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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의 ‘농민기본소득제’, 전국민 확대 도화선 될까?

기사승인 2021.06.10  23:0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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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직은 찬반 양론 팽팽한 '기본소득'... 다가오는 대선의 향배 가를 핵심 키워드

[한국영농신문 이병로 기자] 

‘공짜면 양재물도 마신다’는 속담이 있다. 실제로 그렇게 할 사람은 없겠지만 공짜 싫어할 사람은 세상에 없음을 풍자한 말이다. 반면, ‘일하지 않는 자는 먹지도 말라’는 말도 있다. 노동은 신성한 것이며 열심히 일해야 댓가를 받을 수 있다는 일종의 도덕률이다. 이처럼 우리 머리속에 공짜는 좋은 것이지만 왠지 찜찜하다는 인식이 있다. 

최근 이재명 경기지사의 기본소득을 두고 이런저런 논쟁이 한창이다. 공짜로 돈 주면 국가 재정이 거덜난다, 누가 일하려고 하겠느냐라는 부정적 여론이 좀 더 많은 듯하다. 반면, 4차 산업혁명으로 일자리 감소는 불가피한데, 기본소득제로 구매력을 제공해야 기업 도산을 막고 경제 시스템을 유지할 수 있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쟁점은 이것이다. “과연 기본소득은 공짜일까?”

기본소득의 기원은 기원전 2세기부터 시행된 로마의 ‘소맥법’에서 찾는다. 기원전 123년 호민관 가이우스 그라쿠스는 ‘소맥법’을 만들어 매년 수확하는 일정량의 밀(소맥)을 사들여 시가의 절반 가격으로 되팔도록 했다.

◇ 로마시대부터 있었던 기본소득제... 스위스 국민투표에서는 부결

기본소득의 기원은 기원전 2세기부터 시행된 로마의 ‘소맥법’에서 찾는다. 기원전 123년 호민관 가이우스 그라쿠스는 ‘소맥법’을 만들어 매년 수확하는 일정량의 밀(소맥)을 사들여 시가의 절반 가격으로 되팔도록 했다. 하지만 40년 뒤 원로원파인 술라가 독재관에 취임하면서 ‘소맥법’을 철폐했다. 기원전 75년에 민중파의 집정관 아우렐리우스 코타가 무료 수혜자의 수를 4만 명으로 제한한다는 조건을 달아‘소맥법’을 부활시켰다. 그 후 로마시민권을 가진 남자 성인은 매달 30kg의 밀을 무상으로 공급받았다.

현대에 와서 실제로 기본소득제를 채택하려고한 나라도 있다. 대표적인 게 스위스다. 스위스는 2016년 6월 세계 최초로 기본소득제를 골자로 하는 헌법 개정을 국민투표에 부쳤지만 76.9% 반대로 부결되었다. 주요 내용은 모든 복지를 없애는 대신 전국민에게 매달 2500스위스프랑, 우리 돈으로 약 300만원을 지급하는 것. 주된 반대 이유는 기본소득제는 비현실적이라는 의견과 기존의 복지혜택과 비교해 딱히 더 좋은 점이 없다는 것으로 모아졌다. 이외에 이민자의 급등, 근로의욕의 감소 등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도 있었다. 

잠잠하던 기본소득에 대한 관심은 코로나 19의 전세계 유행을 계기로 다시 높아졌다. 진보경제학자들 중심으로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것. 미국 컬럼비이대 경제학 교수인 조지프 스티글리츠도 그 중 하나다.

‘정보경제학’의 대가인 그는 매사추세츠공대(MIT)에서 '현대 경제학의 아버지'라 불리는 폴 새뮤얼슨의 지도 아래 24세에 경제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그 후 27세에 예일대학교에 교수로 임용되었으며 옥스퍼드와 프린스턴 대학교 등을 거쳤다. 세계은행 부총재, 클리턴 정부의 경제자문위원회 위원장 등 공직을 맡기도 했다. 2001년에는 경제학 이론을 구성하기 위해서는 정보의 비대칭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점을 지적해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했다.

스티글리츠 교수는 올해 4월 29일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기본소득 국제컨퍼런스'에서 '코로나19 팬데믹 하에 보편적 재정지출로써 기본소득의 필요성과 사회전환'이라는 주제로 기조연설을 했다.

이 자리에서 그는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한 경제 위기 속에서 기본소득이 방역 위기와 경제 위기를 해결하기 위한 수단이 될 것“이라면서 "각국은 언제든 이 같은 위기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인지하고 기본소득이 신속하게 시행될 수 있도록 조처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코로나19 대응에 있어 기본소득이 효과적이라는 게 입증됐고,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도 기본소득이 그전보다 더 큰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세계적 석학이 세계 경제 회복의 기폭제로 기본소득제를 소환한 것이다.

국내 정치권에서도 기본소득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다. 기본소득당 용혜인 대표가 지난해 총선에서 비례대표로 당선돼 최초로 국회에 입성했다. 보수정당인 국민의 힘도 당의 정강정책에 “국민이 기본소득을 통해 안정적인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무상 급식에도 반대하던 정당의 놀라운 변화다. 이처럼 국내외 환경은 어느 때보다 기본소득의 제도화에 우호적으로 변하고 있다. 최소한 기본소득이 공짜라는 등식은 허물어지고 있는 듯하다.

안동광 경기도 농정해양국장이 지난 7일 경기도청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경기도 농민기본소득 기본계획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경기도청]

◇ 농업계에 부는 기본소득 바람... 경기도가 앞장서고 국회가 밀고

이런 가운데 농업계에서도 기본소득을 실현하려는 움직임이 있다. 가장 먼저 경기도가 나섰다. 경기도는 지난 7일 기자회견을 열고 올해 10월부터 도내 일부 시군 농민을 대상으로 1인당 매월 5만 원씩 농민기본소득을 지급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미 실행한 바 있는 경기도 재난기본소득처럼 지역화폐로 지급하며 지급일로부터 3개월 내 사용하도록 할 예정이다. 

