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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민들, 농사 외에 무슨 일로 생계 꾸리나?

기사승인 2020.09.05  17:1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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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농업소득 30년 넘게 1천만원... 코로나-태풍-장마에 농가 수입 더 줄 듯

사실 예전부터 그랬다. 30년도 훨씬 넘는 세월 내내 농사일로 벌어들이는 돈은 1천만원대 언저리를 맴돌고 있었다. 그러던 게 최근 코로나 19 여파로 더욱 도드라져 보인다는 목소리가 들린다. 농촌경제연구원에서 코로나19 여파로 농촌의 소득 불평등이 심화되고 있다는 보고서가 나온 것이다. 최근 일이다.

농사만 지어 벌어들이는 농업소득도 감소하고, 농업 외 소득 또한 줄어드는 실정이라는 게 보고서의 핵심. 흔히 말하는 ‘(사회)안전망’이란 게 없거나 부실했기 때문이란 전문가들의 지적도 나온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유찬희,김태후 연구위원이 펴낸 ‘2019 농가경제 실태와 시사점’이란 KREI 현안분석 보고서 내용이다.

보고서를 보면, 신기하게도 농사지어 버는 돈 농업소득은 지난해 20.6%나 줄었다. 그래서 30년째 비슷한 1026만 원으로 집계됐다. 하지만 농업 이외의 소득, 즉 농외소득과 이전소득은 늘어났다. 쉽게 말해, 농사지어서 생계를 유지하기보다 농사 외 일로 더 많이 벌어서 생계를 이어가고 있단 뜻이다. 정부나 가족으로부터 지원이나 보조를 받으며 살아야 하는 곳이 농촌이란 뜻도 품고 있다.

또 하나 주목할 점은 8% 정도 늘어난 겸업소득. 이 겸업소득이 영농활동 중심이 아닌 제조·건설업 중심이라는 데 초점을 맞춰보면 상황이 달리 보이기 시작한다. 농민들이 제조업, 건설업 분야에서 일하며 부족한 농업소득을 보충하고 있다는 거다. 이전소득(정부기관에 의한 보조금, 연금 등)은 989만원에서 1123만원으로 13.5%나 늘었다.

농가들 간의 소득불평등도 깊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상위 20% 농가소득은 증가하고, 하위 20% 농가 소득은 오히려 줄었다. 농촌의 소득격차가 도시보다 심각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인데, 특히 하위 20% 농가 중에서 65세 이상 노인이 무려 80%나 된다. 모든 농촌 노인에게 해당되는 건 아닐테지만, ‘농촌노인=빈곤층’이라는 공식이 사실로 드러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30년도 훨씬 넘는 세월 내내 농사일로 벌어들이는 돈은 1천만원대 언저리를 맴돌고 있었다. 그러던 게 최근 코로나 19 여파로 더욱 도드라져 보인다는 목소리가 들린다. [사진=픽사베이]

◇ 농사로 버는 돈은 해마다 줄고, 농사 아닌 다른 소득은 점점 증가

이런 현실을 염두에 두고 읽어보면 매우 흥미로운 농촌경제연구원의 보고서가 하나 있다. 2016년 발간된 것인데 ‘농가의 다면적 경제·사회 활동 실태와 과제’라는 제목의 이 보고서엔 우리나라 농민과 농촌의 현실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농민들이 농사 외에 무슨 경제활동을 하며 사는가를 보여주는 생생한 탐사자료다.

이 보고서는 머리말에서 “많은 농가들이 농업 소득만으로는 가계를 유지하기 어렵다. 그래서 요즘 농사를 지으며, 가족 가운데 누군가는 농사가 아닌 다른 일을 하는 농가가 적지 않다. 자가영농 외 경제활동은 충분치 않은 농업 소득을 보완하는 중요한 살림살이 전략”이라고 우리나라 농촌 현실을 진단하고 있다.

아울러 농민들의 농업 외 활동을 쉬쉬하며 감춰온 그간의 현실도 솔직히 인정하고 있다. “농업과 자가영농 외 경제활동을 겸하는 것을 다면적 활동이라고 한다. 그동안 한국에서 다면적 활동이 탈농의 징후로 여겨진 탓인지, 학술 연구 및 정책 수립에 있어 간과되는 경향이 있었다. 다면적 활동이 농가들 사이에 아주 일반화된 현상임에도 종합적으로 접근한 연구는 드물다.”

