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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날개짓, 대한민국은 태풍... 요소수 대란이 끝일까?

기사승인 2021.11.11  22:2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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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똥도 약에 쓰려면 없는 법... 수입산 농수산물, 공급 차질 사태 대비해야

디젤 자동차용 요소수 제품 [사진=롯데정밀화학]

[한국영농신문 이병로 기자] 

요소수 부족으로 여기저기서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요소수가 대체 뭐길래 온통 아우성일까? 요소수는 요소(尿素)에 정제수를 섞은 액체다. 최근에 나온 디젤 차량에는 ‘선택적 환원 촉매제(SCR, Selective Catalytic Reactor)’가 장착되어 있는데 엔진에서 연소된 배기가스를 처리하는 장치다. 요소수를 여기에 분사하게 되면 배기가스 속 질소산화물을 질소와 물로 분해하면서 오염물질을 줄여준다. 관련 법규에 의거, 자동차 제조사는 요소수가 떨어지면 시동을 걸 수 없도록 강제 프로그래밍을 해놓았다. 이 때문에 요소수가 떨어지면 차는 멈춘다. 물류를 담당하고 있는 트럭은 대부분 디젤차이기 때문에 요소수 대란은 곧바로 물류대란으로 이어질 수 있다.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화물 트럭이 멈추면 제조업에도 타격이다. 부품이나 원료, 완성품을 운반할 수 없게 되기 때문이다. 이뿐만 아니다. 디젤 차량 외에도 철강, 화력발전, 시멘트 등 산업분야에서도 요소수가 쓰인다. 현재 산업용 요소수 재고도 넉넉지 않다. 7일 현재 관련업계에 따르면, 국내 요소수 제조 1위 기업인 롯데정밀화학의 요소 재고량이 이달 말이면 바닥이 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요소수의 원료인 요소 공급이 이대로라면 내달 초부터 국내 요소수 생산은 더 이상 불가능하다는 얘기다. 물류대란, 생산대란이 코앞이다. 

현재 요소수 대란은 중국 정부의 수출 통제 조치에서 시작했다. 중국은 지난달 11일 주요 물자에 대한 수출 전 검사를 의무화하겠다고 발표했다. 별도 검역·검사 없이 수출이 이뤄졌던 요소·칼륨비료·인산비료 등 29종의 비료 품목에 대해 반드시 사전 허락(?)을 거치도록 해 사실상 수출문을 닫았다.

 여기에는 중국 인구의 대부분이 농민인 점이 크게 작용했다. 중국 14억 인구 중 농민은 7억8천만 명으로 절반에 이른다. 도시로 떠난 서류상의 농민인 농민공을 빼더라도 5억 명에 이른다. 우리나라 농민이 230만 명으로 4.5% 수준이니 중국은 진정한 농민의 나라다. 중국 정부 입장에서는 농민들에게 농번기를 맞아 비료를 공급하지 못하거나 비싼 값에 공급해서는 안된다. 민심 이반으로 연결되기 때문이다. 중국 정부는 겨울 밀 재배를 앞둔 상황에서, 국제 원자재 가격이 폭등하자 요소 등 비료 원료의 확보에 나섰다. 자국 농민을 보호하기 위한 최선의 조치를 취한 셈이다. 

현재 요소수 대란은 중국 정부의 수출 통제 조치에서 시작했다. 중국은 지난달 11일 주요 물자에 대한 수출 전 검사를 의무화하겠다고 발표했다. [사진=픽사베이]

반면 대한민국은 중국 정부의 조치에 직격탄을 맞은 모양새다. 국내에서 필요한 요소의 97.6%를 중국에서 수입하고 있다. 중국 정부가 농민을 살리려고 한 조치에 우리나라는 농업계는 물론 산업계 전체가 피해를 걱정하고 있는 모양새다. 가장 코앞에 닥친 문제가 물류대란이다. 국내에는 1천만 대의 디젤차가 있다. 이 중 요소수가 없으면 움직일 수 없도록 배기가스 정화장치(SCR)를 장착한 디젤 차량은 약 400만대이며 이 중 200만대는 화물차다. 장거리 운행하는 화물차의 경우, 한 달에 10리터짜리 요소수를 10~15통 소모한다. 만약 요소수가 적기에 공급되지 않는다면 상당수의 화물차는 운행할 수 없다. 

