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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농업인’ 키워드로 본 2020 국정감사

기사승인 2020.10.25  22:5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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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성농업인이 가장 원하는 것... 1위는 '양성평등', 2위는 '관심'

지난 10월 15일이 무슨 날인지 아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농업 관계자, 그 중에서도 여성농업인이 아니라면 그럴 가능성이 아주 높다. 10월 15일은 다름 아닌 세계여성농업인의 날이다. 지난 1995년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제4차 세계여성대회에서 국제식량농업기구(FAO)는 ‘쌀의 날’인 10월15일을 세계여성농업인의 날로 삼자고 제안했다. 그리고 2년 뒤인 1997년 UN은 이날을 ‘세계여성농업인의 날’로 공식 선포했다.

농업과 여성이라는 두 단어가 주는 뉘앙스로만 보면 그리 큰 관심을 끌 행사는 아닐 수 있다. 하지만 고령화 농촌에서 여성이 차지하는 비중을 놓고 보면 대단한 날이 아닐 수 없다. 이런 자료를 보면 특히 그렇다.

최근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이하 농관원)은 최근 2년간 농업경영체 등록정보를 분석한 자료집 8편을 발간했는데, 이 자료집에 따르면 지난해 2019년 여성 농업경영주는 총 46만 6천명. 2015년 39만 6천명 이후 매년 증가 추세다. 지난해 전체 농업경영체(농업경영주+농업법인)는 약 170만 정도로 파악됐다.

그렇다면 우리 정부, 특히 농림축산식품부를 비롯한 관계부처는 여성농업인들의 마음을 얼마나 정확하게 파악하고 이를 정책에 반영하고 있을까? 아쉽게도 여성농업인들은 정부에 무척이나 불만이 많다. 이들은 2020년 현재에도 여성농업인의 삶을 좀 더 폭넓게 개선하고, 법적·사회적 지위 향상에 정부가 더 힘을 써줄 것을 호소하고 있다.

여성농업인단체들은 지난 10월 15일 세계여성농업인의 날을 맞아 성명을 내고, 정부부처 내에 여성농업인 전담부서가 설치되고 지자체로 확대되는 추세에 맞춰 이를 하루빨리 전체 지자체로 확산시켜 나가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농업인력의 과반수 정도인 여성농업인이 당당하게 농업인으로서 법적 권리를 보장받기를 바란다는 점도 덧붙였다.

2000년 개봉된 헐리웃 영화 ‘왓 위민 원트(What women want, 멜 깁슨, 헬렌 헌트 주연)' 처럼은 아니더라도, 여성농업인으로서의 삶을 정부가 좀 더 구체적으로 파악해 정책을 세워달라는 뜻일 것이다. 

마침 국정감사 기간이다. 입법부와 행정부는 여성농업인을 위해 어떤 생각들을 하고 있을까? 그게 수적으로나 양적으로 그리 많지 않을 줄은 알지만, 이 기회에 여성농업인을 위한 정책이 어떤 것들이 논의되고 있는지를 살펴보는 것도 큰 의미가 있다 하겠다. 2020 국정감사장을 ‘여성농업인’이란 한 가지 항목으로 집중 조명해보자.

10월 15일은 세계여성농업인의 날이다. 올해 국회의 국정감사에서는 여성농업인을 위한 정책에 대해 어떤 지적이 나왔을까?

◇ 전체 여성 농업경영주 총 46만 6천명 시대... 매년 증가하는 이들을 주목해야

농협 국감장에서 여성농업인 관련 얘기가 흘러나왔다. 서삼석 의원(더불어민주당, 전남 영암‧무안‧신안)은 농협이 각종 재해보험에 대한 국고보조를 대폭 확대할 것을 지적했다. 서 의원은 농협(계열사)의 억대연봉자가 2019년에 전체직원의 25%(6천689명)나 된다고도 했다. 또한, 농협이 여성농업인에 대한 우대정책을 펼 것을 주문하고 나섰다. 

하지만 어떻게 무엇을 여성농업인을 위해 해야되는지 언급은 없었다. 그냥 지나가는 말로 여성농업인에 대한 우대를 언급한 걸까? 지적한다면 이런 걸 지적해야 되지 않을까? 여성 농협인 숫자라든지, 조합원 중에서 여성농업인이 차지하는 비중이라든지 그런 거 말이다. 지난해 농협이 밝힌 바에 따르면, 2019년 말 기준으로 전국 1118개 농협의 조합원은 209만 9167명이고, 이 중 여성조합원은 68만 4182명(32.6%)이다. 여성조합장은 8명 뿐이다.

농협은 지난해부터 양성 평등한 농업·농촌 구현, 여성농업인 직업 역량 강화, 지역에서의 여성농업인 역할 확대, 복지‧문화서비스 제고, 다양한 농촌여성 주체 양성 등을 중심으로 한 사업계획을 세워 추진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이게 어느 정도 실현됐는지는 솔직히 아무도 모른다. 국정감사에서 이런 부분이 확인되고 재점검되어야 하는 게 아닌가 궁금할 따름이다.

