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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농협 '유통', 인수-합병으로 활로 찾아야

기사승인 2019.11.22  01: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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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현권 의원, "소매 시장 점유율 13% 불과... 금융지주 M&A 성공사례 벤치마킹 필요"

유통업계의 선두 기업들과 합작 및 인수·합병을 통해서 침체에 빠진 농협 유통 사업에 활력을 불어넣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농협 유통 사업이 부진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 와중에 올해 들어 실적이 더 나빠진 5개 유통 자회사 통합은 말만 무성할 뿐 답보 상태에 머물러 있다. 산지 시장 점유율은 해마다 조금씩 늘려가고 있지만 소비지 시장 점유율은 오랫동안 13%의 벽을 넘지 못하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소매 시장의 60%를 장악한 이마트, 홈플러스, 롯데마트 등 유통업계 빅 3를 비롯한 몇몇 유통 대기업들과의 가격 경쟁에서 밀리면서 농협 유통 사업은 악화일로에 놓여 있다. 농협중앙회 농협경제사업과 축산경제사업 유통 사업은 물론 지역 농협의 산지 농산물유통센터(APC), 그리고 조합 공동 법인 유통 사업에 이르기까지 적자의 골은 더욱 깊어가고 있다.

국회 농해수위 소속 더불어민주당 김현권 의원은 “금융과 행정·관리 중심의 인력 구조에서 탈피해 유통 사업의 전문성을 강화하고, 유통 사업 기반 시설을 확충하는 것은 물론, 포화 상태에 달한 유통 산업 속에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선 탄탄한 자본력을 발판으로 무엇보다 기존 선두 기업들과 합작, 그리고 인수·합병을 통해 시장 지배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농협은 그동안 선두 기업들과 제휴와 인수·합병을 통해서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금융 그룹으로 성장해 왔다. 2003년 농협금융지주와 프랑스 최대 자산 운용사인 아문디는 NH아문디자산운용을 설립했다. 농협금융은 2008년 730억 원을 투입해 여신 전문 금융회사 파이낸스타를 인수하고 NH캐피탈로 사명을 바꿨다. 신경 분리 이후 농협금융은 2014년 1조710억 원을 들여 우리투자증권, 우리선물, 우리금융저축은행, 우리아비바생명을 사들였다. 2018년 300억 원을 투자해 부동산 투자 운용사인 NH농협리츠운용(주)를 설립했다.

이에 비해 농협중앙회는 1998년 3천억 원을 들여 남해화학을 인수했다. 그리고 신경 분리 이후 2014년 2834억 원을 들여 종자 회사인 농우바이오를 사들였다. 농협금융이 국내외 굴지의 금융 기업들과 제휴 또는 인수·합병을 통해 몸집을 불려 온 것과는 대조적이다.

특히 농협중앙회는 신경 분리 이후에 닭고기 계열화 기업 체리부로와 같은 알짜배기 기업 인수 기회를 여러 차례 무산시키며 경제 사업 투자에 있어 의사 결정 장애를 보여 왔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선두 기업과의 합작, 인수 합병을 통해 농협경제가 새롭게 거듭나는 계기를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 것은 농협 내부의 비효율성과 맞물려 중앙과 지방, 도매와 소매, 판매와 납품, 그리고 농업과 축산업을 가리지 않고 농협 유통 사업 전 분야에 걸친 부실이 심각한 상황으로 치닫고 있기 때문이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김현권 의원(구미을 지역 위원장)에 따르면 올 상반기 하나로유통의 매출액은 목표보다 1081억 원, 전년보다 671억 원 줄어든 3조 원으로 나타났다. 농협유통 매출액은 전년 대비 404억 원, 계획보다 473억 원 못 미치는 6458억 원에 그쳤다. 충북유통 역시 전년보다 22억 원, 계획보다 84억 원 감소한 938억 원어치를 팔았다. 부산경남유통은 올 6월 말까지 840억 원의 매출을 올려서 전년보다 46억 원, 계획보다 55억 원을 덜 팔았다. 대전유통은 전년보다 1억 원 많은 855억 원어치을 판매하는 데 만족해야 했다. 이들 5개 유통 자회사들은 올 상반기에 전년보다 21억 원 많은 수익을 거뒀지만, 목표 대비 33억 원 미달했다.

김현권 의원은 “농협유통 자회사 통합은 고비용 구조를 극복하고 변화하는 유통 환경에 살아남기 위해 오래전부터 모색됐지만 통합에 대한 논란만 유발했을 뿐, 실제론 진척되지 않고 있는 실정”이라며 “경영 사정은 악화하고 있지만 임원들의 급여는 억대에 달해 임원들 자리 보전 때문에 통합 작업이 속도를 내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세간의 비난을 사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김 의원은 “그렇지 않고서야 이미 지난 2016년 12월 연구 용역 결과, 통합 이후 5년간 누적 시너지 금액이 454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예상되는 것으로 나왔는데, 왜 여태까지 통합이 안 되는 것이냐”고 되물었다.

