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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미는 스마트팜, 청년들 포기하는 이유

기사승인 2023.10.28  22: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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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마트팜 육성 대통령 핵심 공약... 교육받은 청년 60% 창업 포기

정황근 농림축산식품부장관이 청년농업인이 운영하는 충남 보령의 스마트팜을 방문하여 청년 농업인들의 현장 애로사항을 듣고 있다. [사진=농식품부]

[한국영농신문 이병로 기자] 

우리나라의 각 지자체들은 꾸준히 농가소득을 끌어올릴 방안을 내놓고 있다. 영농형 태양광, 스마트팜, 신선채소 수출 거점 구축, 곤충산업 활성화 등을 비롯해 대마산업 합법화를 통한 활로찾기 역시 경북과 전북을 중심으로 이어지는 추세다.

그런가하면 경상남도는 전국 최하위 수준인 지역 농가소득을 2026년까지 전국 4위권으로 끌어올리기로 하고 약 3조 원 넘는 돈을 스마트팜 등에 투입하기로 했다. 뭐니뭐니해도 방점은 스마트팜에 찍혀있는 듯하다. 청년 농업인 육성 목표를 4천 명 선으로 확대하고 스마트팜 보급도 160㏊에서 550㏊로 큰 폭으로 늘린다는 계획이기 때문이다. 경남은 경남스마트팜혁신밸리 청년창업보육센터를 통해 매년 예비 청년 농업인 52명을 선발해 스마트팜 청년창업보육과정을 운영 중이다. 수료 후에는 임대형 스마트팜에 입주해 3년간 임대경영을 통해 창업 기반을 다질 수 있도록 지원한다. 

스마트팜을 지원하고 밀어주는 분위기는 이곳저곳에서 감지된다. 최근엔 대기업도 나섰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 6월 현대건설과 ‘청년 농업인 및 스마트팜 육성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를 통해 ▲서산 바이오·웰빙·연구 특구 내 농업바이오단지 조성 및 운영 ▲청년농업인 육성 및 창업자금 지원 ▲스마트팜 기술개발 및 수출 활성화 ▲전략작물 재배단지 조성 ▲자원순환형 신재생에너지 시설 건립 및 기술지원 등 상호 협력하기로 했다. 현대건설은 이를 위해 서산 간척지 내 소유 농지 중 33만 평을 농업바이오단지 조성을 위해 내놓겠다고도 했다.

알다시피 스마트팜 육성은 윤 대통령의 농식품 분야 핵심 공약 중 하나다. 농식품부는 그동안 김제, 상주, 밀양, 고흥 등 4개소에 ‘스마트팜 혁신밸리’를 조성하는 등 스마트팜 산업 육성에 힘써왔다. 하지만 아직까지 가시화된 성과는 없는 실정이다. 

그래서일까? 스마트팜 기술을 배운 청년 농업인 10명 중 6명 가량은 창업을 포기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초기 높은 투자비용과 부지확보에 어려움이 있어, 정부가 지원하는 스마트팜 청년창업 보육센터 교육 수료 후 스마트팜 창업을 선택하는 청년들이 수료생 전체의 절반도 안 되는 것으로 드러났다.

국회 농해수위 소속 더불어민주당 김승남 의원(전남 고흥·보성·장흥·강진)이 농식품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스마트팜 청년창업 보육센터 수료생 454명 중 스마트팜을 창업한 인원은 193명(42.3%)으로 교육받은 스마트팜 기술을 충분히 활용하기 어려운 것으로 확인됐다.

농식품부는 스마트팜 청년창업 보육센터를 통해 청년층의 스마트팜 취·창업을 지원하고 있다. 현재 스마트팜 혁신밸리 내 4개소(전북 김제, 전남 고흥, 경북 상주, 경남 밀양)가 운영되고 있으며, 매년 208명의 교육생을 선발하여 20개월 동안 스마트팜 영농기술 교육 및 숙식을 제공하고 있다. 2018년 이후 모집한 1~6기 996명 중 1~4기 454명이 최종 수료했다. 이와 함께 스마트팜 청년창업 보육센터 수료생을 대상으로 혁신밸리 내 임대형 스마트팜을 제공하고 있지만, 수료생 규모에 비해 임대형 스마트팜 부지가 적어 청년들이 창업 준비의 기회를 온전히 제공받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승남 의원이 농식품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3년 7월 기준 혁신밸리 내 임대형 스마트팜 면적은 총 20.3ha로 약 113명이 입주 가능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체 수료생(454명)의 24.8%으로 수료생 10명 중 2~3명만 지원을 받을 수 있다. 또한, 혁신밸리 외부에 조성하고 있는 지역특화 임대형 스마트팜은 현재 9개소(총 35ha)를 조성 중에 있다.

