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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계 가드너의 워너비 아이템 ‘호미’

기사승인 2021.06.17  21:0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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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구 만들며 똑똑해진 호모 사피엔스... 진일보한 농기계 ‘웨어러블 슈트’

김정숙 여사는 빈 대학 식물원을 방문한 자리에서 영주 대장간에서 석노기 장인이 만든 호미를 들고 호미의 사용법을 설명했다. 사진은 김정숙 여사가 선물한 연구원들의 한글 이름이 새겨진 호미 [사진=청와대 페이스북]

[한국영농신문 이병로 기자] 

영부인 김정숙 여사의 유럽발 호미 뉴스가 화제다. 영국에서 열린 G7 정상회담을 마친 문재인 대통령 내외는 국빈 자격으로 오스트리아를 방문했다. 지난 14일 도리스 슈미다우어 오스트리아 대통령 영부인과 함께 빈 대학의 식물원을 방문한 김 여사는 연구원들에게 호미를 선물했다. 그러면서 "아주 오래 전부터 한국의 밭에서 사용한 한국인의 연장이며, 아마존에서 절찬리에 판매 중인 명품 농기구"라고 소개했다. 

그렇다. 호미는 우리민족의 대표적인 농기구다. 잡초 뽑기부터 시작해서 씨앗 심기, 옮겨심기, 북돋기, 흙 파서 뒤집기 등 어지간한 농사일에 다 쓰인다. 다재다능한 ‘만능도구’ 호미. 이걸로 우리 조상들은 고된 노동의 수고를 조금이라도 덜 수 있었다. 농사일이야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고되다. 하지만 산지가 많고 좁은 평야에서 살았던 우리 조상들은 더 세심하고 정밀하게 땅을 다뤄야 생산량을 늘릴 수 있었다. 호미는 나무 손잡이에 완만한 곡선으로 꺾어지는 목이 이어지고, 목의 끝에 비대칭 삼각형 삽날이 달려있다. 땅이 좁아 집중적으로 노동력을 사용해 최대한의 효율을 내야 하는 우리나라 지형에 알맞게 설계됐다. 

이제 선진국에서는 대부분 트랙터 같은 동력기계를 이용해 농사를 짓는다. 소형 농기구는 가드닝(Gardening)에서 주로 쓰인다. 가드닝은 작은 텃밭이나 정원 가꾸기를 말한다. 유럽, 미국에서 크게 인기다. 취미로 농사를 짓는 이들 눈에 들어온 게 바로 호미다. 좁은 땅에서 농사짓던 우리 농부들의 생존의 도구가, 이제 서양인들에게 취미 활동에 쓰이는 유희의 도구가 된 것이다.

김정숙 여사가 아마존에서 잘 팔린다고 소개한 그 호미는 ‘영주대장간’의 석노기 대표가 만든다. 가장 잘 팔리는 제품은 230g 짜리 중자(15㎝) 모델이다. 국내 판매가는 6천 원 정도지만 아마존에선 17달러(2만원)에 팔린다. 작년에만 1만 개정도 팔렸다는 후문이다. 석노기 대표는 국내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팔을 당겨서 사용하는 기구는 힘이 덜 들고 편해 인기가 많다”고 말했다. 

서양의 원예도구들은 삽이나 포크처럼 생긴 갈퀴가 대부분이다. 주로 미는 힘을 쓴다. 호미는 팔을 구부리는 동작으로 일을 할 수 있어 힘이 덜 든다. 게다가 칼날과 삽이 합쳐진 형태로 파고, 흙을 나르고, 잡초 자르기를 하나로 할 수 있다. 미국사람들이 환호하는 이유는 뭘까? 수고를 덜어주는 가치를 지닌, 이전에 보지 못했던 새로운 물건이기 때문이다. 영리하고 호기심 많은 건 인간의 속성이다. 

김정숙 여사는 현지시간 14일 도리스 슈미다우어 오스트리아 영부인과 함께 빈 대학 식물원을 방문하여 식물 연구원들과 함께 간담회를 가졌다. [사진=청와대]

현생 인류의 생물학적 명칭 즉 학명은 ‘호모 사피엔스(Homo sapiens)‘다. '지혜로운 사람'이란 뜻이다. 진화론적 관점에서 보면, 태초의 인류의 조상이 되는 여러 종들은 환경에 적응하고 경합했는데 그중 살아남은 유일한 종이 호모 사피엔스다. 이를 가능케 한 요인이 도구의 사용과 직립 보행이다. 최초로 도구를 썼던 호모 하빌리스 (Homo habilis)는 돌멩이로 죽은 사체의 두개골을 깨서 그 속의 골수를 먹은 것으로 추정된다. 그 뒤를 이은 게 직립 보행을 하는 사람이라는 뜻의 호모 에렉투스(Homo erectus)다. 

