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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일 3국만 ‘김 먹는 민족’ 아니다

기사승인 2022.01.17  16: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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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계인 입맛잡는 수출역군 '김'... '김 산업법’ 날개 달고 도약 채비

[한국영농신문 이광조 기자] 

드디어 저 먼 나라, 넬슨 만델라의 나라 남아프리카공화국(남아공)사람들도 김을 먹기 시작했다. 어느 나라 김인가 하면, 한국김이다. 그곳에선 중국,일본에서 생산된 조미김이 아닌 한국산 김을 제일 많이 사먹는다. 시장점유율 43%를 훌쩍 넘어선 게 지난 2017년 일이니까 앞으로가 더 기대된다.

코트라(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 자료를 보면, 10년 전만 해도 남아공 사람들은 알약 모양의 영양제로 김을 먹었다. 그러다가 갑자기 초밥, 김밥을 만들어 먹으려고 한국김을 사기 시작했다. 아시아 문화에 대한 호기심, 스시 판매점 증가, K팝 확산, K푸드 유행 등의 영향을 받았으리라는 현지 분석이 나왔다. 과자를 먹듯 스낵으로 김을 먹는 남아공 사람들도 많아졌다는 게 코트라 조사 결과. 한국산 김이 김밥용 김과 조미김으로 고급 대형유통망 울워스(Woolworths)에서 자사브랜드로 팔린다. 날개 돋친 듯 팔린다니, 김이 날개를 단 형국이다.

이처럼 수출로 제 몫을 톡톡히 하고 있는 김이 최근 제품 다양화 전략을 통해 스낵, 다이어트 식품 등으로 변신 중이다. 그 결과 우리나라 김 가공식품 수출국가가 무려 114개 국으로 늘었다. 2020년 김 수출액은 무려 6억 달러(우리돈 6600억원)을 훌쩍 뛰어넘었다. 특히 미국으로의 김 수출은 나날이 증가해 지난 2020년 상반기자료를 보면 미국이 우리 김의 제1 수출국으로 자리 잡았다. 2위는 일본, 3위가 중국이다,

재미있는 사실은 김을 상업적으로 양식-생산하는 나라는 한국, 중국, 일본 이 세 나라 뿐이라는 점. 역사적으로 더 흥미로운 것은 김을 먹기 시작한 나라는 한중일 3개국 중 우리나라가 최초라는 점이다. 우리나라는 삼국시대부터 김을 먹었다는 기록이 남아있다. 그것도 무려 고려시대 충렬왕 때 일연 스님이 편찬한 삼국유사에 “신라시대부터 ‘김(海苔)’을 먹었다”고 기록되어 있다. 1500년도 훨씬 전부터 김을 먹었다는 얘기다.

한중일 3국 중에 다른 나라는 어떨까? ▲일본에서는 김을 ‘노리(海苔)’라고 하는데, 바다의 이끼라는 뜻. 일본에서는 김 위에 밥을 넓게 펴서 올린 뒤 여러 식재료를 얹어 돌돌 말아 먹는 노리마끼(김말이)가 김의 대중화를 선도해 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본 관광객들이 한국에 와서 가장 많이 사가는 게 김이라는 건 이미 알려진 사실. 일본에서는 연간 약 10억 장의 김이 소비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검은 반도체 라는 별명도 지니고 있다고.

▲중국에서는 저장성, 광둥성 등 남부지역에서 주로 김을 재배하는데, 중국은 김을 두껍게 말려서 먹는 특징이 있다. 또한 한국이나 일본처럼 밥을 싸서 먹는 대신에 국이나 탕에 넣어서 끓여먹는다. 중국은 생산량은 세계 최고수준이지만, 우리나라 김을 많이 수입해서 먹는다.

▲태국은 김을 생산하지 않지만, 한국에서 김을 수입한 후 튀긴김ㆍ훈제김ㆍ두리안김ㆍ똠양꿍김 등 다양한 김과자 및 스낵으로 가공해 수출한다. 수출액도 제법 많아 큰 재미를 보고 있다. 우리나라, 일본, 중국과 비교할 때 김 원초나 물김, 조미김을 수출하지 않고, 김을 수입해 가공해서 부가가치를 높여 수출하는 차별화 요소를 지니고 있는 점이 태국의 특징. 이러한 태국 사례가 우리나라 김 수출 롤 모델이 될 수도 있다는 분석도 있다. 유심히 지켜봐야할 것 같다.

