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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격증만 3천개 넘는다는 ‘치유농업’의 세계

기사승인 2021.07.03  19:2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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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자체들 발벗고 나서... 다양하고 효율적인 프로그램 개발이 관건

[한국영농신문 이광조 기자] 

치유농업에 대한 관심이 날로 뜨거워지고 있다. 관련법도 마련된 마당에 순풍에 돛단 배라는 말도 나온다. 치유농업 관련 민관 자격증 숫자만 3천개가 넘는다는 조사결과도 있는 걸 보면 치유농업이 농업계의 핵심 키워드가 된 모양새다. 

최근 농촌진흥청이 발간한 ‘치유농업’이라는 책을 보면, "치유농업은 농업소재 및 지원을 활용하여 정신적·육체적 건강을 회복하기 위해 제공되는 모든 농업활동을 의미한다. 특히 치유농업은 일과 관련된 스트레스 뿐만 아니라 의학적·사회적으로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을 치유하는 농업활동이다."라고 정의되어 있다.

실제로 인간은 녹색 환경에서 편안함이 증가되고 주의집중력 회복도 빠르다고 알려져 있다. 치유농업을 경험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연구한 결과는 이를 입증한다. 뇌파 분석에서 이완 지표가 42% 정도 상승했고, 긴장·스트레스 지표는 21.7% 낮아진다는 결과다. 스트레스 호르몬도 28%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다보니 농촌환경을 보유한 지자체들은 너도나도 치유농업 1번지라는 점을 내세워 치유농업 마케팅을 전개하고 있다.

고양시는 지난 19일 관내 보건소 치매안심센터 관계자들과 협의회를 열고 농업기술센터 육성 치유농장의 치유농업 프로그램을 치매관리사업과 연계해 추진하기로 했다. [사진=고양시]

▲경북 경산시는 올해 '자연家득'이란 농림축산식품부 사업에 공모해 선정됐다. '자연家득' 사업은 도시농업 공간조성사업의 일환인데, 농업과 원예를 통해 치유의 삶을 체험하게 하는 걸 말한다. 경산시는 경산시립도서관에 식물벽을 설치해 우선 입시 수험생들에게 유리한 학습환경을 조성하고, 경산역 청사에도 식물벽을 설치하기로 했다.

▲전남 담양군도 최근 치매 및 경도인지장애 노인과 가족을 대상으로 치유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치유농업 프로그램 운영 기관인 용오름 자연학교와 협업했는데, 허브식물을 활용한 향기테라피, 블루베리 수확 등의 농업·농촌자원 활용 콘텐츠로 프로그램을 구성했다. 그런가하면 ▲경기도 연천군에서는 치유농업협회가 발족했다. 이 협회는 연천의 특성을 살린 치유농업의 기틀을 마련하기 위해 농업․의료.보건․복지 분야별 전문가로 협업체계망을 구축한 점이 특징. 전국단위 치유농업 관련 단체와 연계해 사업을 확장할 계획이다.

▲남양주시 역시 관내 만 60세 이상 코로나19 백신 예방접종 완료 노인들과 치매환자 및 가족 30명을 대상으로 치매예방지원 치유 원예 프로그램」을 최근 진행했다. 남양주시 조안면 소재 푸른숲 농원에서 진행된 치유 원예 프로그램은 유기농 오디로 꾸며진 프로그램. 오디재배 이야기, 유기농 오디 수확, 농가밥상 체험 등의 콘텐츠가 독특했다는 평가.

▲충남 금산군은 지역 내 소방공무원을 대상으로 심신안정 치유 농업 프로그램 '심심한 케어팜'을 운영해 성공적인 행사라는 평가를 받았다. 군북면 소재 한국벤처농업대학에서 금산소방서 소방공무원 18명이 대상이었는데, 생텍쥐페리 어린왕자 인문학 강의(국립한경대 민승규 석좌교수), 서대산 약초 캐기 체험, 유화 그림 그리기(에이넷디자인 권영미 마케팅대표) 등이 프로그램으로 마련됐다.

▲경기도 고양시는 국립암센터에 치유농업 시설을 마련해 눈길을 끌고 있다. 경기 고양시는 지난 15일 국립암센터와 암환자의 치유·돌봄과 치유농업 활성화를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암환자 대상 치유농업 프로그램 개발·운영, 치유 정원 조성·유지 관리 등에 대해 협력해나가기로 했다. 이날 협약식에서는 최근 암센터가 조성한 치유정원 리본 커팅식도 함께 진행됐다. 치유정원은 국립암센터 내에 친환경 생태 논과 수생 연못, 허브, 텃밭 작물 등을 심어 가꾼 공간이다.