경기도 농민기본소득은 중앙정부의 직불금이나 다른 지자체의 농민수당과 달리 농가 단위가 아닌 개별 농민 모두에게 동일한 금액을 지급한다. 기본소득의 원칙인 개별성을 담보했다는게 경기도의 설명이다. 경기도는 6월까지 조례 제정 등 사업 시행에 대한 준비를 완료하고 도에 사업을 신청한 시군부터 시행한다고 밝혔다. 해당 지역은 여주, 포천, 연천, 양평, 이천, 안성 등 6개 시군이다. 재원은 도와 시군이 각각 50%씩 분담하기로 했다. 

안동광 경기도 농정해양국장은 “농민기본소득은 농민의 기본권 보장 및 소득불평등 완화, 농업·농민의 공익적 역할에 대한 사회적 보상을 위한 것으로, 전 사회구성원에게 지급하는 보편적 기본소득의 마중물이 되길 기대한다”며 “전국에서 처음 시행하는 제도인 만큼 철저한 준비를 통해 하반기 지급에 차질이 없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국회에서는 관련 입법이 시도되고 있다. 지난 해 2020년 2월 출범한 농민기본소득전국운동본부는 현재 허영 국회의원 (더불어민주당, 춘천철원화천양구갑)과 함께 농민기본소득의 법제화를 추진하고 있다. 

농민기본소득운동전국본부는 지난 7일 성명서를 통해 "농민기본소득 법제화가 죽어가는 농촌을 살리는 대안임"을 주장하면서 "국민들의 식량주권을 책임지고 먹거리 생산의 기본바탕이 되는 농업의 주체인 농민들에게 최소한의 소득을 보장해주면 새로운 변화와 활력이 만들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허영 의원의 농민기본소득 법안 추진에 더 많은 국회의원들이 공동발의에 동참해줄 것"을 촉구하면서 "법 제정에 필요한 행동을 전국에서 추진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국회에서는 관련 입법이 시도되고 있다. 지난 해 2020년 2월 출범한 농민기본소득전국운동본부는 현재 허영 국회의원 (더불어민주당, 춘천철원화천양구갑)과 함께 농민기본소득의 법제화를 추진하고 있다. 

◇ 변혁에 반대하는 이유는 역효과-무용-위험... 설득의 핵심은 치밀한 준비

상황은 이러하지만 사회적 합의에는 선뜻 나서지 못하는 것도 사실이다. 왜 일까? 앞선 스위스의 국민투표 사례에서 보듯 기본소득에 필요한 재원 마련 등 실현 가능성에 대한 회의 때문이다.

경제학자 앨버트 허시먼(Albert O. Hirschman) 은 그의 저서 <보수는 어떻게 지배하는가(The Rhetoric of Reaction)>에서 변혁에 반대하는 사람들의 논리를 소개했다. ‘역효과 명제’, ‘무용 명제’, ‘위험 명제’ 등이 그것이다. 이를 기본소득에 대입해본다면, “예기치 못한 역효과가 나올 것이다”, “해봐야 달라지는 것이 없다,” “경제 시스템 붕괴시킬 위험한 발상이다”라는 이유가 반대의 요지임을 예상할 수 있다. 그래서 반대편을 설득하려면 무엇보다도 세심하고 치밀한 계획과 준비가 필요하다. 디테일이 중요하다는 뜻이다.

김대중 정부시절 농림부 장관을 지냈던 김성훈 교수는 2015년 1월 <프레시안>에 실은 기고문에서 농가 호당 약 월50만원, 연간 600만원을 기본소득으로 주자고 주장한 바 있다. 이 경우 연간 총 6조 6천억 원 정도의 예산이 소요될 것으로 추정했다.

김 교수는 그 재원은 ▲기존의 각종 직불금 예산액(단, 친환경 직불금은 제외) 합계, ▲농가 110만호 대비 근 10%에 달하는 중앙정부 지방정부 및 농진청등 농관련 공공기관과 농축수협과 산림조합등의 중앙 지방조직에 대한 대대적인 구조개혁으로 절감한 비용, ▲현 농림수산 예산액중 비농어민 조직과 기업에 지원되는 각종 비농업적 지원비 삭감, ▲기존의 농림축수산식품 예산과 기금 및 농특세 (UR 사후 대책)예산액중 일부 불요불급한 항목의 예산삭감, ▲신규 FTA 이익공유제(신설)의 수익금 등으로 통해 조달할 수 있다고 밝혔다. 농정기관들을 대폭 정리해서 농민기본소득에 필요한 재원을 만들자는 농업계 원로의 치밀하고 소신에 찬 주장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반대편을 설득할 논리도 마련했고 부작용을 최소화할 계획도 잘 세웠다면, 마지막은 의지다. 국민의 지지와 위임을 받아 사심없이 추진할 정치세력, 정치가가 필요하다. 경기도의 ‘농민기본소득’에 주목해야 할 이유다. 빈틈없이 준비해서 시행 초기 혼란을 잠재우고 문제점을 보완해 정책의 효과를 증명한다면 전국민을 대상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아직은 찬반 양론이 팽팽한 기본소득제. 다가오는 대선 정국에서 최대의 쟁점이 될 것임은 틀림없어 보인다. 나라를 망하게 하는 공짜점심일까, 새로운 경제환경에 적합한 성장의 엔진일까? 대한민국의 고민이 깊어간다.

이병로 기자 leebr@youngnong.co.kr

<저작권자 © 한국영농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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