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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발상] 중국 식량 안보 위기의 실체는?

기사승인 2020.09.11  02:4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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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중 무역분쟁, 전염병, 자연재해 영향... 구조적 부족이면 한국 농업에 기회

중국은 세계 최대의 인구대국이다. 사람이 많으니 식량도 많이 필요하다. 주식인 쌀과 밀의 경우 자급률은 90%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은 주요 곡물의 경우, 자국에서 생산한 물량으로 자국민을 충분히 먹일 수 있다는 뜻이다.

이런 중국도 최근 식량 안보가 흔들린다는 얘기가 나온다. 미중 갈등과 자연재해 때문이다. 전자는 미국의 대중국 무역 제재에 대한 보복으로 미국산 대두의 수입을 줄인 게 원인이 됐다. 또한 최근 중국 남부에 3개월 넘게 쏟아진 폭우와 최근 중국 북동부에 밀어 닥친 태풍 등도 생산량에 영향을 줄 것이라는 전망이다.

잘 짜여진 시스템에 어느 한 부분이 타격을 받으면 다른 곳도 연쇄 반응을 일으키게 된다. 식량 수급도 마찬가지다. 예를 들어보자. 중국은 미중 무역 갈등을 겪으며 대두의 대외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자국 내에서 콩 재배를 확대했다. 당연히 옥수수 등 타 작물과 대체되면서 기존 곡물의 생산량은 줄어들었다. 올해는 예상치 못한 태풍이 옥수수의 주산지인 흑룡강성과 길림성을 강타하면서 이번에는 옥수수 생산량이 크게 줄었다. 수급에 이상이 생겼다.

홍콩 매체인 사우스차이나 모닝포스트(SCMP)는 중국 현지 전문가들의 분석을 인용하면서 작년에 중국은 1700 만 톤의 옥수수 공급 부족을 겪었으며 내년에는 2500 만 톤으로 늘어날 수 있다고 보도했다. 수요보다 공급이 줄어들면 가격은 기가 막히게 오른다. SCMP에 따르면 중국 내 옥수수 가격은 8 월 초 톤당 2355 위안을 찍으며 연초보다 거의 30 % 상승했다. 8월 말에는 톤당 2274 위안으로 소폭 하락했다지만 언제 다시 튀어 오를지 모른다.

옥수수는 대두와 함께 가축 사료의 원료가 된다. 옥수수와 대두의 수급이 불안해 가격이 오르면 사료 가격이 오르고 이는 그대로 축산 농가의 생산비 증가와 육류 가격 상승으로 이어진다. 국제연합 식량농업기구(FAO)는 8월 가격 동향 보고서에서 육류의 경우 7월 대비 0.1% 상승했다고 발표했다. 중국의 돼지고기 수입량 급증을 주요 원인으로 꼽았다. 쇠고기·가금육·양고기는 가격이 하락한 가운데 돼지고기의 수요 증가가 전체 육류 가격 상승을 견인한 모양새다. 중국에 돼지고기가 부족해 졌다는 방증이다.

옥수수는 대두와 함께 가축 사료의 원료가 된다. 옥수수와 대두의 수급이 불안해 가격이 오르면 사료 가격이 오르고 이는 그대로 축산 농가의 생산비 증가와 육류 가격 상승으로 이어진다. [사진=픽사베이]

SCMP에 따르면 중국 국가통계국은 지난 7월 중 돼지고기 가격이 전년 동기 대비 85.7% 급증했다고 밝혔다. 중국은 2018년 아프리카돼지열병 발병으로 돼지의 개체수가 줄어 돼지고기 가격이 폭등한 적이 있다. 2019년 들어 안정세를 보였다가 올해에는 코로나 19와 남부 지방 홍수 등의 영향으로 돼지고기 가격이 또 다시 천정부지로 올라간 것. 전 세계 돼지고기의 49.2%를 소비할 만큼 돼지고기를 즐기는 중국인들의 불만이 커질 수 밖에 없다. 당연히 중국 정부는 돼지고기 수입량을 늘려야 하므로 국제 돈가도 덩달아 뛰게 된다.

중국 현지 매체 보도에 따르면 중국의 번식 모돈 재고는 7월 들어 전년 대비 20 % 증가했다. 앞으로 돼지고기 공급은 늘겠지만 돼지가 먹을 사료도 더 많이 필요해졌다. 중국 내 옥수수 등 사료 원료가 부족한 가운데 돼지 개체 수가 늘어나면 사료 곡물의 상승을 유발할 수도 있다. 그러면 생산비가 또 올라가 돼지고기 가격의 상승을 유발하는 악순환에 빠질 가능성이 있다.

이처럼 중국의 식량 가격의 변동은 우리에게도 시사점을 준다. 우리나라 곡물 자급률은 23%다. OECD 회원국 중 꼴지 수준이다. 세계 평균은 101.5%에 이른다. 그나마 쌀은 자급률이 104.7%에 이르지만, 밀은 전체 소비량 중 99.1%를 수입에 의존한다. 보리와 콩은 각각 24.6%, 옥수수 3.7%에 불과하다. 중국보다 더 취약한 식량안보 구조를 가지고 있는 셈이다. 우리가 수입국과 외교 분쟁이 생긴다면, 자연재해와 전염병으로 생산량이 준다면, 식량 수급 시스템에 문제가 생긴다. 우선 식량 안보에 이상이 없을지 항상 살펴야 한다.

동시에 지구에서 가장 식량을 많이 소비하는 인접 국가가 식량난에 빠지는 상황도 면밀히 조사하고 대비해야 한다. 우리는 중국으로부터 연간 770만 톤, 금액으로는 61억 달러 어치의 농산물을 수입하고 있다. 품목마다 다르겠지만 중국 내 생산이 부족해지면 우리의 수입물가도 덩달아 뛰게 된다. 국내 농산물과 외식 물가를 끌어 올리는 요인이 될 수 있다. 반면, 중국의 식량난이 구조적이고 항구적이라면 우리 농업에는 기회다. 해당 품목을 연구해서 가격 경쟁력을 구축하고 검역 등 수출 기반을 사전에 준비해야 할 것이다.

중국 정부의 씽크 탱크인 중국사회과학원은 지난 8월 중국은 앞으로 2025 년 말이 되면 약 1억3천만 톤 수준의 곡물 공급 부족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비슷한 시기에 중국 국가주석 시진핑은 갑작스레 음식물 쓰레기 줄이기를 지시했고 전국적인 캠페인이 진행 중이다. 아무래도 중국의 식량 문제가 쉽사리 해결되지 않을 모양이다. 반면, 한국 정부의 국민권익위는 명절 선물 상한선에 관한 청탁금지법 조항을 바꿔가며 농산물 소비를 장려하고 있다. 묘한 대조다. 남의 불행이 우리의 행운이 될지, 지켜볼 일이다.

이병로 기자 leebr@youngnong.co.kr

<저작권자 © 한국영농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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