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자체-기업들, 펀슈머 등 소비자 트렌드 고려한 아이디어 선물세트 선보여
[한국영농신문 이광조 기자]
추석을 맞아 이런저런 이색 선물들이 소비자의 눈길을 끈다. 3억 원이 넘는 샴페인 세트도 출시되고 요트와 고급 수입차량도 추석선물로 등장했다. 그 뿐인가. 100만원에서 250만원 사이의 고가 한우선물세트가 불티나게 완판되는 현상도 벌어지고 있다. 코로나19 탓에 고향 방문을 못하게 된 사람들의 ‘고향에 못가는 대신에 비싼 선물을 하자’라는 심리를 겨냥한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그러다보니 기본적으로 수 십만원 대인 고가의 프리미엄 선물세트 물량이 지난해보다 약 15~20% 늘어났다는 게 유통업계의 통계.
그런데 비싸다고만 꼭 좋은 선물일까? 그건 아닐 것이다. 코로나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은 저마다 각각의 의미와 재미를 찾는 쪽으로 물건을 만들고(기획하고), 사고, 팔고, 선물하는 새로운 트렌드를 만들어가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게다가 최근엔 ‘갓생살기’라는 신조어도 생겨났다. 신(갓, God)과 인생(생, 人生)을 조합한 말이라는데, 이는 작은 성취감을 찾아가며 보람찬 인생을 살자는 모토를 기본으로 한다.
추석을 맞은 식품업계에서도 이런 추세를 적극 반영하는 신제품을 기획하거나 광고.홍보 모델을 발탁하는 쪽으로 방향을 전환하고 있다. 재미와 의미. 이 두 가지를 빼고선 이번 추석선물을 고르는 건 어쩌면 조금 힘들어 보인다. 물론 부동의 선물세트인 한우 세트, 신선 과일 세트, 건강기능식품 세트, 캔 용기에 담긴 각종 식품세트의 인기는 여전하다. 그러나 그 영역 바깥쪽에서는 이미 흥미진진한 선물들이 즐비하다.
추석을 맞아 이런저런 이색 선물들이 소비자의 눈길을 끈다. 농림축산식품부도 ‘농촌융복합산업 우수제품 추석 판매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은 황수연전통식품_들기름-참기름 선물세트 [사진=농식품부] |
■ 차박, 캠핑, 여행 트렌드 겨냥 제품 = MZ세대는 이른바 ‘가치소비’를 지향하는데 , 그러다보니 자신이 원하는 것을 하는데 씀씀이가 크다. 게다가 재미있는 아이템이라면 지갑을 선뜻 여는 경향이 강하다. 그런 트렌드를 노린 선물이 등장했다. 바로 ‘차박’이나 캠핑을 할 때 필요한 요긴한 도구를 선물세트로 시판하는 것이다. 캠핑용 조개구이 세트가 대표적이다. 롯데 백화점은 가리비, 키조개, 백합, 새우, 전복 등을 고루 갖춘 캠핑용 조개구이 세트를 추석 선물용으로 출시했다. 또한 코로나로 해외여행이 원활하지 못한 점을 고려해 제주도 항공권도 선물세트로 나왔다. 이마트 선물세트에 포함된 제주항공 리프레시 포인트는 등록 후 5년간 제주항공에서 사용 가능하다. 항공 포인트 선물세트가 추석선물로 등장한 것이다.
■ 재미+가치 겨냥 제품 = 최근 도쿄 올림픽에서 선전해 전 국민적 사랑을 받았던 여자배구대표팀의 주장 김연경을 모델로 한 제품도 등장했다. 바로 식빵. SPC그룹의 SPC삼립·파리바게뜨는 ‘식빵’ 모델로 김연경 선수를 발탁했다고 밝혔는데, ‘식빵언니’로 불리며 인기가 높은 김연경 선수를 식빵 모델로 정말로 발탁해 화제가 되고 있다. 또한 SPC삼립은 ‘동물복지 돼지로 만든 햄 선물세트’도 선보였는데, 동물복지 축산인증 농장에서 건강하게 키운 대한민국 1% 미만 동물복지 돼지만을 사용했다고.
■ 추억 겨냥 제품 = 추억의 국민학교떡볶이(이하'국떡')는 '국떡 프리미엄 라인 6종'을 담은 추석 선물 세트를 한정수량 판매한다. 추석선물세트는 프리미엄 어묵떡볶이 ▲국떡 뉴트로 ▲통후추 뉴트로 ▲누들 뉴트로 ▲매콤짜장뉴트로 ▲크림 후추 뉴트로 '국떡 프리미엄라인 6종' 등이다. 평범한 선물보다 색다르게 감사의 마음을 표현하고픈 사람들에게 적합한 제품이 될 것 같다.
■ 비건(채식주의자) 겨냥 제품 = 매일유업이 비건 인증을 받은 오트 음료 '어메이징 오트'를 출시했는데 오트(Oat, 귀리)를 껍질째 갈아 만들었다. 식물성 음료로서 비건 인증을 받았고 콩·아몬드가 아닌 친환경 작물인 오트를 사용했다는 점, 종이빨대를 사용했다는 점 등이 건강과 환경 모두를 중시하는 트렌드와 부합한다는 평가다.
