 사이트인 '고향사랑e음' 홈페이지 첫화면

[한국영농신문 백종호 기자] 

고향사랑기부제 라는 제도를 들어는 봤을 것이다. 개인이 자신의 고향에 일정금액을 기부하고 이에 대한 세액공제, 답례품을 받는다는 ‘고향세’라는 제도를 말한다. 시행초기엔 체험형 답례품 개발이 고향사랑 기부제의 성패를 좌우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예를 들어,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라는 TV예능에 씨름선수단의 일상생활과 시합 등이 소개돼 씨름 인기 부활에 앞장섰던 전남 영암의 답례품이 대표적이다. 영암의 ‘천하장사와 함께하는 식사데이트권’는 100만원 이상을 기부한 기부자가 선택할 수 있는 답례품 중 하나로 프로 씨름선수들과 씨름기술을 직접 체험할 수 있다.

영암군 대표 보양식인 갈낙탕(갈비+낙지탕), 육낙(육회+낙지), 낙지볶음, 낙지호롱이, 연포탕, 매력한우 등을 함께 즐기는 식사데이트도 가능하다. 한마디로 씨름과 씨름선수의 모든 것을 체험해보는 흥미진진한 프로그램이라는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경남 창녕의 ‘따오기 방사식 참여권’은 기부자가 지역에 체류하면서 2·3차 소비가 창출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해냈다. 우포늪으로 유명한 경남 창녕은 깐마늘, 쌀, 토마토, 파프리카, 새송이, 양파 및 양파 가공품, 우포따오기 방사식 참여권, 우포생태촌 체험권, 창녕 한우, 창녕사랑상품권 등 10개를 답례품으로 준비한 바 있다.

그러던 게 지난 6월부터 고향사랑 ‘지정기부’라는 게 가능해졌다. 지정기부란 고향사랑 기부제에 참여할 때에 자신의 기부금이 쓰일 용도를 미리 지정하는 방식. 기부자들이 관심 있는 주제나 지역 현안을 고향세와 매칭함으로써 기부 효능감을 높이자는 취지다. 지자체 입장에서는 그동안 금지됐던 출향 향우회 행사, 지역 축제 등에서의 직접적인 모금과 기부 독려가 가능해졌다. 기부 플랫폼 민간 개방, 1인당 연간 기부금 한도 역시 현행 500만원에서 2천만원까지로 내년부터 늘어난다.

지정기부는 애초에 일본에서 시작됐는데, 고향세 우수 지자체로 꼽히는 일본 규슈 사가현이 최초로 알려져 있다. 기부자들의 지역현안에 대한 관심과 지역의 비영리단체 NPO(Non-Profit Organization·비영리단체)들의 전략적인 기획과 홍보 마케팅이 결합해 특색있는 제도로 정착된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기부금 액수 뿐 아니라 지역문제 해결을 위한 가장 뜨겁고 진실한 방법이라는 찬사까지 받고 있다.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전남 영암군에서는 지역 공공산후조리원을 건립하겠다는 ‘신생아 생존보장: 영암맘 프로젝트’라는 계획을 세워 기부자들의 큰 호응을 얻은 바 있다. 영암군은 지역 산모들의 불편함을 해소하고 안전하고 쾌적한 환경을 조성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영암맘 프로젝트를 진행해 모금 개시 한달 만에 1억원이 넘는 모금을 달성했다.

광주광역시 동구청 역시 민간 플랫폼 프로그램인 ‘위기브(wegive)’를 통해 고향사랑기부금을 모아 해체 위기에 놓인 경·중증 발달장애인 야구단을 살려냈다. 지원이 끊기면서 2023년 말 해체 위기에 놓였던 야구단을 고향사랑기부제로 소생시킨 것이다. 기부금의 구체적인 용처를 밝히자 2,100 만원이 모금됐고, 야구단은 운영을 계속할 수 있게 됐다.

이상민 행안부 장관은 지난 9월 초 고향사랑기부제 시즌2의 새 콘텐츠는 고향사랑기부금 모금 활성화를 위한 민간 플랫폼 개방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민간 플랫폼을 통한 개방형 기부는 ‘지역’이 아닌 ‘프로젝트’에 기부한다는 점을 더욱 널리 알린다면 고향사랑기부제는 한층 더 탄력을 받을 수 있을 듯 하다.

민간플랫폼 활용 지정기부 프로젝트는 “등교길 인도와 차도 사이에 가드레일을 설치해주세요” 라든지 “oo와 oo를 잇는 자전거도로를 만들어주세요” 등 많은 지역현안 및 아이디어들을 탄생시킬 것이다. 그래서 ‘체험형 답례품’을 능가하는 관심을 이끌어내 고향사랑기부제를 또다른 국면으로 인도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