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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강도 호날두가 콜라 치우고 칭찬받은 이유

기사승인 2021.06.24  23:3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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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페인과 설탕’에 찌든 피로사회.. 콜라 대신 생수, 경쟁 대신 공존의 길 찾아야

[한국영농신문 이병로 기자] 

노쇼(No show)는 식당을 예약한 고객이 아무런 고지도 없이 나타나지 않는 경우를 말한다. 음식을 준비한 식당 주인은 준비한 음식을 버려야 하고 다른 사람 예약을 받지 못한다. 이래저래 손해다. 반대도 있다. 음식을 먹으러 갔는데 재료가 떨어져 원래 음식과 다른 게 나오는 경우다. 공연을 보러 갔는데 주인공이 안 나오는 것과 같다. 이른바 ‘호날두 노쇼’ 사건이 대표적이다.

이 일과 관련해 티켓 구매자 김 모씨 등 449명이 주최사 더페스타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한 바 있는데 최근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4부(부장판사 김종민)는 지난 6월 9일 “입장권 가격 7만원 가운데 50%와 위자료 5만원씩을 지급하라”고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자초지종은 이렇다. 때는 지난 2019년 7월 26일. 유벤투스와 K 리그의 친선 경기를 보러 서울 상암 월드컵 경기장에는 6만 5천 명의 관중이 모였다. 사실은 경기에 나설 세계적인 스타 호날두를 보러 온 것. 12년 만의 방한이라 팬들의 기대는 더욱 컸다. 하지만 호날두는 그라운드에 모습을 나타내지 않았다. 근육 상태 이상이 이유였다. 경기 전 팬미팅에도 나오지 않았고 결장 이유를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날선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성의없는 이벤트에 화가 난 팬들은 이날 경기를 ‘대국민 사기극’으로 주최 측을 강하게 비난했다. ‘호날두는 날강도’라는 별명도 이때 나왔다.

상암월드컵 경기장 이미지 [사진=서울시설공단]

이런 호날두가 착한 일(?)을 해서 화제다. 탄산음료보다는 물을 먹자는 건강 캠페인을 벌인 것. 사건은 지난 15일 유럽축구연맹(UEFA) 유럽축구선수권대회(유로) 2020 F조 헝가리전을 앞두고 열린 공식 기자회견에서 일어났다. 호날두는 테이블 위에 놓인 코카콜라의 콜라병을 옆으로 치운 뒤 “아구아(물)”라고 말했다. 콜라는 몸에 안좋으니 물을 먹자는 의사를 표현한 것이다. 코카콜라는 UEFA의 공식 후원사다. 돈을 내고 경기를 후원하고 있는 회사 입장에서는 난감함을 넘어 배신감을 느낄 수도 있는 상황이다. 이 일이 있고 나서 유럽축구연맹이 각국 선수단에 탁자 위의 음료수병을 옮기지 말아 달라는 요청을 하기도 했다.

호날두가 거부한 코카콜라는 어떻게 기자회견장 테이블 위로 올라왔을까? 그건 바로 막대한 홍보 마케팅 예산에서 기인한다. 코카콜라는 글로벌 마케팅 업계에서 큰 손으로 통한다. 전 세계적으로 연간 40억 달러 우리 돈으로 4조 원을 넘는 광고홍보비를 지출하고 있다. 이번 2020 유럽축구선수권대회에만 수천만 달러를 쓴 것으로 알려졌다. 과거 호날두가 뛰었던 레알마드리드는 코카콜라로부터 연간 1100억 원의 스폰서 광고를 받기도 했다. 사람들의 눈길을 가는 곳에는 코카콜라가 있다. 세계적인 투자자 워렌 버핏이 그토록 사랑하고 장기보유 중인 주식이 코카콜라다. 세계 음료시장에서의 지배력을 믿기 때문이다. 코카콜라는 그 독특한 맛과 중독성으로 지난 100년 동안 세계인의 혀를 길들여 왔다.

사람들의 눈길을 가는 곳에는 코카콜라가 있다. 세계적인 투자자 워렌 버핏이 그토록 사랑하고 장기보유 중인 주식이 코카콜라다. [사진=픽사베이]

코카콜라는 1886년에 조지아주 애틀랜타의 약사 존 펨버턴에 의해 만들어진 두통약 겸 자양강장제였다. 남미가 원산지인 코카의 잎, 서아프리카가 원산지인 콜라의 열매, 와인이 주원료였다. 코카-콜라라는 이름도 여기서 따왔다. 얼마 후 술을 먹지 못하는 사람을 위해 와인 대신 탄산수를 넣었고 여기에 설탕과 각종 첨가물을 넣어 청량음료로 재탄생됐다. 