김승남 의원은 “농식품부가 조성하는 임대형 스마트팜은 1년에 3~4개소(1개소 당 4ha) 수준에 불과해 매년 배출되는 수료생 규모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다.”면서, “3년의 임대 기간이 끝나면 청년농들은 또다시 똑같은 창업의 벽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김 의원은 “임대형 사업에서 벗어나 사업의 저변을 확대해나가야 하지만 지자체는 스마트팜 창업을 희망하는 청년농이 지역에 정착할 수 있도록 스마트팜 단지를 조성하고 싶어도, 국가 공모사업에 선정되지 않으면 농지를 활용할 수 없다”면서  “지자체에서 간척지 농지 등 농지를 활용할 수 있도록 농식품부는 적극 행정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북 상주 스마트 혁신밸리 조감도 [사진=농식품부]

◇ “고비용 때문에 스마트팜 도전을 포기하는 청년들”

이런 걸 정책 엇박자라고 해야 될까? 사정이 이런데도 지자체들은 스마트팜에 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거의 신주단지 받들 듯 스마트팜을 앞세운다. 전북 정읍시가 스마트팜에 도전하는 청년들에게 시설원예 분야 환경제어가 가능한 스마트팜을 패키지로 지원하기로 했다는 소식도 있다. 정읍시는 청년들의 농촌정착과 농업경영 유도를 위한 2024년 스마트팜 패키지 지원사업을 11월 3일까지 공모해서, 복합 환경관리가 가능한 ICT 융복합 장비와 기술을 연계한 스마트팜 비닐온실 신축과 안정적 정착을 위한 전문가 컨설팅, 기술교육을 지원하기로 했다.

그런가하면 지난 10월 24일 중동을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은 중동지역의 스마트팜 시장을 개척하고 있는 우리 기업들을 격려하며 스마트팜 수출 기업들을 적극 지원해 나갈 것임을 밝힌 바 있다. 도하 국제원예박람회 한국관 개관식에서 있었던 일이다. 도하 국제원예박람회는 사막에서 최초로 개최되는 대규모 원예행사로 이목을 끌었다. 사우디아라비아, 일본, 네덜란드 등 80여 국이 참가한 대규모 행사다.

이처럼 정부 차원에서 밀고 있는 스마트팜은 왜 좀처럼 가시적인 성과가 나오지 않는 것일까? 스마트팜은 규모화, 자본화가 없이는 결실이 이루어지지 않는 ‘신기루’같은 것이라서 그런 것일까? 아니면 정부가 제대로 된 방향을 잡지 못하고 있어서 그런 걸까?

최근엔 청년농업인이 ‘스마트팜 청년창업보육센터’에서 교육을 마치고 나오더라도 스마트팜 혁신밸리 4개지역 거주자가 아니면 ‘임대형 스마트팜’ 사업을 신청조차 할 수 없다는 점이 밝혀져 문제가 되고 있다.

아울러 매년 반복되고 있는 임대형 스마트팜 사업의 집행 부진도 문제점 중의 하나로 지적되고 있다. 수백억 원을 스마트팜 예산으로 확보해놓고도 실제로 집행하는 돈을 따져보면 10%~20% 수준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것이다. 이런 일은 대체 왜 벌어지는 것일까? 혹시 밑그림만 화려해서, 계획대로 진행했을 때의 참담한 결과를 의식하는 일종의 두려움 때문일까? 

농업의 양대 기둥인 생산과 유통이라는 두 측면을 고려했을 때 스마트팜은 생산 쪽만 부각되고 있는 게 현실이기 때문이다. 어떤 농산물을 얼만큼 생산해서 어디에 유통시키고 내다 팔 것인지에 대한 종합적인 판단과 자신감이 결여되어 있는 게 아닌지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

이런 가운데 농식품부는 꾸준히 스마트팜 지원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2024년 청년 창업형 스마트 농업 단지 사업 대상지역을 40㏊로 확대하고 대상지역을 공모한다고 밝혔다. 농식품부는 올해부터 유휴농지, 국·공유지 등을 한국농어촌공사가 매입해 스마트팜 영농이 가능하도록 기반을 정비해 청년 농업인에게 장기 임대, 매도하는 스타트업 단지 조성 사업을 벌이고 있다. 올해는 전북 김제시와 경북 상주시를 사업 대상 지역으로 선정하고 스마트업 단지를 조성할 계획이다.

아무쪼록 스마트 라는 단어에 걸맞는 지혜로운 정책이 나오길 기대한다. 지금까지 봐왔듯이 또 다시 엇박자 정책을 반복하지 않기를 바란다는 뜻이다.

이병로 기자 leebr@youngnong.co.kr

<저작권자 © 한국영농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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