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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SF 대응, AI 성공 사례에서 배워야"

기사승인 2019.10.10  09:4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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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현권 의원, "야생 철새 분변 검사와 차이 커, 멧돼지 감시 인력-예산 더 늘려야"

지난 10월 3일에는 처음으로 아프리카 돼지 열병(ASF) 감염 지역 야생 멧돼지 사체에서 ASF 항원 양성 반응이 나타나면서 야생 멧돼지에 대한 조사 강화가 시급한 과제로 떠올랐다. 

일각에서는 ASF 방역을 AI 수준으로 끌어올려 야생 멧돼지에 대한 대대적인 조사 작업이 절실하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초기 방역 과정에서 AI 감염원인 야생 철새에 비해 ASF 감염원으로 드러나고 있는 야생 멧돼지에 대한 감시와 관리가 너무 느슨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국회 농림축산해양수산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김현권 의원(구미을지역위원장)이 최근 농림축산식품부로부터 제출받은 '2019~2020년 AI 바이러스 검사를 위한 야생 철새 분변 조사 계획 자료'에 따르면 야생 철새 분변 채취를 위해 농식품부 33개소, 환경부 28개소, 공동(중복) 35개소 등 전국 AI 분변 검사 철새 도래지 96개소에 걸쳐 농식품부(방역본부) 54명을 비롯한 환경부(환경과학원, 지방청), 지자체 등 150명 내외의 인력이 동원된다.

이렇게 해서 정부는 2019년 10월부터 2020년 3월까지 환경부 9천 건, 농식품부 7천 건, 지자체 7천 건 등 2만3천 건에 달하는 야생 철새 분변을 채취해서 고병원성 AI 바이러스 검사를 실시할 계획이다.

정부의 이런 계획은 ASF 초기 방역을 위한 야생 멧돼지 조사 실태와는 너무나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정부가 올 10월부터 5개월간 매달 4600여 건의 철새 분변 시료에 대한 AI 바이러스 검사를 진행하는 데 비해, 올 들어 야생 멧돼지 ASF 검사를 사용한 시료 건수는 한 달 평균 240건에도 미치지 못한다. 정부가 방역을 위한 바이러스 검사를 위해 사용하는 시료 건수가 20배가량 차이나는 셈이다.

환경부 산하 국립환경과학원은 폐사체, 수렵, 포획 틀을 통해서 올 들어 10월 2일까지 야생 멧돼지 806마리에 대한 ASF 항원 검사를 실시했다.

반면 야생 동물 질병 관리 업무의 소관 부처가 아니어서 멧돼지를 포획하거나 폐사체를 직접 조사하지 못하는 농식품부 산하 농림축산검역본부는 9월 말까지 수렵인들에게 수고료를 지급하는 방식으로 야생 멧돼지로부터 채취한 혈액을 넘겨받아 ASF 검사를 진행했다.

농림축산검역본부는 올 9월 말 현재 항원 715건, 항체 1310건에 대한 ASF 검사를 마쳤다. 동일 야생 멧돼지 혈액 시료의 항원·항체 중복 검사를 고려할 때에, 올 들어 환경부와 농식품부가 야생 멧돼지 ASF 검사를 위해 이용한 시료는 2100여 건에 달한다.

농식품부와 환경부가 올 들어 한달 평균 240건에도 못 미치는 시료를 검사한 셈이다. 야생 멧돼지 분변이나 병을 매개할 수 있는 야생 동물에 대한 조사를 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으나, 아직 거기까지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야생 철새와 야생 멧돼지 조사에 동원되는 인력도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국립환경과학원은 현재 수렵 단체 관계자들을 중심으로 15명 안팎의 조사단이 구성돼 예찰 활동을 벌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는 AI 철새 분변 채취를 위한 인력의 10% 수준에 불과한 것이다.

ASF 방역을 AI 수준으로 끌어올려 야생 멧돼지에 대한 대대적인 조사 작업이 절실하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초기 방역 과정에서 AI 감염원인 야생 철새에 비해 ASF 감염원으로 드러나고 있는 야생 멧돼지에 대한 감시와 관리가 너무 느슨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사진=픽사베이]

지난 9월 27일 더불어민주당 주최로 열린 당정 협의에 참석한 한돈협회 하태식 회장은 “북한 접경 지대를 중심으로 민군이 역할을 분담해서 군사 지역과 민간 지역을 대규모로 샅샅이 뒤져서 야생 멧돼지를 조사하고 ASF 바이러스를 완전히 차단해야 할 때”라고 밝혔다. 수의·방역·검역 기관으로 인력과 장비, 경험을 보유하고 있는 농림축산검역본부 관계자들과 수의사들이 부처 칸막이를 넘어 야생 멧돼지를 직접 다룰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김현권 의원은 “환경부와 농식품부, 그리고 지자체가 AI 방역에 서로 협력해서 매우 효과적으로 대응해서 겨울철이면 기승을 부리던 AI를 잠재울 수 있었다.”면서 “이제 우리가 AI에 어떻게 대응해서 성과를 냈는가를 되짚어 볼 필요가 있다. AI는 해마다 발생해서 수천만 마리씩 닭과 오리를 매몰해 왔다. 지난 2016~2017년엔 한해에 3600만 마리까지 살처분했다. 그런데 지금 몇 해 동안 성공적으로 방어하고 있는데 어떻게 가능했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가장 먼저 한 일이 야생에서 분변을 채취하는 일이었다. 분변에서 바이러스 검출이 첫 번째 일이었다. 다음은 숙주의 확인이었다. 야생 철새, 사육 오리, 산란계, 육계 등으로 확산 경로가 진행됨을 파악하고 사육 오리가 야생과 농장의 매개 고리임을 추론해 냈다.”면서 “그래서 두 가지를 했다. 분변 채취를 보다 철저히 해 위험도 증가에 민감하게 대응할 수 있게 하고 숙주 노릇을 하는 사육 오리를 집중 관리하는 일이었다. 그래서 2017년 정부가 손실을 보상해주고 겨울철 야생 철새들이 드나드는 서해안 주변 지역에선 오리를 기르지 않는 오리 사육 제한 제도를 실시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김 의원은 “무엇보다 ASF 방역 과정에선 분변 채취와 같은 기초 작업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렇게 해선 바이러스 검출을 할 수 없다. 먼저 이 작업을 해야 한다. 야생 멧돼지 사체에 대한 대대적인 조사가 이뤄져야 한다. 포획 틀로는 바이러스 검출이 어려울 수 있다. 병든 멧돼지가 포획 틀로 접근하기 어렵기 때문”이라며 “수십만 마리의 야생 멧돼지를 사냥하고, ASF 바이러스의 90% 이상을 야생에서 검출하고 있는 유럽 사례를 연구해야 한다. 강물·강변 모래· 진흙, 그리고 진드기·쇠파리·모기와 같은 곤충, 조류·고양이·들쥐 등의 들짐승, 그리고 멧돼지 분뇨까지 조사해야 한다. 이렇게 해서 빠른 시일 내에 야생에서 더 많은 바이러스를 검출해 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병로 기자 leebr@youngnong.co.kr

<저작권자 © 한국영농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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