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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민 출신 국회의원 숫자,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기사승인 2020.02.17  09:4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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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개의 현장에서 꿰뚫어 본 2020 농어촌 민생의 현실

중장년층이라면 익히 잘 아는 노래가 있다. 가수 윤복희의 노래다. 제목은 ‘여러분’이다. 농민과 농촌 입장에서 가사가 특히나 의미심장하다.

“네가 만약 괴로울 때면 내가 위로해줄게 / 네가 만약 서러울 때면 내가 눈물이 되리 /어두운 밤 험한 길 걸을 때 내가 내가 내가 너의 등불이 되리 /허전하고 쓸쓸할 때 내가 너의 벗 되리라 /나는 너의 영원한 형제야 나는 너의 친구야“

지난 연말 한 방송국(sbs) 연예대상 시상식에서 ‘열혈사제’라는 드라마로 신인연기자상을 수상한 배우 음문석이 재치있게 던진 수상소감으로 더 기억에 남는 노랫말이다. 다소 뜬금없다는 느낌이 들 수도 있겠다. 하지만 농사를 지으며 농촌에서 생활하는 농민들에겐 그렇지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농민들이 볼 때, 어떤 ‘여러분’도 농업과 농민을 이 노랫말처럼 적극적으로 대변해주지 않기 때문이다. 아니, 아예 농민들에게는 자신들을 위로해주고 등불이 되고 벗이 되어주는 그 ‘여러분’이 아예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사실 아닐까?

다른 건 다 오르는데 농민이 농사지어서 벌어 들이는 소득만 20년 째 내리막이라면 이건 뭐가 잘못돼도 한참 잘못 된 게 아닐까? 사진은 지난 1월 22일 롯데호텔 3층 크리스탈볼룸에서 열린 ‘농업전망 2020’ 대회 현장 [사진=이병로 기자]

◇ 농민과 농촌을 달래고 위로해줄 ‘여러분’은 과연 있긴 있나?

그렇다면 여기서 2019년 연말과 2020년 올해 초에 있었던 4개의 현장 속으로 들어 가보자. 거기에는 과연 농민을 위한 ‘여러분’이 존재했는지, 아니면 존재하기 위한 노력들이라도 있었는지를 확인해보자. 만약 없다면, 있도록 만들어야하지 않을까. 현장 속으로 바로 직진해보자.

#현장1 :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1월에 주최한 농업전망대회 현장이다. 이런저런 장밋빛 전망도 나왔고 정반대의 우중충한 예측도 발표됐다. 이날 유독 눈길을 끄는 대목이 있었는데, 농가소득이 2020년에 4천만원대 중반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이었다. 그런데 그 발표를 찬찬히 뜯어보면, 빙산의 아랫부분이 노출되어 있지 않았다는 점을 쉽게 알아챌 수 있다.

그건 바로 ‘아 다르고 어 다르다’는 말과 개념의 한계 및 ‘보고 싶은 대로만 본다’라는 확증편향이다. 알고 있을 것이다. 농가소득 중에 농업소득(농사로만 벌어들이는 돈의 비중)이 크지 않다는 사실 말이다. 언론보도와 농업관련 통계에서 흔히 간과되는 부분이 바로 농업소득인데, 이 농업소득이 20년째 제자리걸음이란 걸 대부분은 모른다. 달리 말해, 물가상승률까지 반영하면 농삿일로만 벌어들이는 실질적 농업소득은 20년째 꾸준히 내리막길을 걸어왔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살펴봤다. 대한민국 농촌의 농업소득은 1999년 1천 56만원이었다. 그리고 20년 후인 2019년엔 1천 277만 원이다. 20년 동안 농업소득이 200만원 오를 때 다른 물가는 얼마나 가파르게 인상되었는지 생각해보자. 짜장면 값이 20년 전엔 약 2천원에서 2천 5백원이었다. 2014년쯤엔 4천 5백원이었고 2019년엔 6천원이 되었다. 짜장면 하나만으로 비교하긴 힘들겠지만, 대략적인 물가상승률을 감안한다면 농업소득 역시 1999년 1천만원 초반대였으므로 20년 뒤인 2019년엔 적어도 3천만원은 되어있어야 정상인 것이다.

