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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식품 산업, 푸드테크에서 ‘활로’ 찾는다

기사승인 2022.07.10  19:0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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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내 시장 규모 536조원 성장 예상... 스타트업-대기업 활약과 성장 주목

[한국영농신문 이병로 기자]

aT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의 식품산업통계정보가 최근 발표한 국내 식품업계의 동향은 쉽게 말해 ‘식품의 개인화’로 요약할 수 있다. aT는 ‘식품의 개인화(또는 맞춤화)’가 코로나 시국을 거치며 트렌드로 떠올라 ‘나노사회(Nano Society, 공동체 보다는 나노 단위로 미세하게 나눠진 형태의 사회)’의 큰 특징이 됐다고 분석했다. 또한 나노 사회는 빠르게 성장하는 ‘온라인 거래 식품 시장’과 ‘푸드테크’에 기반한다고 봤다. 

최근 통계청 자료를 보면 지난해 국내 온라인 식품시장 규모는 약 58조 원 안팎. 2019년의 27 조 원과 비교하면 2년 동안 두 배 이상 급성장했다. 온라인식품시장의 발전 가능성에 주목하지 않을 수 없는 이유다. 이는 앞서 언급했듯 식품의 개인화 열풍을 떠받치는 ‘푸드테크’의 발전이 크게 작용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

알다시피 음식(Food)와 기술(Technology)의 합성어인 ‘푸드테크(Food Tech)’는 식품산업의 주류 트렌드로 급부상하고 있다.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3D프린터 기술 뿐 아니라 소비자 개개인의 취향과 건강 상태를 분석해 수요를 예측할 수 있다. 이 같은 시장 세분화 트렌드는 개인 맞춤형 식품까지도 생산해 배달해주는 그런 기술이 뒷받침하고 있는데, 바로 푸드테크 라는 말에 이러한 구체적인 항목들이 모두 포함돼있다. 자세히 따지고 들어가 보면, 식품의 생산, 가공, 유통의 전 분야에서 푸드테크가 아닌 게 없다는 게 정확한 말일 수 있다. 배달의 민족, 요기요 등의 배달앱은 푸드테크 분야의 대표적인 성공기업들이다.

거시적이고 전 지구적인 시각으로 보면 이런 것도 푸드테크에 포함된다. 스웨덴 최대 할인매장에서 세계 최초로 메탄 가스 발생량을 90% 줄인 소고기를 판매한다고 밝혔는데, 이 회사는 스웨덴의 한 생명공학 회사가 개발한 해조류로 메탄 가스 저감제를 만들어냈다. 소 사육과정에 메탄 가스 저감제를 섞어 먹였더니 소 한 마리당 연간 100kg정도 발생하던 메탄가스가 무려 90%정도 줄었단다. 푸드 테크는 이렇듯 기발하면서도 우리가 상상했던 범위를 뛰어넘는다.

이뿐 아니다. 용어상의 혼란이 좀 있긴 하지만 이른바 ‘대체육’ 시장의 발전 역시 푸드테크의 산물. 물론 배양육과 식물성 원료 기반의 대체육으로 나뉘지만, 둘 모두 첨단 푸드 테크가 적용된 미래지향적인 식품인 것만은 분명하다. 세계적인 기업들과 투자가들이 이 시장에 주목하는 이유는 바로 푸드 테크 시장의 롤 모델로 대체육과 배양육이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다.

외국만 푸드테크에 관심이 많은 건 아니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 최근엔 우리나라에도 ‘한국푸드테크협의회라는 단체가 공식출범했다. 지난 달 30일 "IT·BT를 넘어 FT(푸드테크)를 미래 산업으로 육성하겠다"는 슬로건을 앞세워 농식품부장관까지 참석한 가운데 출범식을 열었다. 한국푸드테크협의회는 서울대 푸드테크 교육과정에 참여한 푸드테크 전문가들로 이루어져 있는데, 푸드테크가 우리나라의 창발산업이 되기에 충분하다는데 공감한 이들의 모임이다. 산업으로 육성하려면 제도적인 정비와 여론조성 등 할 일이 많으므로 힘을 합해서 가보자는 합의하에 뜻을 모은 것이다.

그런가하면 올해 1월 열린 미국 소비자가전쇼인 CES 2022에서는 ‘푸드테크’를 올해의 5대 기술 트렌드로 손꼽아 화제가 됐다. CES주최측은 전세계 푸드테크 시장 규모가 오는 2027년이면 약 400조 원을 상회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보다 더 낙관적인 전망도 있다. 앞서 언급한 한국푸드테크협의회는 푸드테크 산업을 국내시장 536조 원, 세계시장 4경 원 규모의 미래산업이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향후 10년간 푸드테크 산업으로 신규 일자리 100만 개, 100개의 유니콘 기업, 10개의 데카콘 기업을 육성할 수 있다는 포부도 밝혔다. 기대할만한 대목이다.

