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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가구와 ‘귀차니즘’, 그리고 씨없는 작은 수박

기사승인 2019.11.19  19: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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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트너 종묘', 작고 달콤한 '달코미미니' 등 작은 수박 개발에 집중... '현장 우수 R&D 성과' 수상도

혼자 사는 집, 1인 가구가 늘고 있다. KB국민은행의 ‘2019 한국 1인가구 보고서’에 따르면 2017년 기준 1인 가구는 562만 가구로 전체 인구대비 11% 수준이다. 가구수 대비로 29%. 세 집 중 한 집은 혼자 산다는 얘기다.

혼자 사는 일은 살림 꾸리기가 녹록치 않다. 빨래, 청소, 식사 등 기본적인 일들을 다 혼자 해야 한다. 당연히 하루 종일 일에, 공부에 지친 몸을 이끌고서 말이다. 그래서 이들은 최대한 간단하게 먹으려고 한다. 건강과 맛을 생각해서 잘 차려 먹고 싶지만 설거지와 음식물 쓰레기 처리를 생각하면 골치다. ‘귀차니즘’이 발동하기 시작하는 순간이다.

귀차니즘은 2002년 한 웹툰에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귀찮다의 '귀찮-'에 사상을 의미하는 영문 접미사 '이즘(ism)'을 붙여 만든 조어다. 귀찮아서 어떤 일을 극도로 하기 싫어하는 상태나 경향을 의미한다. 이른바, 심리학에서 말하는 ‘현상유지 편향"(status quo bias)’의 재미있는 표현이다.

일을 하기 싫어하는 일종의 게으름이라고도 볼 수 있는 귀차니즘이 의외의 발명품을 만들어 내기도 했다. 대표적인게 노름에 빠져 간단한 식사를 원했던 영국의 샌드위치 백작이 빵 사이에 채소와 고기를 요리해 넣어 한번에 먹었다는데서 유래한 ‘샌드위치’가 아닐까 싶다. 물론 정사에서는 샌드위치 백작은 성실한 공무원이어서 식사시간을 아끼기 위해 이 음식을 먹었다고도 한다. 아무튼 그 후 미국으로 넘어간 샌드위치는 햄버거로 변했고 전 세계를 호령하는 문화 아이콘이 되었다.

여름에는 시원하고 달콤한 수박 한 조각이 생각나지만 국내 귀차니스트에게는 언감생심이다. 큰 수박을 한 번에 다 먹기도 어렵고, 그걸 보관할 냉장고 공간도 없고, 껍데기며 씨앗을 처리할 생각을 하면 머리가 아프다. 그런데 이들을 위해 작은 수박을 만들어 낸 회사가 있다. 파트너 종묘(대표 김용재)가 그 주인공이다.

파트너종묘가 개발한 대표 수박 품종인 '달코미미니'의 종자와 단면

국내 수박 시장에서는 먹기 편한 소과종(크기가 작은 종)에 대한 소비가 늘고 있다. 이에 재배면적도 급속히 확대되고 있다. 국내 소과종 수박인 애플수박 품종들은 대부분 해외에서 개발된 품종이다. 소과종 수박이 보다 먹기 편해지기 위해서는 씨의 크기가 적어지거나 작아저야 하지만 현재 만족할 만한 품종은 나오지 않았다. 현재 시장에 나온 소과종 수박들은 과피가 얇아서 재배 및 수송과정에서 열과(찢어짐)가 많이 발생하는 단점이 있다.

파트너종묘는 국내 최초로 씨의 크기를 일반 수박 대비 1/5로 줄인 ‘씨자근‘ 품종을 개발하는 등 수박 씨의 크기와 관련된 다양한 유전자원을 확보하고 육종능력 또한 보유하고 있다. 특히, 수박의 씨를 적게 만드는 데 관여하는 유전자원을 독자적으로 개발, 보유하고 있으며, 이를 고품질 수박에 도입하여 다양한 신품종을 개발하고 있다. ‘씨 적은 수박’ 관련하여 씨의 숫자를 50% 이하로 줄인 수박 품종과 기술 관련된 특허권 1건을 등록했다, 이 외에 다수의 품종보호권을 보유하고 있으며, 씨의 숫자를 25% 이하까지 줄인 수박 품종도 특허출원했다.

대표적인 제품이 ‘달코미미니’다. 이 품종은 씨가 일반수박 대비 1/5 수준으로 작으며, 또 그 씨의 숫자 또한 유전적으로 50%이하로 적어 먹기 편리하다. 과피가 매우 얇아 가식부위가 많고, 열과성이 없어서 수량성도 높다. 선호도가 높은 선명한 호피가 있는 원형으로 국내 및 수출용으로도 적합하다.