다른 건 다 오르는데 농민이 농사지어서 벌어들이는 소득만 20년째 내리막이라면 이건 뭐가 잘못돼도 한참 잘못 된 거 아닐까? 더 큰 문제는 지금부터 10년 뒤인 2030년에도 농사만 지어서 벌어들이는 돈은 그리 크게 늘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이다.

 

◇ 짜장면값 20년 새 3배↑...농사지어 버는 돈, '농업소득'은 20년째 제 자리

#현장2 : 4.15총선이 얼마 남지 않았다. 그래서일까? 250만 농심을 잡기 위한 정치권의 러브콜도 반짝 하며 시작됐다. 일단 먼저 소리를 낸 건 정의당이다. 지난 4일 서울 제2축산회관에서 한국농축산연합회 사람들과 정책간담회 자리를 마련했는데 여기서 그런 말이 오고 갔다. 정의당은 농어민 후보를 비례대표 10번 이내로 배치하겠다고 밝혔다. 쉽게 말해 비례대표 국회의원 자리를 정의당이 보장하겠다는 선언인 셈이다.

이에 농협과 농정당국에 쓴 소리를 마다하지 않기로 유명한 전국한우협회 김홍길 회장이 거들고 나섰다. “민중당은 농민후보를 비례대표 2번에 배치한다는데, 정의당도 가급적 앞 순위에 농민후보를 배치해달라”고 당당하게 요구하고 나선 것이다.

정의당은 농어민을 위한 6대 총선공약을 내놓기도 했다. 그 내용을 보면 ▲농민기본소득 지원 법률안을 발의, 모든 농민에게 매월 30만 원의 기본소득을 지원하겠다. ▲GMO농산물 규제하고 토종종자 육성하며 친환경농산물 지원하겠다. ▲ 여성농민의 소득과 지위 를강화하고 도립농민요양병원도 설립하고 농업노동재해보상법을 도입하겠다. ▲품목별 가격변동직불제를 확대해서 생산과 판매 걱정 없이 농사짓게 하겠다. ▲농어업예산을 5%대로 확대하고 농협중앙회장 직선제 실시하겠다. 경자유전 원칙도 확립하겠다. ▲공익형 수산직불제도 시행하고 어업생산보험제를 해서 어민의 삶도 보장하겠다 등이다. 정의당이 참 좋은 말을 골라서 했다.

#현장 3 : 농어촌정비법과 양곡관리법, 친환경농산물소비확대법 등 ‘농어촌민생 10법’이 지난 1월 9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더불어민주당 박완주 의원 등이 대표 발의한 농어촌민생 법안 중 일부인데, 박완주 의원의 노력이 특히나 빛난다는 평가가 나온다. 물론 다른 농해수 상임위 소속 의원들도 많은 노력과 정성을 기울였기에 가능한 일이었다는 점도 중요한 대목이다.

#현장4 : 농협 중앙회장이 새로 뽑혔다. 지난달 31일 치러진 농협중앙회 제24대 회장 선거에서 이성희 전 경기 성남시 낙생농협 조합장이 당선됐다. 이 회장은 220만명의 농협 조합원과 자산 400조원이 넘는 (계열사 31개, 임직원 8만여명, 농협대학도 있다.) 거대 조직을 이끄는 명실상부 국내 넘버 5 기업인(?)의 반열에 올랐다. 그런데 여기서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 이성희 회장은 기업인인가 아니면 농업관계자인가 그도 아니면 농협회원인가? 셋 다 해당될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는 묘한 자리가 바로 농협중앙회장 자리라서 하는 말이다. 그래서 여기저기서 농협중앙회장 선거는 직선제로 해야 된다는 말이 쏟아져 나오는 것이다.

정의당 심상정 의원은 지난 4일 한국농축산연합회를 찾아 농민대표들과 간담회를 가졌다. 이 자리에서 정의당은 농민대표를 비례대표로 추천하겠다고 밝혔다. [사진=축산관련단체협의회]

◇ 결국 법(法)이다. 시스템을 바꿔야 농민의 삶도 변한다.

