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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농업회사법인 청년연구소 이석모 대표

기사승인 2020.08.18  16:1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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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공 키울수 있는 청년 창업 추천... 뭐든 3년은 꾹 참고 해봐야 결과 볼 수 있어"

청송의 자랑은 뭐니뭐니해도 주왕산(周王山)이다. 중국 동진(東晉)의 왕족인 주도(周鍍)가 당나라에 반기를 들었다 실패하자 이곳에 머물렀다는 전설이 깃든 명산이다. 주왕산만큼이나 유명한게 사과다. 일교차가 커서 맛있는 사과가 잘자란다. 청송 사과에 과감하게 청춘을 건 청년 농부가 있어 그를 만나봤다. 농업회사법인 청년연구소의 이석모 대표가 그 주인공이다. 

서울에서 주왕산을 찾아가는 길은 생각보다 가까웠다. 장마 전선이 머물러 있는 충청 이북은 빗발이 제법 굵었지만 막상 청송의 햇살이 따가웠다. 처음 만나는 취재원을 기다리던 어색함도 잠시. 여기저기서 오는 전화를 마주하고 바쁜일을 급히 마친 이석모 대표는 밝게 웃으며 자리에 앉았다. 

이석모 대표는 올해 5월 농림축산식품부에서 선정하는 이달의 6차 산업인으로 선정됐다. 이 젊은 농부는 사업으로 성공가도를 걷고 있다. 하지만 일을 대하는 철학이 더 돋보였다. 이제 창업 3년차인 젊은 사업가는 산전수전 다 겪은 대기업 CEO 같았다. 인터뷰 내내 자신이 해야할 일과 기준을 분명하게 말했다. 젊은 나이를 무색하게 하는 묵직함이 느껴졌다. '프로답다', 이 말이 시종 머리속을 맴돌았다.  

이 대표는 농부이기 전에 타고난 이야기꾼이다. 솔직담백하게, 때로는 격정적으로 우리 농업에 대한 의견을 거침없이 쏟아냈다. 생생한 경험과 깊은 사유에서 나오는 그의 진심을 듣고 있자니 인터뷰는 예정된 시간을 훌쩍 넘겨 끝났다. 청년 농업인이 보는 우리 농업의 현실은 역시 녹록치는 않았다. 그러나 미래는 정녕 밝았다. 그가 바라보는 보물같은 농업의 비밀은 무엇일까. 농업농촌을 사랑하는 젊은 청년이 그리는 비전은 참으로 굳세고 힘차 보였다. 마치 고향 청송의 주왕산 봉우리들처럼.

 

- ‘농업의 미래를 밝힌다‘라는 슬로건이 인상적이다. 거기에 담긴 뜻이나 철학이 궁금하다

청년들의 재능을 활용해서 농촌을 활력이 있는 공간으로 만든다는 의미다. 우리나라 농업은 이미 생산 기술이나 노하우는 상당한 수준에 올랐다고 본다. 문제는 판매, 유통, 마케팅, 상품기획 같은 부가가치를 높이는 역량이 부족한 데 있다. 농산물 생산은 기존 농업인들에게 맡기고 청년들이 가지고 있는 톡톡 튀는 아이디어와 IT 능력을 활용하면 가치를 더 높일 수 있다는 생각이다. 게다가 청년들이 가지고 있는 도전정신으로 기존에 해보지 않았던 여러 시도를 해볼 수 있다. 이렇게 해서 새로 생긴 부가가치를 생산자와 나누면 농가 소득을 높일 수 있다. 농업과 청년이 만나 서로의 장점을 잘 활용할 수 있다면 농업의 미래는 밝다고 본다.

- 어떤 이유로 농업이란 일과 농부라는 직업을 택했는지 궁금하다. 대부분의 청년들이 도시에서의 삶을 꿈꾸는 것과는 분명 다른 생각을 했을 것 같다.

