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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과 들과 농민에 떠맡긴 탄소중립

기사승인 2024.04.29  14:5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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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농축산업 부문 과도한 목표 부여... 논물대기-폐비닐 처리부터 차근차근

2015년 이후 4년간 농촌지역에서 발생하는 폐비닐은 연평균 약 32만톤 규모에 이른다. 사진은 농촌 영농폐기물 수거처리반 사업 현장 [사진=농식품부]

[한국영농신문 이광조 기자] 

지난해 국정감사에선 이런 일도 있었다. 농업과 축산업에서 과감한 탄소중립 전략을 추진하겠다고 공언(2050 농식품 탄소중립 추진전략)하며 농축산 현장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대폭 높여왔던 농식품부(농촌진흥청, 산림청 포함)가 정작 기관 자체 탄소감축 실적에서 낙제 수준이라는 지적을 받은 것.

안병길 의원(국민의힘, 부산 서구동구)이 농식품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농촌 탄소중립 정책을 총괄하고 있는 농식품부는 2012년부터 2022년까지 2014년 한 해를 빼고 10년 동안 감축 목표를 달성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2017년의 경우 감축목표가 29.4%였지만 오히려 더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하며 –5.9%를 기록했다. 상황은 산림청과 농촌진흥청 역시 마찬가지다. 산림청은 2017년 24% 목표 대비 6.1% 감축에 그쳤고, 농촌진흥청도 2012년부터 2022년까지 모든 해에 걸쳐 감축률 목표에 미달했다. 2016년부터 2019년까지는 오히려 4년 연속 마이너스 감축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 같은 수치가 도드라지는 이유는 정부가 오는 2030년까지 전 공공기관의 온실가스 감축목표율을 50%로 높이겠다고 공언한 바 있기 때문이다. 안병길 의원은 “농촌 탄소중립 목표를 맞추기 위해 농민들의 희생이 따르는 상황에서 정작 주무 기관인 농식품부가 제대로 기능하지 못하고 있는 점이 부끄럽다”면서, “국민들에게 탄소중립을 요구하기 전에 정부의 자체 감축률부터 개선해야 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잘 알려진 것처럼 탄소중립이란 대기 중 온실가스 농도 증가를 막기 위해 인간 활동에 의한 배출량을 감소시키고 흡수량을 증대해서 순배출량이 ‘0’이 되게 하는 것을 말한다. 탄소중립은 ‘넷제로(Net-Zero)’라고도 한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우리나라는 2050년을 목표로 탄소중립을 이루기 위해 노력 중이며 2022년 3월 25일부터 「탄소중립 기본법」과 같은 법 시행령을 시행하고 있다.

「탄소중립 기본법」의 기본 원칙은 제3조에 잘 나타나있다. 거칠게 요약해보면 ▲탄소중립 사회로의 이행과 녹색성장을 추진, ▲온실가스 감축과 적응에 관한 정책을 수립, ▲기후정의를 추구하여 기후위기와 사회적 불평등을 동시에 극복, ▲녹색기술과 녹색산업에 대한 투자 및 지원을 강화, ▲탄소중립, 녹색성장의 추진 과정에서 모든 국민의 민주적 참여 보장, ▲지구 평균 기온 상승을 산업화 이전대비 최대 섭씨 1.5도로 제한하기 위한 국제사회의 노력에 적극 동참 등이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농축산 현장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대폭 높여왔던 농식품부가 정작 기관 자체 탄소감축 실적에서 낙제 수준이라는 지적을 받았다. 사진은 2023년 국정 감사 현장 [사진=이광조 기자]

◇ 농업· 축산업 눈높이 초과한 감축 목표... 정작 농식품부 기관 자체는 노력 부족

한편 민간과 공공 여러 부문에서는 ‘탄소중립’이라는 이름을 내걸고 아직은 작지만 나중은 ‘창대할’ 수 있는 정성어린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 며칠 전 4월 22일에는 경기도농수산진흥원이 ‘지구의 날(4월 22일)’을 맞아 경기도 공공기관 최초로 AI푸드스캐너를 구내식당에 도입한다고 밝혀 눈길을 끌었다. 

AI푸드스캐너는 비접촉 스캐닝(음식에 감식기를 접촉하지 않음)을 통해 실시간 음식 종류와 양을 분석하는 푸드테크 기술 장비를 말한다. 이 장비가 탄소중립에 유용한 이유는 식사를 마친 사람이 식판을 스캔하면 스캐너에 부착된 특수 카메라가 잔반의 양과 부피를 자동 측정해 개인별 잔반 데이터를 구축, 나중에 식단을 짜거나 메뉴를 보완하면서 음식물 쓰레기 배출량을 장기적으로 줄여나갈 수 있다는 데 있다.

최창수 경기도농수산진흥원장은 "푸드스캐너 잔반 제로(0) 캠페인을 통해 음식물 쓰레기 배출을 줄여 탄소중립 실천의 계기로 삼겠다. AI 푸드스캐너를 접목해 수집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급식 품질을 높이고 비용을 줄이는 시스템 개발에도 힘쓰겠다"고 말했다. 푸드스캐너 잔반제로 라는 단어가 지난해부터 본격화한 ‘천원의 아침밥’ 프로젝트와 함께 신선하게 다가온다. 음식물 쓰레기로 인해 매년 전 지구적으로 33억톤의 이산화탄소가 발생하고 있다는 2022년 UN 통계를 감안해보면, 경기도농수산진흥원의 푸드스캐너 잔반 제로 캠페인은 향후 엄청난 환경보호, 탄소중립 효과를 가져올 수 있는 ‘나비의 날개짓’일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그런가하면 초 중 고교 학교현장에서는 학생들이 실천 가능한 탄소중립을 위한 활동들이 진행되고 있다. 조금은 불편하지만 참으며 동참할 수 있다는 분위기인데, 예를 들면 이런 것들이다. 더운 날씨에 에어컨 트는 시간을 줄이고 선풍기 가동 시간으로 대체함으로써 전력소비량을 줄인다든지, 학교 급식을 먹을 만큼만 배식 받고 거의 남기지 않고 먹기 등이다.