파트너 종묘는 ‘달코미미니’로 스페인 시장에도 진출했다. 2018년에 시교명 ‘IS034’로 스페인에 첫 시험을 했다. 2018년 8월에 시교특성이 매우 좋아 가능한 한 빨리 상업화한다는 결정을 내리고 2018년 말에 총 2만 립의 시험 종자를 공급했다. 2019년 9월에 드디어 금액 8만4천 불(14k, 6천 불/kg)의 첫 판매용 종자의 주문을 받기에 이른다.

농림축산식품부와 농림식품기술기획평가원(농기평)은 농업 현장에서 실질적으로 활용도가 높은 기술을 발굴해 심사 과정을 거쳐 ‘현장에서 뽑은 우수 R&D성과 10'을 선정했다. 파트너종묘도 여기에 선발돼 11월 8일 열린 시상식에서 상을 받았다. 먹기 편리한 소과종 수박 수요가 높아짐에 따라, 씨가 작고 적은 고품질 소과종 수박을 개발했고, 스페인에서 품종의 우수성을 인정받아 수출하고 있는 점 등이 선정 사유였다.

파트너종묘를 이끌고 있는 김용재 대표는 서울대학교 원예학과를 졸업하고 경상대학교에서 채소학 박사 학위를 받은 '씨앗' 전문가다.

이 회사를 이끌고 있는 김용재 대표는 서울대학교 원예학과를 졸업하고 경상대학교에서 채소학 박사 학위를 받은 '씨앗' 전문가다. 신젠타종묘와 농협종묘센터에서 수박전문육종가로 이름을 날렸고 2011년에 파트너 종묘를 창업했다.

김 대표는 이번 농기평의 ‘현장 우수사례 10건’에 선정에 대해 “차별화되고 앞서가는 연구에 대한 관계 당국의 관심과 지원에 감사드린다.”며 “앞으로 창조적이고 도전적인 육종연구를 통해 세계적으로 그리고 지속적으로 경쟁력있는 수박 품종을 개발하는데 전념하고자 한다”고 포부를 밝혔다.

김용재 대표는 “국내외에서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기업차원에서는 당장 돈이 되는 현재의 시장에 맞춘 단기적인 관점에서의 육종을 하려고 하지만 육종은 현재가 아닌 미래를 보며 나아가는 일”이라면서 “먼 시각으로 보았을 때 지속적으로 차별화되는 기술력을 갖고 가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고 이를 위해 육종 연구 사업을 시작했다.”고 창업의 배경을 설명했다.

이어 “파트너종묘는 독창적인 기술, 차별화된 육종목표 그리고 분자육종 체계의 확립을 통해 세계시장에서 경쟁하는 육종기술기업으로 성장해 나갈 것”이라며 “이전의 IT 산업에서 인터넷이 정보의 비대칭성을 완화하여 누구나 쉽게 이용할 수 있게 된 것처럼 채소육종산업에 있어서도 분자육종 등 신기술에 대한 접근이 쉬워질 것”이라고 업계의 미래를 내다 봤다. 

김 대표는 “차별화된 유전자원과 지속적인 투자를 통해서 국내 회사, 또 소규모육종회사도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을 것”이라며 “대한민국에는 매우 뛰어난 육종가가 많이 있기 때문에 전망은 매우 밝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달코미미니는 종자산업을 육성하고자 하는 골든씨드프로젝트 채소종자사업단의 연구성과물이다. 이러한 정부의 정책적인 지원을 통해 종자기업이 도전적이고 장기적인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면서 "현재 2단계 사업이 진행되고 있으며, 3단계 사업까지 진행되면 국내의 육종능력이 뛰어난 많은 종자기업들이 도전적인 연구를 진행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파트너 종묘는 전북 김제 백산면에 3천여 평의 연구시실을 갖추고 있다. 이곳에서 6명의 연구원들은 소비 형태 변화에 따른 시장에 적합한 품종을 개발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이들에게는 귀차니즘은 없다. 오직 그들이 만족시킬 제품 만들기에 여념이 없을 뿐이다. 열악한 국내 종자 산업 환경에서도 꿈을 가지고 도전하는 파트너 종묘. 그들의 노력이 국내를 넘어 세계 곳곳에서 탐스러운 열매를 맺기를 응원한다. 샌드위치 백작의 샌드위치처럼 작고 달콤한 ‘달코미미니’ 품종이 세계 수박 시장을 이끄는 아이콘이 될지 누가 알겠는가?

이광조 기자 lgj@youngnong.co.kr

<저작권자 © 한국영농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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