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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발상] 난마처럼 얽혀 있는 농업 문제, 해법은 ‘빅데이터’

기사승인 2020.10.15  18:4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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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린-디지털 뉴딜의 교집합은 첨단농업... 한국 경제 이끌고 나갈 구원자 될까?

조지 오웰의 소설 <1984>에는 ‘빅브라더’가 나온다. 사람들의 일거수 일투족을 책상에 앉아서 다 보고 있는 신적인 존재다. 소설 속 그는 텔레스크린(Telescreen)을 통해 개인들의 사생활을 들여다 본다. 음향과 영상까지 전달하는 이 괴상한 물건은 거리와 가정에 설치되어 있다. 여기서 수집한 정보로 빅브라더는 개인과 사회를 끊임없이 감시하고 통제한다.  

조지 오웰이 상상한 미래 사회의 모습은 2020년 현재 우리의 일상이 됐다. 구글은 우리 검색 결과를 잘 기억해 놨다가 연관 광고를 보여준다. 곳곳에 있는 CCTV는 사생활 침해 논란에도 불구하고 용의자 추적에 결정적 단서를 제공해 범죄율 하락에 도움이 된다. 신용카드나 자동차 하이패스 등으로 코로나 걸린 사람들의 동선을 추적하고 접촉자를 알아낼 수 있다. 조지 오웰이 소설 <1984>를 탈고한 시점은 1948년이다. 새삼 그의 무한한 상상력에 감탄을 하지 않을 수 없다. 당시 과학기술로는 생각치도 못한 일들이 불과 70여년 만에 거짓말처럼 현실이 됐으니 말이다.

소설 속 ‘빅브라더’의 탄생을 실현 가능케 하는 기술 중에 하나가 ‘빅데이터’다. 아주 크고 많은 데이터를 뜻한다. 수많은 정보를 취득하고 해석하고 최적의 해법을 내놓는 것이 빅데이터 기술이다. [사진=픽사베이]

소설 속 ‘빅브라더’의 탄생을 실현 가능케 하는 기술 중에 하나가 ‘빅데이터’다. 아주 크고 많은 데이터를 뜻한다. 수많은 정보를 취득하고 해석하고 최적의 해법을 내놓는 것이 빅데이터 기술이다. 농업에서도 빅데이터 바람이 분다. 생산과 유통 과정에 필요한 각종 정보들을 분석해서 인간이 직관을 통해 내리는 판단의 실패를 줄이는게 핵심이다. 지금까지 변하는 날씨를 무기력하게 쳐다보고, 농부의 경험에만 의지했던 ‘암묵지‘를, 통제가 가능한 영농환경과 공개된 지식으로 전환하려는 노력이다.

특히 2세대 스마트팜이 등장함에 따라 빅데이터의 필요성이 더욱 커졌다. 1세대 스마트팜은 농사를 좀 더 편하게 짓고 노동력을 줄이는 편의성에 중점을 둔다. 반면, 2세대 스마트팜은 생산량과 품질을 획기적으로 높이는 효율성에 초점을 두고 있다. 이 때 가장 중요한 게 온도, 습도, 이산화탄소, 풍속, 일사량, 양분의 농도와 산도(pH) 등의 ▲‘환경 데이터’다. 여기에 생장 길이, 잎 폭, 줄기 굵기 등의 ▲‘생육 데이터’와 생산량, 에너지비용 등 경영일지를 활용한 ▲‘경영 데이터’ 등도 중요하다. 이러한 빅데이터들을 수집-분석-가공해서 최적의 영농환경을 만드는 것이 2세대 스마트팜의 주된 기능이다.

