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농업소득 30년간 1천만원 언저리에 정체... 이전소득-농외소득 의존 벗어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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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업인의 날 행사에 참석한 윤석열 대통령 [사진=농식품부] |
[한국영농신문 이광조 기자]
11월 11일은 농업인의 날이다. 다들 빼빼로데이로 알고 있지만, 공공 영역에서는 농업인의 날이기도 한데, 이날 윤석열 대통령은 농업계와 농민들에게 거창한 약속을 했다. 농업을 첨단 고소득 산업으로 전환시킬 것임과 아울러 농업인의 소득 안정을 위해 농업직불금을 임기 내 5조원대로 확대하겠다는 것.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축사에서 “정부가 약속한 대로 쌀값을 20만 원(80kg) 수준으로 회복시키겠다.”면서 “지난 집중호우 피해 회복을 위해 재해복구비를 기존 3배로 확대지원했다”고 강조했다. 더불어 "내년 농식품부 예산을 올해보다 약 5.6% 증액시킨 18조 3천억원 규모로 확대했다"고 말했다. 또한 "농업인의 소득 안정을 위해 농업직불금을 임기 내 5조 원까지 확대하고 해외순방 때마다 우리 농산물과 농업기술을 해외에 알리고 새로운 시장을 적극 개척하겠다"고도 역설했다.
좋다. 대통령의 언급 덕분에 농업계엔 장밋빛 전망이 나올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되었다고도 볼 수 있겠다. 그러나 현재 우리나라 농가경제 실태를 찬찬이 들여다보면, 농업만으로 벌어들이는 소득, 즉 농업소득이 1천만 원 언저리에 정체된 게 거의 30년 가까이 된다. 짜장면 값이 너 댓배 올라 7~8천 원이 되는 세월 동안 유독 농업소득만은 1천만 원 대를 제자리 걸음하고 있는 것이다.
혹자는 반문할 수 있다. 매년 증가하는 농업인 평균소득은 그럼 무엇인가 라고 말이다. 하지만 이 통계에는 농업소득 이외의 소득이 두 세배 더 많이 포함돼있다는 사실이다. 정부의 지원금이나 도시의 자녀들이 지원해주는 돈, 농업 이외에 품팔이나 다른 직업을 통해 벌어들이는 돈 등이 몽땅 합쳐져 있는 게 농업인 평균소득이라는 뜻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KREI)의 최근 발표자료에서도 이를 한 눈에 알 수 있다. 실제 우리나라 농가경제 실태를 보면 이전소득과 농외소득이 없이는 살 수 없는 구조로 고착화되고 있다는 게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조사 결과다. 2018~2022년 농가소득은 연평균 2.3% 증가했는데, 이는 주로 이전소득과 농외소득의 증가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농업만으로 벌어들이는 돈 때문은 절대 아니라는 뜻이다.
한편 앞서 언급한 것처럼 농업소득은 크게 감소해 2013~2017년보다 연평균 증가율이 낮은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분석도 나왔다. 또한 청장년 농가는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이로 인해 65세 이상 고령농들이 우리 농촌의 평균이 되어감에 따라 농촌이 점점 일손부족의 늪이 되어가고 있다는 뜻이다. 농가경제의 악순환은 어쩌면 고령화가 직접적인 원인일 수도 있다.
농촌경제연구원의 분석대로라면, 현재 우리나라 농촌은 고령 소농의 경우 이전소득 증가로 농업소득이 증가하지 않아도 살아갈 수 있는 구조라는 점이 눈에 띄는 대목이다. 반면에 청장년 중대농과 고령 중대농은 농업소득이 주 소득원이 됨으로써 오히려 피해를 볼 수 있는 농촌의 잠재적 피해집단으로 분류할 수 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한 대목이다.
농가 유형별로도 농가소득의 주 소득원이 상당히 편차가 심했다. 청장년 소규모 농가는 농외소득이 주 소득원이었으며, 청장년 중대농은 농업소득, 고령 소농은 이전소득, 고령 중대농은 농업소득이 주 소득원이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농가경영 안정화를 위해서는 청년농 유입 및 소득 안정화, 직불제 고도화를 위한 노력 등이 지속적으로 진행되어야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여러모로 힘든 상황인 게 바로 우리 농촌의 현실이다. 무엇 하나만 고친다고 해결되지는 않는다는 뜻이다.
이를 정부 관계자들이나 대통령도 직시할 때가 됐다. 선심성 공약이나 실현 불가능한 공약으론 더 이상 농촌이 지탱하기 힘들다는 것을 잘 알고 있지 않은가.
이광조 기자 lgj@youngno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