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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 감소 원년의 대한민국, 과연 재앙일까?

기사승인 2021.01.07  22:0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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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이 '서식' 가능한 환경인지 먼저 점검해봐야... 근본적인 ‘사고의 대전환’ 필요

올 것이 오고야 말았다, 말로만 떠들던 국가 소멸이 시작됐다며 소란스럽다. 인구 감소 얘기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2020년 12월 31일 기준, 우리나라 주민등록인구는 5182만 9023명으로, 작년 같은 시기 5184만 9861명에 비해 2만 838명 줄어들었다. 사상 처음으로 대한민국의 인구가 줄어들기 시작한 것이다. 원인은 역시 출생률 저하다. 2020년 한 해 출생(등록)자 수는 27만 5815명으로 30만 명 선이 무너졌다. 물론 역대 최저치다.

초점을 지방으로 옮기면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한국고용정보원의 작년 5월 조사결과를 보면 전국 228개 시군구 중 105곳이 ‘인구소멸위험지역’으로 분류됐다. 전국 시군의 46%가 소멸 위험에 놓여있는 셈이다. 20세부터 39세 이하의 가임 여성인구를 65세 이상의 고령 인구로 나눈 값인 ‘지방소멸 위험지수’를 따져본 결과다. 지수가 0.5 미만이면 인구소멸 위험 지역, 0.2 미만이면 인구소멸 고위험 지역으로 간주한다. ‘위험지역’은 2014년 79곳이던 것이 2019년에는 105곳으로 급격히 늘었다. 기초단체의 위험지역 비중이 80%가 넘는 지자체도 강원(83.3%), 전남(81.8%), 경북(82.6%) 등 세 곳이나 됐다.

대한민국 인구는 줄기 시작했고, 농촌지역의 피해는 특히 심각하다. 인구소멸로 기초단체가 없어질 수도 있는 상황에 처했다. 수도권 집중과 농촌 공동(空洞) 현상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우리나라 국토면적의 11.8%에 불과한 수도권에 전체 인구수 5182만 명의 절반인 2591만 명이 살고 있다. 왜 일까? 핵심은 일자리와 주거환경이다. 사람이 살만한 동네니까 수도권으로 죄다 모인다. 같은 이치로 사람이 살만한 동네가 아니니 지방은 소멸하는 것이다. 대책이 시급하다는 소리는 여기저기서 나온다.

농업계에서도 이와 관련한 논의가 있었다. 지난달 18일 농림축산식품부와 농촌경제연구원 주최로 열린 ‘메가트렌드와 농업-농촌 대응과제’ 토론회가 그것. 이날 토론회에서 저출산-고령화로 인한 인구 감소 현상에 대응하는 정책과제로 ▲농업인력 고령화에 따른 농작업 주체와 형태 변화, ▲새로운 일자리 창출 ▲농촌 공간 특수성 감안 서비스 확충 및 합리적 전달체계 마련 등이 제시됐다. 대체로 대안은 인구 감소에 대비한 대책으로 유입을 유도하자는 의견과 감소 현실을 인정하고 삷의 질을 개선하자는 쪽으로 나눠졌다. 여러 실천 과제들 중에 외국인 인력 유입을 늘리기 위한 방안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눈에 띈다. 하지만 우리 농촌의 정주환경과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시각과 처우가 과연 양질의 노동력을 유인할 만한 여건이 되는지는 되돌아봐야 한다.

농촌에 일할 사람이 없다고, 나라의 인구가 준다고 한탄하기 전에 돌아볼 일이 있다. 과연 그곳이 사람의 서식에 적합한 환경인지를.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 없음. [사진=픽사베이]

지난 달 20일 경기도 포천군 일동면의 한 농장에서 캄보디아 국적의 외국인 노동자가 숙소인 비닐하우스에서 숨진 채 발견된 안타까운 사건이 있었다. 경찰 조사 결과, 직접 사망원인은 평소 앓던 지병으로 밝혀졌다. 그럼에도 열악한 외국인 노동자 숙소에 대한 비난 여론이 높아졌다. 사고 당일 일동면 일대는 영하 20도의 날씨에 한파주의보가 내려졌지만, 숙소의 난방시설은 고장이었다. 그녀에게는 추위를 피할 공간도, 지병을 치료할 기회도 주어지지 않았다. 기회의 땅, 한국에서 일어난 비극이다.

