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아도는 쌀 문제 해결에 농정 방점... 국정감사 등 지적사항도 새겨들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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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산밀 생산단지 포장(성숙기) [사진=농식품부] |
[한국영농신문 이광조 기자]
2023년 올해 우리나라의 밀 자급률과 콩 자급률을 아는 이는 드물다. 물론 농업관계자들은 어느 정도 대략적 수치를 제시할 수도 있겠지만, 식량자급률이 일반인들의 관심을 끌만한 주제는 아니기에 대개는 이를 모른다. 그렇다면 밀 자급률과 콩 자급률은 얼마나 될까? 정답은 각각 1%, 30%이다.
남아돌아가는 우리나라 쌀의 자급률과 비교하면 밀과 콩의 자급률은 상대적으로 너무 낮은 게 사실. 그래서 정부는 식량자급률을 끌어올리기 위해 전략작물직불금 제도를 운영 중이며 이를 계속 확대할 계획이다. 농식품부는 오는 2025년까지 밀은 5%대로, 콩은 33%대로 자급률을 끌어올리겠단다.
알다시피 전략작물직불제라는 것은 식량자급률 향상 및 쌀 수급안정을 위해 논에 전략작물 재배 시 직불금을 지급하는 제도를 말한다. 올해 2023년부터 시행되고 있는데 논에 콩·가루 쌀·조사료 등을 재배하는 농가에 1헥타르(ha)당 50만~480만 원의 보조금을 지원하고 있다. 밀이나 콩처럼 수입의존도가 높은 작물의 국내 생산을 확대하고 남아도는 밥쌀용 벼 재배를 줄여보자는 취지에서 시행되고 있다.
실제로 이 전략작물직불제도 덕에 올해 전북지역 벼 재배 면적이 감소했다는 소식이 나왔다. 전북 지역 쌀 생산량이 지난해보다 약 7.5%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 것. 통계청이 지난 6일 발표한 '2023년 쌀 예상생산량조사 결과'에서 나타난 결과인데, 전북지역은 57만 5천 톤 생산 예정이어서 지난해 62만 2천 톤보다 약 4만 7천 톤이나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이를 전국적으로 확대해서 추산해봐도 올해 쌀 예상 생산량은 약 368만 톤으로 지난해에 비해 약 8만 톤 감소해 2% 정도 줄어들 것이라는 게 통계의 핵심이다. 이 같은 통계는 쌀 생산 관련 통계 작성이 시작된 이래로 가장 낮은 수치라는 게 통계청의 설명.
그런데 식량자급률 제고나 쌀 생산 조절을 위해 전략작물직불제만으로는 될까 싶어 정부가 힘주어 밀고 있는 게 또 하나 있다. 바로 가루쌀 산업화라는 것이다. 이를 위해 밀가루처럼 건식 상태에서 바로 분쇄해서 여러 음식이나 제품을 만들 수 있는 가루쌀 품종도 이미 지난 2012년 개발을 완료했다. 바로 ‘가루미2’ 라는 품종인데 특이하게도 상품명은 ‘바로미’ 라고 되어 있다. 즉 가루미2와 바로미는 같은 품종이라는 뜻이다.
젊은 층이 밥을 잘 안 먹는 이유, 즉 쌀 소비가 날로 줄어드는 이유로 ‘다이어트에 해로울 것 같아서’가 1위로 나타난 게 최근 일이다. 하지만 쌀의 건강상 효능은 밀가루와 비교했을 때 글루텐이라는 성분이 없는 ‘글루텐 프리’이기 때문에 여러 모로 뛰어나다는 연구결과도 존재한다. ‘밀가루 똥배’라는 외국 책이 국내에서도 잘 팔린 이유가 바로 ‘글루텐’이 비만을 초래하고 건강상 유해요소가 될 수 있다는 내용이었던 걸 보면, 쌀이 다이어트에 해로울 수 있다는 걱정은 다소 지나친 감이 있다.
뿐만 아니라 쌀은 농업계에서도 선순환 기능을 지니는데, 밥쌀 위주의 생산에서의 탈피할 수 있고 가루쌀로 신산업 분야를 창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이는 농식품부가 윤석열 정부가 들어선 이래로 꾸준히 강조해온 내용이다. 실제로 농식품부는 지난 7월에도 “가루쌀은 일반쌀과 완전히 다름 품종이며 과거와는 다른 방식으로 쌀 가공 산업 활성화 추진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가루쌀은 남는 쌀을 가공용으로 이용하던 과거 쌀 가공 산업 육성정책과 달리 밀처럼 대량 제분이 가능한 가공 전용 품종의 쌀이라는 점에서 정책 추진 여건과 방식이 다르다는 점을 농식품부는 연신 강조하고 있다. 농식품부는 또 "가루쌀을 활용한 쌀 가공산업 활성화 대책’ 발표(2022년 6월) 전인 2019년부터 가루쌀을 원료로 하는 제과제빵류, 맥주 등의 식품 시장이 존재했고, 가루쌀은 빵, 국수, 과자 등으로 활용 가능한 가공용 쌀로 식습관 변화에 효과적으로 대응하여 쌀 수요를 확대할 수 있다"고 역설하기도 한다.
