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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와 농촌을 모두 살리는 ‘도시농업’이 뜬다

기사승인 2019.04.29  15:4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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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시농업인구 2백만 명 시대, 2022년엔 4백만 예상... 도시농업관리사도 2천명 배출

파리 노트르담 성당이란 이름을 들으면 무엇이 가장 먼저 떠오르는가? 아마도 최근 그곳에서 발생한 큰 화재와 폐허가 되다시피 한 성당의 모습이 떠오를 것이다. 그런데 며칠 전 프랑스 파리 노트르담 대성당에서 불행 중 다행인 소식 하나가 지구촌사람들의 가슴을 훈훈하게 만들었다. 대형화재 속에서도 성당 지붕에 살던 꿀벌 18만 마리가 살아있었다. 성당 관계자는 “ 화염이 벌통을 덮치지 않은 건 기적”이라고 강조했다. 신기한 일이다.

그런데 궁금하지 않은가? 왜 노트르담 성당 지붕에 벌이 무려 18만 마리가 살고 있었을까? 자연스레 거기에 와서 살게 된 건가 아니면 누군가 성당 지붕에서 양봉을 하고 있었던 걸까? 의문에 의문이 꼬리를 물지만 정답은 의외로 간단했다. 그간 노트르담 대성당의 옥상 공간에서 벌통 3개가 설치돼 ‘도시양봉’이 이루어지고 있었다는 거다. 벌통 3개에 각각 6만 마리씩 모두 18만 마리의 꿀벌이 프랑스 파리 한복판에 있는 성당 지붕에서 살고 있었다는 것. 프랑스의 도시 양봉 업체 '비오픽'(Beeopic)은 “노트르담의 우리 꿀벌들이 모두 무사하다” 라는 소식을 공식 인스타그램에 올려 벌꿀들의 생존을 기뻐했다. 가슴 따뜻한 뉴스란 이런 걸 두고 하는 말일 것이다.

여기서 우리는 프랑스 노트르담 성당 지붕에서까지 이뤄지고 있는 도시양봉을 주목해야 할 것이다. 시골 또는 산속에서만 하는 걸로 알았던 양봉이 도시에서도 가능하다는 사실이 농업의 미래를 단편적으로나마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사례는 세계적으로 넘쳐 흐른다. 즉 도시농업을 통해 지역경제 활성화, 마을 살리기, 환경정화, 일자리 창출 등 농업의 다원적가치를 실현해가는 곳이 우리가 상상했던 것 이상으로 많다는 뜻이다.

2018년 도시 농업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도시 농업 참여자는 2120만 명으로, 2010년보다 14배 이상 성장했다. 사진은 4월 10일 주한 미국대사관저에서 열린 '도시 농업의 날 기념식'에 참석한 이개호 장관 [사진=농림축산식품부]

◇ 파리 노트르담 성당 지붕의 도시양봉 꿀벌들, 성당 화재에도 살아남아 화제

이웃나라 일본에서도 도시농업은 크게 활성화되는 분위기다. 도쿄 도심 한복판에서 자란 고구마와 쌀, 꿀의 생산량이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고 한다. 최근 일본경제(니혼게이자이 3월 30일자)신문은 도쿄의 도시농업을 다뤄 큰 관심과 호응을 이끌어내기도 했다. 기사에 따르면, 지난 2월에 도쿄 시부야에서는 도쿄에서 생산된 농산물로 장터가 열렸는데, 배추를 비롯해 미니토마토, 레몬 등 다양한 채소가 거래됐다.

도시에서 생산됐다는 점도 특이했지만 더 흥미로운 것은 가격이었다. 미니토마토 한 팩의 가격이 약 400엔(우리 돈 약 5천원)으로 일반적으로 농촌에서 생산된 것보다 2배 가량 비쌌다는 것. 더욱 더 재밌는 것은 도쿄 도심 옥상에서 재배된 고구마, 그 고구마로 만든 소주, 소주 7백 밀리리터를 우리 돈 3만 4천원에 판매하는 스토리텔링이 순서대로 차근차근 진행되고 있었다는 점이다. 이를테면 긴자의 소주, 시부야 벌꿀 등 도시 이름이 들어간 농산품이 신선하고 자연스럽게 소비자의 마음속으로 스며들어 가더라는 것이다. 훌륭한 마케팅 아닌가?

실제로 전 세계에서는 수많은 기발한 도시농업 스타일이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것을 넘어 도시농업 관계자들의 실질적인 소득증가에도 기여하고 있다. ▲싱가포르의 곤충 활용 옥상텃밭, ▲호주 멜버른의 옥상 양봉, ▲인도네시아의 유기쓰레기 활용 버섯재배, ▲대만의 움직이는 정원 등도 도시농업을 알리는 대표주자들이다. 흔히 자동차 생산 넘버 원 도시였던 미국의 디트로이트가 도시농업으로 다시 활력을 찾았다는 사례만을 기억하고 있는 독자나 소비자라면 전 세계적인 도시농업의 다양성에 관심을 기울여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한국에서도 지난 4월 11일을 도시농업의 날로 지정했다. 도시농업 인구가 농림축산식품부 통계로만 봐도 2백만 명을 훌쩍 뛰어넘은 시점이어서 시의적절하다는 안팎의 평가가 나오고 있다. 중앙 정부 뿐 아니라 지자체들도 앞장서서 농촌기술센터 등을 앞세워 도시농업 관련 교육프로그램을 운영중이다. 도시농업관리사라는 자격증 제도 역시 도입된 후 날로 인기를 모으고 있다.