올해 1월 열린 미국 소비자가전쇼인 CES 2022에서는 ‘푸드테크’를 올해의 5대 기술 트렌드로 손꼽아 화제가 됐다. CES주최측은 전세계 푸드테크 시장 규모가 오는 2027년이면 약 400조 원을 상회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사진은 CES 2022에섯 선보인 임파서블 푸드의 임파서블 버거 2.0 [사진=CES홈페이지]

◇ 식품의 개인화의 기반, 온라인 거래와 푸드테크... 푸드테크 협의회도 출범

이런 가운데 국내 식품대기업들도 푸드 테크 전선에 뛰어들고 있다.

▲CJ프레시웨이는 50조원 규모의 식자재 유통시장을 공략하기로 했는데, 최근 400억 원 규모로 ‘마켓보로’라는 회사에 투자를 결정했다. 마켓보로는 식자재 유통 전문 서비스형 소프트웨어와 오픈마켓을 운영중인 푸드테크 스타트업. 마켓보로는 B2B 유통 빅데이터 센터 설립, 인공지능(AI) 식자재 매입 최적화 서비스 도입 등을 추진중인 것으로 알려져있다.

▲롯데제과는 지난 7월 6일 자사와 롯데푸드의 통합 법인 ‘롯데제과 주식회사’가 출범했다고 공표했다. 푸드테크 선도기업을 표방한 점이 눈에 띈다. 두 회사의 매출은 약 3조 7천억원으로 국내 식품업계 2위. 통합 롯데제과는 영업, 생산, 구매, 물류 등 모든 부문에서 중복 요소를 통합해 효율 극대화를 도모한다는 계획. 롯데제과는 출범 기념식에서 “롯데제과 주식회사는 앞으로 신기술 연구와 혁신으로 푸드테크 선도 기업을 지향할 것이며, 생산 판매 물류에 이르는 전체 가치 사슬을 데이터 기반 경영시스템으로 개편해 갈 것"이라고 말했다.

▲대상 역시 바이오·푸드테크 분야 등에서 기술성, 사업성이 우수한 창업자를 발굴해 지원하기로 했다. 우수한 창업기업을 선발하고, 선정된 기업을 위한 생산 현장 테스트, 인프라, 교육, 컨설팅, 해외전시회 참여 지원 등 비즈니스 환경 구축에 힘쓴다는 계획. 대상은 또 선발된 창업기업의 마케팅 지원, 정보 공유, 자금지원, IR 행사 및 정부 지원사업 연계 등 긴밀한 협력과 지원을 해나가기로 했다.

▲포켓몬빵으로 대박이 난 SPC삼립은 올해 새로운 경영 비전으로 푸드테크 등 고부가가치 신규 시장 창출 가속화를 내세웠다. 또한 베이커리와 푸드, 온라인과 오프라인, B2B와 B2C를 아우르는 ‘옴니 푸드플랫폼 기업’으로 도약한다는 방침. 오는 2024년 매출 4조 원, 영업이익 1100억 원(연결기준)을 달성한다는 목표도 세웠다.

▲즉석밥 시장에도 푸드 테크 기술이 접목됐다. '프리미엄 즉석밥'을 출시하며 즉석밥 시장에 진입한 하림은 고기 냉동 기술을 밥에도 적용해 즉석밥 특유의 냄새을 없앴다. 또한 미온수를 활용해 갓 지은 밥맛을 내는 데 성공하며 타사보다 20%가량 비싼 2천 원대 프리미엄 즉석밥인 '더미식밥'을 출시한 것이다. 하림은 이 제품을 출시하면서 100% 국내산 쌀과 물을 사용했고, 식품 첨가물인 산도 조절제나 보존료를 넣지 않았다고 밝혔다

코트라는 지난 6월 7일부터 10일까지 경기 고양시 킨텍스(KINTEX)에서 ‘2022 서울국제식품산업대전(서울푸드 2022)’을 개최했다. 1983년부터 시작해 올해로 40회째를 맞이한 서울푸드는 '超(초)편리, 푸드테크, 지속가능성'을 주제로 무인화, 자동화, 친환경 식자재에 대한 식품산업의 변화와 미래를 보여줬다. 2022 서울국제식품산업대전 전시장 현장 [사진=서울푸드 2022 홈페이지]

