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엇갈리는 우유 평판에 유업계는 악전고투

기사승인 2020.05.24  01:1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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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미지 개선 시급... 트로트 임영웅, ‘밀크 다이어트’ 앞세워 홍보 나서

‘채밍아웃’이란 말을 들어본 적이 있는가? ‘커밍아웃’이란 말에 익숙해지자, 최근엔 의미와 가치를 따지며 소비한다는 ‘미닝아웃’이란 말도 나왔는데, 거기에 더해 채밍아웃이란 말까지 등장했다. 채밍아웃이란 채식한다고 밝히기 꺼려지는 환경에 처한 채식인들이 “나는 채식주의자다!”라고 공개적으로 의사표시 하는 걸 말한다. 채식주의자라는 사실을 밝히는 것도 용기와 결단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녹색당은 이런 분위기를 법의 테두리 안으로 진입시키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채식 선택권’ 헌법소원을 내려는 것이다. 공공급식에서 비육류 메뉴를 선택할 권리를 보장하자는 것. 특히 학교, 군대, 교도소의 공공급식에서 채식메뉴가 따로 준비되지 않아서 그렇다고 한다. 녹색당은 국가인권위원회에 곧 진정도 할 계획이다. 채식이 국민의 당당한 선택권임을 만방에 표명하는 행동이 될 것이란 게 녹색당의 입장이다.

이런 녹색당이 최근 우유에 대해서도 직격탄(?)을 날렸다. 광주 녹색당은 학교의 우유 급식 무상지원자에게 사실상 강제적으로 지급되는 우유 급식을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대신에 두유 등의 대체유(대체우유, 식물성우유)를 지급하라고 덧붙였다. 어린이날을 하루 앞둔 지난 5월 4일의 일이다. 

녹색당은 배포한 보도자료에서 “▲우유급식이 시작된 지난 80년대는 학생들의 영양부족 상황이 많아, 우유급식이 건강에 도움이 된다는 시각이 팽배했다. ▲하지만 요즘은 우유를 대체할 식품이 많아졌다. ▲그리고 우유가 완전식품이라는 이미지도 깨졌다. ▲오히려 알레르기 등 부작용과 유해성 논란도 잇따른다”는 주장을 펼쳤다.

또한 초중고교 개학에 맞춰 학교별 우유급식 수요조사를 시행해, 그 결과를 바탕으로 학생들의 체질과 개인 선호도를 반영한 우유, 두유, 과즙, 우유 대체 간식 지급이라는 '선택급식' 사업을 시행하라고 교육청에 촉구했다. 

하지만 광주시교육청은 "농림축산식품부의 우유 소비 활성화 정책 기조에 맞추려면, 우유 대신 다른 대체품을 지급하는 사업을 추진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세계적인 낙농·유업 컨설팅 업체(CLAL)자료를 보면 2018년 1인당 우유소비량은 유럽연합(EU) 28개국이 250㎏, 호주가 238㎏, 미국이 228㎏, 일본이 67㎏, 한국이 63㎏ 정도인 것으로 조사됐다. [사진=픽사베이]

 

◇ 유업계에 던져진 화두 “우유는 완전식품인가? 강제적(?) 급식은 필요한가?”

녹색당의 이같은 주장과 행동은 최근 나타난 국민 1인당 우유 소비량의 감소추세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2018년 기준 우리나라 국민 1인당 우유 소비량(모든 유제품 포함)은 연간 70㎏ 안팎. 특이점은 전체 유제품 소비량은 늘어나고 있지만, 유유 소비량 만큼은 감소추세라는 것이다.

이는 세계에서 우유소비량이 가장 많은 외국과 비교하면 더욱 더 도드라진다. 세계적인 낙농·유업 컨설팅 업체(CLAL)자료를 보면 2018년 1인당 우유소비량은 유럽연합(EU) 28개국이 250㎏, 호주가 238㎏, 미국이 228㎏, 일본이 67㎏, 한국이 63㎏ 정도인 것으로 조사됐다.