또한 이 보고서는 “농가의 가계 지출 증가분을 감당한 소득원은 농업 소득이 아니라 자가 영농 외 경제활동에서 얻는 소득“이었음을 인정하고 있다. 보고서는 5개 읍·면 지역을 선정, 각 100여 가구씩 표집, 설문지를 돌려 자가영농 외 경제활동의 종류, 소득, 참여 동기, 인구학적 특성 등을 조사했다. 보고서를 보면 우리 농가의 다면적 활동은 크게 ▲자가영농(농업), ▲비농업(민박, 체험프로그램 등 농업관광서비스, 농산물 직판, 농식품 가공), ▲비농업 부문 취업, ▲농업 임금노동 등 4가지에 고루 걸쳐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 내용을 보면, 다면적 활동 농가의 자가영농 외 경제활동에는 여러 종류가 있는데, 농가 가구원이 ▲외부에 취업하는 방식이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취업의 종류를 보면 ▲제조업, ▲공공서비스, ▲일반사무직, ▲건설노동, ▲농업노동, ▲상업, ▲기타 서비스 등등으로 조사됐다. 이 보고서를 쓴 농촌경제연구원 김정섭, 오내원, 김경인 연구위원은 “농가 소득 정책에서 다면적 활동의 중요성은 충분히 강조되지 않았고, 농촌 정책에서도 관심 밖에 놓여 있어서, 농촌의 서비스 기반과 사회적 환경을 유지하려면, 농가의 다면적 활동을 매개로 지역사회에 필요한 서비스를 공급하는 전략을 강구해야 한다”고 역설하고 있다.

한편 우리 농촌에서 ▲전업농가(농업 외 다른 일에 종사하는 가족이 없는 농가), ▲1종 겸업농가(농업소득이 농업외 소득보다 많은 농가), ▲2종 겸업농가(농업소득보다 농업외 소득이 많은 농가)가 차지하는 비중은 (2015년 조사 기준으로) 각각 55%, 16%, 29% 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우리 농촌은 농업소득 1천만원에 더해 농외 소득 1천만원 이하의 소득을 합해 2천만원 정도의 소득으로 살아가는 농가가 무려 71%에 달한다는 뜻이다. 참고로 2015년 평균농가소득은 3722만원이었고 2019년 평균농가소득은 4118만원이다.

서삼석 의원(더불어민주당, 영암 무안 신안)은 2일 2021년도 정부안에 편성된 농림축산식품부 예산이 국가전체예산 대비 3%가 채 되지 않는다고 지난 2일 성토했다. 아울러 대폭적인 농업분야 예산증액을 촉구했다. [사진=한국영농신문]

◇ 농가의 농사 외 활동= 제조업-공공서비스-일반사무직-건설노동-농업노동 등 취업

이런 가운데 올해 유독 길었던 장마와 잦은 태풍 등의 자연재해도 농업소득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오랜 장마 끝에 과일 재배 농가에서는 탄저병으로 고민이 깊어가고 있다. 장마가 계속되면서 탄저균이 극성을 부리고 있는 것이다. 탄저병은 전국적으로 확산하고 있는 추세.

태풍으로 인한 농가소득 저하도 쉽게 예측할 수 있는 부분이다. 제8호태풍 바비로 인한 농업과 농촌의 피해는 아직까지 정확하게 집계가 되지 않을 정도로 큰 것으로 나타났다. 수확을 앞둔 과일의 낙과, 노지 재배 채소류의 생산 시기 놓침, 벼 쓰러짐 등 현상 등으로 인한 피해가 속속 집계되고 있다. 코로나 19로 인한 외국인 노동자 입국 제한 및 농촌 일손 부족도 추수기에 큰 문제로 부각되고 있다. 이에 정부와 NH손해보험는 제8호 태풍 '바비'로 인한 농작물 재해보험 접수 건수인 1만 7천여 건(올해 8월 29일 기준)에 대해 신속하게 보험금을 지급한다는 방침이다. 제9호 태풍 '마이삭으로 인한 농촌 피해 역시 손해평가를 서두른다는 계획이다.

국회에서도 농업 예산 관련 목소리가 쏟아져나왔다. 서삼석 의원(더불어민주당, 영암 무안 신안)은 2일 2021년도 정부안에 편성된 농림축산식품부 예산이 국가전체예산 대비 3%가 채 되지 않는다고 지난 2일 성토했다. 아울러 대폭적인 농업분야 예산증액을 촉구했다. 서 의원은 또 “코로나 19로 인해 농민들의 안정적 소득기반이 무너지고 있다”고 지적하고 “대폭적 농업분야 재정지원이 농정의 기본”이라고 강조했다. 서의원은 또 농민기본소득 논의가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아무쪼록 코로나 19 이후의 농촌과 농민의 삶을 두루 살피는 정책이 속속 마련되어야만 할 것이다. 어려울 때일수록 농민이 입는 피해와 박탈감은 더 크다는 점을 농정관계자들은 명심해야 할 것이다.

이병로 기자 leebr@youngnong.co.kr

<저작권자 © 한국영농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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