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농촌에 청년농 비율 5.5% 현실... 예산 3천억원 투입해도 12만명 감소
2024 농업전망 행사장에서 한국농촌경제연구원 한두봉 원장이 개회사를 하고 있다. [사진=한국농촌경제연구원] |
[한국영농신문 이광조 기자]
매년 초 한국농업경제연구원(KREI)이 개최하는 ‘2024 농업전망’에선 항상 청년의 농촌 정착 지원, 농촌 청년 활동가 육성 등이 논의된다. 매년 그러는 이유는 농촌의 지속가능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청년층이 농촌에 많이 거주하는 게 필요충분조건이라는 전제가 깔려있다. 도시 청년을 농촌으로 유입하는 제도를 만들고 아울러 농촌 청년의 도시로의 이탈을 최소화하는 게 골자다.
마상진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에 따르면, 농촌 청년(232만명)은 우리나라 전체 청년(1472만명)의 15.8%인 것으로 나타났다. 농촌 인구 976만명 가운데 약 24%가 청년인 셈. 이 비율을 도시의 청년 인구 비중과 비교하면 30% 대 24% 정도로 나타난다. 우리나라 농촌엔 도시보다 약 6% 정도 청년 숫자가 적다는 뜻.
그런데 여기서 눈여겨 봐야할 점은 우리가 늘 ‘정해진 미래’라고 말하는 인구감소 현상이 청년 인구 비중에서도 나타나고 있다는 대목이다. 지난 2000년 청년 인구와 2020년 청년 인구를 비교하면 약 14% 정도 줄어들었다. 우리나라 전체에서 그렇다는 뜻이다. 역시나 농촌의 청년 감소율은 전체 감소율 14%에 비해 높은 19% 정도로 나타났다. 농촌 청년이 시간이 지날수록 빠르게 줄어들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분석한 농촌 청년 중 농사를 짓는 사람의 비율, 즉 ‘청년농’은 얼마나 될까? 안타깝게도 5.5%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농촌에 살고 있는 청년들은 농사 대신에 무슨 일을 할까? 통계는 제조업(24.9%) > 도·소매업(11.5%) > 사회복지 서비스업(8.8%) > 숙박 및 음식업(8.2%) > 교육·서비스업(6.1%) > 운수 및 창고업(5.6%)에서 농촌 청년들이 대부분 일자리를 찾는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대신에 농촌 청년이 도시 청년보다 더 행복하다는 통계가 눈길을 끈다. 청년 실태조사 결과 등 정부가 주도한 설문조사를 살펴보면, 삶의 만족도 면에서 농촌 청년이 도시 청년보다 더 높은 것으로 매년 나타난다. 반론의 여지도 크고 좀 더 면밀한 연구가 필요해보이지만, 바로 이 점 ‘농촌 청년이 더 행복하다’라는 대목을 주목해야 할 것 같다. 농촌에 살러가면 진짜로 행복해진다는 걸 정부나 지자체가 입증해내야 한다는 뜻이다.
행복과는 별개로 마상진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농촌 활성화의 가장 중요한 조건으로 ‘청년 세대의 양적 확보’를 강조하고 있다. 일단 청년 숫자가 많아야 농촌이 제 역할을 해낸다는 생각이 바탕에 깔려있는 것. 마 선임연구원은 그 방법으로 ‘지자체 단위 농촌 청년학교 운영’, ‘농촌형 일자리 서비스 제공’, ‘농촌 청년 기본 수당·주택 제공’ 등을 제안하고 있다.
송미령 농식품부 장관이 평택 소재 로즈팜 농장을 방문해 청년 축산농업인과 스마트축산 확산 방안에 대한 간담회를 가졌다. [사진=농식품부] |
◇ “농촌엔 청년도 적지만, 농사짓는 청년은 5% 불과... 청년농 숫자 늘리기 시급”
그렇다면 정부는 어떤 노력을 하고 있을까? 농식품부는 영농 초기 소득감소에 따라 청년들이 겪는 어려움을 완화하기 위해 월별 최대 110만원의 정착지원금을 최장 3년까지 지원하는 영농정착지원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농식품부는 2018년부터 운영 중인 해당 사업의 지원 인원을 크게 확대해 청년들에 대한 지원을 한층 강화할 계획이다. 내년이 되면 전체 지원 인원이 2만 3천명으로 늘어난다. 농식품부는 영농정착지원사업 외에도 청년들에게 필요한 맞춤형 지원을 더욱 강화할 계획이다. 내년에는 청년들의 영농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장기 임대형 스마트팜 4개소를 새롭게 조성한다. 30호 규모로 조성 중인 임대주택단지도 10개소를 추가 선정할 계획이다.
농식품부는 청년들의 안정적인 농업·농촌 정착을 지원하기 위해 우수사례를 발굴해 알리고 있다. 지난달에는 귀농·귀촌 20인의 우수사례 이야기인 <촌에 살고 촌에 웃고>를 발간해 청년들의 농업·농촌 정착 사례를 소개했다. 해당 사례집에는 작물 생산과 유통을 함께 해 유통비용을 감소시킨 청년과 곤충산업을 이끄는 청년 사례 등이 담겨 있다.