그렇다면 우유 소비량은 왜 계속 줄어드는 추세일까? 업계 전문가들은 출산율 저하와 학령인구 감소를 가장 큰 원인으로 꼽고 있다. 짐작대로다.

 

◇ 나날이 줄어드는 우유소비량...외국과 비교하면 격차 엄청나

그래서 우유자조금관리위원회는 다양한 홍보활동을 펼치며 우유소비 진작을 위해 노력중이다. 최근에는 우유를 마시면 다이어트에 도움이 된다는 ‘밀크어트’라는 말도 등장해 사람들의 입에 자주 오르내리고 있다. 밀크어트 홍보대사로 활발히 활동 중인 방송인 오영주씨를 비롯해 유명 연예인들의 밀크어트 성공사례가 소개되고 있기도 하다.

우유자조금관리위원회가 공개한 내용을 보면, 요요 없는 체중 감량에 성공한 유명인들은 운동, 규칙적인 생활습관, 우유 섭취라는 3가지 공통점이 있다는 점이 강조되고 있다. 그룹 워너원 옹성우, 탤런트 한채아, 양미라, 양정원 등이 몸매 관리의 비법으로 우유를 선택한다는 게 우유자조금 측의 설명.

홍보를 위한 모금 및 기금 전달 행사도 빠지지 않는다. 전국낙농관련조합장협의회는 최근 나눔축산운동본부를 통해 우유자조금관리위원회에 우유 홍보기금을 1억9천만원을 전달했다.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우유 소비 둔화 때문에 유업계가 어려움을 겪고 있기에 선뜻 홍보기금을 전달했다는 후문이다.

그런가하면 우유가 건강에 좋은 점을 과학적으로 입증하는 자료들도 연이어 발표되고 있다. 폐경기 이전 여성에서 우유가 유방암을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점이 최근 서울대병원 연구팀에 의해 세상에 알려졌다.

여성 9만 3천여 명을 조사한 결과라서 신뢰성이 높다는 설명도 덧붙여졌다. 매일 우유를 한잔 이상 마시는 여성은 그렇지 않은 여성에 비해 유방암 발생 위험이 42%나 낮았다는 것이다. 과학계에서는 우유에 포함된 비타민 D, 칼슘, 생리활성 물질들이 세포의 분화와 증식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기 때문인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한마디로 우유가 유방암 발생을 막아준다는 것이다.

우유를 많이 먹는 나라일수록 노벨상 수상자가 많아진다는 흥미로운 조사결과도 있다. 영국의 한 의학잡지에 따르면 , 스웨덴이 유럽국가 중에 노벨상 수상자가 가장 많은데(인구 1천만명당 31.855명), 스웨덴의 국민 1인당 우유 소비량이 350㎏로 다른 나라, 특히 미국과 중국(각각 250㎏, 50㎏) 에 비해 월등히 많다는 것이다. 과학자들은 우유에 풍부한 비타민 D가 두뇌를 좋게 한다는 잠정결론을 내렸다고 이 잡지는 전하고 있다.

한편 우유업체에서는 유명 연예인을 앞세워 판매량 증가에 나서고 있다. 매일유업은 트로트 가수 임영웅을 광고모델로 선정해 우유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잘 알다시피 임영웅은 미스터트롯 1위를 차지한 2020년 상반기 최고의 스타연예인이랄 수 있다. 홍보 대사 위촉식에서 임영웅은 “7년 전부터 좋아하던 커피의 홍보 대사가 되어 무척 기쁘다”고 화답했다는 후문.

우유자조금관리위원회는 다양한 홍보활동을 펼치며 우유소비 진작을 위해 노력중이다. 최근에는 우유를 마시면 다이어트에 도움이 된다는 ‘밀크어트’라는 말도 등장해 사람들의 입에 자주 오르내리고 있다. [사진=우유자조금 TV광고 캡쳐]

◇ 유명 연예인과 건강·다이어트 앞세운 홍보만으론 부족하다?