농식품부는 "소비자 입장에서도 이로운 점이 다양하다"고 강조한다. 농식품부는 현재 제과·제빵류, 맥주 등을 중심으로 수요가 형성돼 6개 기업에서 13종의 제품을 출시했고 특히 지역 베이커리의 관심이 높다는 점에 목소리를 높이는 중. 전국적으로 19개 베이커리에서 76종의 메뉴 개발을 완료했다는 게 농식품부의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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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장관은 가루쌀을 활용하는 제과전문점을 방문해 가루쌀 시장 확대를 위한 의견을 듣고 있다. [사진=농식품부] |
◇ 남아도는 쌀 문제... 전략작물직불제와 가루쌀 산업화로 큰 가닥 잡은 농식품부
그런데 올해 국정감사에서 가루쌀 문제에 대한 지적이 나와 눈길을 끈다. 가루쌀산업 활성화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철저한 분석이 뒤따라야 한다는 지적이다. 지난 10월 9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윤준병 의원(더불어민주당, 전북 정읍시·고창군)이 농림축산식품부에서 받은 <분질미(가루쌀)의 제분 특성과 품목별 가공특성 보고서> 결과를 보면 그렇다.
이 자료에 따르면, 가루쌀이 농식품부가 의뢰한 가공적합성 평가에서 밀가루 대체 ‘부적합’ 판정을 받은 것으로 나타나있다. 농식품부 장관이 ‘가루쌀은 신의 선물’이라는 찬사까지 동원해 가루쌀 산업화를 추진 중이지만, 정작 밀가루를 대체하기에 적합하지 않다는 연구결과가 도출됐기 때문이다. 더구나 이 연구결과가 지난해 농식품부가 가공용쌀과 쌀가루를 대한제과협회 및 국내 식품대기업에 제공한 뒤 제분 특성ㆍ품목별 가공 특성을 평가해달라고 요청해 나온 것이라서 농식품부가 다소 민망해진 상황이다.
이미 알려진 바대로 쌀가루로 만두나 타 식품을 만들 때에 쫄깃함을 제공하는 글루텐 같은 성분이 추가로 필요하다는 뜻이다. 빵을 만들 때 쌀가루가 밀가루처럼 잘 부풀어오르지는 않는다는 점도 지적사항으로 단골로 등장하고 있다. 그런데도 농림축산식품부는 올해 가루쌀 전문생산단지 육성을 위해 내년에는 130곳에 100억 원 가까운 자금을 투입할 예정이다. 재배면적도 1만ha로 확대한다는 방침일 뿐더러 가루쌀로 만든 제품 출시를 연신 독려하고 있다.
이에 비해 전략작물직불제는 농민들에게 긍정적인 평가 74.8%를 얻은 것으로 나타나 그나마 순항 중인 것으로 보인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정희용 의원(국민의힘, 경북 고령군·성주군·칠곡군)이 국정감사를 맞아 <농림축산식품부 및 주요 농업정책에 대한 대국민 의견 조사> 정책자료집을 발간했는데, 이 자료에 전략작물직불제 만족도가 높게 나타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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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에 전국적인 ‘광풍’을 몰고 온 ‘포켓몬빵’을 가루쌀로 만들었다면 어떤 상황이 벌어졌을까를 상상해본다. 바로 이런 아이디어가 쌀 소비를 늘리고 가루쌀 산업화를 위한 작지만 폭발적이며 슬기로운 생각들이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사진은 포켓몬빵 이미지 [사진=SPC 삼립 페이스북] |
◇ 국정감사에서 가루쌀 산업화엔 ‘연구 보완’ 지적... “전략작물직불제는 만족도 높아”
최근 본격적인 벼 수확기를 맞아 정황근 농식품부 장관이 지난 10일 충남 부여군 임천면 벼 수확 현장을 방문한 자리에서 “최근 산지쌀값이 80kg당 20만 원 이상을 유지하고 있고, 10월 6일 통계청이 발표한 예상생산량이 368만 4천 톤 수준임을 고려할 때, 올해 수확기 쌀 수급은 안정적일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또한 정 장관은 쌀값 안정을 위해 전략작물직불제를 중심으로 선제적 재배면적 감축을 시행할 것이라고 밝혔는데, 실제로 농림축산식품부는 내년 전략작물직불제도의 지원 품목을 녹두, 팥, 옥수수 등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농가에 지원하는 단가도 1ha 당 가루쌀과 콩은 200만 원, 이모작은 350만 원으로 인상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가루쌀 산업화와 전략작물직불제 외에 다른 대안 역시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무조건 쌀을 많이 소비해야 한다는 식의 밀어붙이기는 곤란하다는 뜻이다. 쌀 소비 전반을 늘려나가기 위한 저변 확대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점점 설득력을 얻어가고 있다.
최근엔 쌀이나 쌀가공식품에 트렌드와 스토리를 입혀서 판매를 촉진하려는 식품업계의 노력도 하나 둘 씩 눈길을 끌고 있기도 하다. 대전 성심당 빵집의 ‘마라미(米)고로게’, ‘김치볶음빵’, ‘시나몬돌돌빵’ 처럼 빵 재료를 ‘가루쌀’로 하면서도 트렌드를 적절히 활용하는 제품들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마라탕을 즐기는 젊은 층을 공략하기 위한 마라와 쌀의 조합, 김치볶음밥을 즐겨먹는 이들을 위한 빵이라는 식의 개발 아이디어가 신선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식품기업 하림도 가루쌀 라면 2종을 선보이며 가루쌀 산업화에 동참 중이며, 해태제과는 국내산 가루쌀을 기반으로 한 ‘오예스 위드미(with 米)’를 한정판으로 출시하며 힘을 보태고 있다.
지난해에 전국적인 ‘광풍’을 몰고 온 ‘포켓몬빵’을 가루쌀로 만들었다면 어떤 상황이 벌어졌을까를 상상해본다. 바로 이런 아이디어가 쌀 소비를 늘리고 가루쌀 산업화를 위한 작지만 폭발적이며 슬기로운 생각들이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쌀을 놓고 어느 한 쪽만 좋을 순 없다. 생산자인 농민도 이롭고 소비자 역시 동시에 만족하는 그게 바로 가루쌀 산업화와 전략작물직불제의 성공 지름길이다.
이광조 기자 lgj@youngno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