농림축산식품부 홈페이지에도 ‘여성농업인 육성 기본계획’이란 내용이 게시되어 있다. 농식품부는 ‘농업·농촌사회에서 여성농업인의 역할과 중요성이 증대됨에 따라 양성평등 문화확산, 여성농업인의 모성권 보호, 삶의 질 제고 및 전문 농업경영인력으로 육성 필요’를 위해 이러한 계획을 짜서 추진중이라고 밝히고 있다.

추진경과를 보면, 제1차, ‘01~’05 <여성농업인의 전문인력화·지위향상·삶의 질 제고를 통한 건강한 농촌가정의 구현과 농업·농촌사회의 발전>을 목표로 4개 부문, 8개 과제를 추진했다고 나와있다. 여성농업인의 경영능력 강화, 여성농업인의 지위향상 촉진, 여성농업인의 삶의 질 제고, 여성농업인 정책시스템 구축, 농가도우미 지원사업 도입 등이 세부항목으로 제시되어 있기도 하다.

제2차, ‘06~’10 <남녀 농업인이 책임과 성과를 공유하는 지속가능한 농업·농촌>을 비전으로 4개 부문, 23개 과제를 추진했다는 게 농식품부의 설명. 여성농업인 지위향상, 여성농업인 전문인력화, 여성농업인 복지증진, 정책추진 인프라 구축, 지자체 조례 작성 등이 세부항목이다.

제3차, ‘11~’15 <창조성·전문성·리더십을 겸비한 여성농어업인 육성, 생애주기별 맞춤형 지원으로 여성농어업인의 삶의 질 향상>을 비전으로 5개 부문, 17개 과제를 추진했다고 한다. 현재 진행중인 제4차 계획은 ‘16~’20 <실질적 양성평등으로 여성농업인의 행복한 삶터, 일터 구현>을 비전으로 5개 부문, 15개 과제가 추진중이다.

그런데 이게 대체 무슨 뜻일까? 난해한 개념어들의 나열에 구체적인 내용이 들어오지 않는 참으로 형식적인 계획이 아닐 수 없다. 바로 이런 점을 국정감사에서는 확인하고 질타해야하는 거 아니냐는 거다.

◇ 농협 국감 “여성농업인 홀대 말아야”...농식품부와 농협의 실질적 대책 아쉽다

농해수위 국감장에서는 또 여성농업인 관련한 의제가 어떤 게 등장했을까? 안타깝게도 앞서 언급한 농협의 여성농업인 우대 촉구 외에 유일하게 등장한 건 바로 여성친화형 농기계다. 허태웅 농촌진흥청장은 국감장 모두발언에서 “밭농업 맞춤형 농기계와 여성친화형 농기계의 개발을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실 여성친화형 농기계는 꾸준히 여성농업인들 사이에서 문제가 제기되어온 사항이다. 그럼 농촌진흥청 얘기가 나온 김에 짚고 넘어갈 자료가 있다. 농촌진흥청은 농업 활동 관련 농업인의 손상 현황을 점검.발표했다. 지난해 7월 4일∼9월 3일 전국 농어촌 지역 1만 20가구를 대상으로 시행한 '2019 농업인 업무상 손상조사' 결과다. 이 자료를 보면, 넘어짐 사고가 40.8%, 과도한 힘이나 동작으로 인한 신체 반응 13.7%, 승용 농기계 단독 운전사고 12.7%가 1위~3위를 차지하고 있다.

그런데 눈여겨 봐야할 점이 있다. 그건 바로 여성이 다친 비율은 56.3%로 남성(27.3%)의 두배가 넘었다는 사실이다. 또한 농업기계와 관련된 손상이 전체 업무상 손상의 31%를 차지하고 있는 점이다. 경운기 사고에 의한 손상이 41.7%, 트랙터 19.1%, 관리기 6.7%, 트럭(화물차) 6.4%, 예취기 6.0%의 순이다.

즉 여성농업인은 농업기계를 다루다가 숱하게 부상을 당하고 상해를 입는다는 뜻이다. 그것도 남자의 2배 가량 많이 다치고 있다는 게 통계의 핵심이다. 그런데도 농촌진흥청은 여성친화형 농기계 개발을 강화하고 있다고 말해도 되는 걸까? 농진청의 답변이 궁금해진다.

농촌진흥청은 농업 활동 관련 농업인의 손상 현황을 점검.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여성농업인의 부상비율은 56.3%로 남성의 두 배다. 사진은 6월 18일부터 19일까지 충북농업기술원 농업기계 교육장에서 여성농업인을 대상으로 진행된 ‘농업기계 교육’ 현장. [사진=충청북도농업기술원]

◇ 농업활동 재해 비율 여성(56.3%)이 남성(27.3%)의 2배...여성친화형 농기계는?