우유에 대한 이런저런 의견과 설이 분분한 가운데 우유를 대체할 대체유(대체우유)시장에 대한 관심도 급증하고 있다. 세계적인 커피 프랜차이즈 스타벅스가 최근 우유 대신 식물성 대체 우유를 사용한 메뉴를 선보여서 화제가 됐다. 또한 귀리 등을 활용한 곡물우유 생산 미국 스타트업이 무려 3천억 원에 가까운 투자를 성사시켜 주목을 받기도 했다.

대체유는 아몬드 밀크, 귀리밀크, 코코넛 밀크, 라이스 밀크, 두유 등등을 말하는데, 몇년 전부터 불기 시작한 대체육(대체고기)과 대체계란 등의 인기가 반영된 트렌드로 볼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특히 귀리 밀크는 심혈관 질환 및 콜레스테롤 예방 등의 기능성 덕분에 국내 업체 SPC 등 에서도 메뉴를 개발하고 상품 수를 늘려가고 있다.

국내에서도 서강유업의 오트밸 리가 귀리 음료로 소비자들을 만나고 있다. 귀리로 만든 100% 대체 식물성 우유인데 액상과당, 방부제, 콜레스테롤이 전혀 들어있지 않다는 게 서강유업의 설명. 이 회사는 또 가바 라이스밸리를 출시했는데, 신경전달 물질인 가바 성분을 증가시킨 현미로 만든 식물성 음료라는 점을 앞세워 홍보중이다.

 

◇ 속속 출시되는 대체우유... 대체육, 대체계란에 이어 축산업계에 직격탄?

그렇다면 이제 우유의 전성시대는 저물고 있는 걸까? 그건 아닐 것이다. 우유의 시대가 끝나간다는 예측은 섣부른 듯 보인다. 지난해 국내에서 열린 우유가치의 재발견이라는 포럼에서 오간 얘기들과 내용을 살펴보면 그렇다는 걸 단박에 알 수 있다.

우유자조금관리위원회 지난해 서울에서 '제5회 ‘우유 가치의 재발견’을 위한 포럼'을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발표된 ‘2019년 노인의 우유 섭취와 식사의 질과 다양성, 정신건강과의 관련성 분석 연구 결과’가 눈길을 끌었다. 노인의 우유 섭취가 우울증을 예방하고 삶의 질을 높이는 데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노인 우울증 증가가 사회문제로 떠오른 우리나라에서 우유의 역할을 다시 확인해볼 수 있는 연구라는 평가가 나왔다.

또한 밀크 다이어트, 즉 밀크어트 결과가 발표돼 참석자들을 놀라게 했다. 선발된 16인의 참가자들이 총 10주간 밀크어트 프로그램을 수행한 결과 근육량은 늘고 체지방은 줄어드는 탁월한 효과가 나타났다는 것이다. 이 자리에서는 ‘유지방도 좋은 지방이라는 점을 알게됐다’는 참석자의 소감발표가 폭소를 자아내기도 했다.

또한 우유 섭취가 한국 성인남녀의 비만 위험 요소를 줄일 수 있다는 연구결과도 공개됐다.하루 우유 1~2컵 이상을 꾸준히 섭취한 남녀 참가자들은 실제로 복부비만, 중성지방, 콜레스테롤 수치가 모두 유의미하게 감소하는 결과를 보여줬다는 것. 근육이 나이가 들어갈수록 줄어드는 근감소증도 우유 섭취로 예방 가능하다는 결과도 소개됐다.

이 포럼에 참석한 사람들은 “우유 뿐 아니라 모든 식품은 섭취량과 방법에 따라 기능과 효능이 큰 차이가 나는 게 사실이다. 동전의 앞면과 뒷면이 있는 것과 마찬가지 이치인 것이다. 이를 알고 우유를 지혜롭게 섭취하면 우유는 완전식품이라기보다 최고의 건강식품이라고도 말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우유의 전성시대는 끝났을 수도 있지만, 우유의 필요성은 여전히 유지되고 오히려 더 강화되고 있는지도 모른다. 어쨌거나 우유는 우유다!

이병로 기자 leebr@youngnong.co.kr

<저작권자 © 한국영농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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