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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에 냉해까지... 농가 고통 덜어줄 묘안은?

기사승인 2020.05.17  23:4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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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농식품부-농금원-농협은 '농작물재해보험' 보장률 재검토해야

늦봄 아니 초여름에 웬 냉해피해냐고 우길 수도 있겠지만, 농림축산식품부가 집계한 4월의 냉해 피해는 뜻밖에도 전국적 현상이었다. 말 그대로 눈덩이 커지듯 피해 규모도 속속 드러나고 있다. 코로나19로 가뜩이나 힘든 농업계에 무거운 짐 하나가 더 늘어난 셈이다. 

농림축산식품부가 4월 14일 발표한 전국 냉해 규모는 약 7374 헥타르(ha), 4월 26일 발표한 피해 규모는 그보다 약 2배인 1만 4217 헥타르에 이른다. 더 정확하게 집계하면 이보다 훨씬 큰 규모의 피해가 있었으리라고 추측할 수 있겠다.

작물별로는 과수 냉해 면적이 1만1974 ha였으며, 이 가운데 배가 약 5천 ha로 피해가 제일 컸다. 다음으로는 사과 4445 ha, 복숭아 1298 ha, 자두 490 ha, 매실 285 ha, 단감 194 ha, 살구 75 ha가 뒤를 잇는다. 밀 1068 ha와 보리 120 ha도 냉해피해를 입은 것으로 나타났다. 감자도 433 ha, 고구마 역시 150 ha의 냉해피해 면적으로 집계됐으며, 차나무와 인삼도 각각 227 ha와 14 ha가 같은 피해를 입었다.

지역별로는 전남 3455 ha, 경북 3170 ha, 경남 2044 ha, 충북 1933 ha, 경기 1581 ha, 충남 912 ha, 전북 876 ha 등이 냉해피해를 입었다. 제주도를 제외하면 전국이 피해를 입은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나마 강원도가 24 ha로 피해가 가장 적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 4월 초(5일부터 9일까지)의 내륙 최저기온이 영하로 떨어짐에 따라 이같은 냉해피해가 과수를 중심으로 전반적인 농작물에 고루 발생했다고 했다. 정확한 피해 규모는 5월 중반이 지나서야 나올 것이라고 덧붙였다. 피해면적조차 아직 정확하게 집계되지 않은 상황인 점을 고백한 셈이다.

이에 농민단체들의 모임인 한국농축산연합회·농민의길·한국농업인단체연합·축산관련단체협의회는 지난 7일 ‘코로나19 대책 마련을 위한 농민공동행동’을 만들었다. 청와대 앞 분수대 광장에서 그 동안 쌓아두었던 말들을 작심하고 표출했다.

“정부의 3차 추경예산안에 농업을 포함시켜라”, “3차 추경안에 꼭 농축산업 대책을 넣어라”,“농축산업을 국가 전략적 차원에서 관리하라”, “농산물 가격보장제도 마련하라”, “냉해 피해를 보상하라” 등의 구호가 청와대 앞에 울려 퍼졌다. 주목할 점은 농작물 재해보험 보상수준을 개선하라는 구호도 함께 터져 나왔다는 점이다.

 

◇ 때 아닌 냉해피해에 얼어붙은 농심... 전국농민대회로 터져 나온 함성

그렇다면 왜 농작물재해보험 보상수준을 개선하라는 구호가 농민대회 현장에서 쏟아져 나온 걸까? 정부가 적극 권유하고 있다는 '농작물 재해보험'이 농민들에게 그리 신통하지 않아서일까? 농민들을 위한 보험인데 정작 농민들이 외면하고 있다는 말도 들리는 걸 보면 뭔가 큰 허점이 도사리고 있는 것은 아닐까? 의문이 꼬리에 꼬리를 문다.

일선 농가의 말을 종합해보면 이렇다. 농작물 재해보험에 가입한 농가의 경우에 예년 같으면 평소 생산량의 80% 정도는 보험으로 보전 받을 수 있었다. 그런데 올해는 사정이 달라져서 피해 보장비율이 과수작물의 경우엔 약 50%로 쪼그라들었다는 것. 피해 보장비율이 낮아진 것은 보험 자체의 손실률 때문으로 보인다. 