실제로 5개 유통 자회사 통합으로 상품 관리 체계를 개선하면 연간 19.8억 원의 불필요한 지출을 줄일 수 있지만 통합이 지연돼 이마저 기대하기 힘든 실정이다. 농협의 유통 자회사가 5개로 분리돼 있다 보니, 상품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불필요한 비용이 발생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재고 금액 대비 재고 감모 손실 비율이다. 동종업체와 비교해 보면, 농협 하나로마트 6.4%, 홈플러스 3%, 이마트 1.4%로 순이었다.

농협 유통 사업이 부진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 와중에 올해 들어 실적이 더 나빠진 5개 유통 자회사 통합은 말만 무성할 뿐 답보 상태에 머물러 있다. 중대형 유통업체 운영 기업 실적 비교 그래프(단위: 억원). [제공=김현권 의원실]

이와 관련해 농협중앙회는 내년 2월 말까지 농협경제지주 산하 유통 자회사 5곳의 통합 작업을 마친다는 계획이다. 

농협경제지주 측은 최근 시기별 추진 계획을 담은 로드맵을 작성해 각 계열사 경영진들과 공유하고, 사장단 회의도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김병원 회장의 지시에 따라 통합 실무 추진 위원회가 조만간 출범해서 본격적인 통합 작업을 추진할 것이라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농협경제사업 실적 부진은 유통 사업만이 아니다. 그나마 낫다던 축산 유통 사업도 올 들어 어려움을 겪고 있기는 마찬가지다.

농협 축산경제 안심축산의 상반기 사업 실적을 살펴보면 1조4645억 원의 매출을 기록해 전년보다 0.2% 더 팔았지만 목표보다 265억 원이 모자라다. 특히 올 들어 군납 사업 실적이 전년보다 12%, 270억 원이나 줄어들어 축산 유통 사업 전반에 걸쳐 악영향을 미쳤다. 축산물도소매 유통 사업은 277억 원의 실적을 올려 전년보다 6.9% 늘었지만 목표보다 18억 원이 적었다.

농협중앙회 유통 사업만 실적 부진에 시달리는 것이 아니다. 지역 농협들의 유통 사업도 부실규모를 갈수록 더 키우고 있다.

예컨데 APC 사업의 경우, 2015년엔 흑자 APC가 181개로 적자 APC 183개보다 많았고 전국 374개 APC의 적자 규모도 800만 원에 불과했다. 그러나 2018년에는 흑자 150개, 적자 178개로 적자 APC가 더 많아졌고 전국 392개 APC의 전체 적자 규모도 1억3900만 원으로 불어났다.

지역 농협들이 경제 사업 활성화를 위해 공동 출자한 조합 공동 사업 역시 적자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농협중앙회가 김현권 의원에게 제출한 전국 95개 농협 조공 법인 경영 실적 자료에 따르면 전국 농협 조공 법인 경영 실적은 2013년 23억 원 흑자에서 2014년 2억5천만 원 적자로 전환한 뒤 2015년 72억 원, 2016억 원 103억 원, 2017년 59억 원 등 적자의 굴레에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일선 농협 조공 법인이 농민 조합원에게 안정적인 가격을 보장하는 매취 사업보다, 농민 조합원이 생산한 농산물의 판매를 중개하고 수수료를 취하는 수탁 사업에 치중하고 있다. 농협 조공 법인 매취액은 2014년 1조5723억 원에서 계속 줄어 2017년 1조4176억만 원에 이르렀다. 반면 수탁액은 2013년 9002억 원에서 계속 늘어나 2017년 1조5851억 원에 달했다.

김현권 의원은 “농협중앙회와 지역 농협에 걸친 농협 유통 사업의 전반에 걸쳐 실적 부진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원인은 농협의 빈약한 대도시 소매 유통 역량에 있다.”며 “이마트, 홈플러스, 롯데마트 등 유통 대기업들이 60% 이상 장악한 소비지 시장에서 농협이 주도권을 행사하지 못하다 보니 산지 시장 규모화를 통한 혜택이 소비지 시장을 장악한 유통 대기업들에게 돌아가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2018년 기준 농축산물 농협 산지 유통 점유율은 47.6%로 전년보다 2%p 늘었다면서 소비지 시장 점유율은 13%로 제자리걸음을 계속하는데 산지 시장 점유률은 늘어나고 있는 점도 독과점 유통 대기업들에게 농협이 후려치기를 당하는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2년 전 제과 분야에 경험과 영업 기반을 확보하고 있는 오리온과 농협이 함께 만든 합작 회사 오리온농협이 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얻으며 기대를 모으고 있다.”면서 “농협의 신용 사업이 과감한 인수·합병을 통해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금융그룹으로 거듭났듯이 경제 사업에서도 시장 선두 기업들과 제휴, 그리고 대형 유통업체에 대한 인수 합병 전략을 고민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이어 김 의원은 “농협중앙회와 지역 농협의 인삼 가공 사업을 한삼인 브랜드로 통합해서 운영하고 있으나 5%대 시장 점유율은 나아지지 않고 있으며 해마다 적자만 쌓이고 있는 상황”이라며 “앞으로 농협 유통 사업의 활로는 농협 내부에서 찾기보다는 업계 선두 기업들과의 협력과 공유에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병로 기자 leebr@youngnong.co.kr

<저작권자 © 한국영농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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