◇ 일본 도쿄, 싱가포르 호주 인도네시아 대만 등 흥미진진한 도시농업 사례 넘쳐나

도시농업에 대한 관심이 날로 높아지는 분위기 속에 전국의 지자체들도 도시농업관련 박람회를 열어 도시사람들과 농촌사람들을 잇는 가교 역할 및 농업활성화를 위해 노력중이다. 이중 서울에서 올해로 8번째를 맞는 서울도시농업박람회는 서울시와 18개 구 지자체 단위에서 진행중인 다양하고 기발한 도시농업 사례들을 직접 보고 만지고 들을 수 있는 알찬 행사다. 오는 5월16일부터 나흘 동안 관악구 낙성공원 일대에서 열린다.

올해는 ‘도시농업과 건강’을 박람회 주제로 잡고 모두 4개 섹션을 구성.운영하는데 첫 번째 섹션은 서울의 도시농업 7년 소개, 두 번째 섹션은 공동체 텃밭(강감찬 텃밭과 낙성대 텃밭의 ‘생태 및 자원 순환텃밭’)소개, 세 번째 섹션은 다양한 소형텃밭(상자텃밭,자루텃밭,파이프텃밭, 수직텃밭,키친텃밭,아쿠아포닉스 등)소개, 네번째 섹션은 도시농부의 라이프스타일을 소개한다.

서울시 18개 자치구의 도시농업도 하나하나 살펴보면 무척이나 흥미진진한 콘텐츠로 가득하다. 언제 이렇게 도시농업에 대한 관심과 아이디어가 생겨났는지 신기할 정도. ▲성북구의성수네 ‘Upcycling’은 폐기물 및 폐생활용품을 활용한 저비용 수경재배기를, ▲노원구는 빗물 활용한 베란다에서 식물 재배하는 방식을, ▲서대문구는 식용 꽃 화분, 꽃차, 꽃초밥을, ▲양천구는 치마공법으로 재배되는 수경새싹인삼을, ▲서초구는 들깨를 이용한 라떼를, ▲강서구는 친환경 경복궁쌀이란 프로그램으로 친환경농법과 모내기 체험까지 선보인다.

이밖에도 대구에서는 제7회 대구도시농업박람회(9.26~ 9.29)가 대구농업마이스터 고등학교 운동장에서 열리며, 부산에서는 제15회 부산도시농업박람회 (4.18~ 4.21)가 부산시민공원에서 지난 4월 개최됐다. 청주에서도 청주도시농업박람회 (5.23~ 5.26)가 개장을 서두르고 있다.

올해로 8번째를 맞는 서울도시농업박람회는 서울시와 18개 구 지자체 단위에서 진행중인 다양하고 기발한 도시농업 사례들을 직접 보고 만지고 들을 수 있는 알찬 행사다. 오는 5월16일부터 나흘 동안 관악구 낙성공원 일대에서 열린다. [사진=서울시]

◇ 서울도시농업박람회를 비롯 전국 방방곡곡에서 열리는 도시농업박람회

이렇듯 우리나라에서도 전 세계적으로도 도시농업은 계속해서 그 규모와 질 모두 상승곡선을 그려가고 있다. 도시농부 숫자 또한 급격하게 늘어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 2018년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재배텃밭은 약 1300 헥타르이며 텃밭을 가꾸는 도시농업 인구는 약 212만 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너도 나도 도시농부라는 명찰을 붙이는 걸 즐기면서 도시농업을 하나의 트렌드로 만들어가는 분위기마저 느껴진다.

이에 발맞춰 우리 정부는 도시와 농촌이 상생하는 도시농업을 육성해 2022년 도시텃밭을 2천 헥타르(㏊)로, 도시농업 참여자수를 400만 명으로 늘린다는 방침이다. 농림축산식품부는 법과 제도를 재정비하고 있다. 도시농업 육성을 위한 법적 근거 마련을 위해 ‘도시농업의 육성 및 지원에 관한 법률(도시농업법)’을 만들었다. 또한 ‘도시농업 육성 5개년 계획’도 수립했다. 도시농업의 날(매년 4월11일)도 제정했다. 2017년 9월에는 도시농업법 개정을 통해 도시농업의 범주를 기존 농작물에서 수목·화초 재배, 곤충 사육, 양봉으로까지 확대했다.

