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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보없는 온라인 유통 주도권 경쟁... 농협의 전략은?

기사승인 2020.05.22  02:1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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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통발상] 혁신은 ‘고양이 목에 방울달기’, 실행이 관건

“이거 신기하네. 어제 밤 주문했는데 새벽에 배달됐네.” 쿠팡 로켓프레시 서비스를 처음으로 이용한 사람들이 입에서 나오는 반응이다. 로켓프레시는 2018년 쿠팡에서 내놓은 새벽배송 서비스다. 주로 과일, 고기, 유제품 등 신선식품을 다룬다. 이제 쿠팡은 한술 더 떠 당일 배송을 하겠다고 나섰다. 쿠팡은 지난 4월 말부터 10시 이전에 주문하면 당일 6시 이전에 배송을 해주는 ‘당일 배송’ 서비스를 시작했다. 

로켓프레시의 매력은 빠른 속도에만 있는게 아니다. 보냉 기능이 있는 자체 배달 상자를 만들어 그 속에 냉장재를 넣고 배송한다. 필요하면 비닐팩으로 한 번 더 포장을 해주기도 한다. 이 배달상자는 다음 주문 때 집 밖에 내놓으면 쿠팡에서 회수해 간다. 고객 입장에서는 편하고, 안전하고, 빠르게 배송해주니 좋다. 마트나 시장을 다녀올 시간과 힘을 절약할 수 있으니 바쁜 일상을 사는 직장인 1인 가구나 맞벌이 가정에겐 고맙기만 하다. 

“이렇게 좋은 서비스를 해주는데 돈을 많이 써서 쿠팡이 곧 망할 것 같다.”는 우려와 “쿠팡 망하기 전에 로켓 프레시를 더 많이 이용해야겠다.”는 환호가 충돌하기도 한다. 그만큼 로켓프레시 서비스는 신선식품 유통시장에서 파란을 일으키고 있다는 방증이다. 덕분에 쿠팡의 실적에도 긍적적인 신호가 읽힌다. 리테일 분석 서비스 와이즈리테일은 쿠팡의 올해 1분기 매출액은 4조 8천억 원으로 전년대비 46% 성장한 것으로 추정했다. 코로나19로 인해 집밥족이 늘면서 농식품 온라인 매출이 는 것도 원인이다. 하지만 쿠팡의 기록적인 매출 신장에 좋은 서비스도 한 몫을 한 것은 분명해 보인다.

전통적인 유통 강자인 롯데와 이마트 사정은 어떨까? 가만히 앉아서 당할 수는 없는 노릇이니 반격에 나섰다. 먼저 롯데는 지난달 28일 ‘롯데온’ 서비스를 선보였다. 롯데가 보유한 백화점, 대형마트, 편의점, 가전양판점 등 전국 1만 5천 여 개 오프라인 매장을 온라인 쇼핑몰과 연동하겠다는 계획도 발표했다. 고객이 주문한 물건을 바로배송, 새벽배송 등 택배로 보내 주는 것은 물론이고 전국 7천 여 개 매장에서 고객이 원하는 시간에 가져갈 수 있는 스마트 픽 서비스도 선보일 예정이다. 롯데는 ‘롯데글로벌로지스’ 등 물류 계열사까지 보유하고 있어 온-오프라인 연동 서비스를 본격 가동하게 되면 시너지가 크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신세계도 2018년 ‘SSG닷컴’을 출범시키며 일찌감치 온라인 사업에 손을 댔다. 신세계는 온라인 전용 물류센터 ‘네오'를 자랑한다. 네오(NE.O)는 NExt generation Online store의 약자다. ‘차세대 온라인 스토어’라는 뜻이다. 작년 12월 오픈한 ‘네오 003’의 경우 지상 5층, 지하 1층 총 면적 5만 2549㎡ 규모다. 전 자동화가 이뤄져 자정부터 오후 11시까지 하루 23시간 운영된다. 지난 2016년 1월부터 가동 중인 네오002보다 규모는 8861㎡ 커졌다. 이로써 SSG닷컴의 하루 배송량도 3만 5천 건으로 확대됐다. 신세계는 2023년까지 1조 7천억 원을 투입해 네오를 7개 더 건설할 예정이다. 쿠팡이 경쟁력의 원천으로 여기고 투자를 아끼지 않는 물류 인프라에 있어 확실히 우위를 가져가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로켓프레시는 2018년 쿠팡에서 내놓은 새벽배송 서비스다. 주로 과일, 고기, 유제품 등 신선식품을 다룬다. 이제 쿠팡은 한술 더 떠 당일 배송을 하겠다고 나섰다. [사진=쿠팡 홈페이지]

농식품 유통시장이 온라인 중심으로 완전히 돌아서는 형국이다. 이런 가운데 농협중앙회는 지난 11일 '비전 2025' 선포식을 개최했다. 이날 행사에서 농협은 '농업이 대우받고 농촌이 희망이며 농업인이 존경받는 함께하는 100년 농협' 이라는 비전을 제시했다. 눈에 띄는 것은 비전 달성을 위한 핵심 과제 중 첫 번째로 ‘농업인과 소비자가 함께 웃는 유통 대변화’을 꼽았다는 점이다. 두 번째가 ‘미래 성장동력을 창출하는 디지털 혁신’이었다. 농협이 온라인 유통을 어떻게 바꿀 것인지 기대되는 대목이다. 

이성희 중앙회장도 하나로마트와 농협몰을 중심으로 한 ‘유통 혁신‘을 공약으로 내세운 바 있다. 특히 이 회장은 지난 2월 밝힌 취임사에서 “농축산물 유통 구조를 전면 개혁하여야 하겠다.”면서 “소매유통은 농축협 하나로마트 중심으로 육성하고 농협 쇼핑몰을 미래 산업으로 키워나가는 등 기존의 유통체계를 타파하는 유통 패러다임 전환에도 박차를 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근 농협 소매유통 부문은 어느 때보다 좋은 기회를 맞고 있다. 교육부와 지자체가 친환경 농산물 급식의 대안으로 꾸러미를 배송하기로 결정하면서 학생 1인당 4~5만 원 가량의 농협몰 포인트를 지급했다. 대형마트 중 유일하게 재난지원금을 사용할 수 있는 하나로마트 역시 매출이 껑충 뛰었다는 소식이 들린다. 농협은 온-오프라인에서 모객과 매출 증대라는 ‘혜택’을 얻었다. 이는 마중물에 불과하다. 문제는 구조적이고 근본적인 혁신이다. 

관행과 집단 이익으로 다져진 후진적 농수산물 유통시장을 누가, 어떻게 바꿀 것인가? 결국 개혁의 관건은 고양이 목에 방울 달기와 같다. 무엇보다 실행이 중요하다. 농협의 비전이 실현되려면 구체적인 계획과 더불어 주도면밀한 ‘행동’이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쿠팡, 롯데, 신세계 등 유통 공룡들은 고객 만족을 위해 새로운 아이디어와 과감한 투자를 끊임없이 ‘행동’에 옮기고 있다. 이들과 경쟁하고 협력해야 할 농협의 실행력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 이유다.

농협이 새로운 비전과 신임 회장의 신념대로 이번에는 농축수산물 유통 구조를 제대로 뜯어 고치기를 기대한다. 농협 덕에 ‘농업인과 소비자가 함께 웃는다’는 칭찬이 여기저기서 들리도록 말이다.

이병로 기자 leebr@youngnong.co.kr

<저작권자 © 한국영농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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