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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전자 가위기술·미국산 소 머릿고기는 안전한가?

기사승인 2019.11.16  23: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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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MO·광우병 논란 속 정부 대응 주목... 국민 안전이 최우선돼야

복숭아 향이 나는 딸기, 씨 없는 토마토, 자연산 송이버섯과 똑같은 버섯 등 이전에는 볼 수 없었던 과일과 채소가 마트에 진열될 날이 멀지 않아 보인다. 이런 일이 가능해진 것은 바로 유전자가위 기술 ‘크리스퍼(Crispr)’ 때문. 소화가 잘 되는 밀, 2~3년 안에 쑥쑥 자라서 산을 울창하게 만들어줄 나무, 심지어는 쥐라기 공룡이나 홍적세 매머드까지도 재생해낼 수 있는 게 바로 유전자가위의 '위력'이다. 

인조고기(대체육,배양육) 출현 등으로 새로워진 농식품업계 분위기에 더해진 제3의 충격파인 셈이다. 아프리카돼지열병(ASF)과 WTO개도국 지위 포기 결정 등으로 뒤숭숭한 우리 농업계에서도 간과해서는 안 될 거센 파도일 수 있는 것이다.

유전자가위 기술에 힘입어 최근 미국기업 몬산토는 거액을 투자해 유전자편집 회사를 신설했고, 뉴질랜드에서는 색깔이 다른 키위, 부드러운 털이 난 천도복숭아를 개발중이다. 영국도 마찬가지여서 유전자를 수정 또는 컨트롤해서 신품종 과일과 채소를 개발하고 있다. 쉽게 말해, 전통적인 품종개량은 수십 년이 걸리지만 유전자 편집방식으로는 몇 개월 또는 길어야 1~2년이면 충분한 이 기술이 전 세계적으로 너나없이 받아들여지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런 추세를 법(法)은 어떻게 해석하고 있을까? 지난해 7월 유럽연합의 최고법원인 유럽사법재판소는 “유전자 편집 기술로 개발된 신품종 농작물도 GMO(유전자변형유기체)에 해당하므로, 그 규제를 받아야 한다”라는 결정을 내렸다. 기업. 학계의 활발한 유전자가위기술 연구-개발에 일단 브레이크를 걸어놓은 셈이다. 반응 역시 두 갈래였는데 생명공학 연구그룹과 기업들은 반발했고 환경단체들은 환영했다.

한편 미국에서는 유전자가위 농작물에 대해 유럽과는 달리 규제 완화 쪽으로 방향을 잡아가고 있다. 지난 2016년 미국 농무부는 유전자가위 기술로 만든 변색 방지 버섯이 GMO 규제 대상이 아니라고 결정한 바 있다. 일본은 더욱 적극적이다. 일본 정부가 올해 3월부터 유전자가위기술로 개발한 ‘지놈(genome·게놈)편집식품’의 시판을 허용하기로 결정했다. 혈압을 낮춰주는 토마토, 몸집을 엄청 키운 참돔 등이 그 사례다. 미국에서도 아직 판매허용을 결정 못한 것이기에 일본의 행보는 세계적인 뉴스가 되기에 충분했다.

 

◇ 유럽은 No, 미국-일본은 Yes! 유전자 가위 기술은 GMO인가 아닌가?

그렇다면, 우리나라 대한민국 상황은 어떨까? 사실상 유전자가위 기술 규제를 풀려는 시도가 우리 정부 차원에서도 이루어지고 있다. 유전자가위 기술 적용 신품종 개발도 국내에선 진행중이다. 최근 동아대학교는 고함량 올레인산 콩, 농우바이오에선 색변환 당근, 한국생명공학연구원에선 녹말 성분 개선 기능성 감자를 유전자가위 기술로 개발한 바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농림축산식품부와 농촌진흥청이 추진중이라고 알려져 있는데, 한국바이오안전성정보센터의 자료에는 “유전자가위 기술 적용 산물 가운데 GMO법 적용 예외 등 여러 규제 완화 개선안 마련을 위한 노력을 정부부처가 하고 있다”라고 되어 있다. 이는 곧 우리 정부가 유전자가위에 대한 규제를 풀려는 게 아닌가 하는 추측을 가능하게 한다.

