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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각해지는 아열대화, 국산 과일 사라진다

기사승인 2022.05.01  20:4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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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부지역 멜론, 감귤, 바나나 등 재배 확산... 사과 30년후 강원 일부서만 재배

[한국영농신문 이광조 기자] 

"옛날에 아버지가 북선(지금의 북한)에 다녀오실 땐 꼭 사과 한 두 상자를 평양에서 사오셨지. 지금 사과보다 몇 배는 더 달콤한 거 같았던 그 사과 향이 지금도 기억이 나. 그때가 해방(1945년) 직전이었는데, 남선(지금의 남한)에서는 사과를 보기가 힘들었지. 그 땐 그랬지...”

80이 훌쩍 넘은 노인이 자신의 어린 시절을 회상하며 떠올린 사과. 그 사과는 북선, 지금의 북한에서 노인의 아버지가 사 오신 사과. 이후 세월이 흘러 노인의 청.장년기 시절엔 남선, 지금의 남한땅 대구가 사과의 주산지로 유명했다. 그런데 그것도 오래가진 않았다. 기후가 변하면서 사과는 이제 대구가 아니라 대한민국 전역, 특히 강원도나 충청ㆍ경기에서 더 많이 재배하는 과일이 되었다.

세월은 가고, 지역특산물로 꼽히던 과일 또한 지역을 옮겨간다. 사과는 이제 강원도, 그것도 양구 사과를 명품으로 친다. 수출도 몇 십 톤씩 하는 곳이 강원도 양구니까, 그렇게 말해도 틀리진 않다. 이렇듯, 과일재배 지도가 세월 따라 기후 따라 바뀌고 있다는 사실, 알고 있는가? 그러다보니 아열대 과일이 우리나라 남부지방 농촌 효자작목으로 자리 잡았다는 소식도 더 이상 낯설지 않다.

사과는 이제 강원도, 그것도 양구 사과를 명품으로 친다. 수출도 몇 십 톤씩 하는 곳이 강원도 양구니까, 그렇게 말해도 틀리진 않다. [사진=픽사베이]

◇ 한반도 남부에서 활성화된 아열대 과일 재배...사과는 50년 뒤 강원 일부서만

이런 분위기 속에 경북 경주가 아열대과일 재배 명소로 떠오르고 있다는 뉴스도 나왔다. 경주시에 따르면 지구 온난화와 과일 소비패턴 다양화에 대응하기 위한 대체 작물인 경주봉, 레드향 등 감귤류와 멜론의 재배면적이 늘어났고 애플망고도 시범 재배 중이다.

이같은 현상은 경주시의 발빠른 과일재배 전환에 따른 것인데, 실제로 경주시는 2010년대 초반부터 감귤류 재배를 지역 농가에 권장했다. 현재 24개 농가 9.5㏊ 면적에서 귤이 자라고 있다. 멜론도 2003년 4개 농가, 2022년 현재는 77개 농가 35㏊ 면적에서 재배중이다.

그런가하면 소싸움으로 유명한 경북 청도에서는 바나나 수확 행사에 군수가 참여해 농민들을 격려한다. 청도군 유망 아열대작물재배단지에서 열린 바나나 첫 수확 행사에서다. 청도 바나나는 청도군 역점시책인데, 청결한 재배환경에서 자라나 당도와 식감이 특출하다.

전남 강진군도 마찬가지다. 최근에는 아열대과수 '레드향' 수확을 마쳤다. '레드향'은 일본에서 만든 만감류 품종인데, 제주도에서만 기르던 과일. 레드향은 특히 풍부한 과즙과 높은 당도, 적절한 산도가 어우러진 맛으로 인기가 높다. 2014년부터 레드향 재배를 시작한 강진군에서는 현재 13농가, 4.2ha에서 레드향이 자라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남부지방, 더 나아가 한반도 남부는 온통 아열대과일만 자랄 수 있는 기후로 변해가는 걸까? 그래서 농촌진흥청이 새로운 기법으로 과일재배지도 라는 것을 그려봤더니 몇십년 후인 21세기 말이 되면 사과, 배, 포도 등 온대과일은 우리나라에서 재배가 어려워질 것이라는 예측이 나왔다 쉽게 말해 국산 사과와 배 그리고 포도는 몇 십년 안에 맛보기 힘들다는 뜻.

