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fault_top_notch
default_news_top
default_news_ad1
ad42

[유통발상] ‘농업인의 날’은 농민 생일날 맞을까?

기사승인 2020.11.09  12:39:50

공유
default_news_ad2

- 농업에 대한 국민 인식 전환은 숙제... 그래도 생일상 미역국은 농민에게로

생일날에는 미역국을 먹는다. 산모가 출산하고 미역국을 먹는 풍습에서 유래한 것이다. 미역에는 칼슘과 요오드 성분이 있어 피를 맑게 해주고 지혈효과도 있다고 한다. 출산에 피를 흘려 심신이 허약해진 산모를 위한 최적의 음식인 셈이다. 그런데 왜 자식이 미역국을 먹을까? 오히려 어머니가 드셔야 의미에 맞는 것 같다. ‘저를 낳아 주시느라 고생 많으셨습니다. 고맙습니다’하는 의미로 자식이 어머니께 미역국을 해 올려야 마땅한 게 아닐까? 생각해보면 이상한 유래 같다.

농민들에게도 생일이 있다. 바로 농업인의 날, 11월 11일이다. 농사의 기반이 되는 흙은 한자로 ‘土’, 분해하면 十과 一이 된다. 아라비아 숫자 ‘11‘과 같다. 이 흙 ’토(土‘) 자가 두 개인 11월 11일을 농업인의 날로 정했다. 언뜻 들으면 그럴싸 하지만 기념일로는 어딘지 모르게 부족하다. 사람의 생일처럼 유명한 농민이 태어난 날이라든가, 농업 역사에 뭔가 획기적인 사건이 일어난 날이 기념일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예를 들어 국군의 날인 10월 1일을 보자. 한국전쟁 개전 첫해인 1950년 10월 1일 우리 육군 3사단이 반격작전에 성공하며 최초로 38선을 돌파한 날을 기념해서 제정됐다고 한다. 국군이 창설된 후 처음 맞은 경사스러운 날(?)일지는 몰라도 그 전쟁의 끝이 해피엔딩이 아니라 ‘딱‘은 아니다. 역사적 유래가 다소 빈곤하다. 고작 북진 시작일을 기념일로 삼기엔 21세기 우리 군의 임무와 위상에 걸맞지 않다는 평가도 있다. 차라리 광복군 창설일을 국군의 날로 삼는 게 옳다는 의견이 그럴 듯하게 들린다. 우리 헌법 전문에 삼일 운동과 임시 정부의 법통을 잇는다고 했으니 말이다. 차제에 농업인의 날도 역사적 의미가 있고 기념할 만한 가치가 있는 날로 변경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재주는 곰이 부리고 돈은 왕서방이 챙기는 일이 있어서는 안된다. 그리고 생일상의 미역국은 농민에게 돌아가도록 하자. 그게 공평한 이치다. [사진=korea.net]

생일은 즐거운 날이다. 이 땅에서의 생명이 시작된 날이니 축하받을 만한 날이다. 크고 작은 선물도 준다. 네가 있어서 기쁘고 고맙다는 마음을 담아서. 요즘은 카카오톡으로 커피쿠폰 등을 주기도 하지만 그래도 정성껏 포장한 실물을 받을 때 더 기분이 좋다. 

올해 농업인의 날에는 어떤 선물이 좋을까? 누가, 무엇을 줘야 할까? 선물을 줘야 할 사람이 생일날을 알긴 하는 것일까? 서글프지만 모두 아닌 것 같다. 초등학교 시절 국군의 날에 군인들에게 얼굴도 모르는 군인 아저씨에게 위문편지를 보낸 적이 있다. 우리를 지켜줘서 고맙다는 마음을 담으라고 선생님이 신신당부하셨으니 억지로라도 쥐어짜서 한 글자, 한 글자 쓰긴 썼었다. 이런 식의 감사 숙제는 2020년 한국에선 언감생심이다. 농민들에게는 말할 나위도 없다.