방법이 있긴 하다. 자동차의 통제 프로그램을 수정해 요소수가 없어도 시동이 걸리게 할 수 있다. 하지만 이 경우 비용과 시간이 든다. 요소수 공급이 정상화되어 다시 원래 상태로 환원하는데도 마찬가지다. 그 중에는 환원을 하지 않고 불법 운행하는 차량도 있을 수 있다. 더 큰 문제는 질소화합물이 걸러지지 않고 그대로 배출되어 대기오염을 가중시킨다는 점이다. 강력한 탄소중립 목표를 선언한 마당에 한국 정부가 국제사회에 거짓말쟁이 국가가 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정부는 부랴부랴 대책을 세우고 움직이고 있다. 청와대는 지난 5일 안일환 경제수석을 팀장으로 ‘요소수 대책 TF‘를 가동했다. 매일 현황을 점검하고 요소수 및 요소를 수입할 새로운 경로를 찾기 시작했다. 우선 중국 정부의 수출규제 완화를 외교 채널을 통해 타진했다. 요소수 매점매석 행위를 엄단하고 필요시 우선순위를 정해 배급하고 군의 비축물자까지 풀겠다고 했다. 다행히 겨울작물 영농준비를 마쳐 비료 수요가 줄자, 중국 정부도 수출제한조치 해결에 나서겠다는 입장을 보이기 시작했다. 여기에 사우디아라비아 등 새로운 공급선을 찾는데 성공했다는 소식도 들린다. 정부 계획대로라면 조만간 이번 사태는 수습될 것이다. 

다만 정부의 늑장대응은 비난을 피할 수 없다. 중국 정부가 요소 등 주요품목 수출 규제를 하겠다는 예고가 있던 게 지난 달 11일, 실제 수출통제(검사)는 15일부터 시작됐다. 주중 한국대사관이 외교부로 관련 사실을 보고한 게 21일이다. 청와대 TF가 구성된 것은 11월 5일. 결국 우리 정부는 거의 25일이 돼서야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구체적 행동에 들어간 것이다. 늦어도 한참 늦었다. 

김부겸 총리는 지난 8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 출석해 이번 요소수 대란에 대해 "아프게 반성한다"고 사과했다. 아울러 “요소수처럼 사회 곳곳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품목이 80여 개가 된다”면서 “자원안보에 관한 인식을 새롭게 하고, 국가 전체가 상황을 관리하는 시스템을 구축하겠다”고 말했다.

김부겸 총리는 지난 8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 출석해 이번 요소수 대란에 대해 "아프게 반성한다"고 사과했다. [사진=국회 홈페이지]

물자 부족 문제는 이제 상수가 됐다. 이른바 ‘글로벌 공급망 붕괴’ 탓이다. 코로나 19로 일할 사람들이 줄다보니 공장 가동이 불규칙해졌다. 그러다보니 실핏줄처럼 연결됐던 세계 각국의 협업 체제가 문제가 생겼다. 게다가 코로나 19 완화로 잠재된 수요가 늘어나면서 수요보다 공급이 부족하게 되니 물가가 오르고 있다. 또한, 세계 각국이 재정을 풀어 실직자 구제 등 경제 활성화에 나선 영향으로 시중에는 유동성(돈)이 넘쳐나면서 화폐 가치가 떨어지는 인플레이션을 걱정해야하는 상황이다. 이번 요소수 사태도 중국과 호주 간의 석탄 수입 금지 등 통상 문제와 함께 공급망 붕괴와 인플레이션으로 원자재 가격이 상승함에 따라 생긴 일이다. 주요국가에서 코로나 19가 완전히 종식되기 전까지는 이런 상황이 지속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물자 부족과 가격 폭등이 또 발생한다면 다음 차례는 어느 분야일까. 전문가들은 벌써부터 애그플레이션(agflation), 농산물 가격 폭등을 우려하고 있다. 이달 초 유엔식량농업기구(FAO)는 10월달 세계식량지수를 발표했다. 지난 9월보다 9.6% 상승한 184.8포인트를 기록했다. 작년 같은 달과 비교하면 73.5%나 상승한 수치다. 