코카는 우리가 잘 아는 코카인의 원료가 되는 식물이다. 콜라에는 다량의 카페인이 들어있다. 여기에 구연산, 라임, 설탕, 물, 바닐라, 캐러멜도 넣는다. 이 밖에 ‘7X’라 불리는 향료도 넣는다. 일곱 가지 원료로 제조한다는 뜻이다. 코카콜라 맛의 비밀인 7X는 오렌지, 레몬, 계피, 육두구, 등화유, 고수에서 추출한 여섯 가지 기름을 알코올과 섞은 뒤 24시간 발효해 제조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원래 약품에 가까웠음을 생각해보면 진통과 각성효과가 있는 마약 성분을 썼던 게 이해는 간다. 지금에야 코카인이 마약으로 분류되지만 명확한 기준이 없었던 당시에는 그대로 사용했다. 이제는 당연히 미국 당국의 엄격한 관리 하에 코카 잎의 원액 추출과정이 통제되고 있어서 마약 성분이 들어갈 염려는 없다. 하지만 여전히 과다한 카페인과 당분이 문제다. 철저한 몸 관리로 유명한 축구스타 호날두가 코카콜라를 치우고 물을 먹자고 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코카콜라는 1886년에 조지아주 애틀랜타의 약사 존 펨버턴에 의해 만들어진 두통약 겸 자양강장제였다. 남미가 원산지인 코카의 잎, 서아프리카가 원산지인 콜라의 열매, 와인이 주원료였다. 사진은 코카나무 [사진=위키피디아]

현대인은 카페인과 당류 과잉섭취 시대를 살고 있다. 더 많은 일을 하기 위해 잠을 덜 자야하고 기운이 떨어질 때마다 힘을 내야 하기 때문에 뭔가가 필요하다. 카페인의 원조 커피는 당초 이슬람 수도승들이 잠들지 않고 깨어있으면서 경전을 읽기 위해 마셨다. 이후 청교도의 금욕주의와 결합해 술(주류) 대용의 음료가 됐다. 산업혁명 이후 생산성을 높여야 하는 자본가들에게 커피는 좋은 수단이 됐다. 맥주나 와인을 마시는 것보다 일의 집중도를 높였고 무엇보다 기계 오작동 등으로 인한 산업재해를 줄일 수 있기 때문이었다. 

설탕은 어떤가? 기호품이어서 값이 비싸 아무나 먹지 못했다. 하지만 유럽 국가들이 식민지였던 서인도 제도 지역에 대규모 농장(플랜테이션)을 세우고 대량 생산하면서 가격이 내려갔다. 설탕은 1800년 노동자의 전체 칼로리 구성 중 4%에 불과했다. 이후 점차 비중이 높아져 1900년에는 22%까지 올라갔다. 방적기를 돌리는 연료는 석탄인 것처럼 노동의 연료는 설탕이 됐다. 특히 영국에서는 설탕을 넣은 차를 자주 마셨다. 노동자가 맑은 정신으로 오랜 시간 작업하도록 해 생산성을 끌어올리려는 자본가들의 배려(?) 때문이었다. 티타임(Tea time)도, 커피브레이크(Coffee break)도 좀 더 많은 일을, 실수 없이, 주어진 시간 내에 하게 하려는 의도에서 유래했다. 

놀기 위해서, 더 많은 일을 하기 위해서 사람들은 밤을 활용하기 시작했고 잠은 더 부족해졌다. 카페인과 설탕을 더 많이 소비하는 시대가 됐다. [사진=픽사베이]

인류는 해가 지면 자고 해가 뜨면 일어나는 생활을 해왔다. 당연히 수 만년에 걸친 생체리듬도 여기에 맞춰져 있다. 18세기만 해도 대부분의 가난한 사람들은 등을 켤 돈이 없었다. 해가 지면 자야했다. 그러나 양초와 전기가 보급되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밤은 더 이상 휴식의 시간이 아니라 낮의 보조재가 됐다. 놀기 위해서, 더 많은 일을 하기 위해서 사람들은 밤을 활용하기 시작했고 잠은 더 부족해졌다. 카페인과 설탕을 더 많이 소비하는 시대가 됐다.

사람은 잠과 휴식, 그리고 영양가 있는 음식을 통해 힘을 얻을 수 있다. 카페인과 설탕은 피곤함을 잠시 못 느끼게 해줄 뿐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다. 노쇼로 우리에겐 날강도로 기억되는 호날두가 오랜만에 용기있는 행동을 해 박수를 받고 있다. 현대인의 만성 피로 해결책을 제시한 언행이었다. 그것도 거대제국 코카콜라를 상대로. 

몸 짱 호날두의 말처럼 카페인과 설탕 대신 물을 먹자. 자신과 아이들의 건강을 위한 첫 걸음이 될 것이다. 그렇다고 해도 갈수록 경쟁을 부추기는 사회적 구조의 개혁은 숙제로 남는다. 피로사회를 근본적으로 치유할 한국판 호날두는 어디서 뭘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콜라 대신 생수를, 경쟁 대신 공존을”...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슬로건 아닐까. 

이병로 기자 leebr@youngnong.co.kr

<저작권자 © 한국영농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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