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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걸음씩 내딛는 밭농사 기계화

기사승인 2019.10.27  23:2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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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궁극적으로는 농업용 로봇 개발이 관건... 밭농사 기계화에 우리 농업 미래 달려 있어

농민들은 늘 고민이다. 단위면적 당 수익성이 높은 작물을 재배해서 제값을 받고 파는 일 만큼 농민들이 기뻐할 일이 더 있을까? 쌀농사도 짓고 밭농사를 합해서 이런저런 ‘포트폴리오’를 마련해서 한 해 농사를 계획하지만, 결과가 항상 좋은 건 아니다.

쌀농사야 불확실하지만 나름대로 안전망이 있다 치더라도, 밭농사는 일손과 인건비가 많이 투입되고 소득 또한 만족스럽지는 않은 까닭이다. 외국인노동자와 노령 농민들이 밭에 옹기종기 모여앉아 구슬땀을 흘리며 농작물을 수확하는 모습이 정겹게만 보이지 않는 것도 같은 이유라고 해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단위면적 당 수익성이 가장 높은 작물은 뭘까? 농업관련기관의 통계에 따르면 순위는 딸기, 오이, 장미가 각각 1위에서 3위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렇다면 여기서 궁금해진다. 딸기와 오이와 장미농사는 사람이 다 손으로 짓는 걸까? 아직까지 밭농사 기계화율이 그리 높지 않은 우리나라에서는 사람 손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게 사실이다. 하지만 밭농사기계화 또는 농업용로봇이 보편화된 농업선진국에선 상황이 우리와는 다른 모양이다. 부러운 현실이다.

벨기에에선 최근 딸기수확기가 척척 자동으로 딸기를 따고 있다는 외신이 전해졌다. 벨기에 기업 옥티니온(Octinion)에서 개발한 ‘루비온’이란 이름의 딸기수확기는 부드러운 육질의 딸기를 상처 하나 내지않고 하루에 180~360킬로그램을 딸 수 있다고 한다. 사람은 하루 최대 50킬로그램을 수확할 수 있다고 하니, 무려 4배에서 7배의 수확량을 자랑하는 고효율 밭농사 기계가 아닐 수 없다. 5초에 하나씩 잘 익은 딸기를 선별해 수확하는 루비온은 하루 최대 16시간 가동시 1만 2천 개 가까운 딸기를 수확할 수 있단다. 루비온은 마치 자동차회사에서 자동차를 조립하는 로봇팔처럼 생긴 기계로 쉽게 말해 딸기를 따는 로봇이라고 할 수 있겠다.

벨기에 기업 옥티니온(Octinion)에서 개발한 ‘루비온’이란 이름의 딸기 수확기는 부드러운 육질의 딸기를 상처 하나 내지 않고 하루에 180~360킬로그램을 딸 수 있다고 한다. 사람은 하루 최대 50킬로그램을 수확할 수 있다고 하니, 무려 4배에서 7배의 수확량을 자랑하는 고효율 밭농사 기계가 아닐 수 없다. [사진=옥티니온 회사 사이트]

◇ 밭농사 기계화, 외국에선 딸기를 수확하는 고성능로봇도 출시됐다.

딸기 뿐 아니다. 오이수확기도 개발돼있긴 하다. 그렇다면 당연히 사과와 배 수확기도 있을것이다. 딸기나 오이보다 육질이 단단한 사과와 배를 로봇이 수확하지 못할 이유는 없을 것이다. 아닌게 아니라 뉴질랜드에서 올봄부터 사과 자동수확 로봇을 농장에 투입했다는 소식도 있다. 길다란 튜브가 달린 이 수확기는 인공지능으로 잘 익은 사과와 배를 선별한 뒤에 진공흡착 방식으로 빨아들여서 과일을 따내는 기계다. 미국의 어번던트 로보틱스라는 회사와 뉴질랜드 식품기업이 공동으로 개발했다는 이 로봇은 뉴질랜드 과수원에서 사람의 일손을 대체할 것으로 예상된다.

잘 믿기지 않겠지만 상추를 수확하는 기계, 아니 로봇도 영국에서 등장했다. 영국이니까 이 상추는 양상추를 뜻한다. 영국 캠브리지대학 연구진이 양상추를 수확할 수 있는 로봇인 베지봇(Vegebot)’을 개발했는데, 그동안 상추는 로봇으로 수확하기가 거의 불가능한 작물로 알려져 왔다. 불가능을 가능하게 만든 사례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동안 전적으로 수작업에 의존해왔던 양상추까지 로봇이 쓱싹쓱싹 가려 뽑아내는 세상이 온 것이다.