나도 대학 다닐 때는 공무원이 되려고 했다. 농업지도나 농진청 연구직 같은 공직을 생각했다. 그러다가 우연히 농업 동아리를 결성한 게 결정적 계기가 됐다. 같은 과 친구가 페루로 코이카 봉사활동을 다녀왔는데 현지에서 마카라는 작물을 보고 우리나라에서도 한번 키워보면 좋을 것 같다는 얘기를 했다. 바로 6명의 친구들이 의기투합해 마카 재배 동아리를 만들었다. 멤버 중 농사를 체험해 본 건 내가 유일했다. 당연히 재배지를 확보하고 각종 영농 준비를 하는 일도 내가 전담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농촌으로 와서 농사를 시작하게 됐다.

무엇보다 부모님께서 농사일을 하고 계신 점, 농촌에서 나고 자라서 농업의 중요성에 대해 늘 생각하고 있었던 점이 가장 결정적이었던 것 같다. 성격도 한 몫했다. 대학 때 틈틈이 인턴 생활을 했는데 여기서 경험한 직장 생활은 나와 맞지 않았다. 수직적 관계와 주어진 일만 해야 하는 회사에서 평생을 일할 생각을 하니 도무지 신이 나지 않았다. 주도적으로 일을 해야 직성이 풀리는 성격이다. 결국 우연과 환경과 타고난 성품이 나를 농업의 길로 이끈 것 같다.

- 왜 청송에 정착했는지도 궁금하다. 가지고 있는 포부가 있다면 소개해 달라.

청송은 내가 자라고 배운 익숙한 곳이다. 초등학교 때부터 부모님 농사를 도왔다. 부모님들께서 새벽부터 밤늦게 농사일로 힘들게 일하는 것도 많이 봤다. 새참도 가져다 드리고 농기계도 운전을 하면서 농업과 친하게 지냈다. 생활의 한 부분이었다. 모든게 익숙한 고향 청송에 자리잡은건 당연한 결정이었다.

부모님 권유로 농업계 고등학교에 진학했고 경북대 농대를 졸업했다. 나는 스스로 농업의 정통 코스를 밟아 왔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농업을 전공한 대학 동기들을 보면 모두 기업이나 공무원이 되고자 한다. 그들이 얼마나 수입이 될지 모르겠지만, 나는 농업에 직접 뛰어들면 충분히 돈을 벌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다. 청년 농업인으로 성공케이스를 만들어 보려고 한다. 저를 보고 농업에 뛰어 들 청년들이 많았으면 좋겠다.

- 농업계 고교생들과 농과대학 재학생들과 농업을 꿈꾸고 있는 청년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해달라.

인생의 비전을 농업에서 찾을 청년들이 많이 생기길 바란다. 농대 출신으로 동기나 선후배를 보면 현장으로 가는 비율이 1%도 안 된다. 물론 농촌에서 농업을 업으로 사는 게 쉽지는 않은 일이다. 하지만 이 시대 많은 청년들은 다른 사람들과 똑같은 길을 가려고 개성 없이 사는, 다른 사람의 기준에 따른 삶을 살고 있다. 경쟁은 치열하지만 결과는 신통치 않다. 남과 다른 비전을 농업에서 발견할 수 있다면, 그런 청년들이 농촌으로 온다면 우리 농업의 미래는 밝다고 확신한다.

그리고 한 번 시작하면 꾸준하게 하라고 권하고 싶다. 농업이든 뭐든 3년은 꾹 참고 해봐야 얻는게 있다. 내 경우를 보면 창업 1년 차에는 매출이 3천만 원 수준이었다. 아무리 농업을 잘 안다고 해도 처음부터 잘 할 수는 없었다. 그 와중에 같이 시작한 창업 동기들은 이런 저런 이유로 다른 길을 찾아 떠났다. 하지만 2년 차에는 6억 5천만 원, 3년 차에는 23억 원으로 크게 성장할 수 있었다. 

