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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신의 노래 ‘11월에 내리는 비’... 그리고 농특위에 거는 기대

기사승인 2019.11.14  01:2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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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통발상] 농산물 유통 문제 해법을 위한 발칙한 생각

Cause nothin' lasts forever 왜냐하면 어느 것도 영원한 것은 없고
And we both know hearts can change 마음이 바뀔 수 있다는 걸 알고 있으니까요
And it's hard to hold a candle 그리고 촛불을 지킨다는 것은 힘들어요
In the cold November rain 차가운 11월의 빗속에서

 

미국의 록그룹 건즈 앤 로지스의 대표작 노벰버 레인 중 한 대목이다. 가수는 차가운 11월의 빗속에서 촛불을 들고 있는건 힘들다고 노래했다. 물론 여기서 촛불은 연인 사이의 아름다웠던 밤을 의미하는 상징이다.

 11월 13일 오후 2시 여의도 국민은행 본점 앞에서 한국농업경영인연합회 주최로 ‘전국농민총궐기’대회가 열렸다. 쌀쌀한 날씨 속에 비까지 내리는데도 우의를 입은 많은 농민들이 모였다. 3년 전 박근혜 탄핵을 외치며 들었던 농민들의 촛불은 간데 없어졌다. ‘11월 빗속’에서 그들의 손에는 투쟁의 구호를 잔뜩 담은 깃발이 들려 있었다. 두 주먹을 불끈 쥐고 문재인 정권 규탄을 외쳤다. 왜 그랬을까?

인수위도 없이 출발한 문재인 정부는 임기 전반기를 적폐 청산과 안보환경 조성에 올인햇다. 성과도 있었고 아쉬움도 남는다. 그런데 ‘농업분야는 무관심, 무원칙, 무소신의 극치였다.’... 이게 오늘 모인 농민들, 아니 농업계 전반에 퍼진 인식이라는 걸 현 정부는 알고 있는 것일까?

11월 13일 오후 2시 여의도 국민은행 본점 앞에서 한국농업경영인연합회 주최로 ‘농민총궐기’대회가 열렸다. 쌀쌀한 날씨 속에 비까지 내리는데도 우의를 입은 많은 농민들이 모였다. [사진=이병로 기자]

 이번 WTO 개도국 포기 국면이 이를 잘 대변해 준다. 2월부터 미국 측은 한국의 개도국 지위 문제를 거론하기 시작했다. 정부는 불안해하는 농심을 달래려 했는지 모르겠지만 절대 포기하는 일은 없다고 손사래를 쳤다. 8월 트럼프가 10월 23일이라는 기한까지 못 박으며 개도국 지위 포기를 압박했다. 그래도 정부는 “검토된 바 없다”가 공식 입장이었다. 그러다 10월 들어 간담회다 뭐다 부산을 떨다가 결국 “국익을 위한 결단”이라며 일사천리로 개도국 지위 포기를 발표하기에 이른다. ‘내 이럴줄 알았지...’ 수 십년을 이런 식으로 무시당하고 속아왔다는 어느 농민단체장의 푸념이 과장은 아니리라.

최소한의 예의라도 갖춰 미리 농민들과 대화를 나눴다면 이렇게 섭섭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농민들도 대한민국 국민인데, 국익을 모르는 바는 아니잖는가? 짝사랑은 언제나 슬프다. 비극으로 끝나기도 한다. 복수극이 기다리기 때문이다. 모든 건 변한다지만 배신은 속임수라서 마음에 깊은 상처를 남기는 법이다. 촛불을 들어 지켜주려 했던 사람에게서 버림 받았다는 생각이 들면 더 그럴 것이다.

농업계는 정부 당국에게 기대할 것이 없다고 한다. 그래도 올해 농어업농어촌특별위원회가 대통령 직속으로 만들어져서 다행이라고도 한다. 처음에는 반신반의했던 농민들도 이제 목소리도 내고 마음의 문도 여는 눈치다. 특히 박진도 위원장에 대한 농업계의 기대와 신뢰가 높아 보인다. 국가 기관의 장에 대한 이런 반응은 이례적이기 까지 하다. 그의 진정성은 문 대통령의 후보시절과 닮았다. 솔직하고 거침없다. 끝까지 초심 잃지 말고 현장의 목소리를 대통령에게도 잘 전달하기 바란다.