우리나라는 삼국시대부터 김을 먹었다는 기록이 남아있다. 그것도 무려 고려시대 충렬왕 때 일연 스님이 편찬한 삼국유사에 “신라시대부터 ‘김(海苔)’을 먹었다”고 기록되어 있다. 1500년도 훨씬 전부터 김을 먹었다는 얘기다. [사진=픽사베이]

◇ 한중일 포함 세계 100여개국, 김 소비량 가파른 상승세

이처럼 우리 수출에서 큰 몫을 차지하는 게 김이다보니, 김을 세계화해서 K-푸드의 대표주자로 앞세워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부동의 수산물 수출 1위 품목이던 참치(연간 5~6억 달러 수출)를 제치고 왕좌를 차지한 김의 위상이 전과는 확연히 달라진 모양새.

그래서 정부는 김 산업의 지속 가능한 발전 및 세계화를 위해 지난 2020년 12월 제정한 「김 산업의 육성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을 올해부터 시행한다. 이 법률은 기후 변화로 인한 김 생산량 변동에 대한 대비책을 비롯해 영세기업 중심인 김 가공업체의 경쟁력 강화 등을 골자로 한다. 관련 인력 양성, 전문연구기관 지정 및 운영 등도 담겨있다.

특히 세계 각국에 김을 수출함에 있어 가장 필수적인 홍보 마케팅에 필요한 홍보비용도 지원한다는 방침. 또한 품질 향상, 위생 및 안전관리 강화 등 김 산업의 국내외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김 산업 진흥구역’ 지정의 법적 근거도 마련했다.

이는 더불어민주당 서삼석 국회의원(영암·무안·신안)이 대표발의한 「김 산업의 육성 및 지원에 관한 법률안」제정안이 지난 2020년 12월 국회 본회의를 통과함으로써 가능했던 일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서삼석 의원실 자료에 따르면, 현재 우리나라는 전국 5개 광역자치단체 2200여 어가에서 김 생산을 하고 있으며, 약 320여 개의 마른 김 가공공장과 1천여 개소의 조미김 가공공장이 가동중이다. 특히 우리나라 김 산업은 세계시장에서 58.3%의 시장 점유율을 나타낼 정도로 유망한 분야.

서 의원이 발의했던 「김 산업의 육성 및 지원에 관한 법률안」제정안의 주요 내용은 ▲5년마다 김 산업진흥기본계획 수립·시행 및 실태조사 실시 ▲김 산업 교육훈련실시 및 전문인력 양성 ▲김 산업전문기관 지정 ▲경영안정 및 경영개선 지원 ▲김의 품질향상 지원 ▲김산업진흥구역 지정 등이다.

서삼석 의원은 “전남은 2019년 기준 전국 김 생산량의 78%를 차지한다. 코로나19 영향에도 김 수출은 지난해보다 13% 이상 상승했다. 이는 김 산업의 성장가능성이 더욱 확대되고 있다는 뜻이다. 식품업계의 반도체로 불리는 김 산업에 대한 국가차원의 체계적인 육성과 지원책 마련은 어업인 소득증대와 국가경제 발전에 기여할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정부는 김 산업의 지속 가능한 발전 및 세계화를 위해 지난 2020년 12월 제정한 「김 산업의 육성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을 올해부터 시행한다. 이 법률은 기후 변화로 인한 김 생산량 변동에 대한 대비책을 비롯해 영세기업 중심인 김 가공업체의 경쟁력 강화 등을 골자로 한다. 사진은 김 양식장 [사진=해양수산부]

◇ 김 산업 육성 및 지원에 관한 법률 시행...세계화 위한 디딤돌 마련

그런데 우리나라 김 수출 산업에서 간과하면 안 될 문제점이 드러나고 있다. 바로 단조로운 상품구성이다. 김 수출상품의 유형이 조미김, 마른김 2가지로 한정돼 있는 게 확장성을 방해하고 있다는 것. 특히나 조미김 상품의 수출이 전체 김 수출의 70%를 웃돌고 있어서 그렇다는 분석이다.