특히 앞으로 50년 뒤인 2070년대가 되면, 우리가 현재 먹고있는 주요 과일의 재배 지역이 하늘과 땅 차이로 변할 전망이다. 이는 농촌진흥청(청장 박병홍)이 최신 기후변화 시나리오를 반영해 주요 6대 과일의 재배지 변동을 예측한 결과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사과는 과거 30년의 기후 조건과 비교했을때, 앞으로 지속해서 재배 적지와 재배가능지가 급격하게 줄어들고, 2070년대에는 강원도 일부 지역에서만 재배할 수 있을 것으로 예측됐다. 배는 2030년대까지 총 재배 가능지 면적이 증가하다가, 2050년대부터 줄어들고, 2090년대에는 역시 강원도 일부 지역에서만 재배가 가능할 것으로 예측됐다. 복숭아는 2030년대까지 총 재배 가능지 면적이 과거 30년간 평균 면적보다 소폭 증가하지만, 이후 급격히 줄어 2090년대에는 강원도 산간지에서만 재배가 가능한 것으로 나타났다.

포도는 총 재배지 면적을 2050년대까지 유지할 수 있으나, 이후 급격히 줄어들며 2070년대에는 고품질 재배가 가능한 지역이 급격히 감소할 것으로 예측됐다. 단감은 2070년대까지 고품질 재배가 가능한 재배 적지 등 총 재배 가능지가 꾸준히 증가하고 재배 한계선도 상승하며, 산간 지역을 제외한 중부내륙 전역으로 재배지가 확대될 전망이다. 감귤(온주밀감)은 총 재배 가능지가 지속해서 증가하고, 재배 한계선이 제주도에서 남해안과 강원도 해안지역으로 확대할 것으로 예측됐다. 

이는 작물 종류별로 연평균 기온, 생육기 기온 등 재배에 필요한 기준이 각각 다르기 때문인데, 재배 조건을 충족하지 못하면 수량이 불안정하고 열매 품질도 나빠지게 된다. 예를 들어 사과, 배는 7도 이하에서 1200∼1500시간 이상 경과해야 정상적인 재배가 가능하다. 사과, 포도는 성숙기에 고온일 경우 과실의 착색 불량 등 품질이 나빠진다. 내한성(추위 견디는 성질)이 약한 감귤이나 단감은 겨울철의 최저기온이 비교적 높아야 생육이 가능하다.

사과 재배지 변화 추이 지도 [사진=농촌진흥청]

◇ 30~50년 뒤 감귤 재배지만 늘고, 사과 배 복숭아는 재배 어려워

농촌진흥청은 최근 기후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위해, 2020년 발표된 기후변화 시나리오를 활용해 농업용 미래 상세 전자기후도를 제작했다. 아울러 이 전자기후도로 우리 농업환경에 맞는 ‘작물별 재배지 변동 예측 지도’를 개발했다. 이에 따르면 2081년∼2100년 사이, 전 세계와 우리나라의 연평균기온은 각각 6.9도(℃), 7.0도(℃)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국토의 6.3%를 차지하는 아열대기후대는 2030년대 18.2%, 2050년대에는 55.9%로 확대될 전망이다.

이번 재배지 변동 예측 지도에서 나타난 특이점은 과일 재배 가능지가 북부나 산지로 약 10~20년 정도 빠르게 이동할 것이라는 점. 농촌진흥청은 과일의 수급 물량 조절 정책을 수립하거나, 농가가 각 농장에 재배 가능한 작물을 선정하는 데 도움이 되도록 이번 자료를 농촌진흥청 '과수생육·품질관리시스템' 누리집을 통해 공개할 계획.