세면대에서 손을 씻을 때 비누칠하는 동안에는 수도꼭지를 잠근다든지 등하교길 가까운 곳은 걷거나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식이다. 더 있다. 스마트폰 사용시간을 줄이고 독서와 산책 등 다양한 신체활동을 병행하는 것도 탄소중립을 위한 청소년들의 자발적 제안 사항이기도 하다. 앞서 언급한 푸드스캐너를 통해 잔반 줄이기에 나선 서울의 한 중학교는 온실가스 배출량의 35~40%를 줄이는 데 성공했다는 서울시교육청의 자료도 나와 있다.

‘탄소 발자국’을 고려한 소비활동도 확산되고 있다. 탄소 발자국(Carbon footprint)이란 개인 또는 단체가 직·간접적으로 발생시키는 온실 기체의 총량을 뜻한다. 일상생활에서 사용하는 연료, 전기, 용품 등이 모두 포함되며 대기로 방출된 이산화탄소 등 온실가스 물질이 지구의 기후변화에 미치는 영향을 알 수 있는 지표다. 이러한 탄소발자국 개념을 소비 단계에서도 고려해 제품을 선택하면 제조와 소비가 선순환 구조를 이루면서 산업 분야의 탄소중립을 촉진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저탄소 인증 제품, 이동 거리가 짧은 국내, 지자체 생산 농축산물 소비가 이루어져야 한다.

올해부터 중간 물떼기과 얕게 걸러 대기를 모두 시행한 농업인은 농지 1ha당 31만원을 지원받을 수 있다. [사진=농촌진흥청]

◇ 푸드 스캐너 활용 잔반 줄이기, 학교 현장의 노력, 탄소발자국 감안한 소비활동 등 민간 부문 탄소중립 활동 활발 

이런 분위기 속에 농림축산식품부는 2024년부터 신규 도입되는 탄소중립 프로그램 참여 농업인 4,413명을 선정했다. 탄소중립 프로그램은 논물관리 등 저탄소 영농활동을 실천한 농업인에 직불금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중간 물떼기(모내기가 끝난 지 한 달 정도 지난 시점에 2주 이상 용수 공급을 중단해 논을 마른 상태로 유지하는 방법)과 얕게 걸러 대기(용수를 얕게 공급하고 자연적으로 말리는 과정을 반복하는 방법)를 모두 시행한 농업인은 농지 1ha당 31만원을 지원받을 수 있다. 올해는 시범사업 단계로 저탄소 영농활동 확산 거점을 확보하고 가시적인 감축성과를 도출하기 위해 일정 규모 이상의 농업인단체를 지원한다.

신청·접수 결과 8개도 56개 시군에서 107개 단체 소속 농업인 4,413명이 선정되었다. 사업 참여 단체는 예상 탄소 감축량과 참여 농업인 수 등을 고려해 지자체별 선정심의위원회에서 선정했다. 농식품부는 4월 29일부터 5월 3일까지 단체 대표를 대상으로 저탄소 영농활동 이행 방법과 이행 증빙자료 제출 방법 등을 교육할 예정이다. 6~9월 사이 논물관리 활동을 이행하고 증빙자료를 제출한 농업인은 12월에 직불금을 지원받을 수 있다.

그런데 논 뿐 아니다. 탄소중립 실천을 위한 피부체감형 프로젝트는 버려지고 방치되는 폐비닐에 대한 처리일 것이다. 해마다 6만톤 정도의 폐비닐이 방치되고 있다. 

지난 2020년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위성곤 의원(더불어민주당, 제주 서귀포)이 농림축산식품부와 환경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분석하면, 2015년 이후 4년간 농촌지역에서 발생하는 폐비닐은 연평균 약 32만톤 규모다. 수거되는 폐비닐이 약 19만 7000톤으로 전체 발생량의 62%를 차지하며, 나머지 물량 중 7만톤 가량은 민간업체에서 수거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해마다 6만톤 정도의 폐비닐은 관리 사각지대에서 불법적으로 방치, 소각, 매립되고 있는 셈이다.

또한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더불어민주당 김승남 의원(더불어민주당, 전남 고흥·보성·장흥·강진)이 환경부 국가 미세먼지 정보센터가 제출한 배출원별 대기오염물질 배출량 자료를 분석한 결과를 보면, 2019년 우리나라에서 배출된 초미세먼지(PM-2.5)의 8.2% 수준인 7,194톤이 영농폐비닐 등 농업잔재물을 소각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농업잔재물 소각 과정에서 배출된 일산화탄소(CO)는 지난 2019년 국내에서 배출된 전체 일산화탄소(CO) 75만 7,848톤 가운데 19.4%인 총 14만 6,827톤에 달했다. 

탄소중립은 농촌의 논농사 방식과 폐비닐 처리 수준으로도 큰 차이가 난다는 점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이광조 기자 lgj@youngnong.co.kr

<저작권자 © 한국영농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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