▲김해시에서는 치매경증 노인들과 가족에게 알로에 활용 치매치유와 치매위험도 저하 목적의 치매치유농업 업무협약(MOU)이 맺어진 바 있다. 김해시 치매안심센터와 농업기술센터, 한림알로에의 3자간 업무협약은 치매예방 및 인지기능 향상을 위한 시범사업으로 알려져있다.

▲전남은 도 차원에서 전남형 치유농업이라고 불러도 좋을 여러 치유농업 프로젝트를 진행중이다. 전라남도는 2021년 6월 농촌융복합산업인으로 순천시 ‘순천고들빼기 영농조합법인’의 유성진 대표를 선정했다. 이 영농법인은 고들빼기 전국 생산량의 45%를 차지하는 별량면에 자리잡고 있다. 지난 2011년에는 농촌체험 휴양마을로 지정돼 황토방, 오토캠핑장, 고들빼기 토르티야 만들기, 고들빼기 밥상 등을 체험할 수 있다. 전남도는 “순천고들빼기 영농조합법인과 같은 치유농업 중심의 체험모델을 더 활발하게 발굴.개발할 계획”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농촌진흥청이 진행한 치유농업 프로그램 현장 [사진=농촌진흥청]

◇ 지자체도 앞장서는 치유농장 만들기...실질적 효과에 대한 기대도 커

이처럼 지자체들이 치유농업을 앞세우며 마케팅을 전개하는 이유는 고령화 농촌을 활발하게 가꾸기 위함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하지만 우후죽순 격으로 생겨나는 치유농업 관련 단체나 프로그램들의 옥석을 가리는 안목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아직은 시작단계라서 더욱 그렇다는 의견도 있다.

특히나 치유농장의 환경과 프로그램의 차별화가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에서의 치유농장 숫자 늘리기는 지자체로서나 농가로서나 성공을 보장받을 수 없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도시나 타지의 고객들이 바로 그 치유농장을 찾아올 ‘이유’나 ‘프로그램’이 있어야만 치유농장으로서 지속가능하다는 것이다. 바람직한 점이라면 지방자치단체와 관련 기관의 적극적인 뒷받침이 활성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농촌진흥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 도시농업과에서 소개하는 국내외 치유농장 및 프로그램에는 어떤 점이 도드라질까? ‘농사로’ 포털사이트를 둘러보자. 일단 우리보다 치유농업이 먼저 도입돼 운영되어온 네덜란드와 일본을 살펴보고 국내 치유농장을 살펴보자.

네덜란드의 치유농장 de Hoge Born [사진=de Hoge Born 홈페이지]

▲네덜란드 (농장명 de Hoge Born) = 유기농으로 직접 재배한 생산물을 고객들에게 판매하는 매장 운영. 와게닝겐대학 근처에 위치하고, 대상자별 전문적인 치유프로그램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커뮤니티 가든이 인접하여 이용주민과의 소통이 기대된다. 유기농으로 재배한 신선 농산물이 판매장에서 판매되고, 다른 치유농장에 비해 활발한 모습에 이 치유농장만의 노하우가 있을 것으로 판단되었다.

▲네덜란드 (농장명 Hoeve Klein Mariendaal) = 주로 진행되는 활동은 대상 그룹에 따라 다양하며, 각 요일 별로 진행되는 활동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제시되어 있다. 특히 6~14세 아동을 대상으로 특별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으며, ADHD 장애, 자폐증 계열의 질환 또는 지적 장애 아동이 주된 대상이다. 수익구조 수익은 치유활동을 통해서도 얻을 수 있지만, 전문 경영인이 농장 운영을 맡고 있기 때문에 수익 창출을 위한 레스토랑을 별도 운영하고 있으며, 규모도 큰 편이다. 그 외 컨퍼런스, 그룹 미팅 등을 위한 회의실 또한 별도 제공하고 있고, 토요일 야간에는 소풍, 뷔페, 리셉션, 파티 등을 할 수 있다.

▲일본 (농장명 누쿠모리 복지회 민들레) = 고령자가 모여 사는 그룹홈, 단기입소시설. 농업은 데이케어서비스에서 주로 하고 있다. 채소와 화훼를 하고 있는데 대부분 내부소비가 많다. 외부판매를 늘리거나 부가가치를 높이려고 해도 경비가 들어 쉽지 않다. 인근 대학에 학점이수 위한 실습장으로 활용되고 있다. 커리큘럼을 마련해서 지역 내 젊은이 취업 촉진 위한 협력을 진행 중이다. 경제적 수익은 적으나 소셜팜은 사회적 공헌이 높다.