농작물 재해보험과 농림수산식품모태펀드, 농식품 전문 크라우드 펀딩 등을 담당하는 ‘농업정책보험금융원(농금원)’의 자료를 보면 그렇다. 자료에 따르면 2017년 22%, 2018년 103%, 2019년 180%로 농작물 재해보험 손실률이 눈덩이처럼 커져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에 농금원이 보장비율을 크게 낮춘 것이다. 농업 관계자들은 점점 커져가는 손실률(손해율) 때문에 농작물재해보험이라는 상품을 농가에 좀 불리하게 구성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도 분석한다.

그렇다면 농작물재해보험이란 건 대체 뭘까? 농민이 큰 피해를 입었음에도 농민들이 혜택을 받을 수 없다면 무용지물 아닐까? 농작물 재해보험은 약 20년 전인 지난 2001년 농어업재해보험법을 근거로 만들어진 정책보험인데, 농림축산식품부와 NH농협손해보험이 공동 판매한다. 기상악화로 인한 피해나 화재, 멧돼지 등 야생동물로부터의 피해 등도 보장하고 있는 보험이다. 농작물재해보험은 보험료의 약 50%를 중앙정부에서 대고, 지자체별로 약 15~40%까지 지원한다. 농민 부담률은 약 20% 안팎이다.

농림축산식품부가 집계한 4월의 냉해 피해는 뜻밖에도 전국적 현상이었다. 말 그대로 눈덩이 커지듯 피해 규모도 속속 드러나고 있다. 코로나19로 가뜩이나 힘든 농업계에 무거운 짐 하나가 더 늘어난 셈이다. 사진은 냉해피해를 입은 인삼밭. [사진=충남농업기술원]

◇ 농업정책보험금융원, 보험 보장비율 크게 낮춰... 농민 피해는 늘어

농금원은 어떤 조직일까? 비록 농식품부가 큰 그림을 그리고는 있지만 실질적인 안을 짜고 집행하는 곳은 농업정책보험금융원(농금원)일 것이다. 그 설립목적을 보면 정부의 농업정책자금을 효율적으로 운용 · 관리 및 감독함으로써 농식품산업의 발전에 기여하기 위함이라고 되어 있다. 수행업무는 농림수산정책자금(대출, 보험, 펀드)의 효율적 운용을 위한 제도연구, 사업관리·점검 등 정책금융 관리업무라고 나와 있다.

주업무는 3가지인데 이 중 첫 번째가 바로 농업재해보험사업관리이다. 농업재해보험사업의 지도 · 감독을 통해 재해보험사업을 효율적으로 관리·운영하여 농어업 경영안정을 도모함이 목적이라고 한다. 이를 위한 주요업무는 농업재해보험 및 국가재보험 사업관리, 농업재해보험 및 재보험사업 약정체결, 보험사업 점검 등 관리·감독, 농업재해보험상품 연구 · 보급 및 손해평가사 제도 운용, 재해보험 관련 통계 생산 및 데이터베이스 구축·분석 등이라고 한다.

다시 말해 농림축산식품부가 큰 그림을 그리면 농정원은 재해보험 및 재보험사업 약정 체결, 보험사업 점검 · 정산 · 관리, 재해보험상품 연구 및 보급, 손해평가사제도 운용, 재해보험 관련 통계생산 및 데이터베이스 구축 · 분석 등의 구체적인 업무를 진행한다는 뜻이다.

더불어민주당 서삼석(영암·무안·신안) 의원이 지난해 10월 농림축산식품부로부터 제출받은 '2018년도 정책보험 운영 현황' 자료를 보면 흥미로운 점이 드러난다. 총 6개의 보험상품 중 가입률이 절반을 넘는 것은 가축재해보험과 농업인안전보험 단 두 개 뿐이다. 그리고 가축재해보험이 농작물 재해보험보다 무려 3배 정도 높은 가입률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2018년도 기준 보험 가입률은 ▲ 가축재해보험 91.7% ▲ 농업인안전보험 63.3% ▲ 농작물재해보험 32.9% ▲ 가축질병치료보험 9.2% ▲ 농기계종합보험 8.0% 순이다.

