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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재해 뒤에 되풀이 되는 천재와 인재 공방... 국민 밉상이 되지 않으려면?

기사승인 2020.08.13  18:2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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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통발상] 농산물 유통 문제 해법을 위한 발칙한 생각

1999년에 나온 영화 <인정사정 볼 것 없다>의 명장면은 역시 폭우 속 격투신이다. 폐광을 배경으로 쏟아지는 빗속에서 우영구 형사(박중훈)과 살인자 장성민 (안성기)는 크로스카운터를 날린다. 헐리우드 대작인 <메트릭스 3>에서 감독인 워쇼스키 자매가 오마주한 것으로 알려져 있기도 하다. 어쨌거나 거친 사내들의 주먹싸움에 배경이 된 영화 속 ‘비’는 시원하기 그지없다.

하지만 올해 유난히 긴 장마를 겪은 사람들은 이제 ‘비’라면 진절머리가 난다. 지난 6월 24일부터 시작한 이번 장마는 지난 11일로 최장 기간 기록을 갈아 치웠다. 장장 49일이나 비 내리는 날씨가 지속된 것. 여름철 잦은 비는 늘 있어 왔다. 하지만 평균을 크게 웃도는 비와 바람은 심각한 피해를 남긴다.

최근 대표적인 사례가 2011년에 발행한 집중호우다. 7월 25일부터 7월 28일까지 많은 비로 수도권, 강원도 영서, 경상남도 등에서 강물이 넘치고 주택이 파손됐다. 특히 27일 오전에 서울시 관악구에 시간당 110.5mm의 집중호우가 내리면서 강남역 등 도심 곳곳이 물난리를 겪었다. 서초구 우면산 주위에서 산사태도 이때 발생했다. 산사태로 밀린 토사 등이 방배동 래미안 아파트 등을 덮치면서 인근 주민 18명이 사망하는 참사가 일어나기도 했다.

역대 가장 큰 피해는 2002년 태풍 ‘루사‘가 발생시켰다. 8월 31일 제주도 동쪽 해상을 지나 전남 고흥 일대에 상륙한 제 15호 태풍 ‘루사’는 엄청난 비를 뿌렸다. 특히 강릉은 시간당 80mm, 일일 강수량 870mm을 기록하며 기록관측 사상 역대 1위 강수량 기록을 갈아 치웠다. 이재민이 6만 3천명, 사망·실종이 246명, 재산 피해는 5조 1419억 원을 기록하며 역대 홍수 1위를 차지했다.

현대 기상관측 기록으로 가장 오래된 홍수는 1929년에 발생했다. 을축년에 일어났다고 해서 ‘을축대홍수’라고도 불린다. 7월 11일부터 9월 6일 사이 4번이나 홍수가 발생하며 일제 강점기 우리 민족에게 큰 피해를 안겼다. 전국에서 사망자가 647명이나 나왔고, 피해액만 1억 300만원에 달했다. 당시 조선총독부의 1년 예산의 58%에 달하는 엄청난 액수였다.

올해 유난히 긴 장마를 겪은 사람들은 이제 ‘비’라면 진절머리가 난다. 지난 6월 24일부터 시작한 이번 장마는 지난 11일로 최장 기간 기록을 갈아 치웠다. [사진=한국농어촌공사]

기상이변은 갑작스러운 것이어서 예측가 어렵다. 하지만 자연재해 뒤에는 천재냐, 인재냐를 두고 싸움이 일어난다. 대부분 ‘대비’와 ‘복구’를 어떻게 했는지를 두고 사단이 나곤했다. 피해 원인 분석은 '천재(天災)'에서 시작하지만 '인재(人災)'로 끝이 나게 마련이다. 이번에도 기록적인 집중호우야 모두가 불가항력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인재의 요소가 발견된다면 정부와 당국은 책임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아울러 사소한 언행일지라도 피해자를 자극하거나 국민 눈높이에 맞추지 못하면 '직(職)'이 날아가기도 한다. 국민의 심기를 잘 받을어야 한다는 뜻이다. 여야를 막론하고 진정성 없는 일손 돕기도 위태롭다. 사진찍기용 일손 돕기는 복구 현장에 방해만 될 뿐이다. 차라리 책임과 권한에 걸맞게 실질적으로 피해민을 돕고 재발 방지를 위한 예산을 만드는 일을 묵묵히 해내는 게 박수 받을 일이다.

이와 중에 한 몫 잡으려는 사람들도 정을 맞는다. 최근 매체들이 호우로 농산물 수급에 차질을 빚어 가격이 급상승한다는 뉴스들을 내놓고 있다. 이는 일부 품목에 국한되어 있고 정부 비축분 등을 통해 충분히 안정시킬 수 있는데도 도매시장 가격이 오름세다. 만약 일부러 출하를 늦춰 가격 상승을 유도하는 세력이 있다면 천벌을 받을 일이다. 남의 불행을 나의 행복으로 바꾸려는 고약한 상술은 곧 탄로가 나게 마련이다. 마찬가지로 뜬 금 없이 4대강 사업을 소환시켜 정치적 공방을 유발하는 정치인들도 있다. 단기적으로는 재미를 볼지 모르겠지만 종국에는 국민들의 심판을 받게 될 것이다.

올해 우리는 기후 변화가 현실이 됐음을 몸소 체험했다. 앞으로 이번 같은 미증유의 자연재해가 더 빈번하게 올 것이라는게 대다수 학자들의 의견이다. 늘 해오던 대비책이 틀릴 수 있다는 얘기다. 당국은 매년 위기관리 매뉴얼 점검, 안전 사각지대 확인 등을 해오고 있다. 과연 올해의 기준을 내년에도 준용해도 될지 의문이다. 안전을 책임지는 주체들은 스스로를 의심하고 최악의 상황을 가정하는 항구적 안전 대책을 내줄 것을 촉구한다.

끝으로 이번 수해로 가장 타격이 큰 농업분야를 걱정하며 한마디 덧붙인다. 다시 영화 얘기다. <인정사정 볼 것 없다>에서 우 형사 역을 맡은 박중훈이 이런 얘기를 한다. “판단은 판사가 하고, 변명은 변호사가 하고, 용서는 목사가 하고, 형사는 무조건 잡는 거야!” 그렇다. 예산심리는 기재부가 하고 물가관리는 한국은행이 하고, 농정 당국은 무조건 농업·농민을 살리는 일에 집중해야 한다. 뭘 해도 우선순위가 중요하다. 내년에도 올해와 똑같은 피해와 대책을 반복하지 않으려면 말이다.

이병로 기자 leebr@youngnong.co.kr

<저작권자 © 한국영농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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