하지만 국내법으로 볼 땐, 유전자가위 기술은 분명 GMO(유전자 변형 유기체)로 규정돼 있다. 그렇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유전자가위 기술을 기존 GMO법에 의해 위해성 평가를 하면 안 된다는 입장을 피력하고 있기도 하다. 미국이나 일본 그리고 유럽처럼 연구·개발을 앞당기기 위해서라도 조속한 시일 내에 유전자가위 기술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하고도 있다. 전 세계적으로 연구.개발은 활발하지만 이를 선뜻 용인하고 상용화하는데 망설이는 분위기 속에서 우리나라는 어떤 입장을 취해야 하는가에 대한 질문인 셈이다.

이른바 ‘생명을 편집하는 기술’로도 불리는 유전자편집기술은 명과 암이 극명하게 교차하는 기술이라고 할 수 있다. 쉽게 말해 ‘가성비’가 엄청나게 높은 유전자 가위 기술에 대한 찬반 논란이 팽팽하다는 뜻이다. 신품종 개발 뿐 아니라 난치병도 고치는 신세계를 창조할 수 있다는 긍정론과 몇 년 후 아니 몇 십년 후 발생할 수도 있는 ‘미지의 상상하기조차 벅찬 위험’을 어떻게 감당하려느냐는 부정론은 그래서 더욱 평행선을 긋고 있다.

이른바 ‘생명을 편집하는 기술’로도 불리는 유전자편집기술은 명과 암이 극명하게 교차하는 기술이라고 할 수 있다. 쉽게 말해 ‘가성비’가 엄청나게 높은 유전자 가위 기술에 대한 찬반 논란이 팽팽하다는 뜻이다. [사진=픽사베이]

 

◇ 생명을 편집하는 ‘가성비’높은 유전자가위기술, 과연 안전할까?

농산물과 식품 안전성에 대한 논란은 유전자 가위 기술에만 국한되지는 않는다. 최근엔 다시 미국산 소머릿고기에 대한 광우병 위험성 제기도 공식화됐다. 국회에서 문제제기가 된 것이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김현권(비례대표·구미을지역위원장) 의원은 지난달 28일 “광우병 특정위험물질(SRM) 오염 가능성이 큰 미국산 소 머릿살(볼살)의 수입량이 2017년부터 크게 늘어나고 있다”고 발표했다. 농림축산식품부 자료를 분석한 데 따른 것이다.

김 의원이 밝힌 바에 따르면 ‘미국산 소머릿고기 수입실적’은 미국에서 비정형 광우병이 발생한 2013년부터 2015년까지는 거의 수입되지 않다가, 2016년 1만 8천㎏, 2017년엔 15만㎏이 수입된 것으로 드러났다. 김현권 의원이 밝힌 바에 따르면 이렇게 수입된 미국산 소머릿고기는 급식업소와 소매업소에 유통된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우리가 식당에서 흔히 먹는 국밥이나 수육에 이 미국산 수입머릿고기가 담겨있다는 뜻이다. 2017년에 수입된 양을 식당의 그릇(뚝배기 등 국그릇) 수로 따져보면 2017년 1년 동안 약 250만 그릇 넘게 시중에 유통됐다는 추산이 가능하다.