◇ 국내 기업들도 너도나도 푸드테크 시장 진입... 국내시장 규모 536조 원 예상

국내 공기업 중에서는 대한투자무역진흥공사 (코트라)가 푸드테크의 발전과 미래를 위해 가장 적극적으로 뛰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코트라는 지난 6월 7일부터 10일까지 경기 고양시 킨텍스(KINTEX)에서 ‘2022 서울국제식품산업대전(서울푸드 2022)’을 개최했다. 1983년부터 시작해 올해로 40회째를 맞이한 서울푸드는 '超(초)편리, 푸드테크, 지속가능성'을 주제로 무인화, 자동화, 친환경 식자재에 대한 식품산업의 변화와 미래를 보여줬다. 올해 행사에는 전 세계 30개국 962개사가 참가해 냉동김밥, 곤충식품, 식물성 대체육, 바리스타 로봇, 쿠킹로봇, 서빙 로봇, 생분해 용기 등을 선보여 화제가 됐다.

세계 각국의 코트라 지사들의 전문성 높은 자료 또한 기업들에게 큰 도움이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푸드테크와 관련해 코트라 싱가포르무역관은 싱가포르의 식물성 대체육 시장을 소개했다. 싱가포르는 2020년 12월 계란대용품 제조사 'Eat Just(잇 저스트)'가 연구실에서 재배한 고기를 판매하도록 허가하면서 배양육 판매를 가장 먼저 승인한 국가가 됐다.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싱가포르 식물성 대체육 시장 규모는 2021년 기준 90만 싱가포르 달러. 향후 2026년까지 싱가포르 식물성 대체육 시장 규모는 연 평균 성장률이 6.7%로 예상된다는 게 코트라 싱가포르 무역관의 분석. 현재 싱가포르에서는 카라나 푸드(Karana Foods)라는 회사가 잭 프루트로 만든 식물성 돼지고기를 현지 식당에 공급 중이다. 대체육 외에도 식물성 아이스크림, 우유, 치즈 역시 싱가포르에서 유망한 성장 분야라고.

KOTRA 암스테르담 무역관 자료에 따르면 유럽 푸드 테크 유니콘 기업들의 가치는 9200만 유로(약 1262억 원)로 2019년도 대비 약 3배 이상 증가했다. 2020년 유럽의 푸드 테크 산업은 24억 유로(약 3조 2957억 원)의 투자금을 유치했다. 가장 기대가 큰 분야는 식물 성분을 기반으로 음식을 만드는 기업, 발효, 바이오매스와 관련한 기업. 이밖에 대체육, 이산화탄소를 단백질로 변환하는 기술 기업들이 유망주로 꼽히고 있다.

네덜란드에서는 초고압 살균처리와 증기를 이용한 찜 기술, 나노기술, 3D 프린팅(식품 생산의 개인화), 세포 공학(줄기세포를 기반으로 한 육류와 어류 생산) 기술이 유망할 것으로 보인다는 게 코트라 암스테르담 무역관의 분석. 음식물 쓰레기 감소와 기존 육류 및 유제품의 대체품 개발 역시 푸드 테크의 주요 트렌드. 우마 미트(UmaMeats)는 와게닝엔 대학교(Wageningen University)의 창업기업인데, 소고기와 해조류를 조합해 햄버거와 소시지를 만들고 있다. 해조류 특유의 맛으로 기존의 식품들보다 소금과 지방이 덜 들어간다. 제품은 유럽산 해조류 15%와 기존 제품들보다 40% 낮은 염분율로 구성돼 더 환경친화적 건강식으로 알려져 있다.

코트라 미국 댈러스 무역관의 자료 또한 흥미진진하다. 버섯의 균사체로 닭가슴살, 스테이크, 육포와 같은 대체육을 개발하는 발효 단백질 공급업체도 있다. 대체 베이컨, 대체 해산물도 속속 선보이고 있는 중이다. 맞춤 설계된 스마트 오븐과 밀키트 제품을 함께 제공함으로써, 밀키트 QR코드 정보를 오븐이 인식해 조리하는 푸드 테크 기술도 있다. 배달 로봇과 자율주행 배달 서비스 역시 푸드 테크의 영역. 

미국의 업계 관계자는 KOTRA 댈러스 무역관과의 인터뷰에서 “온라인 식료품 공급업체들의 경쟁이 치열한데, 타깃 소비자군을 특정해 유기농, 천연식품 등 고급 식료품 시장을 대상으로 하는 것도 성공 가능성을 높이는 방법”이라고 한국 기업들에게 메시지를 전달했다.

이병로 기자 leebr@youngnong.co.kr

<저작권자 © 한국영농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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