또 국가전문자격인 ‘도시농업관리사’ 제도를 세계 최초로 시행하며 도시농업에 마중물을 붓는 일도 시작했다. 도시농업 관련 해설·교육·지도.기술 보급을 담당하는 도시농업관리사는 2019년 2월말 약 2171명이 배출되어 활동중이다. 각 지자체들도 자체 조례를 제정해 지역의 도시농업 활성화를 도모하고 있다. 이는 농촌살리기와 농가소득향상을 위해 도시농업이 한 축이 되고 서까래가 되고 자극제가 된다는 수많은 사례들에서 배운 바가 크다고 할 것이다.

그렇다면 왜 사람들은 도시농업이라는 말에 이끌리는 걸까? 농업(agriculture)과 여흥(entertainment)이 합쳐진 애그리테인먼트(agritainment)라는 신조어까지 생겨나는 걸 보면 이는 분명 예삿일은 아니다. 학자들은 도시농업의 확산에는 몇 가지 과학적 이유가 있다는 주장도 펼치고 있다. 인간은 자연을 체험하면서 기력을 회복한다는 게 그 근거. 특히 식물이 지닌 색깔 녹색은 안정감과 편안함을 주는 세로토닌이라는 호르몬을 분비시킨다는 학설도 나와 있다.

◇ 도시농업은 계속 확대 추세, 2022년엔 4백만 명 도시농부 탄생할 듯

도시농업의 장점은 다 꼽을 수 없을 정도로 많다. 농사짓는 사람이 자신의 건강을 유지하는데 도움을 준다. 생명체와의 교감을 통해 생명에 대한 존중감이 커지게 된다. 집안에 채소가 있거나 실내정원이 있으면 공기청정기 역할도 한다.

도시농업은 공익적인 가치도 크다. 미적 경관이 향상되고 식물의 광합성은 산소를 공급해준다. 식물이 또한 유해가스를 흡착해주기에 공기가 정화된다. 미세먼지도 흡착한다. 건물 옥상과 외벽에 심어진 식물들은 여름철에 열대야를 사라지게 해준다. 도시농업은 또한 소외계층과 복지의 손길이 필요한 고령인구의 일자리 창출에도 기여한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건물 옥상을 텃밭으로 조성했을 때, 단열효과가 나타나서 실내 온도가 약 3도(℃) 정도 낮아진다고 한다. 또한 도시텃밭을 1,000헥타르(㏊) 조성했을 때, 도시농업 민간전문가를 6백명 이상 양성해야 하므로 고용도 창출된다. 또한 옥외공간 약 30평에 식물을 재배하면 온실가스가 1년간 약 22킬로그램(㎏) 이상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 임금도 모내기하고 누에를 키웠다. 도시농업의 전통을 확대, 발전시켜나가야

우리나라는 예로부터 임금도 모내기 시범을 보여왔던 농업의 나라다. 누에 키우기도 권장했다. 그곳이 서울 잠실이었단다. 왕의 모내기는 장소가 중요한데 기록을 보면 서울(조선시대 한양) 창덕궁 후원, 그 중에서도 청의정이라는 초가집 근처에서 모를 심었다고 한다. 비록 궁궐 안이지만 도성 안이었으므로 도시농업이라고 할 수 있겠다.

왕이 도성에서 농사에 관여했다는 기록은 더 있다. 우리가 흔히 설렁탕이라고 부르는 음식의 유래를 알 수 있는 행사가 있었다. 오늘날의 동대문구 제기동 근처에서 임금과 신하와 농부들이 모여서 선농단(先農壇)을 쌓아놓고 한 해의 풍년을 비는 제사를 올렸다. 제사가 끝나고 소와 돼지를 잡아서 통째로 상에 올려놓았는데 이때 소로 끓인 국에 밥을 말아먹는 음식이 바로 ‘선농탕(先農湯)’. 이게 변해 오늘날의 설렁탕이 되었다는 전설. 이미 알고 있을 것이다.

오늘날에도 그 상징적인 행사를 농림축산식품부장관이 참석해서 개최하고 있다. 지난 4월 20일 선농제가 열렸는데, 이개호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임금의 역할인 초헌관으로 나서서 눈길을 끌었다. 역시 선농제가 끝나고 전통 설렁탕 재현 행사도 열려서 대형 가마솥에 약 3천명이 먹을 설렁탕을 끓였다. 이래저래 장관을 이룬 행사인데, 이 역시 도시농업의 일환이 아닐까 싶은 것이다.

도시농업이 농촌과 도시를 잇는 튼튼한 다리가 되리라는 희망은 전국 방방곡곡, 세계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고 그 구체적인 형태를 드러내고 있다. 이 실마리들을 모으고 꼬아서 튼튼한 밧줄로 만드는 지혜가 필요한 시점이다. 농촌과 농민을 살리는 가장 가깝고도 빠른 방법, 아울러 도시도 건강해지는 비법이 바로 우리가 사는 도시에서 행해질 수 있다는 사실, 재미있고 뜻도 깊지 않은가?

이광조 기자 lgj@youngnong.co.kr

<저작권자 © 한국영농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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