당장 와서 농사를 지으라는 건 권하고 싶지 않다. 대신 청년들이 가지고 있는 재능들을 활용해서 생산자와 협업할 수 있는 지점을 찾았으면 좋겠다. 그렇게 생산과 유통-마케팅을 결합해 부가가치를 만들어 성공 케이스를 만들면 농촌에서도 환영받을 것이다. 돈도 벌수 있고. 그렇게 농업과 농촌에 대해 충분히 공부하고 돌아가는 상황을 파악한 다음 직접 농사를 하는 것도 고려해 볼 수 있다. 요약하면 선 유통, 후 농사다.

- 앞으로 세월이 흘러 중년농부, 노년농부가 될텐데 20년 뒤, 40년 뒤의 본인의 모습과 농촌의 모습은 어떻게 변해있을 것 같은가?

우리가 나이가 들어 중년이 되더라도 청년이 회사의 중심이 되어야 한다는 원칙은 계속 유지될 것 같다. 청년의 장점은 소통이다. 무엇이든 받아들일 수 있는 개방적인 사고를 한다는 뜻이다. 새로운 기술에 대한 소통, 소비자들과의 소통, 새로운 아이디어를 만들어 내는 소통이 필요하다. 청년은 생물학적인 나이보다는 자세가 더 중요하다고 본다. 젊은 생각을 하는 사람이 청년이다. 새로운 청년들이 계속 농촌으로 유입되어야 한다. 그렇게 새로운 바람을 불어 넣어 줄 때 농업·농촌이 성장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 창업 3년차임에도 빠르게 성장한 것으로 알고 있다. 유통문제를 포함해 어떤 방식으로 사업을 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향후 계획도 있으면 알려 달라.

유통은 처음부터 온라인을 통한 직거래를 생각했다. 처음에는 아버지의 요청으로 아버지가 농사지은 사과를 온라인으로 팔아봤다. 18kg짜리 박스 18OO 개 분량의 사과를 두 달 만에 팔았다. 같은 양을 아버지가 공판장에 내다 팔았을 때는 수입이 5천만 원에 불과했다. 온라인으로 파니 1억 2천만 원이 됐다. 온라인 판매에 따른 몰 수수료와 택배비 등 제비용을 제외하고도 실제 수익은 2배가 됐다. 답은 명확했다. 온라인 판매에 분명 길이 있다고 봤다.

이제 다른 농가들 사과도 팔고 있다. 상품은 나름의 원칙을 가지고 그 기준에 맞는 농가들과 계약해 공급받고 있다. 안전한 방법으로 정성껏 기르고 있는 믿을 만한 농가들이다. 여기에 포장재도 환경을 고려해 소재를 구했다. 우리도 처음에는 PE 소재를 충진재로 썼다. 인쇄도 화학잉크를 사용한 일반 인쇄였다. 하지만 박스는 콩기름 인쇄로, 충진재는 종이 소재로 바꿨다. 모두 자연 상태에서 분해 가능한 친환경 소재다.

이렇게 제품-포장을 친환경 컨셉으로 기획했다. 가장 중요한 게 남았다. 고객들의 머리 속에 자리 잡을 브랜드가 필요했다. 처음에는 청송이 워낙 사과로 유명하니 그냥 청송 사과로 했다. 그런데 차별화도 안되고 기억에 남지도 않았다. 그래서 달달함을 상징하는 꿀에 아버지 농장이름인 댕이를 붙여봤다. 꿀댕이보다는 꿀땡이가 귀에 착 들어왔다. 그래서 청송 꿀땡이라는 브랜드를 지었다. 우리만의 브랜드를 만드는 게 무엇보다 중요했다. 그래야 경쟁이 치열한 온라인 판매 시장에서 자리를 잡을 수 있다. 브랜드가 기억나야 재방문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온라인 판매를 염두에 두고 상품과 브랜드와 친환경 컨셉을 일치시켰다.

저가로 가격 경쟁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앞으로 백화점 등 고급 유통채널에도 입점할 생각이다. 신제품도 구상 중이다. 첨가제가 전혀 들어가지 않은 100% 사과주스에 탄산을 넣은 제품이다. 특허도 받았다. 9월 중 와디즈에서 펀딩도 받을 예정이다.

