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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집사’ 늘고, ‘식멍’ 인기... 코로나 영향, 반려식물 문화 확산

기사승인 2023.03.11  22:3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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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분 판매 늘고 화훼 시장 커져... 심신안정 도움 반려식물 인기

[한국영농신문 이병로 기자] 

코로나가 많은 것을 바꿔놓았다는 걸 실감하게 된 건 바로 화훼시장 변화 때문이다. 지난 2021년 통계만 보더라도 알 수 있다. 화훼 재배농가는 줄었지만, 반려식물 인기 덕에 화분(분화)류 판매가 증가해 화훼류 전체 판매액이 늘어난 것. 농식품부가 최근 발표한 ‘2021년 화훼재배현황’을 살펴보면 화훼재배면적은 그 전해보다 약 2%(81㏊) 감소했지만 분화류 판매량은 1억 3900만분으로 지난 2020년보다 약 500만분(3.7%)가 증가한 수치를 보였다.

농식품부는 이에 대해 코로나로 인해 집에 머무는 시간이 늘어, 플랜테리어(Planterior, 식물+인테리어)를 하는 가구에 화분(분화) 판매가 늘어났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러다보니 시장가격이 형성되는 경매가격도 평년보다 32% 가량 높아졌다고. 실제로 세계적인 시장 조사분석업체들은 전 세계적인 원예(가드닝)시장이 향후 2~3년 내에 약 1300억 달러(한화 약 160조 원) 규모가 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이 업체는 코로나 시작 전과 진행중인 년도를 비교했을 때 원예시장이 약 10% 커진 걸로 분석했다.

플랜테리어 사례 [사진=농림축산식품부]

◇ 반려식물 키우기 '정서적 교감 및 안정' 목적 55%... 지자체들 식물병원까지 선보이며 장려

손쉽게 화분이나 반려식물을 구입할 수 있는 도심의 대형 마트에서도 이러한 분위기는 감지된다. G마켓이나 SSG닷컴의 홈가드닝 관련 매출이 지난 2020년과 2021년에 약 100~400%까지 증가한 수치를 나타내고 있는 것이다. 화분, 물조리개, 텃밭가꾸기세트 등이 특히 잘 팔려나가고 있는 추세.

그래서 ‘식집사’라는 말도 흔히 쓰는 말이 됐다. 반려동물을 키우듯 식물을 돌보며 정을 쏟는 이들을 식집사라고 한다는 걸 이젠 대부분 안다. 2030 젊은 세대들이 희귀 식물 화분을 매매하며 수익을 올리는 ‘식테크’라는 말도 언론에 자주 등장한다. 몇 백만 원에서 몇 천만 원을 호가하는 모양과 색이 희귀한 식물들도 인터넷에서 거래된다.

하지만 반려식물을 키우는 일은 수익보다는 정서적 안정이 훨씬 큰 몫을 차지하는 게 현실이다. 국내 한 환경과학연구기관의 자료에 따르면 반려식물을 3개월 동안 돌본 사람은 그렇지 않은 이에 비해 우울증상이 더 적었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정서적 교감 및 안정‘을 위해 반려식물을 키운다는 응답이 약 55% 정도나 된다는 설문조사 결과도 나와 있다.

정서적 교류를 하는 대상이 반려식물 이다보니 관련 병원도 등장했다. 서울시를 비롯한 몇몇 지자체들은 아예가 이상이 생기거나 아픈 반려식물을 치료하고 고쳐주는 반려식물병원까지 운영 중이다. 특히 서울시는 농업기술센터를 통해 오는 4월부터 6월까지 공동주택 12곳을 대상으로 ‘찾아가는 반려식물 병원’을 운영한다. 이 반려식물병원은 20명 이상 참여가 가능한 아파트 등 공동주택단지를 중심으로 차근차근 범위를 넓혀갈 예정이다. 영상장비를 통해 반려식물의 병해충 진단부터 해주고, 화분 관리법과 분갈이 방법 등도 세세하게 전수해주는 말 그대로 병원인 셈이다.

경주시도 반려식물 관리에 어려움을 겪는 이들을 위해 오는 11월까지 반려식물 치료센터 10곳을 운영하기로 했다. 경주시는 지난해 9월에도 화훼재배 전문가들가 함께 반려식물 치료센터 및 돌봄 서비스를 제공한 바 있다. 특히 올해 운영되는 치료센터는 식물관리 관련 자격증을 지난 업체들로 꾸려져 전문적인 식물관리 상담이 가능하다는 게 경주시의 설명.

그런가하면 반려식물을 위한 조례안도 제정된다. 최근 경기도의회는 「경기도 반려식물 활성화 및 산업 지원 조례안」을 의결해 화제가 됐다. 조례안은 반려식물에 대한 정의부터 시작해, 반려식물 재배 활성화 및 반려식물산업 발전을 위한 기본계획·시행계획의 수립, 지원사업 등을 명시하고 있다. 전국 최초의 조례안이라서 더 큰 의미가 있다는 게 경기도의 설명이다.