앞서 언급한 #현장 3의 내용을 좀더 들여다 보자. 더불어민주당 박완주 의원 등등이 노력해서 통과된 이 법안은 모두 10건이다. 이름하여 ‘농어촌 민생법안’들이다. 열거해보면, ▲‘농어촌정비법’,▲ ‘양곡관리법’,▲‘산림보호법’, ▲‘항만법’, ▲‘농어업경영체 육성 및 지원에 관한 법률’, ▲‘친환경농어업 육성 및 유기식품 등의 관리·지원에 관한 법률’, ▲‘농어업재해보험법’, ▲‘농업·농촌 및 식품산업 기본법’, ▲‘농업생산기반시설 및 주변지역 활용에 관한 특별법’, ▲‘가축전염병 예방법’ 등 총 10건의 일부개정법률안이다.

좀 더 살펴보면, ▲‘농어촌정비법’ 일부개정안은 농어촌민박의 신고 요건을 강화하고 농어촌민박사업자의 준수사항을 추가한 내용이다. 펜션에서 종종 발생하는 사건사고를 방지하자는 취지인데, 실질적으로 농민들에게 도움이 되는지는 좀 더 지켜봐야할 것 같다.

▲양곡관리법은 이른바 ‘쌀 자동시장격리제’의 근거가 되는 법률안이다. 공익직불제 도입 및 쌀 변동직불제 폐지에 따른 쌀 수급안정대책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농업의 대표주자인 쌀의 경우, 기재부장관 및 생산자단체와 협의해 늦어도 매년 10월 15일까지 수급안정대책을 수립·공표하도록 한 내용이다. 수동적으로 쌀값을 받아들이는 게 아니라 보다 능동적 선제적으로 쌀값 안정에 정부가 손을 쓰겠다는 뜻이다.

▲산림보호법 일부 개정안은 산불재난특수 진화대의 설치 근거가 되는 중요한 법안이다. 민주평화당 황주홍 의원이 지난해 4월 산림보호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했는데, "산불재난특수진화대의 역할과 활약에도 불구하고 이들에 대한 법적 근거가 없어 산불재난특수진화대 대원의 상시적 고용이 어렵고 효과적인 인력 편성에도 어려움이 따른다“는 게 법안 발의의 취지였다.실제로 이 법안은 제 41조 ‘산불전문예방진화대원’을 ‘산불전문예방진화대원 및 산불재난특수진화대원‘이라고 수정함으로써, 특수진화대원의 고용 및 처우에 대한 법적 근거를 마련했다.

이밖에도 ▲‘농어업경영체 육성 및 지원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도 수정 가결됐는데, 보조금 지급 등에 필요한 농업경영체 정보에 3년이라는 유효기간을 도입해 정보의 업데이트를 도모하는 ‘농업경영체DB현행화법’이랄 수 있다. ▲친환경농산물의 판로 확보를 위한 ‘친환경농어업 육성 및 유기식품 등의 관리·지원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도 통과됐다. 친환경농수산물을 우선적으로 구매해 줄것을 학교, 유치원, 어린이집 등에도 정부가 요구할 수 있어서 친환경농산물 소비확대가 예상되는 법안이다.

아울러 ▲농어업재해보험법,▲‘농업·농촌 및 식품산업 기본법’, ▲‘농업생산기반시설 및 주변지역 활용에 관한 특별법’ ,▲‘가축전염병 예방법’ 일부개정법률안도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 농심을 조금이나마 달래줄 수 있게 됐다.

 

◇ 4.15총선, 농심(農心)을 대변할 인물 뽑아야... 그게 농촌 살리는 '지름길'

하지만 아직 미비한 점도 분명히 있을 것이다. 농어민의 삶의 질 향상이 법안 10여개로 뭉뚱그려질 수 있는 일은 아니기 때문이다. 농어업과 농어민을 살리는 길은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이리저리 표류해오다 거의 방향을 잃은 대한민국 농정을 바로잡기 위해서는 가장 효과 빠른 대책이 필요한데, 방법은 의외로 간단하다.

농민과 농심을 대변할 인물을 가급적 많이 국회의원으로 뽑으면 된다. 그래서 그들을 국회로 보내 농촌살리기와 농민살리기에 앞장세우면 된다는 뜻이다. 국회의원 300명 중에 농촌과 농업을 대변할 인물이 적어도 50~60명 이상은 되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전체 의원숫자의 5분의 1 정도 수치인 셈이다.  이래도 안 변할까? 오는 4월 총선은 바로 농심을 보여줄 선거인 것이다.

이병로 기자 leebr@youngnong.co.kr

<저작권자 © 한국영농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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