- 청년농부들답게 홍보 쪽에도 탁월한 감각이 있을 것 같다. 유튜브 활동이나 SNS 활동 또는 다른 농업법인들과 차별화되는 홍보 방법이나 노하우가 있다면 설명 부탁한다.

소비자를 중심에 놓는 사고가 가장 중요하다고 본다. 온라인 특성 상 제품의 홍보는 구매평에 좌우된다. 구매평 관리가 핵심이다. 저희 청년연구소에서는 고객의 불만에 대해 즉시 환불해주는 정책을 계속 해왔다. 고객이 제품에 불만을 제기하면 단 한 개라도 즉시 환불해 주고 있다. 사과 제품 특성상 배송과정에서 과일끼리 접촉하면서 멍이 들 수 있다. 하지만 고객이 원하면 해결해줘야 한다. ‘정품만 판다‘ 이게 최고의 홍보 마케팅 전략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환불 또는 교환에 따른 비용이 든다. 이걸 우리는 마케팅 비용이라고 여긴다. 좋은 물건을 공급하고 하자가 있으면 바로 바꿔주니 고객들의 평가가 좋다. 농산물은 반복 구매가 많다. 또한 먹어보고 좋으면 주위 사람들에게 구매를 권해주는 구전 마케팅도 잘 된다. 고객만족을 위한 서비스가 무엇보다 중요한 사업이다.

인스타그램 등에 꾸준히 소식을 올리고 있다. 타깃은 20~30대와 아이를 키우는 젊은 주부다. 유튜브도 ’청송프레스트‘라는 제목으로 이제 막 시작했다. 4~50대를 대상으로 하고 고향에 대한 향수를 불러일으킬 콘텐츠를 구상중이다. SNS를 활용한 소통에도 분명한 타깃이 설정되어야 한다. 거기에 맞는 컨셉으로 기획해야 함은 물론이다. 거기에 좀 튀고 독창적인 콘텐츠가 필요한데 우리 청년연구소의 청년 직원들이 큰 힘이 되고 있다. 뭘 하든 고객이 제일 중요하다. 판매든 홍보든 고객을 최우선에 놓고 생각한다. 항상 ’내가 고객이라면 어떨까’라는 입장에 서보면 해야 할 일이 보인다.

- 페루의 산삼이라는 마카를 재배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마카를 택한 이유가 궁금하다. 

앞서 말한 페루로 코이카 봉사를 다녀온 대학동기가 발단이 됐다. 이것 때문에 농업에 뛰어든 계기가 되기도 했다. 마카로 시작했지만 현재는 사과가 주 상품이다. 앞으로 기후 온난화에 따라 사과 재배지가 북상한다면 대체 작물이 필요한데 그걸 마카로 본다. 일종의 보험이라고 봐도 좋다.

마카는 더덕냉이과의 식물이다. 남미의 3천 미터 이상 고지대에서 자란다. 일교차가 크다는 조건이 청송과 맞다. 성기능 향상 제품 중 식물성 제품이 많지는 않은데 그런 면에서 마카가 유망하다. 미주나 유럽에서는 건강기능식품에는 마카가 많이 사용되고 있다. 국내보다는 외국에서 인정받고 있다. 해외 수출도 염두에 두고 있다. 지력을 약화시키기 때문에 페루의 고지대에서는 연작이 불가능하다는 지적이 있다. 하지만 수년간 재배 경험으로 보면 우리나라는 토양이 질이 좋기 때문에 연작이 가능하다. 최근 구증구포로 상품을 만들어 봤는데 약효가 크게 증가됐다. 경북대에 의뢰해서 테스트했는데 마카마이드라는 성분이 크게 늘어났다. 현재는 분말 제품이 주력인데 구증구포로 만든 캡슐 제품을 계획하고 있다.

- 우리 농촌은 결국 규모화, 자본화 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게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대규모 기업농을 어떤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는지 궁금하다.