또한 기후변화에 따른 작물의 생산성과 품질 저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기후 적응형 품종을 육성하고 권역별로 알맞은 작목을 배치한다는 게 농촌진흥청의 계획이다. 사과는 아리수 등 7품종, 배는 슈퍼골드 등 9품종, 포도는 흑보석 등 5품종이다. 또한 기후변화로 새롭게 재배 가능한 작물을 개발하기 위해 열대ㆍ아열대 작물 52종(2020년 기준)을 도입해 적응성을 시험중이다. 주요 과일들의 미래를 농촌진흥청 과일재배지도로 예측해본다.

■ 사과 = 2005년 2만 6천ha에서 2020년 3만 1천ha까지 재배면적이 증가하였고, 2020년에는 42만 2천톤을 생산한 주요 과수작물 중 하나. 비교적 서늘한 기온에서 품질과 생육이 양호한 호냉성(好冷性) 작물이다. 현재 재배시스템(품종, 작형 등)이 그대로 유지된다는 조건 하에 예측한다면, 기후변화 시 재배적지와 재배가능지 모두 급감하는 게 바로 사과. 2090년대에는 국내에서 고품질사과 재배가능지가 사라지는 것으로 예측됐다.

■ 배 = 2005년 2만 1천ha에서 2020년 9천ha까지 재배면적이 크게 감소하는 온대과수. 현재 재배시스템이 그대로 유지된다는 조건 하에 전 국토 기준 기후학적 재배지 변동을 예측한 결과, 2030년대까지 총재배가능지의 면적이 증가하다가 2050년대부터 감소하는 것으로 예측된다. 고품질 과실 재배가 가능한 재배적지는 2050년대부터 급격히 감소하여 2090년대에는 거의 없어질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 복숭아 = 재배면적은 2005년 1만 5천ha에서 2020년 2만ha로 재배면적이 증가하였으며, 현재 영남과 호남 등 중부지역에서 주로 재배되고 있다. 현재 재배시스템이 그대로 유지된다는 조건 하에 전 국토 기준 기후학적 재배지 변동을 예측한 결과, 2090년도에는 전 국토의 5.2%만이 기후적으로 재배가능지로 예측되고 있다.

■ 포도 = 재배면적은 현재 꾸준히 감소하는 추세로 2005년 2만ha에서 2020년 1만ha로 감소하였다가 2021년 증가세로 전환됐다. 재배 주품종은 캠벨얼리, 거봉에서 청포도인 샤인머스켓으로 바뀌는 중이다. 현재 재배시스템이 그대로 유지된다는 조건 하에 전 국토 기준 기후학적 재배지 변동을 예측한 결과, 2030년대에는 경기, 충청, 전북과 경북 등 중부지역이 주재배지이지만, 2070년에는 강원도 산간지역으로 재배적지가 변동될 것으로 예상된다.

■ 감귤(온주밀감) = 2005년에 1만 9천ha에서 2020년 1만 6천ha까지 지속적으로 재배면적이 감소하고 있다. 현재 재배시스템이 그대로 유지된다는 조건 하에 기후학적 재배지 변동을 예측한 결과, 전 국토 기준 총재배가능지가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경향을 보인다. 남해안 일대로 재배한계선이 상승하고, 강원도 해안가와 제주도 중산간 지역으로 총재배가능지가 이동할 것으로 예측된다. 감귤의 총재배가능지가 증가됨에 따라 감귤의 재배면적 및 생산량도 증가할 개연성이 높다.

앞서 언급했던 노인의 얘기를 들었던 노인의 아들, 손자가 노인이 되고 장년이 되는 30년쯤 뒤엔 사과는 남한 땅에서 거의 재배지를 찾아보기 힘들지도 모른다. 아마 강원도 고랭지 중의 고랭지 일부에서 사과농사 명맥만을 이어가고 있다는 뉴스를 접하게 될지도 모를 일이다.

그래서 농촌진흥청은 과일을 비롯해 인삼, 당귀, 천궁 등 약용작물 등 다양한 작물에 대한 재배지 변동 예측 지도를 제작중이며 기후 변화에도 견딜 수 있는, 즉 재배할 수 있는 품종들을 개발중이라고도 밝혔다. 아무쪼록 그러기를 기대한다.

이광조 기자 lgj@youngnong.co.kr

<저작권자 © 한국영농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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