두 발로 걷게 된 이들은 양손을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게 됐다. 두뇌는 더 커졌고, 똑똑해졌다. 만들어내는 도구 또한 더 정밀해졌다. 뒤를 이은 호모 사피엔스는 돌도끼나 화살촉을 만들었다. 불을 다루게 된 그들은 구리나 철과 같은 더 단단한 도구들을 만들 수 있었다. 최첨단 도구를 장착한 그들은 한 곳에 정착을 해서 곡식과 가축을 키우는 게 수렵과 사냥을 하는 것보다 안정적이라는 걸 알게 됐다. 농업의 기원, 문명의 시작이다. 농경사회에 살게 된 호모 사피엔스들은 제도와 국가를 만들고 예술과 종교를 창조해 냈다. 인류사는 도구와 함께 시작하고 발전한 셈이다.

인류는 계속해서 문제를 해결하고 약점을 보완할 도구를 개발하고 있다. 농기계에도 쓰이는 내연기관은 모터를 활용한 전기차로 진화하고 있다. 디젤엔진이든 전기모터든 농업에 활용되어 많은 일을 편하고 쉽게 해준다. 하지만 아직도 농사일에는 사람의 손이 많이 간다. 열매를 따는 일, 무거운 물건을 나르는 일, 논에 물길을 내는 일 등은 기계의 도움을 받기 애매한 작업이다. 동력의 사각지대다. 이제 직접 사람 몸에 장착해 더 큰 힘을 쓰게 할 수 있는 도구가 주목받고 있다. 바로 입을 수 있는 로봇, ‘웨어러블 슈트(Wearable Suit)‘다. 

팜한농이 현대로템과 개발중인 웨어러블 슈트. 농작업을 손쉽게 할 수 있도록 돕는 기능성 입는 로봇이다. [사진=팜한농]

2018년 농촌진흥청 연구보고에 따르면, 국내 농업인의 업무상 질병 종류 중 근골격계 질환이 80.9%를 차지한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농업전망 2021’에서 2030년이 되면 65세 이상 농가의 비율은 59.7%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앞으로 대부분의 늙은 농민들이 쑤시고 아픈 몸을 이끌고 고된 농사일을 감내해야 한다는 뜻이다. 호모 하빌리스가 했던 것처럼 생존을 위한 도구를 찾지 않을 수 없다. 농업계가 웨어러블 슈트를 주목하는 이유다.
  
국내에서도 상용화 시도가 한창이다. 농업기업 팜한농은 지난 11일 현대로템과 웨어러블 슈트의 농작업 적용을 위한 MOU를 체결했다. 팜한농은 웨어러블 슈트 제품 마케팅 및 판매를 담당하고, 현대로템은 제품 공급 및 기술을 지원하기로 했다. 이들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웨어러블 슈트 제품의 농작업 적용을 위한 실증 시험을 진행해 왔다. 과수 농업에 적합한 어깨 보조용 조끼형 웨어러블 슈트인 ‘벡스(VEX, Vest Exoskeleton)’, 무거운 물건을 들어 올릴 때 팔 근력을 보조해주는 ‘에이치-프레임(H-Frame)’, 다리를 굽히는 작업을 할 때 유용한 의자형 착용 로봇 ‘첵스(CEX, Chairless Exoskeleton)’ 등이 그 대상이었다.

앞서 팜한농은 지난 4월, 농작업 시 허리 부담을 줄여주는 근골격 보조 슈트 ‘에브리(Every)’를 출시한 바 있다. 이 제품은 30~40회 가량 펌프질로 압축공기로 작동한다. 착용한 사람은 25kg까지 쉽게 들어 올릴 수 있다. 배터리나 모터가 필요 없어 무게가 약 3.8kg에 불과하며 방진ㆍ방수 기능도 갖췄다. 그만큼 고장율도 낮아 관리도 편리하다. 웨어러블  슈트가 호미처럼 우리 농민들의 필수품이 될 날이 올지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영어 ‘homie‘는 Homeboy의 준말로 여겨지는 은어다. 친하건 친하지 않건 '어릴 때부터 같이 자라온 동향 사람'이라는 의미다. 힙합 문화 유행과 함께 흑인 커뮤니티에서 유통되는 단어로 알려져 있다. 우연인지 우리 호미 즉 ’ho-mi‘와 발음이 같다. 어릴 적 친구처럼 친근한 느낌을 주는 한국 토종 농기구 호미가 전세계 가드닝 매니아들의 친구가 되고 있다. 

이와 함께 ’메이드인 코리아‘ 마크를 단 웨어러블 슈트도 하루 빨리 상용화되어 고된 육체 노동의 현장에 공급되기를 응원해 본다. 그 때가 되면 고역에서 벗어난 전세계 농민과 노동자들은 새로운 문명을 창조해 낼 수 있을까? 자유로워진 양손 때문에 더 지혜로워진 호모 사피엔스처럼.

이병로 기자 leebr@youngnong.co.kr

<저작권자 © 한국영농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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