법적인 근거마련 뿐 아니라 요즘 유행인 ‘인공지능’기반 식물관리 앱도 이미 해외에서 유행을 타고 있다. 미국의 AI 기반 맞춤형 식물 관리 앱 ‘그렉’은 전문개발자들이 참여해 만든 앱인데, 현재 약 130만 개가 넘는 식물을 관리 중이다. 국내에서는 반려식물을 위한 플랜트 호텔도 등장했다. 장기 출장이나 해외여행시 반려식물을 맡기고 가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반려식물에 대한 인기가 높아지면서 식물재배기가 인기라는 점은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 여기에 더해 식물재배기 관련 특허도 줄을 잇고 있다. 지난해 가정용 식물재배기와 관련한 특허가 총 216건이나 출원됐다. LG전자, 교원, 삼성전자 등 국내 대기업들도 지대한 관심을 쏟는 게 바로 식물재배기 분야다.

LG전자 식물재배기 '틔운 미니' [사진=LG전자]

◇ 불멍, 물멍 등에 이어 식멍이 등장해 3대 멍때리기 완성

그렇다면 사람들은 왜 이처럼 반려식물에 열광하는 걸까? 올해 국립원예특작과학원 도시농업과(농촌진흥청)에서 발표한 ‘반려식물 관련 소비자 인식 조사’에서 그 실마리를 찾아볼 수 있을 것 같다. 인식조사 결과 소비자들은 ‘정서적 교감 및 안정을 위해(54.8%)’ 반려식물을 기르고 있었으며, ▲공기정화를 위해(27.2%) ▲집안 인테리어를 위해(14.0%) ▲자녀교육을 위해(2.4%) ▲식물 재테크를 위해(0.9%) 등의 이유로 반려식물을 키우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려식물 기르기의 정서적 효과에 대한 공감 정도는 ‘정서적 안정’이 77%, ‘행복감 증가’는 73%, ‘우울감 감소’는 68%였다. 생명체로서 식물 존중에 대한 공감도는 69%로 연령에 관계없이 높게 나타났으며, 특히 1인 가구에서는 73%에 달했다. 식물 존중이 필요한 이유에 대해서는 “‘식물은 생명체이며, 생명체는 존중돼야 마땅하다’란 대답이 88%, ‘식물을 좋은 환경에서 기르는 게 식물을 활용하는 인간에게 이롭다’”는 답변이 83%로 나왔다.

세계적인 석학 에드워드 윌슨 하버드대 생물학과 교수는 저서 ‘바이오필리아’(Biophilia)에서 ‘녹색갈증’에 대해 언급한 바 있다. 녹색갈증이란 자연과 연결되고 싶어 하는 욕구 또는 본능을 말한다. 바이오필리아는 '바이오(bio; 생명)'와 '필리아(philia; 사랑)'가 합쳐진 말로, '생명애(生命愛)'라는 뜻이 되는데, 윌슨에 따르면 인간은 자연을 가까이할 때 행복과 평안을 느끼지만, 반대의 경우엔 우울감과 스트레스가 생긴다는 것.

이런 이론을 바탕으로 식물을 바라보며 ‘멍때리기’를 하는 ‘식멍’이란 말도 새롭게 등장했다. 불멍, 물멍 등에 이어 식멍이 등장해 3대 멍때리기가 완성됐다는 우스갯소리도 나왔다. 식물을 그저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심리적 안정을 얻고 나아가 환희심까지 경험할 수 있는 방법이라서 ‘식멍 전도사’를 자처하는 유명인들도 자주 미디어에 등장하곤 한다. .

서울시가 발표한 ‘2022 반려식물 보급사업 결과 보고’에서도 흥미로운 결과가 눈에 띈다. 이 사업에 참여한 대부분의 사람(94.1%)이 반려식물을 키우며 생활에 활력을 얻는다고 답변했다는 것. 뿐만 아니라 참여자들이 매일 아침 잠자리에서 일어나 식물을 먼저 바라보고 잎을 닦아주며 아이를 키우는 것처럼 행동하며 행복감을 느낀다는 것이다.

반려식물 키우기는 앞서 언급한 행복감을 넘어 질환 치료에도 적극 활용되고 있다. 특정 질환을 치료하는 목적으로 반려식물이 쓰일 때를 전문용어로 원예치료(치유)라고 한다. 최근에는 뇌졸중, 우울증, 갱년기 장애 등 다양한 질환에 원예치료를 접목하는 시도가 진행중이다. 국내 원예치료 전문가들은 물리치료, 작업치료와 함께 원예치료를 결합한 형태의 처방이 해외에서는 활발하게 이뤄진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녹색갈증, 바이오 필리아, 녹색의 힘, 녹색치유.... 반려식물 키우기의 효과는 어떻게 표현해도 모두 다 무해하고 긍정적이며 활력을 증진한다. 반려식물 키우기는 산업적 관점의 헬스케어를 훌쩍 뛰어넘어 사람 사이의 평화와 사랑 또한 증진시키는 역할도 해낼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과 치유효과를 경험한 이들의 한결같은 목소리다. 새봄에 시도해볼 만한 일, 반려식물 키우기를 적극 권장한다.

이병로 기자 leebr@youngnong.co.kr

<저작권자 © 한국영농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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