기업농이 탄생하게 된다면 대규모 시설을 갖춘 형태가 아닐까 한다. 대규모 자본이 들어가기 때문에 기존 소농들은 농사짓기 힘들어 질 것이다. 대량 생산에 맞서서 가족농·소농들이 택할 수 있는 길은 친환경이다. 친환경은 안전한 농산물이다. 그래서 손이 많이 가고 키우기도 힘들다. 대신 관행농보다 비싸게 팔수 있다. 소량이지만 비싸게 팔수 있는 친환경이 기업농과 경쟁할 수 있는 방법이다. 올해부터 친환경 직불금 등 정부의 정책이 눈에 띄게 확대되고 있다. 친환경 농업을 고려하는 농가들이 지금보다 많이 생기리라 생각한다.

다만 현재 농사법으로 재배된 일부 농산물에는 허점이 있을 수 있다. 예를 들어 수확 45일 전에는 농약을 치면 안된다. 그런데 그 사이에 비가 많이 오면 병충해가 급격히 많이 생긴다. 다 키운 농산물이 벌레 먹어 매출이 반토막 나게 생겼는데 이런 상황에서 농약을 안칠 농민들이 얼마나 될까? 또한 제대로 된 친환경 농산물은 품위가 낮다. 수확 수량이 적어 가격도 비싸다. 못생기고 비싼 제품을 사줄 소비자들이 많지 않기 때문에 친환경 농업을 하기가 어려운 것이다. 어찌보면 모순된 이 상황을 어떻게 해결하느냐가 관건이다. 친환경 농업기술이 지금보다 더 발전해서 안전한 농산물을 값싸게 재배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 농업 현장에서의 6차산업 추진 현황을 알고 싶다. 청년연구소는 정부에서 주는 상도 받았다. 정부의 6차산업 지원 정책에 대한 의견도 부탁드린다.

6차 산업이 맞는 방향이긴 하지만, 실제로 농사, 가공, 체험 프로그램을 다 잘하는 농가는 거의 없다. 농사 하나만해도 엄청 힘들다. 각각이 다른 사업이라서 한 농가가 그걸 모두 잘 할 것이라는 기대는 안하는게 좋을 것이다. 성공하는 공식은 저희 같은 가족농이다. 부모님은 농사를 짓고 자식은 가공과 체험을 맡는 식이다. 또는 생산은 기존 농가가 하고 청년들이 붙어서 2·3차 사업을 하는 모델이 되어야 한다. 

저의 경우도 가공을 하는데도 고생을 많이 했다. 상품을 기획해서 포장을 만들고 온라인 등 유통 채널을 만들고 배송에 소비자 클레임까지 시간도 많이 걸리고 쉽지 않은 일이다. 3년을 넘기고서 브랜드가 조금 알려지고 단골 고객이 생겼다. 이제야 사업이 다소 안정된 듯하다. 작년만 해도 언제 판매가 거꾸러질지 항상 불안했다. 온라인에서의 경쟁이 너무 치열하기 때문이다.

이제 저희 집에서 만든 농산물을 넘어서 다른 농가들 것도 팔아 드린다. 일정 조건을 맞춘 농가들을 찾아 회원제로 사과를 매입해서 판매한다. 유통의 경우 각 농가들의 이해관계가 다르기 때문에 조율하고 상대하는 게 쉽지 않다. 내가 농사짓는 것과 다른 농가들의 재배 스타일도 다르기 때문이다. 관리 포인트가 늘어나면 인건비 등 비용도 늘어난다. 많은 어려움이 있지만 유통 규모를 확장하는 단계로 보고 이 일을 추진하고 있다. 제일 큰 문제가 자금이었는데 외상 거래를 해야만 했다. 이 때 아버지의 평판과 온라인에서의 판매 실적이 도움이 됐다. 이제 20 농가 정도가 청년연구소에 좋은 상품과 물량을 내주셨다. 