관련해 미국 농무부 산하 식품안전검역청(FSIS)은 뿔이나 뇌하수체를 제거하거나, 소를 기절시키기 위해 두개골에 구멍을 내고 뇌를 관통하는 총격을 가하는 등의 도살 작업에서 소머릿살이 뇌나 중추신경계 조직에 의해 오염된다고 밝힌 바 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는 이런데 외국은 미국산 머릿고기를 어떻게 취급하고 있을까? 영국은 도축, 운송, 하역 작업 등을 통해 미국산 머릿고기의 광우병 요인이 오염을 유발한다고 보고 있다. 미국에서는 살코기, 머릿살이 함유된 햄버거나 미트볼의 소비가 인간광우병(vCJD)의 증가와 관련이 있다는 경고도 나왔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위생조건은 느슨하기 그지없는 실정이다. 광우병 특정위험물질(SRM)에 소머릿살이 포함돼 있지도 않은 상황인 것이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소머릿살의 안전성 문제를 논의하기 어렵다는 입장만 앵무새처럼 반복하고 있다. 이런 정부기관의 무책임한 태도에 대해 전문가들은 미국이 통보한 내용을 그대로 수용하는 우리나라의 입장은 이해하기 어렵다는 분위기다. 문제제기의 주인공인 김현권 의원 역시 “매년 우리 정부가 점검하는 미국 현지 쇠고기 작업장 숫자는 지난해와 올해 겨우 4곳씩에 불과했다.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감시·감독이 이뤄지겠느냐”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서는 유럽 사례가 어느 정도는 기준점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2012년 현지 언론 기사를 보면, 영국 정부는 6개월령 이상의 소 머릿고기는 광우병특정위험물질(SRM)이라고 규정짓고, 보건ㆍ환경 공무원들이 이를 단속하고 있다. 이를 기준 삼으면 현재 국내에 들여오는 미국산 소머릿고기의 상당량은 광우병특정위험물질(SRM)에 해당된다고 볼 수도 있다. 기준을 좀 느슨하게 잡으면 어떨까? 그래도 마찬가지다. 영국보다 좀 더 느슨한 기준을 제시하고 있는 유럽연합(EU) 회원국들도 12개월령을 넘어선 소머릿고기는 SRM으로 규정한다. 이러한 유럽연합(EU)의 소 머릿고기에 대한 규제는 미국에서 광우병이 발병한 2003년 이후 꾸준히 지켜져왔다.

 

◇ 김현권 의원 “광우병 논란있는 미국산 소머릿고기 수입은 왜 증가하나?”

최근 농업을 대하는 우리 정부의 태도와 분위기가 심상찮다. 아프리카돼지열병(ASF)발병으로 축산농가들이 신음하고 있는 가운데 정부는 WTO개도국 지위포기를 일방적으로 발표해버렸다. 농민단체가 가만있을 리 없다. 지난 13일 오후 서울 여의도에서 대규모 집회를 열었다. 한국농축산연합회,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 등 28개 단체 등 1만여명이 'WTO 농업 개도국 포기 규탄! 농정개혁 촉구! 전국 농민 총궐기 대회'를 열고 정부의 대책 마련을 따져 물었다.

농민단체들은 ▲농업·농촌을 위한 안정적인 재정 지원, ▲공익형 직불제 전면 시행, ▲국민의 안전한 먹거리 보장 등을 요구하는 머리띠를 두르고 정부를 성토하며 화형식까지 벌였다. 거리로 나선 이 농민들의 주장을 정부와 관계기관들은 뼈에 새겨야 한다. 농민들의 목소리에 포함된 ‘안전한 먹거리 보장’이라는 구호 역시 소중하게 받들어야만 할 것이다.

그렇게 못하겠다면, 유전자 가위기술이나 광우병이 몰고 올 미지의 위험성에 대한 책임마저 농민들에게 떠넘길 셈이라는 손가락질과 질타를 받아도 할 말은 없을 것이다. 당신들은 무엇 때문에 누구 때문에 존재하는가라는 농업관련기관에 대한 존재이유를 따져물어도 묵묵부답으로 응할 셈인가? 이제 정부가 대답할 차례다.

이병로 기자 leebr@youngnong.co.kr

<저작권자 © 한국영농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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