농민들도 생계를 위해 농사를 짓는데 왜 고마워해야 하냐고 묻는다면 할 말은 있다. 선생님도, 군인도, 소방관도, 시민운동가도, 종교인도 사실 따지고 들면 생계를 위해서 하는 일이다. 그럼에도 그들에게 우리는 감사한 마음을 종종 갖기도 한다. 그들의 행위로 인해 우리는 배우고, 자유를 누리고, 위험에서 구조되고, 권리를 지키고, 마음의 안식을 얻는다. 마찬가지로 농민들이 먹고 살려고 짓는 농사의 결과로, 우리는 먹거리 걱정을 한시름 놓고 산다. 고마워해야 할 이유로 부족한가? 농업에 대한 우리 사회의 인식 수준을 높여 여론의 지지를 끌어내는 일은 아직 시작도 못했으니 그럴 수도 있겠다. 농업계의 큰 숙제다. 

억지로 고마워하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짚고 넘어갈 것이 있다. 최소한 생일상을 빼앗지는 말란 말이다. 농업인의 날이면 농업인이 축하를 받아야 하지 농업인 때문에 호강하고 한자리 차지한 사람들은 뒤로 빠져 달란 말이다. 1996년부터 시작된 이 기념일이 올해도 25주년을 맞았다. 매년 농업인의 날 행사에 가보면 똑같은 축사와 지키지 못할 약속으로 말의 향연이 벌어진다. 장관, 국회의원, 각종 단체의 장들을 포함한 내외 귀빈들은 앞쪽 테이블을 차지하고 정작 주인공인 농민들은 뒷전이다. 주인과 손님(主客)이 뒤바뀐 장면이다. 

농업인들은 작더라도 진심 어린 선물을 기대한다. 한 가지라도 정책이 제대로 실현되기를 원한다. [사진=픽사베이]

농업인들은 작더라도 진심 어린 선물을 기대한다. 한 가지라도 정책이 제대로 실현되기를 원한다. 미국 대통령 트럼프가 반면교사다. 그는 그에게 표를 몰아준 미국 농민을 위해 중국과의 일전을 불사했다. 아무리 최강대국이라지만 옥수수나 콩을 팔아치우는 솜씨는 날강도가 따로 없다. 최근 미국 대선을 앞두고 간을 보던 중국이 미국산 옥수수를 대량 구매하기 시작했다. 덩달아 국제 곡물 가격이 뛰기 시작했다. 미래 가격을 거래하는 선물 시세는 폭등 수준이다.

트럼프가 올해 안에 미국산 곡물을 약속대로 사지 않으면 무역보복을 할 것이라고 엄포를 놨기 때문이라는게 전문가들 시각이다. 어쩔수 없는 중국이 약속 이행에 들어간 것. 당하는 중국은 억울하겠지만 미국 농민들에게 이만한 돌쇠는 없다. 제 물건 팔아주기 위해 체면을 내던진 정치인에게 표로 보답하는 것은 불문가지. 이번 대선에서도 중서부 곡창지대인 팜벨트(Farm belt)는 공화당의 붉은색 물결이 넘실댔다. 이른바 레드 스테이트(Red state)에서 트럼프 지지세는 굳건했다.

이게 정상적인 사회 계약임을 우리나라 정치인과 농정당국도 잊지 말기 바란다. 농민들도 사고를 전환해야 한다. 여당이든, 야당이든 자신의 이익을 지키기 위해 뛰어주는 정치인들을 국회로 보내줘야 한다. 약속을 지키지 않는 농협조합장은 탄핵해야 한다. 규제를 무기로 머리 위에 서려는 공무원들이 있다면 지겹도록 민원을 넣고 언론에 알려 사과를 받아 내야한다. 그래서 농민에게 제대로 복무하는 ‘돌쇠‘를 제대로 가려내야 한다. 재주는 곰이 부리고 돈은 왕서방이 챙기는 일이 있어서는 안된다. 그리고 생일상의 미역국은 농민에게 돌아가도록 하자. 그게 공평한 이치다.

이병로 기자 leebr@youngnong.co.kr

<저작권자 © 한국영농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default_news_ad5
default_side_ad1
default_nd_ad2

인기기사

default_side_ad2

포토

1 2 3
set_P1
default_side_ad3
ad43

섹션별 인기기사 및 최근기사

default_side_ad4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default_news_bottom
default_nd_ad4
default_bottom
#top
default_bottom_notc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