▲일본 (농장명 다카야마 장미원) = 일본 전국에 장미 꽃다발을 판매하고 있으며, 기업과 연계하여 종업원 생일꽃 등도 판매하고 있다. ㈜히나리를 통해 고용하지는 않고 있으며, 워크단단 훈련생이나 특수학과 학생들이 실습으로 오고 있다. 장애인들이 주로 하는 업무는 떨어진 마른 잎사귀 청소, 옆에서 나오는 작은 꽃따기, 안쪽 풀 뽑는 일 등을 하고 있다. 올때마다 같은 작업을 할 때도 있지만 주로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맡아서 하는 경우가 많다. 작업내용이나 정도는 복지관계자들이 판단한다. 입소문을 통해 인근 농가들에서 장애인 훈련생을 서로 소개해 달라고 하여 장애인 훈련생이 부족할 정도다.

지난해 가을 전남 장성군 축령산에 위치한 국립장성치유의숲에서 이용객들이 맨발걷기 프로그램을 체험하고 있는 모습. [사진=한국산림복지진흥원 제공}

▲농업회사법인 주식회사 슬로우파머 = 약 20만평 부지에서 원예치유 및 숲치유를 진행하고 산채류를 생산, 즉석에서 제조 판매하고 있다.

 ▲물뫼힐링팜 = 신선한 로컬푸드와 마을워킹프로그램, 명상, 의식이완요법. 여유로운 농장에서 휴양하며 디톡스와 힐링을 하는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농업활동이 이루어지는 농촌의 모든자원을 바탕으로 학교교육과 연계된 교육프로그램 전반에 걸친 활동을 정기적으로 제공하는 농촌교육현장이다.

▲에코감귤교육농장 = 30명 내외의 중, 소규모 치매노인과 정서적 도움이 필요한 어린이 및 청소년 등 사회적 약자, 초·중·고 학생, 성인을 대상으로 치유활동이 가능한 관광, 영농, 원예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1급조경사, 원예치료사, 생태해설 관련 자격을 갖춘 농장주가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소망나무 만들기, 텃밭정원 이야기, 친환경 농산물을 이용한 음식이야기 등의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프로그램 참여자들의 긍정적인 개선, 사회·문화적 발전 촉진과 지역사회, 소비자 등의 수요자로부터 농장의 인식을 제고하는 등의 효과를 거두고 있다.

▲에버팜협동조합 = 에버팜협동조합은 ‘모두를 위한 농(農) 디자인‘ 기반으로 사람을 향한 농업활동을 통해 몸과 마음을 디자인할 수 있는 감성공간을 제공한다. 건강한 커뮤니티, 지역순환, 자연재생 등의 다각적인 농업 활동을 통해 삶의 질 향상, 지역 사회적 문제 해소, 농업의 가치를 공유하는 플랫폼을 지향한다. 식생활교육, 미각교육 등 대상별 맞춤형 치유활동을 할 수 있다.

▲가인치유농장 = 3만 평의 임야에 약이 되는 식물을 심고 가꾸고 있으며 농장에서 나는 재료를 활용하여 건강한 먹거리, 즐길 거리 체험을 운영한다. 태권도 유단자와 함께하는 바른 자세-건강한 마음, 약용식물 이용 오감체험 프로그램 등 을 경험할 수 있다.

▲쉼영농조합법인 = 친환경 농산물 생산과 공정거래로 농가의 안정적 소득 기반마련을 추구한다. 법인 관계자는 “치유농업이 보다 더 체계를 갖추고 고급스럽게 현실화 되리라 예상하고 있기 때문에 소비자의 욕구를 잘 파악하고 이에 부합하는 프로그램, 기획력, 체계화, 환경관리 또한 서로에 대한 배려가 뒷받침 된다면 농촌의 고부가가치 사업으로 비전이 충분하다.”고 밝혔다. 

▲두미울 목장 = 두미울 목장은 말(馬) 관련 프로그램으로 힐링공간 및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저소득층 어린이를 포함한 지역 소외계층 등 사회적 약자와, 학생, 외국인을 포함한 모든 일반인을 대상으로 힐링 승마체험, 목장견학, 허브 및 산책 관련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우프(WWOOF, World Wide Opportunities on Organic Farms)협회에 소속된 유기농 개인 농장에서 정해진 시간 동안 일손을 돕고 농장주로부터 무료로 숙식을 제공받는 체험활동 프로그램도 제공하고 있다. 

이광조 기자 lgj@youngnong.co.kr

<저작권자 © 한국영농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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