농민들은 이번에는 말로만이 아닌 농정의 틀을 근본부터 바꾸는 기회가 되길 기대하고 있다. 그들의 손에 촛불도 깃발도 아닌 호미와 쟁기를 돌려 줘야 한다. 마음 놓고 농사지어 정당한 땀의 대가를 받을 수 있도록 말이다. 욕심 내지 않고 일한 만큼 몫을 찾을 수 있는 나라가 되는 것, 딱 그만큼이 '농심'이다. 문 대통령이 약속했고 국민들이 그렇게 바라는 ‘공정’이 바로 이것이다.

그런데 현실은 농민의 희생만 강요하고 있다. 오히려 차디찬 국민들의 시선이 농민들을 주눅 들게 하기도 한다. 아직도 개발론자들의 목소리는 크다. 자동차를 살리기 위해 농업의 희생은 불가피 하단 주장들도 심심치 않게 보인다. 오늘 행사에선 정부의 농정을 관에 담아 태우는 퍼포먼스가 벌어졌다. 농민들은 그 속에 거짓말을 일삼던 일부 농업 관료와 편협한 개발지상주의 경제학자들과 언론들, 관변 농업 단체 지도자들도 함께 넣고 싶을 심정이었을 것이다.

노래의 후렴은 이렇게 반복한다.

So if you want to love me 그러니 만약 나를 사랑하려면
then darlin' don't refrain 그대여 포기하지 말아요
Or I'll just end up walkin' 그렇지 않으면 저는 끝을 내고 떠나게 될거예요
In the cold November rain 11월의 차가운 빗속에서

 

오늘 행사에서 울려 퍼졌던 구호와 함성들은 사랑하는 사람에게 버림 받은 것 마냥 ‘나를 포기하지 말아줘요’라는 외침 같았다. 농업을 포기하지 말라고 정권과 국민들에게 매달리는 애원이었다. 하지만 그들의 애원이 분노로 바뀌어 사나운 몸짓이 될 날도 머지않아 보였다. 그래서인지 여의도 바닥을 나뒹구는 젖은 낙엽들과 대비되면서 11월 차디찬 초겨울 빗속을 뚫고 솟아오른 농부들의 굵은 주먹들이 더욱 처연했다.

오늘 행사에선 정부의 농정을 관에 담아 태우는 퍼포먼스가 벌어졌다. 농민들은 그 속에 거짓말을 일삼던 일부 농업 관료와 편협한 개발지상주의 경제학자들과 언론들, 관변 농업 단체 지도자들도 함께 넣고 싶을 심정이었을 것이다. [사진=이병로 기자]

바로 전날인 12일 농특위 대회의실에서는 농업단체대표들과 박진도 위원장과의 간담회가 있었다. 여러 가지 의견들 가운데서 최대의 화두는 ‘가격 안정’이었다. 농업 생산물의 가격이 안정되지 않으면 수입도 일정하지 않게 된다. 농사꾼이 다 도망가고, 그래서 농촌이 텅텅 비게 된 이유다. 한국 농업의 문제는 기-승-전- ‘가격’이라고 정리할 수 있다. 수급의 원리는 간단하다. 수요와 공급을 예측해서 조절하는 것이다. 

동시에 왜곡되어 있는 농산물 유통 관행을 바로 잡아 농민들은 조금이라도 비싸게 팔고 소비자들은 조금이라도 싸게 해주는 것이 핵심이다. 유통 비용이 50% 넘어가는 현재 상황을 그대로 두고는 빅데이타와 정확한 통계를 총동원해 수급조절에 성공한다 해도 효과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유통 단계에서 다시 가격이 왜곡될 가능성이 여전하기 때문이다.

여태 이 간단한 게 안되는 것도 의문이고 앞으로 어떻게 해결할지가 더 막막할 수 있다. 그래도 확실한 것이 하나 있긴 하다. 성난 농심을 달랠 유일한 방법은 농특위의 활약이라는 점이다. 근 10년 동안 없었던 조직이기도 하고 안 해봤던 일이기에 그렇다. 박진도 위원장 말처럼 농업이 섬이 되지 않고 국민들의 지지를 받을 수 있는 과제부터 찾아보길 바란다. ‘유통’ 문제 한 가지라도 똑 부러지게 해놓는다면 농민과 소비자로부터 큰 박수를 받을 것이다. 그래서 더 이상 농민들의 지친 손으로 차디찬 11월의 빗속에서 힘겹게 깃발들 일이 없도록, 공정을 외치며 촛불을 들었던 국민들의 신뢰를 되찾게 되길 기대한다. 

안되는 걸 알면서 바라는 마음이어서였을까? 떠나려하는 '님'을 꼭 잡아달라는 노래말이 유난히 절절하게 들리던 하루였다.

이병로 기자 leebr@youngnong.co.kr

<저작권자 © 한국영농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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