이웃나라 일본에서는 아스파라거스 수확로봇을 비롯해 오이수확로봇까지 상용화되어 있다. 내년쯤엔 토마토와 가지, 피망을 자동수확하는 로봇도 개발되어 시판될 거란다. 이런 로봇을 개발한 일본 농업용 로봇 스타트업인 ‘이나호(inaho)’는 본사가 있는 사가현 주변 농가에 이 로봇들을 임대하고 수확농가의 판매액 15%를 수수료로 받는 유통전략을 펼치고 있다. 우리나라 이상으로 노령화된 농민인구를 보유한 일본에서 밭농사에 큰 도움을 주는 이러한 로봇들이 제 역할을 해내고 있는 것이다. 이 회사는 앞으로 3년 안에 일본 전역에 1만대 넘는 농업용로봇을 공급하겠다는 목표로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 외국은 오이, 사과, 상추, 아스파라거스, 토마토 수확 로봇도 상용화

그렇다면 이쯤에서 궁금해진다. 우리나라의 밭농사 기계화 수준과 농업용 작업기계 및 농업용로봇개발은 어느 정도 수준일까? 우리나라도 밭농사 기계화율을 높이기 위해 애써 온 게 사실인만큼 나름의 알찬 성과가 있기는 하다. 물론 외국의 경우와 효율이나 다양성을 단순 비교하기엔 아직 벅찬 감이 있지만, 그래도 꾸준히 애써온 보람이 있다는 점은 인정할 만 하다 싶은 것이다.

가을에서 겨울로 접어들면서 우리가 가장 많이 신경쓰는 작물은 바로 김장채소, 그 중에서도 배추일 것이다. 바로 그 배추를 수작업 대비 5배 가량 향상된 효율로 수확할 수 있는 배추수확기가 개발됐다는 소식이다. 농림식품기술기획평가원(농기평)이 지난 7월 국내 최초로 동력과 주행장치를 갖춘 자주식 소형 배추 수확기를 개발했는데, 배추 손상률이 5% 이내로 트랙터 부착형 일본산에 비해 3배 가량 우수하다고. 가격 또한 일본산 자주 수확기의 절반 수준인 3500만원 수준이어서 농가의 기대가 커져가고 있다고 한다. 농기평은 해남 등 배추 주산지에서 배추수확기의 현장 실증시험과 안전시험 결과 ‘적합’ 판정을 받았다.

실제로 우리나라 농촌진흥청은 그동안 콩·팥, 조, 수수, 기장, 양파, 고구마, 감자 등에 대한 (파종 및 수확)기계개발에 매진해왔다. 고추농사 기계화를 비롯해 농촌진흥청은 참깨와 들깨를 터는 농업용기계 개발에도 노력을 쏟고 있다.

반가운 소식은 더 있다. 땅속작물수확기 공급이 늘어났다는 소식이다. 올해 땅속작물수확기의 공급물량이 대폭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는데, 농촌의 일손부족 및 농가의 기계화수요 증가 때문으로 풀이된다. 농림부 자료에 따르면 올해 땅속작물수확기 공급물량은 4500여대로, 이중 트랙터형이 3천대로 가장 많았고, 경운기형이 1400대로 뒤를 이었다. 실제로 서산시 농업기계 임대사업소에 따르면, 총 4개 임대사업소에서 올해 9월까지 3607회 농기계 임대 실적을 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그 중 10월 들어 고구마 수확을 위한 땅속작물 수확기 임대가 급격히 늘고 있다는 설명.

동양물산이 지난해 개발한 고추수확기는 국내 최초 신기술농업기계로 인증됐다. 농촌진흥청에서 기계수확을 위해 따로 개발한 고추품종 ‘AR레전드’, ‘적영’,‘홍연’ 등의 고추를 수확할 수 있다. [사진=동양물산]

◇ 농기평의 배추수확기 개발 및 농진청의 밭농사 기계화 노력 돋보여

농촌진흥청이나 농기평 등 정부기관의 노력 외에도 농기계 업체들 스스로 밭농사 기계화를 위한 다양한 제품 개발이 이어지고 있다.