이 사건에 대해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지난달 24일 자신의 SNS에 글을 올리며 "사람은 모두 존귀해 피부색과 언어가 다르다고 차별받을 이유가 없다. 실태조사를 토대로 이주노동자들이 안정된 환경에서 지낼 수 있도록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경기도는 지난 5일 '농어촌지역 외국인노동자 주거환경 실태조사 추진계획'을 발표하고 도는 시군과 협력해 15일까지 농어촌지역 외국인노동자 숙소에 대한 실태 점검을 하기로 했다.

고용노동부도 농식품부⋅해수부 공동으로 농어촌지역 외국인 노동자의 주거환경 실태조사를 실시하고 개선방안을 마련했다. 우선 올해 1월 1일부터 비닐하우스 내 가건물 숙소 제공하면 고용허가 불허한다는 방침이다 농어가 고용주들을 대상으로 근로감독과 교육을 강화하는 한편, 주거시설 개선에 대한 지원도 확대하기로 했다. 이재갑 장관은 “외국인 근로자는 농어가에 꼭 필요한 인력인 만큼 숙소 등 기본적인 근로환경이 준수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만시지탄이지만 잘된 일이다. 이재갑 장관 말마따나 외국인 노동자는 농어가에게 꼭 필요한 존재다. 그렇다면 사용자는 그들의 기본적인 삶을 보장해줘야 한다. 농업을 국가 기간산업으로 생각한다면 정부도 비용을 대야 한다.

인구 문제도 마찬가지다. 새로 태어나는 아기가 우리 공동체에 필요하다면, 공동체가 책임지고 안정적인 성장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 미래가 불안하고 사는 게 팍팍하다면 그 후손에게 이것을 대물림하고 싶은 부모는 없다. 억만금을 준다 해도 아이를 낳지 않는 젊은이들이 점점 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실제로 자연계에서는 개체수가 늘어 일정 한계를 넘어가면 오히려 개체수 줄어드는 현상이 발견된다. 먹이와 생활공간 부족, 노폐물과 질병 증가 등 ‘환경 저항’에 의해 적응력이 떨어지는 탓이다. 그 결과 개체가 일정 지역에 서식하는 밀도를 스스로 조절한다. 생태학에서 ‘서식지 밀도‘라고 부르는 이 개념은 생물이 서식할 환경이 나빠지면 저절로 개체군 수가 줄어든다는 이론이다. 심한 경쟁과 생존을 위한 비용이 너무 높으니 어미 세대는 새끼를 더 이상 낳지 않음으로써 집단을 보호한다는 역설이다. 이런 이치는 인간계에도 적용될 수 있다. 인구감소의 원인도 여기서 찾는 것이 옳다.

일본의 지성인 우치다 다쓰루(內田樹)는 그의 저서 <인구 감소 사회는 위험하다는 착각>에서 “인구 감소는 천재지변이 아니다. 자연과정이다. 환경 수용능력을 초과한 인구 팽창에 대응하여 인류가 살아남기 위해서 무의식적으로 선택한 집단적 행동이다.”라고 언급한 바 있다. 그의 말대로라면, 현재 대한민국의 농촌 일손 부족이나 인구 감소는 결과가 자명한 자연법칙과도 같다.

농촌에 일할 사람이 없다고, 나라의 인구가 준다고 한탄하기 전에 돌아볼 일이 있다. 과연 그곳이 사람의 서식에 적합한 환경인지를. 그게 안 된다면, 규제를 하고 돈을 풀고 홍보를 잘 해도 반전은 힘들다. 여태 했던 정책의 수정, 보완은 예산낭비다. 정부는 저출산을 타개하기 위해 2006년부터 15년간 무려 225조 3천억 원의 예산을 썼다. 성적은 알다시피 참담하다. 문제를 근본부터 다시 진단하는, 사고의 대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병로 기자 leebr@youngnong.co.kr

<저작권자 © 한국영농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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