올해 국정감사에서도 여전히 여성농업인 관련 의제는 중요하게 다뤄지지 않았다. 앞으로도 그럴 확률은 매우 높아 보인다. 그렇다고 이대로 묵과할 수만은 없다. 이 시점에서 충남여성정책개발원이 발표한 의미심장한 자료 하나를 곱씹어볼 필요가 있다.

충청남도여성정책개발원은 최근 ‘여성농업인 일·생활균형 제고 방안 연구’자료를 발표했는데, 핵심내용은 바로 ‘여성농업인들의 농업노동 참여 시간과 비중은 증가했지만, 가정 내 가사노동 비중과 역할은 감소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즉 여성농업인들은 남성들과 비슷한 농업노동을 하면서도 가사노동까지 겸해야 하는 처지라는 점을 이 연구자료는 지적하고 있는 것이다.

이 연구에서 파악한 여성농업인이 생각하는 일·생활 균형에 대한 내용은 생각보다 단순하면서도 상식적이다. 아니 오히려 당연한 것들이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는 농촌여성들의 현실에 안타까움마저 든다. 여성농업인들의 희망사항을 살펴보자.

① 일과 여가 생활의 균형(84.0%) > ②일과 가족과의 생활균형(56.9%) > ③일을 통한 개인의 성장(42.1%) > ④일 이외의 자기개발(35.0%) > ⑤정부에서 가사 및 육아지원 서비스를 확대(30.6%) > ⑥지역사회내에 돌봄 여건 확충(19.8%) > ⑦저녁이 있는 삶(14.4%) > ⑧여성에게 휴가를 주는 것(11.9%) > ⑨남성의 육아 및 가사활동 참여 확대(8.3%) 등등이다.

어떤가? 이게 그리 실현불가능한 일인가? 여성농업인들은 자신들의 일·생활 균형(워라밸)을 저해하는 요인으로는 ▲가족.사회의 낮은 양성평등 인식, ▲여성농업 정책 입안자의 무관심 + 여성농업인단체의 단결력 부족, ▲ 다양한 정책의 부재, ▲여성농업인의 낮은 직업적 지위, ▲근무시간 . 일정을 정할 수 없는 농업의 특수성 등을 꼽고 있다. 또한 ▲농업과 가사 및 돌봄 노동의 공간·시간적 분리 어려움, ▲성별 고정관념의 지속화로 여성농업인의 일·생활분리 어려움 등도 여성농업인들의 애로사항인 것으로 나타났다.

충청남도여성정책개발원의 연구자료에는 여성농업인들이 원하는 일·생활 균형 제고를 위해 필요한 정책사업의 내용도 제시되어 있다. ▲여성농업인 행복카드 바우처 확대(10.2%), ▲여성농업인센터 확대(9.8%), ▲여성새로일하기센터 및 취창업지원 확대(9.6%), ▲농촌여성학습조직 및 교육도우미 지원 확대(9.0%). ▲공동경영인등록제도 활성화(8.5%), ▲양성평등교육 및 남성 참여 독려·건강 및 안전 지원 확대(7.9%), ▲여성농업인 포럼 및 사회적 농업 활성화·돌봄커뮤니티 지원 확대(6.9%), ▲돌봄 시설 및 사업 확대·돌봄 인력 지원 확대(5.6%)순이다.

이번 연구를 주도한 충남여성정책개발원측은 양성평등 교육 의무화, 여성농업인 인식개선 및 리더십 프로그램 활성화, 여성농업인의 경제사회 진출을 위한 다양한 일자리 정책, 농촌지역 돌봄서비스 확대 등등이 시급히 실행되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 ‘낮은 양성평등 인식> 정책 입안자의 무관심+여성정책 부재> 낮은 직업적 지위’

농림축산식품부 홈페이지에는 여성농업인광장이 별도로 마련되어 있다. 여성농업인들의 애로사항을 청취하고 모으는 게시판 하나도 없는 그곳엔 주로 자신들의 홍보 및 활동 내용물들로 채워져 있다. 그 내용 중 하나를 골라 소개한다.

“농림축산식품부에서는 여성농업인 문예활동 참여 기회를 제공하여 여성농업인 스스로 직업인으로서 자긍심을 고취하기 위해 '제4회 여성농업인 생활수기 공모전'을 개최합니다. 여성농업인의 많은 참여를 바랍니다. ○ 공모기간; 2020년 6월 15일 ~ 8월 31일 (수상작 발표 9월, 시상식 10월) ○ 공모주제 , ①여성농업인의 농촌에서의 일상과 역경 극복 사례, ②귀농·청년 여성농업인의 농촌생활 적응기, ③다문화 여성의 농업·농촌 이야기 ○ 응모자격 : 여성농업인이면 누구나’

그런데 이런 이야기를 접수하고 모으기만 하면 무슨 소용인가? 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어야 보배가 되는 것인데 말이다.

이병로 기자 leebr@youngnong.co.kr

<저작권자 © 한국영농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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