 

◇ 농작물재해보험과 가축재해보험 가입률 차이 3배... 원인은?

농금원의 ‘2019년도 가축재해보험 축종별 가입현황’을 살펴봐도 흥미롭긴 마찬가지다. 축종별로 보험에 가입한 한우농가는 약 12.2%, 돼지는 약 97.7%로 나타났다. 농금원 측은 소의 가입률이 돼지에 비해 현저하게 낮은 이유는 농가들의 사육기술 발달로 소의 폐사율이 낮아졌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그렇다면 돼지는 왜 이리 가입률이 높은 걸까?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은 가축재해보험으로는 피해를 보장받을 수 없는데도 약 98%의 보험가입률을 보이는 이유는 대체 뭘까? 돼지가 살처분된 농가는 정부에서 산지 가격의 100%로 보상받을 수 있는데도 왜 그런 걸까?

이유는 가축재해보험이 돼지의 폐사 피해를 보장하기 때문인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돼지사육농가의 경우, 폭염으로 인한 돼지 폐사가 거의 매년 발생함에 따라 보험에 가입하는 게 유리하다는 것이다. 또한 1997년 도입된 가축재해보험의 홍보가 농작물재해보험에 비해 상대적으로 잘 되어 있는 점도 한몫을 하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그렇다면 농작물재해보험도 가축재해보험처럼 가입률을 높일 수 있는 상품으로 재설계하는 것은 불가능할까? 이왕 농민을 위해 시작한 일인데 농민을 위해 보험상품을 만들 수는 없는 걸까? 이에 정치권에서도 비상등을 켜고 이 문제를 논의하고 있다. 

무소속 이용호 국회의원(전북 남원·임실·순창)이 총대를 멨다. 이용호 의원은 지난달 말 성명을 통해 "올해부터 농작물 재해보험 보상률이 80%에서 50%로 낮아졌다. 2차 추경안에서 농어업재해 재보험기금 정부 출연금이 큰 폭 감축돼 농민들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실질적인 대책을 마련하라고 정부에 촉구했다.

더불어민주당 서삼석 의원(영암 무안 신안)은 최근 정부에 냉해피해 대책을 마련하라고 촉구한 뒤, 지난달 농가 냉해피해 현황을 직접 파악중이다. 농작물 냉해피해를 입은 농민들의 목소리를 청취하기 위해서라는 게 서삼석 의원의 말이다. 농가에 실효적인 피해보상 대책을 마련하겠다는 의지가 읽히는 대목이다. 서삼석 의원을 만난 냉해 피해농가들은 농작물 재해보험 보상수준 개선을 가장 먼저 촉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권 뿐 아니다. 한국농촌지도자중앙연합회도 이 문제를 심각하게 거론하고 나섰다. 농촌지도자 중앙연합회 관계자는 “농작물재해보험의 가장 큰 문제는 손해평가인의 객관성이 보장이 안 된다는 점”이라고 꼬집고 나섰다. 아울러 “농작물재해보험이라는 보험이 왜 만들어졌는지 본래 의미를 되새겨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한국농촌지도자회에서는 국회에 농작물재해보험 개선에 대한 정책 건의를 할 계획”이라고도 덧붙였다.

 

◇ “농작물 재해보험 보상수준 개선”, “손해평가인의 객관성 확보해야”

농작물재해보험 가입률이 30%안팎에서 머무는 이유는 간단하다. 굳이 보험에 가입할 필요성이 느껴지지 않는다는 거다. 농업인 10명중 7명은 자연재해로 영농에 피해가 발생해도 피해를 감수한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그런 보험의 존재이유는 뭔가? 문제 아닌가?

농식품부도 농금원도 농협도 스스로를 경계하고 살펴볼 일이다. 농작물재해보험이 과연 농민을 위한 것인지부터 검토해보라는 말이다. 아울러 초심을 지키라는 한국농촌지도자중앙연합회 측의 말을 깊이 새겨야만 할 것이다.

이병로 기자 leebr@youngnong.co.kr

<저작권자 © 한국영농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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