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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켓몬빵, 쌀로 만들어도 인기는 그대로일까?

기사승인 2022.05.21  22:0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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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쌀가루 산업화 종합대책' 예고... 윤석열 정부 농정팀이 쏘아올린 작은 공

[한국영농신문 이병로 기자] 

쌀 소비를 늘리기 위한 아이디어는 차고도 넘친다. 국민 1인당 쌀 소비량이 3~40년 전에 비해 절반이 된 상황에서 늘 나오는 얘기가 바로 쌀을 많이 먹게 하자는 것. 그래서 쌀가공식품 활성화 계획, 쌀 소비 증진 아이디어는 역대 정권 내내 그럴듯하게 포장돼 쏟아져 나왔다. 이루 다 열거하기도 버거울 정도. 

빼빼로데이에 가래떡을 먹자는 제안은 기본 중의 기본이다. 쌀국수용 쌀품종을 따로 개발해 공급하기도 했다. 쌀가공식품 수출을 통해 쌀소비를 높여보자는 계획도 여전히 추진중이다. 한마디로 쌀로 할 수 있는 건 다 해봤다고 봐도 지나친 말은 아니다. 그럼에도 쌀 소비는 좀처럼 늘지 않는다. 왜 그럴까? 정답은 아무도 모른다. 그래서인지 최근 불어 닥친 포켓몬빵의 인기는 ‘쌀’의 입장에서는 부러움을 넘어 따라잡고 싶고 닮고 싶은 것임에 틀림없다. (쌀을 왜 안 먹는지 잘 모르는 것처럼, 포켓몬빵이 왜 이리 인기인지 사실은 잘 모른다.)

어쨌거나 포켓몬빵의 인기가 하늘을 찌르고 있다. 전국 어딜 가나 편의점 입구에는 “포켓몬빵 없습니다”라고 적힌 A4용지가 떠억 하니 붙어있다. 혹시 다른 거 사러 편의점에 들른 나를 아이 대신 포켓몬빵 사러 온 부모로 오해하면 어쩌나 싶은 노파심까지 든다. 나를 바라보는 점주나 알바생 눈빛이 예사롭게 느껴지지 않는다. 포켓몬빵 때문에 손님과 점주가 얼굴 붉히는 상황을 두어 번 겪어봤기 때문에 더 그런지도 모른다. 그러다 이런 생각을 해봤다. 만약 포켓몬빵을 쌀로 만들었다면, 쌀 소비가 엄청나게 늘어나지 않았을까? 혹시 정말로 그러지 않았을까?

포켓몬빵의 인기가 하늘을 찌르고 있다. 전국 어딜 가나 편의점 입구에는 “포켓몬빵 없습니다”라고 적힌 A4용지가 떠억 하니 붙어있다. [사진=SPC 삼립 페이스북]

◇ 농진청. 지자체, 쌀빵 개발 한창... 쌀가루 전용 품종 ‘가루미’ 보급도

쌀로 만든 포켓몬빵이 출시됐다는 말은 아직 듣진 못했지만, 전국 어디서나 쌀로 빵을 만드는 노력은 꾸준히 진행돼 왔다. 물론 현재도 온갖 쌀빵들이 속속 출시되고 있다. 그래서 농촌진흥청이랑 대한제과협회는 몇 년 전부터 ‘우리쌀빵 기능경진대회’라는 행사도 개최한다. 쌀가루 전용 품종을 이용한 새로운 빵·과자 제품을 발굴, 쌀 소비도 늘리고 국내 제빵.제과기술도 키워보자는 취지다. 

출품되는 빵 종류는 우리가 자주 먹는 식빵, 조리빵, 단과자빵(단팥빵ㆍ크림빵), 구움과자 소형(마들렌ㆍ피낭시에ㆍ머핀 )등등이다. 출품 제품은 모두 농진청 국립식량과학원이 개발한 쌀가루 전용 품종 ‘가루미2’를 전체 반죽의 50% 이상 사용해 야 한다. 가루미2 라는 쌀 품종은 바로 분쇄해서 빵, 국수, 맥주, 가정용 제과·제빵용 가루 등으로 두루 활용할 수 있는 우수한 품종이란 게 농진청의 설명이다. 농진청은 2018년 국제특허를 출원했고, 지난해엔 국내 특허 등록도 마쳤다고 자랑한다.

지자체는 지자체 대로 쌀빵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쌀빵으로 히트 친 곳이 아직은 없지만, 포켓몬빵 처럼 하늘을 찌르는 인기를 꿈꾸며 지자체들은 지금도 쌀빵을 만든다. 몇 개만 추려봐도 이렇게 많다. 