농사일 하나도 힘든데 이런 여러가지 일들을 한꺼번에 추진하려면 현실적으로 넘기 힘든 장벽이 많을 것이다. 대부분의 농가들이 당장 6차 산업을 추진하기 어려운 이유는 이외에도 많다.

- 전임 농특위원장은 “농업을 전국민적 의제로 만드는 게 농특위의 첫 번째 목표”라고 역설한 바 있다. 청년농부들 입장에서 농업과 농부의 가치를 도시민이나 국민들에게 역설할 수 있는 키워드는 뭔가?

먼저, 소비자가 더 똑똑해져야 한다는 말씀을 드린다. 검증된, 안전한 먹거리인지 꼭 확인하고 드셔야 한다는 뜻이다. 그래야 생산자인 농민들도 더욱 정직하게 제대로 된 먹거리를 생산하게 된다. 안전한 먹거리를 안심하고 사서 소비하는 구조는 깐깐한 소비자가 만든다고 생각한다. 때로는 호되게 질책해 주시되 제대로 만든 농산물이라면 제 값을 주고 사서 드신다면 우리 농산물의 수준이 한 단계 더 업그레이드 될 것이다.

또한, 농업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을 좀 바꿔 주십사 부탁드린다. 제가 대학에서 농업을 전공하고 농촌 현장으로 내려와 직접 해보니 농업은 정말 성장산업이라는 확신이 든다. 앞으로 우리 농업의 성장을 지켜봐 주시고 응원해 달라.

농촌에 더 많은 청년들이 정착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달라는 말씀도 정부 당국에 드리고 싶다. 얼마 전 정세균 총리님이 주관한 '대한민국의 미래, 청년에게 듣습니다'라는 행사에 청년농업인 대표로 참석한 적이 있다. 이 자리에서 청년에 대한 관심이 도시지역에 비해 농촌지역이 상대적으로 적다고 말했다. 도시에서 청년이 살아가기 위해 주거공간과 일자리가 필요한 것처럼 농촌에서도 마찬가지다. 똑같이 생활비가 들어간다. 정주 여건이 좋아야 청년이 오고 농업에 새 기운이 공급된다. 농업에 종사하는 청년들에 대한 배려와 관심을 부탁드린다.

- 마지막으로 취업이나 창업을 위해 노력하는 청년들에게 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해 달라.

다양한 경험을 해보라고 권하고 싶다. 기회가 되면 창업에 도전해 봤으면 한다. 젊은 시절 실패하는 건 큰 문제가 안된다. 청년들을 위한 여러 정책들이 잘 마련되어 있다. 특히 창업을 해보면 좋다. 열심히 했는데도 실패했다면 잃는 것은 그 동안 들인 시간 정도일 것이다. 반면 내공은 엄청 쌓인다. 창업을 해보면 생산부터 영업, 마케팅, 홍보, 상품기획 등을 경험하게 된다. 여기에 회계, 재무, 사업기획 등 관리 업무도 필수적으로 해보게 된다. 결국 사업의 성패를 떠나 경영 전반에 걸친 지식과 노하우를 쌓게 될 것이다. 설사 사업을 접고 취업하더라도 분명 도움이 될 것이다.

무엇보다도 자신감이 많이 생길 것이다. 창업과 이후 회사 경영을 경험하는 것은 엄청난 고통과 번민을 겪어야 한다. 이를 거치고 나면 두려움이 많이 없어진다. 무엇이라도 할 수 있다는 투지가 생긴다. 저 같은 경우에 사업이 엎어진다면 뭘해서라도 또다시 일어설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을 가지고 있다. 청년들에게 농업은 숨은 보석이라고 생각한다. 자기의 능력을 필요로 하는 곳이 많을 것이다. 농업 관련 사업을 해보거나 관련 업종에서 능력을 인정받고 인생을 설계해 보기 바란다. 밑져도 본전이다. 단, 만만하게 보진 마라. 세상에 쉬운 일은 없다.

이병로 기자 leebr@youngno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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