■ 정치인 선물 겨냥 제품 = 대통령이나 여야 유력 정치인들의 선물에는 대체로 술이 포함되는 경우가 많다. 재밌는 사실은 안동 소주, 전주 이강주, 담양 대잎술, 서천 소곡주 등 전통주가 대통령이 국민들에게 보내는 선물함에 반드시 들어있다는 점. 이번 추석에도 문재인 대통령은 각 분야에서 국가와 사회를 위해 헌신하는 분들과 사회적 배려계층 등 약 1만 5천 명에게 추석 선물을 보냈는데, 술로는 충주의 청명주가 포함됐다.
■ 몸짱 중시 MZ 세대 겨냥 제품 = 다이어트에 민감한 세대인 만큼 그와 관련한 제품들이 선물세트로 출시되고 있다. 단백질 위주 식사가 다이어트에 좋다는 트렌드를 참고해 동원 F&B에서 고단백 참치 선물세트를 내놓았다. 일동후디스는 추석을 맞아 근력 강화와 건강 유지에 도움을 주는 단백질 보충제 '하이뮨 명절 선물세트'를 한정 판매중이다.
■ 1인가구 또는 ‘혼추족’ 겨냥 제품 = 1인가구를 겨냥한 소포장 선물세트도 선보였다. 광주신세계는 올 추석 선물로 비용 부담을 낮춘 합리적인 가격대의 1~2인 가구를 위한 '소포장 기프트' 선물세트를 제안했다. 실제로 광주신세계는 1인 가구를 겨냥해 기존 1.5~2㎏들이 정육세트를 1㎏ 규격으로 낮추고, 과일 세트도 12인 구성에서 6인으로 줄였다. 혼자 추석을 보내는 이른바 ‘혼추족’을 위해 유통업계는 간편식, 도시락 등을 출시했다. 롯데마트는 ‘혼추족’을 위한 3만원~5만원대 가성비 선물세트도 마련했다. 볶음 아몬드, 호두, 캐슈너트 등이 담긴 넛츠 10종’을 4만7천 원에, 쇠고기 우둔살로 만든 ‘국내산 쇠고기 육포세트’도 4만8천 원에 판매한다.
청와대는 올해 추석 선물(사진)로 충주의 청명주(또는 꿀)와 경기 포천, 강원 양구, 충북 청주, 충남 예산, 전북 익산, 전남 나주, 경북 상주, 경남 김해의 쌀을 담아 구성했다. 이와 함께 "저마다의 자리에서 묵묵히 흘린 땀과 인내가 햇곡식과 햇과일이 되어 돌아오는 추석"이라며 "한 분 한 분의 일상이 온전히 회복될 때까지 최선을 다하겠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메시지도 담았다. [사진=청와대] |
◇ 시대상 반영 각종 이색 선물 등장... MZ세대, 펀슈머, B급 감성 노린 선물도
이런 분위기 속에 농촌진흥청은 추석 농식품 구매변화를 전망했다. 코로나19와 추석 명절 농식품 구매의 연관성을 파악하기 위해서라는 게 농진청의 설명이다. 농진청의 ‘2021 추석 명절 농식품 구매변화’를 보면, 최근 3년간 추석 관련 농식품 구매 금액이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주요 원인은 친인척 방문과 가족모임이 줄었고, 농식품 대신 저렴한 다른 품목을 선호하기 때문인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추석 음식은 완전조리식품 또는 반조리식품의 구입 비중을 늘려서 준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품목별로 떡(68.4%) 비중이 가장 높았고, 튀김류(17.6%), 육류(8.1%) 순. 최근 3년(2018∼2020년)의 추석 전 1주일 간 농식품 구입금액을 비교한 결과, 추석 관련 농식품 구매액은 꾸준히 증가하다가 코로나19 발생이후인 2020년부터 감소했다. 재택시간이 많아지면서 건조과일, 견과류, 가공식품의 소비는 늘어난 것으로 파악됐다. 반면, 선물세트로 인기를 끌었던 과일류, 특작류, 축산물 소비는 대체로 감소했다. 특히 곡물류 중에서는 잡곡류의 구매가 크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추세 속에서 농림축산식품부(장관 김현수, 이하 농식품부)는 ‘농촌융복합산업 우수제품 추석 판매 행사’를 진행한다. 농촌융복합산업제품은 농업인 또는 농촌기업이 농촌지역에서 생산되는 국산 농산물을 주원료로 만든 제품. 이번 행사는 농촌융복합산업제품의 우수성을 확산하고 농촌융복합 경영체의 소득 향상 지원을 위해 마련됐다.
온라인에서는 네이버 쇼핑라이브 2시 팔도유람 및 우체국 쇼핑몰 농촌융복합 기획전에서 다양한 제품을 할인 판매한다. 네이버 쇼핑 라이브(2시 팔도유람)에서는 추석 선물로 적합한 버섯, 한과, 전통주, 송편 등 60여개 농촌융복합 인증 우수제품을 총 11회에 걸쳐 할인 판매한다. 인증 경영체는 새로운 판매 방식의 ‘라이브 커머스’에 직접 출연해 판매수수료를 절감하고 소비자는 고품질의 농촌융복합 인증 제품을 합리적인 가격에 구매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최정미 농식품부 농촌산업과장은 "농촌융복합 인증 제품은 국산 농산물을 주원료로 만든 제품으로 품질이 우수할 뿐 아니라 농가와 농촌을 돕는 효과도 크다"며 "소비자들이 품질 좋은 제품을 손쉽게 구매할 수 있도록 판로 확대, 제품 품질 향상 등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추석선물을 고르느라 고민이 많다면, 의미와 재미가 어느 곳에, 어떤 맥락에, 어떤 제품에 숨겨져 있을지 따져보는 것도 큰 도움이 될 것 같다.
이광조 기자 lgj@youngno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