▲충북 진천군 이월면에 자리잡은 쌀빵전문점 '미잠미과는 지난 2018년 쌀가공식품공장을 만들어 쌀빵과 쌀국수를 만들어 팔기 시작했다. 쌀눈이 살아있는 '쌀눈이 빵'을 만들어 특허까지 냈다. 이곳 빵은 '살 안찌는 빵', '건강에 좋은 빵'으로 인기를 얻고 있다. 미잠미과 측은 “수입산 밀 보다는 우리 쌀로 만든 빵을 급식에 도입하면 좋겠다”고 말한다. 좋은 제안이다.

▲경남 하동군도 쌀빵에서 뭔가 활로를 찾는 분위기다. 최근 ‘우리 쌀빵 제조기술 보급교육’ 과정을 개설해 교육생을 모집했다. 기본과정과 심화과정 등의 커리큘럼으로 하동군농산물가공지원센터 조리실습실에서 교육을 진행하는데, 지역 로컬푸드를 활용하고 쌀가루를 이용해 제과제빵을 배운다. 쌀치즈케이크, 쌀초코마들렌, 바나나쌀빵, 쌀당근케잌, 쌀 호두파이, 현미화이트로쉐, 쌀 다쿠아즈, 쌀 티라미슈,쌀 쉬폰 등을 직접 만들어 볼 수 있다. 여기서 교육을 마친 이들이 쌀빵 전문점을 내거나 농가부업으로 쌀빵을 온라인 판매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게 하동군의 희망사항이다. 

▲경남 산청군이 쌀과 딸기를 활용해 ‘딸기 쌀빵’을 만들었다. 산청딸기도 널리 알리고 쌀소비도 늘리자는 일석이조 프로젝트인 셈인데, 우리쌀로만 만들어서 겉바속촉(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한 맛이 특징이라는 설명이 붙는다. 지역 내 축제가 열리는 곳, 지역 내 카페, 그 외 고속도로 휴게소 등 유동인구가 많은 곳에서 맛볼 수 있다. 전국 판매를 계획하고 온라인 직접 유통을 고려해보면 좋을 아이템이다. 

▲경기도 이천도 쌀빵 고수 반열에 든다. 농촌진흥청 사업비를 확보해 동네빵집 상생프로젝트를 추진중인데, 이천쌀, 고구마, 햇사레 복숭아로 쌀가루와 고구마 앙금을 생산, 공급한다. 이걸 받아서 동네빵집에선 쌀빵을 만들어 파는 시스템이다. 쌀눈빵, 쌀식빵, 쌀소금빵, 쌀쉬폰케익 등 점점 쌀빵 종류를 늘려가고 있다. 이천쌀빵은 지역 내 이천태극당, 베이커리심빵, 박서진베이커리, 모가농협제과점 등 이천 오프라인 매장에서 맛 볼 수 있다. 전국판매망은 네이버 스마트스토어 온라인 판매로 해결하고 있다. 

▲전남 영암은 무화과쌀빵에 기대를 걸고 있다. 최근엔 ‘달빛무화과쌀빵’ 재료공급 및 판매 활성화를 위한 다자간 업무 협약식도 열렸다. 이번 협약은 지역대표 특산물인 무화과를 활용한 달빛무화과쌀빵의 원활한 재료공급, 판매 활성화를 위한 것. 영암군은 전국 1위 생산을 자랑하는 무화과를 활용한 다양한 제품을 만들고 있기도 하다.

2021년 10대 쌀가공식품으로 선정된 제품들 [사진=한국쌀가공식품협회]

◇ 신임 농식품부 장관의 ‘쌀가루 산업화’ 드라이브... 쌀 가공산업, 날개 다나?

정황근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인사청문회에 이어 취임사에서도 쌀가루 산업화를 강조하고 있다. 당연히 관심이 쏠리는 사안. 정 장관은 취임사에서 “밀가루를 대체할 건식 쌀가루 산업화 핵심 프로젝트를 추진해 식량안보 문제와 쌀 수급 안정 문제를 개선하겠다”고 역설했다. 정 장관은 과거 농촌진흥청장 재임 때인 2017년에도 “연간 소비되는 밀가루 2백만 톤 중에서 10%인 20만 톤만 쌀가루로 대체해도 심각한 쌀수급 문제에서 벗어날 수 있다. (쌀가루 산업화는) 쌀 소비 증진, 농업인 소득 증가, 국민건강 보호 라는 1석 3조의 효과가 기대 된다”고 밝힌 바 있다.

2019년 국정감사에서도 쌀가루 생산을 늘려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박주현 의원(민주평화당)은 농협이 밀양에서 생산하는 년 5천 톤 쌀가루공장 규모로는 수입 밀가루의 쌀 대체효과가 부족하다고 지적하고 “정부가 매년 싸게 공급하는 재고미 20만 톤 정도를 한꺼번에 받아 쌀가루로 만들어 공급하자”고 제안했다. 하지만, 이후 눈에 띌만한 변화는 전혀 없었다.