국내의 경우, 스마트팜 보급 노력에 비해 빅데이터의 중요성은 간과해 왔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스마트팜 기술 보급 및 안착을 위해 2020년에만 2477억 원의 예산을 투입하고 있다. 하지만 낮은 빅데이터 축적량으로 인해 원활한 스마트팜의 운영과 안착이 힘들 수도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는 실정이다. 맹성규 의원실(더불어민주당, 인천 남동갑)에서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현재 스마트팜 전체 농가 대비 빅데이터 축적에 동의하고 제공한 농가는 10%에 불과하다. 스마트팜의 핵심인 빅데이터 수집이 제대로 되지 않고 있음을 의미한다 멋진 차는 샀는데 이걸 굴러가게 하는 연료는 없는 꼴이다. 이에 맹 의원은 지난 13일 농해수위 국정감사에서 허태웅 농촌진흥청장에게 스마트팜의 원활한 운영을 위해 빅데이터 관리에 특별히 신경 써 줄 것을 요청하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경상남도(도지사 김경수)의 농업용 데이터 구축사업이 주목받고 있다. 경상남도는 지난 4월 전국 최초로 ‘주요 농산물 가격예측 시스템’을 개발해 운영하기 시작했다. 이 시스템은 ▲마늘, ▲양파, ▲풋고추, ▲깻잎, ▲딸기, ▲양상추, ▲부추, ▲시금치, ▲호박, ▲파프리카 등 경남의 주요 10개 농산물 품목에 대해 인공지능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가격예측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경상남도는 이 시스템을 통해 주요 농산물의 재배면적을 데이터베이스화(DB화)해 생산자단체에 의한 주도적 수급조절과 생산물의 분산출하를 가능토록 한다는 구상을 가지고 있다.

이 시스템은 ▲전국 32개 도매시장 가격정보와 ▲기상청, ▲통계청, ▲농산물유통종합정보시스템(KAMIS), ▲한국농촌경제연구원(KREI), ▲농촌진흥청, ▲공공데이터포털, ▲경남형 농산물 생산실태 조사분석 모델링 용역 등의 기초자료를 연계했다. 이를 사용자들이 알기 쉽도록 현장 및 통계중심의 시각화된 정보로 만들어 서비스 중이다. PC, 태블릿, 스마트폰 등 다양한 기기에 화면이 자동으로 최적화되게 만들었다. 이를 통해 농민들이 생산현장 어디에서나 ▲도매시장 가격동향, ▲주간 및 월간 예측가격, ▲도내 일일·7일간 생산량, ▲주산지별 농업기상정보 등을 확인할 수 있게 했다. 

경상남도가 운영하는 주요농산물 가격예측 시스템 첫 화면 캡쳐

한마디로 경상남도는 농업용 빅데이터를 활용해 생산과 판매의 최적화하겠다고 나섰다. 이같은 노력에 좋은 결실이 맺어지기를 응원한다. 아울러 중앙정부에서도 각 기관이나 지자체에서 빅데이터 사업을 중구난방으로 하지 않도록 통합하고 조절해서 시너지를 낼 필요가 있다. 바로 표준화다. 특정한 목적을 염두에 두고 똑같은 양식에 모아야 나중에 거대한 ‘빅데이터’가 됐을 때 써먹기에 용이하다. 또한, 실제로 농사를 짓고 있는 농가들로부터 데이터를 수집할 수 있는 인센티브를 제공해야 한다. 앞서 맹성규 의원이 지적했듯 스마트팜 농가 중 10%로부터 얻는 수준으로는 데이터의 양과 질이 빈약하다. 

1948년의 조지오웰의 ‘빅브라더’는 통제사회의 독재자였다. 하지만 21세기의 ‘빅데이터’는 정보화 시대의 구원자다. 정부는 그린뉴딜과 디지털 뉴딜로 한국 경제의 근본틀을 바꾸겠다고 나섰다. 가만히 생각해 보면, 그린(환경)과 디지털(정보통신기술)의 교집합은 ‘첨단농업’이다. 역시 그 중심에는 빅데이터가 있다. 농정 당국은 처음부터 제대로 설계해 첨단농업의 기반을 단단히 준비하기 바란다. 앞으로 수년 뒤 농업이 대한민국 경제를 이끌 구원자가 될지 누가 알겠는가? 70년 전에 21세기 사회상을 정확히 맞춘 조지 오웰. 그도 당시에는 몽상가였다.

이병로 기자 leebr@youngnong.co.kr

<저작권자 © 한국영농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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