2000년 1199만 달러였던 조미김 수출액은 약 10년 뒤인 2011년엔 약 1억 1624만 달러로 늘어났다. 이후 2014년 2억 246만 달러, 2017년 3억 달러, 2020년에는 4억 2537만 달러가 됐다. 급기야 지난해 2021년 조미김 수출액은 약 4억 5천만 달러를 기록함으로써 20년 만에 약 40배에 가까운 놀라운 성장세를 보여줬다. 이에 비해 마른김은 2021년 약 1억 7천만 달러 정도인 것으로 나타났다.

바로 이런 부분을 지적하고 나선 단체가 있다. (사)김수출협회라는 곳이다. 이 단체는 김가공공장을 갖춘 29개사를 회원으로 두고 있으며, 지난 2019년 11월 사단법인으로 발족했는데, 꾸준히 김 가공식품의 다양화를 위해 회원사들을 중심으로 노력중이다. 김수출협회에서는 우리나라 조미김이 중저가의 유사제품들이 너무 많다는 점을 극복해야 된다고 강조하고 있다. 즉 차별화 요소를 갖춘 제품이 많이 등장해야 된다는 것이다. 실제로 우리나라 김가공식품 중에는 스낵 형태로 즐기는 북미나 유럽 기호의 제품을 찾기가 쉽지 않은 게 현실. 김스낵, 김자반, 김탕, 김 첨가 식품 등등으로 신제품이 확대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김의 고급화 문제도 종종 등장하는 수출 걸림돌 항목이다. 김 양식에만 치중하다보니 천편일률적인 김을 생산해왔고, 그러다보니 김의 상품성을 나누고 고급화할 수 있는 등급이라는 게 거의 없다시피 한 현실이라는 것. 이에 대해 전문가들과 김가공업계와 식품업계에서는 김의 등급제 도입을 추진해야 한다는 의견이 점점 설득력을 얻고 있다.

얼마 전 국내에서는 치킨으로 튀겨지는 닭의 크기로 갑론을박이 이어진 적이 있다. 급기야는 치킨 계급론이란 말까지도 등장했다. “부자는 치킨을 안 먹는다”는 누군가의 말에 국내 굴지의 재벌 회장이 직접 나서서 “저는 OO치킨 마니아입니다”고 답해서 큰 화제가 됐다.

김도 마찬가지 아닐까 싶다. “김 따위를 서양사람들, 특히 서구 유명인들이 먹겠어?”라고 누군가가 묻는다면, 이런 대답이 나올 수도 있다. 아니 아마 사진까지 같이 등장할 지도 모른다. 바로 영화 울버린, 레미제라블로 국내에도 많은 팬을 확보한 영화배우 휴 잭맨이 사진과 함께 등장할지 모른다는 뜻. 실제로 휴잭맨은 조미김을 과자나 간식처럼 즐겨 먹는다고 알려져 있다. 휴 잭맨이 딸 에바와 길거리를 걸으며 우리나라 포장김인듯한 김을 꺼내먹는 사진은 이미 온라인 상에선 유명하다. ‘휴 잭맨’과 ‘김’이라는 단어를 검색창에 입력하고 엔터를 눌러보면, 헐리웃 배우와 그의 딸이 얼마나 김을 즐겨 먹는지 놀랄 거다.

둘러보니 김은 한국, 중국, 일본 세 나라 사람들만 먹는 게 아니었다. 김은 이미 세계인이 즐겨먹는 K-푸드의 대표주자가 되어 있었다. 한국산 김, 'Korean Seaweed'을 해외마트에 갈 기회가 있다면 꼭 한번 찾아보면 좋을 것 같다. 매장 어딘가에 떠억 하고 진열되어 팔리고 있을 것이므로, 분명 고단한 숨은 그림 찾기는 아닐 것이다. 

김수출협회에서는 우리나라 조미김이 중저가의 유사제품들이 너무 많다는 점을 극복해야 된다고 강조하고 있다. 즉 차별화 요소를 갖춘 제품이 많이 등장해야 된다는 것이다. [사진=해양수산부]

이광조 기자 lgj@youngno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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