농식품부는 쌀가루 산업화를 위해 지난 2018년 1월 쌀가루의 한국산업표준(KS)을 제정한 바 있다. 이는 식용쌀을 원료로 분쇄ㆍ선별 등의 과정을 거쳐 생산된 용도별 쌀가루의 품질특성에 대해 규정하고 있다. 쌀가루의 용도를 ▲떡용 ▲면용 ▲제빵ㆍ제과용 등 3개로 축소했다. 제빵용과 제과용의 경우 부재료가 워낙 많아서 기준을 너무 세분화하면 오히려 규제가 될 수 있어 기준을 하나로 통일한 점이 특징으로 꼽혔다.

그렇다면 쌀가루의 한국표준을 마련하면 쌀가루 산업화는 저절로 이루어지는 것인가? 그건 아니다. 쌀가루로 빵을 만들거나 면을 만들었을 때 밀가루와 경쟁할 수 있는 제품경쟁력이 있어야만 하는 것은 상식 중의 상식일 것이다. 그런 면에서 우리 쌀가루 전용 품종 쌀은 어떤 수준까지 와 있을까? 현재 우리가 접할 수 있는 쌀가루 전용 품종은 농촌진흥청이 개발한 ‘가루미’가 가장 유명하다. ‘가루미1’, ‘가루미2’ 등 두 종류로 개발됐는데 건식 제분에 적합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외에도 쌀가루용 품종은 '한가루', '설갱', '신길', '미시루' 등이 있다. 하지만 정작 농가들은 이 품종들을 거의 재배하지 않고 있다. 판로가 없기 때문이다.

또한 쌀은 밀가루와 달리 글루텐프리라는 점은 장점이지만, 그 때문에 탄력 있는 반죽이나 면을 만드는 데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쉽게 말해 쌀가루로만 반죽을 만들어서 빵을 만들거나 면을 만들면 탄력 면에서 밀가루를 따라갈 수 없어서 맛의 차이가 현저하다. 그래서 제과제빵 전문가들은 “쌀의 가공적성이 문제다. 이 점 때문에 쌀가루가 제과제빵제면 분야에서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한다.

어쨌거나 쌀가루 산업화라는 주제로 신임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쏘아올린 공을 관련업계와 관계자들이 어떻게 받아들이고 처리할지 관심이 모아진다. 이에 대해 농식품부 식량정책과 관계자는 “이르면 5월 말까지는 쌀가루 활성화 종합대책을 발표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금만 더 기다려 달라는 뜻일 것이다.

조재호 신임 농촌진흥청장 또한 취임사에서 “쌀에 편중된 자급 구조를 개선해야 한다. 밀가루를 대체하는 쌀가루 산업을 활성화할 기술지원을 강화해야 한다. 건식 쌀가루 품종 개발과 생산성 향상 기술 개발.보급을 확대해야 한다”며 쌀가루 산업화에 대한 구체적인 방향까지 언급하고 나섰다. 정황근 장관의 쌀가루 산업화를 강력하게 뒷받침하고 있는 것이다.

쌀가공 산업의 중간소재인 쌀가루 시장규모는 2011년 약 500억 원에서 2016년 약 700억원으로 40% 증가했다. 문제는 이와 같은 증가세를 쌀가루 산업화 정책으로 계속 끌어올릴 수 있느냐는 것. 이웃나라 중국의 쌀가루 소비만 참고해보더라도, 쌀가루 시장은 규모의 경제를 도모할 수 있는 밝은 전망을 지닌 시장임을 알 수 있다. 코트라(KOTRA)에 따르면 2015년 중국 이유식 쌀가루 시장 규모는 무려 63억 2천만 위안(한화 1조 2천억 원)이나 된다. 향후 시장규모가 13조원 대 까지 커질 것이라는 게 코트라의 전망. 일본 쌀가루 시장 역시 꾸준히 성장세에 있다. 최근 5년 동안 약 2배 가까운 소비 증가로 약 4.3만 톤 수요를 달성했다는 게 일본 농업신문의 최근 보도. 이와 같은 소비증가는 쌀가루의 용도별 철저한 품질관리와 표기에 있다는 게 이 신문의 분석이다.

백짓장도 맞들면 낫다고 했다. 쌀가루를 둘러싼 국내외의 사정이 이러하다면 이제 제과 제빵 업체도 진심으로 화답할 때가 아닐까? 단지 포켓몬빵을 쌀로 한 번 만들어보자는 말이 아니라, 쌀로 할 수 있는 것들을 정부와 농민과 머리를 맞대고 최대한 고민해보자는 뜻이다. 쌀가루로 만든 초대박 히트상품이 지금이라도 한번 쯤 나오면 좋지 않을까?

이병로 기자 leebr@youngnong.co.kr

<저작권자 © 한국영농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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