특히 곡물과 유지류 상승세가 두드러진다. 곡물류는 전년 동월 대비 22.4% 상승했고 유지류는 무려 73.5% 상승했다. 밀은 특히 캐나다, 러시아, 미국 등 주요 수출국의 수확량 감소로 국제시장에서 가용물량이 부족하고, 고품질 밀 공급량이 감소하면서 가격이 상승하였다. 팜유는 주요 생산국인 말레이시아에서 이주노동자 감소가 지속되어 생산량 저조가 우려되면서 가격이 상승했다. 생산량 감소의 원인은 주로 기상이변과 노동력 부족이다. 여기에 인플레이션 기조가 더해지면 가격 상승 압력은 더 강해진다.

지난달 1일 국회예산처는 <곡물 수급안정 사업·정책 분석> 보고서를 통해, 우리나라의 곡물자급률은 1990년 43.1%에서 2019년 21.0%로 감소 추세에 있다고 진단했다. 또한, 우리나라는 세계 7위의 곡물 수입국으로서 수입량은 증가하고 있지만, 쌀의 높은 자급률로 인한 착시현상 때문에 곡물 수급안정에 대한 인식은 높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주요 수입곡물의 재고율도 밀 12.8%, 콩 8.6%, 옥수수 7.4%로 FAO 권장재고율 18.0%에 크게 못 미친다. 국회예산처는 이에 대한 해법으로 ▲국산 품종 품질 개선 및 소비확대를 통한 수입대체, ▲수입처 다변화로 안정적 공급망 확보, ▲공공비축 확대로 유사시 대비 등을 꼽았다.

물자 부족과 가격 폭등이 또 발생한다면 다음 차례는 어느 분야일까. 전문가들은 벌써부터 애그플레이션, 농산물 가격 폭등을 우려하고 있다. [사진=픽사베이

누구나 아는 사실이고 원론적인 대책이다. 하지만 이런 평범해 보이는 일을 미리 대비하지 못해 이번 요소수 사태도 터진 것이다. 농식품부와 농촌경제연구원, 기획재정부와 대한무역공사, 농수산식품유통공사 등은 안정적 식량 확보를 책임지고 있는 주무 부처와 기관들이다. 현 시스템에 문제가 있는지, 최악의 사태를 대비하고 있는지, 돌다리도 두드리는 심정으로 근본부터 재점검해 보기 바란다. 지금은 흔해 빠진 게 먹거리지만 국제 가격 상승과 수급 상황이 심상치 않다. 결핍이 생기면 대가를 올리는 게 냉혹한 국제 질서다. 개똥도 약에 쓰려면 없는 법이다.

아울러 대선 주자들은 국가 운영 중 발생 가능한 리스크에 대해 명확한 해법을 제시해야 한다. 이번 요소수 사태가 터지자 중국 국영 청두(成都)TV가 운영하는 인터넷 매체 선냐오즈쉰(神鳥知訊)은 9일 "한국 정부는 재벌에 유리한 경제정책을 채택하면서 경제적 이익이 없는 분야에 대해서는 소극적"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국가 경제 및 국민 생활과 관련된 중요한 전략자원을 자급자족하거나 비축체제를 구축하지 않았다"며 "한국이 특정 분야 위기를 겪는 것은 자업자득으로, 중국과 무슨 관계냐"며 비꼬았다. 아프지만 새겨들을 말이다.

이병로 기자 leebr@youngnong.co.kr

<저작권자 © 한국영농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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