또한 농식품부는 올해초 지난 1월에 농업에 관심있는 청년(40세 미만)들의 창업을 지원하기 위해 '제1차 후계‧청년농 육성 기본계획(2023~2027년)'을 마련해 종합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올해는 청년들이 영농 창업 과정에서 지원 확대 요구가 가장 큰 농지와 자금 등의 지원을 한층 확대한다.
■ 농지 = 영농 창업을 위해 필수적인 농지 확보에 어려움이 없도록 청년에게 우선 지원하는 맞춤형 농지지원 예산을 2023년보다 45% 확대한다. 총 1조 2,413억원을 투입하여 청년들이 원하는 농지에 대한 임대‧매매가 가능하도록 지원 물량을 확충할 계획이다.
■ 자금 = 농지 구매와 시설 설치에 필요한 자금 대출도 한층 용이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농식품부는 지난해 10월 청년농업인 자금대출 우대보증 한도를 기존 3억원에서 5억원으로 확대했고, 올해부터 본격 지원한다.
■ 초기소득/주거 = 창업 초기 청년농업인에게 정착지원금을 지급하는 영농정착지원사업 선정인원을 지난해 4천 명보다 1천명 많은 5천명으로 확대한다. 청년농업인 등을 위한 임대주택단지(청년 농촌보금자리)를 올해 신규 8개 지구 조성하여 전체 17개 지구로 늘릴 계획이다.
농식품부 송남근 농업정책관은 “정부는 농지, 자금, 소득 등 청년들의 영농 창업에 필요한 지원을 적극적으로 확대하고 있다.”면서 “청년농업인 3만 명 육성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앞으로도 영농지원 대책을 지속적으로 강화해 나가겠다.”고 밝힌 바 있다.
지난 8월 열린 농업-농촌 청년정책 현장토론회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농식품부] |
◇ 농식품부, 청년농 3만명 목표로 월 110만원 정착지원금 최대 3년까지 지원
하지만 무조건 ‘시골에 와서 살아달라’고만 할 일은 아니다. 살만한 여건이 되어야 살러가는 것을 잊으면 안 된다. “우리 지자체(군)엔 빈집이 200채도 넘어요, 그러니까 여기서 살면서 농사 지어보세요”라는 말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이는 청년들이 과연 있을까 싶은 것이다. 실제로 농촌 청년이 도시로 이탈하는 가장 큰 요인은 불편한 주거환경이 첫 번째로 꼽힌다.
그래서 정부도 지자체들도 많은 노력을 기울인다. 방치되는 농촌의 빈집을 월 1만원의 파격적인 임대료로 제공함으로써 인구 유입을 견인하는 전남 강진군의 ‘빈집 리모델링 정책’이 최근 대구 EXCO에서 열린 ‘제20회 대한민국 지방자치 경영대전’에서 대통령상을 받았다.
경북 고령군은 총 사업비 230억원을 들여 천년건축 시범마을 조성사업을 벌이는 중이다. 안동 하회마을처럼 지역특성에 맞는 지속가능한 주거단지를 조성하여 도시 인재·청년들이 찾아오는 지방시대 전환의 상징적인 장소를 만들자는 취지다. 면적 2만 5,370㎡ 부지에 임대주택 25동 70호(공동주택 8동 44호, 단독주택 17동 26호), 커뮤니티센터, 테라피농장, 체육시설, 돌봄시설 등을 조성중이다.
하지만 앞서 언급한 것처럼 청년농 숫자는 매년 줄어드는 추세다. 정부가 지난 7년간 청년농 육성에 3천억원가량의 재정을 투입했으나 정작 20~40대 청년농의 숫자는 12만명 이상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9월 24일 임호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농림축산식품부로부터 받은 자료를 보면, 농식품부가 청년영농정착지원 사업에 지난 7년간 배정한 예산은 약 2,889억원. 하지만 20대 이상 40대 이하 청년농 인구는 2018년 기준 38만 6,108명에서 지난해 26만 3,126명으로 12만 2,982명(31.9%) 줄었다.
연도별로 보면 청년농 인구는 2020년 41만 1,678명에서 2021년 32만 8,451명으로 급감했고, 2022년(29만 8,538명)과 2023년(26만 3,126명)에도 각각 전년 대비 3만명, 3만 5천명 가량 줄며 감소폭이 커진 것으로 나타났다. 30대 이하 귀농·귀촌 인구도 2019년 22만 4,099명에서 2021년 23만 5,904명으로 증가하다 2022년(19만 4,684명)을 기점으로 감소세로 돌아섰다.
청년농 숫자와 더불어 농촌인구 변화를 면밀히 지켜볼 일이다.
이광조 기자 lgj@youngno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