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 5월 기준 7.6% 성장 4.9억달러 수준... 농심, 가루쌀 활용 볶음면 출시
2024년 가루쌀 제과·제빵 신메뉴 개발 지원사업' 참여업체를 대상으로 한 신메뉴 품평회 현장 [사진=농식품부] |
[한국영농신문 이병로 기자]
포켓몬빵이 밀가루로 만들어졌듯 붉닭볶음면과 신라면 역시 밀가루가 주원료. 가루쌀로 만든 포켓몬빵, 가루쌀로 만든 불닭볶음면, 신라면 같은 초대박 히트상품은 애시당초 불가능한 걸까?
하지만 외국에서의 우리나라 라면의 인기를 살펴보면 꼭 불가능한 일만은 아닐 것 같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실제로 이런 일도 있었다. 지난 4월 미국 뉴욕타임스는 '까르보 불닭을 손에 넣을 수 있길, 행운을 빈다'는 제목의 기사를 실었다. 미국 내에서 연예인도 구하기 힘든 라면이라는 설명도 기사 중에 등장했다. 이런 걸 감안하면 삼양라면 불닭볶음면이 세계적으로 얼마나 인기 절정인지 가늠해볼 수 있겠다. “쌀로 만들었어도 그 맛 그대로일까?” 싶은 걱정이 순식간에 사라지는 내용 아닌가?
불닭볶음면 인기를 측정할 수 있는 사건(?)들은 세계 각국에서 팡팡 터져 나오고 있다. 덴마크 정부가 불닭볶음면 일부 제품을 리콜했는데, 삼양식품 ‘3배 매운 핵불닭볶음면’, ‘2배 매운 핵불닭볶음면’, ‘불닭볶음탕면’ 등 세 제품이 이에 해당됐다. 이 제품에 매운 성분(캡사이신 성분)이 지나치게 많아서 어린이 등의 건강에 해로울 수 있다는 이유.
이에 대해 ‘차별 아니냐?’라는 반응도 쏟아져 나오고, ‘그런 게 오히려 입소문을 부추긴다’는 반응도 나왔는데, 한 북유럽 출신 유튜버는 낯선 국가와 음식을 꺼리는 국민 정서가 결국 규제로까지 이어졌다는 주장을 펼치기도 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 5월 기준 우리나라 농식품(K-Food) 수출 누적액(잠정)이 지난해보다 무려 7.6%나 증가했다. 액수로는 39억 6천만달러로 40억달러(약 5조 5천억원)에 육박하는 수치다. 당연히 이 같은 수출액을 이끈 견인차는 라면으로 약 4억 8,620만달러(우리 돈 약 6천 6백억원)이나 됐다.
지역별로 라면 수출 증가세를 살펴보면, 중국 27.7% , 미국 71.4%, 아세안지역 24.8%, 유럽 49.5% 등으로 낮게는 20% 후반에서 높게는 70%까지 라면수출 증가세가 유지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 시점에 생각해볼 점은 우리나라 라면이 어떻게 외국 사람들의 입맛을 사로잡을 수 있었을까 하는 점이다. 문화산업, 이른바 K-팝, K-드라마의 도움을 받은 것에서부터 시작해 여러 다양한 분석이 넘쳐나지만 우선 우리 기업들의 ‘라면 현지화 노력’을 꼽을 수 있겠다.
실제로 삼양식품이 만든 하바네로라임 불닭볶음면은 미국인 입맛을 겨냥한 미국시장용 제품으로 알려져 있다. 즉, 미국 내 남미 출신(히스패닉) 인구가 20% 정도를 차지하고 있는 점을 착안해 이들을 겨냥한 매운 라면을 만들어낸 게 바로 아바네로 라임 불닭볶음면이다.
또한 삼양식품은 일본을 겨냥한 야키소바불닭볶음면이라는 매운 라면도 출시했는데, 일본 대표 음식인 야키소바에 불닭의 매운맛을 결합한 일본 겨냥형 라면제품이다. 이 제품 역시 출시하자마자 20만개가 열흘 정도에 다 팔려나갈 정도로 인기가 높다.
그렇다면 윤석열 정부 초대 농식품부 장관이 강력하게 밀어붙였던 가루쌀 산업화, 그 중 하나인 ‘가루쌀 라면’의 현주소는 어떨까? 농심은 6월 중순 '별미볶음면 매콤찜닭맛'과 '마라샹구리 큰사발면' 등 매운 맛 볶음면을 연이어 출시했는데, 이 중 별미볶음면 매콤찜닭맛이 농식품부의 '가루쌀 제품개발 지원사업'으로 탄생한 제품이다. 하림’은 가루쌀 제조 기술 노하우를 활용해 아이들을 위한 미역국 컵 쌀라면을 출시했다.
농촌진흥청은 지난해 라면에 밀가루 대신 가루쌀(‘바로미2’)을 혼합했을 때 일반 라면과 품질 면에서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 혼합 비율을 제시했다. 그건 바로 20% 이내. 연구진은 라면을 만들 때 가루쌀 비율을 30% 이내로 혼합했을 때, 라면 제조 특성과 품질특성이 양호하다는 점을 밝혀냈다. 특히 20% 이하 비율에서는 반죽의 물성과 조리 및 관능적 특성이 전량 밀가루로 만든 라면과 매우 비슷했다.
아무쪼록 가루쌀 섞인 불닭볶음면, 가루쌀 섞인 신라면이 만들어져 세계시장에 팔려나갈 날을 기대해본다.
이병로 기자 leebr@youngno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