동양물산이 지난해 개발한 고추수확기는 국내 최초 신기술농업기계로 인증됐다. 농촌진흥청에서 기계수확을 위해 따로 개발한 고추품종 ‘AR레전드’, ‘적영’, ‘홍연’ 등의 고추를 수확할 수 있다. 73마력 엔진을 달고 있는 동양기계의 고추수확기로 하루 1200∼1600평에 주렁주렁 매달린 고추를 수확할 수 있다는 게 회사측의 설명.

대신종합기계의 미니트랙터용 고구마수확기는 무려 50배의 노동력 절감 효과를 지닌 제품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신흥공업의 트랙터용 수집형 수확기는 감자, 양파, 마늘 등 땅속작물을 일관성 있게 수확하고 수집할 수 있으며. 굴취, 선별, 수집이 동시에 이루어지는 특징을 지니고 있다.

농작물 종류별로 수확과 파종으로 농기계업체를 구분해보면, 콩은 콩 파종기(불스, 장자동화, 황금파종기, 두루기계), 반자동 정식기(동양물산), , 콩 콤바인(오페), 보통형 콤바인(동양물산) 등이 있다.

감자의 경우에는 반자동 감자파종기(강농), 수집형 감자수확기(현대농기계), 고구마는 고구마 피복복토기(불스), 보행용 고구마 정식기(동양물산), 고구마 줄기파쇄기 및 수확기(두루기계), 참깨는 참깨 정식기, 참깨 예취기 및 탈곡기(에이치에스엠)등이 성능을 자랑하고 있다.

국내 종합농기계업체 중 밭작물 기계화에 줄기찬 노력을 해 온 동양물산. 이 회사는 최근 보행관리기, 승용관리기 및 승용 2조 전자동 이식기(제품명 TVP-2R)’ 등 밭작물 기계를 개발했다. 이앙기 처럼 생긴 '동양 TVP-2R 2조 전자동 밭작물 정식기'는 작업조건이 다른 다양한 작물들을 이 기계 하나로 정식할 수 있는 특징을 지니고 있다.

대동공업은 소규모 농가의 필요성에 따른 소형 트랙터를 개발해냈다. 밭농사에 적합한 20~40마력대의 소형 트랙터를 개발해 판매중인데, 대동공업은 또한 경운기를 대체하는 농기계로 다목적 디젤 운반차 메크론 2450와 전기 운반차 EV0100LA 모델도 개발했다.

관리기 1위업체 아세아텍은 전 세계 생산.판매 1위의 관리기를 앞세워 세계 시장을 누비고 있다. 관리기는 모든 밭농사에 사용될 수 있도록 다양한 작업기가 부착 가능한 농기계로 아시아텍에서 국내최초 개발 보급했다. 경운로타리, 복토기, 중경로타리, 제초기, 비닐피복기, 잔가지파쇄기, 쟁기, 배토기 등으로 사용할 수 있다. LS엠트론 역시 논농사와 밭농사 겸용 소형 트랙터 시장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다. LS엠트론은 북미 및 글로벌 시장공략에 더욱 힘쓸 계획이다.

 

◇ 대동공업, 동양물산, 아세아텍, 대신종합기계, 신흥공업 등 밭농사기계화 선두

잘 알다시피 우리나라 밭농사는 기계화율이 낮은 편이다. 이다. 국립농업과학원이 2018년에 발표한 ‘농업기계 이용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밭농사 기계화율은 60.2% 수준. 그 중 비닐피복 작업 71.1%, 수확작업 26.8%, 파종·이식 작업 9.5% 정도를 나타내고 있다. 이에 비해 벼농사의 기계화율은 평균 98.4%로 알려져 있다.

농촌진흥청은 2022년까지 밭농업 기계화율 75%라는 목표를 세워놓고 매진중이다. 그래서 현장 맞춤형 밭농업기계화 및 전과정 기계화 기술 개발을 진행중이다. 하지만 농진청이나 농기계업체들만의 노력으론 부족하다. 기계화를 촉진하기 위해서는 기계를 이용한 파종과 수확이 가능한 품종 개발도 그만큼 중요하기 때문이다.

어쩌면 밭농업 기계화에 우리 농업의 미래가 달려있는지도 모를 일이다. 밭농업 기계화는 그만큼 중요하다. 

이광조 기자 lgj@youngnong.co.kr

<저작권자 © 한국영농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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