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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산 국가식품클러스터에서 세계적 식품기업 탄생할까?

기사승인 2019.04.27  00:3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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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슬레.코카콜라를 넘어 7천 조원 세계 식품 시장 꿈꾸는 식품 기업들

우리는 그동안 식품산업과 세계식품시장에 크게 관심을 두지 않았다. 하지만 우린 ‘네슬레’라는 스위스 식품회사 이름을 아주 잘 알고 , 세계 최초로 그 회사에서 만들었다는 인스턴트 커피를 매일 마시며 산다. 네슬레의 인스턴트 커피 브랜드 '네스카페'가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식품 브랜드라는 것도 알고 있다.

세계 식품시장은 2019년 7조 3천억 달러 규모로 예상된다. 우리 돈으로 7천 조가 넘는다는 뜻. 상상을 뛰어넘는 규모랄 수 있겠다. 이는 자동차와 IT 시장을 합한 것 보다 몇 배나 더 큰 규모. 미국의 포천지가 집계한 세계 2000대 기업 중 식품 관련 기업은 모두 116개인데 네슬레가 30위권에 들어가 있다. 그 뒤를 이어 안호이저-부시 인베브, 코카콜라, 펩시코 등이 세계 식품기업 빅4를 이루고 있다.

주목할 점은 세계 최대 식품기업 스위스 네슬레의 한 해 매출 90~100조 원 중에서 스위스 국내 매출은 전체의 2~5%에 불과하다는 것. 국내 매출을 제외한 나머지 95~98%가 수출에서 나온다는 점이다. 네슬레는 지난해 약 9조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는데, 식품기업이 글로벌 경쟁력을 바탕으로 해외 진출로만 이뤄낸 성과라는 점이 놀랍기만 하다. 네슬레는 현재 세계 190 여개 국에서 영업중이다. 물론 국내에도 들어와 있다.

한국 기업도 순위 안에 나름 의미있는 자리를 차지하고 있긴 하다. 한국 기업으론 KT&G와 CJ제일제당이 미국 포천지 집계 기업순위 100위권 안팎에 포진해있다. 다만 세계적인 기업 수가 너무 적다는 지적이 있다. 그래서일까? 지난 2017년 연간 매출이 1조원을 넘는 국내식품기업이 20개를 넘었다는 통계자료가 나왔다. 농림축산식품부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가 발간한 '2017년도 식품산업 주요 통계'를 보면 그렇다는 것이다.

식품기업 1조원 클럽에 이름을 올린 기업들은 CJ제일제당, 롯데칠성음료, 오뚜기, 농심, 대상, 파리크라상, 롯데제과, 롯데푸드, 하이트진로, 서울우유협동조합, 삼양사, 오비맥주, 동서식품, 동원 F&B, 매일유업, 남양유업, 농협사료, 대한제당, 코카콜라음료, 한국인삼공사, SPC삼립 등등이다. 롯데 계열사들이 3~4개, 맥주회사 2개, 유유 회사들이 3개, 제과제빵회사들이 3개인 점이 눈에 띄고, 농협사료가 1조원 클럽에 포함된 점이 이색적이다. 참고로 말하자면, CJ그룹은 2019년 2월, 자산 30조 280억 원으로 국내 재계 순위 15위에 올라있다.

세계 식품시장 및 국내 식품출하액 규모 추이 [자료=한국농촌경제연구원]

◇ 익산에 자리잡은 국가식품클러스터, 식품산업 메카 & 수출전진기지 꿈꾼다

그렇다면 세계 식품시장의 왕좌는 늘 네슬레나 코카콜라가 차지해야만 하는 걸까? 물론 그건 아닐 것이다. 우리나라 기업들도 가능성이 충분하다. 이름부터 웅장한 곳에서 식품계의 왕좌를 꿈꾸며 도약을 모색하는 기업들이 있기 때문이다.

전라북도 익산엔 왕궁이라는 지명이 있다. 정확하게는 익산시 왕궁면이다. 백제왕조의 유적인 오층석탑이 왕궁면에 있고, 최근 복원을 마치고 새롭게 선보인 백제 미륵사지석탑은 금마면에 있다. 왕의 궁전이라는 왕궁면, 금으로 만든 말(馬)이라는 금마면 모두 이름 자체로 휘황찬란하고 웅장한 멋이 뿜어져 나온다.

왕의 남자, 왕이 된 남자, 맛 일번지, 맛의 달인, 맛의 방주 등 이런저런 영화나 미디어 콘텐트 제목이 떠오르는 그곳에 ‘맛의 궁전’이랄 수 있는 국가기관이 떡 하고 들어서있기 때문이다. 그건 바로 국가식품클러스터, 즉 푸드폴리스(foodpolis)! 식품기업의 고부가가치 창출을 지원하는 수출지향형 국내최초의 식품산업단지다.

식품수출 전진기지로의 도약을 목표로 삼은 이곳 국가식품클러스터는 수출.판촉지원 강화, 소스세계화 기반조성, 신유통플랫폼 운영 등의 전략을 기반으로 요즘 뜨는 HMR(Home Meal Replacement, 가정간편식)기술센터 설치, 건강기능식품제형센터 유치, 푸드폴리스펀드 조성,식품벤처 생태계조성 등 식품의 알파에서 오메가를 두루 컨트롤하고 촉진시키는 ‘식품산업의 메카’다.

최근 이곳 익산 국가식품클러스터에 입주한 ㈜핀컴퍼니라는 회사가 식품산업의 중심에서 연일 화제가 되고 있다. 국가식품클러스터지원센터는 지난 2월 입주기업 지원 사업을 받은 이 회사 제품 5개가 독일농업협회 주최 국제식품품평회에서 금상을 받았다고 밝혔다.

핀컴퍼니라는 국가식품클러스터 입주사가 베이커리 분야 대표제품인 바움쿠헨 5종(딸기·치즈·초콜릿·커스터드·레이바움)을 출품해 금상을 수상했다는 것. 이 회사 대표는 품평회를 준비하면서 국가식품클러스터 지원센터로부터 대회에 대한 정보와 컨설팅을 받아 큰 도움이 됐다는 소감을 밝혀 이목을 집중시켰다. 실제로 익산 국가식품클러스터는 국내 대기업들과 유망기업들이 하나씩 자리 잡으며 점점 입소문이 높아져 가고 있다. 

닭고기로 유명한 하림그룹은 익산시 왕궁면 국가식품클러스터에 부지를 확보하고 첨단 식품가공 플랜트 건립을 추진중이다. 이 공장을 기반으로 가정간편식(HMR) 등 가공식품으로 세계적인 종합식품기업으로 발돋움한다는 구상이다. 하림은 국내 대기업 중에서 인구 30만 명 이하 지방 소도시에 본사를 둔 기업으로도 유명하다. 지역경제를 살리면서 국가경제를 떠받치는 기업인 셈이다.

'풀무원 김치'의 해외 공략에 나선 국내굴지 식품기업 풀무원은 익산 국가식품클러스터에 짓고 있는 신공장에서 김치 신제품을 본격 생산해 해외 공략에 나설 예정이다. 우리나라 김치와 김장문화를 보존하고 김치 세계화를 목표로 글로벌 김치사업을 전개할 예정이라고. 김치가 반찬인지 요리인지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는 기업의 행보라서 관심이 쏠리고 있다.

약국건강식품으로 자타공인 1위 기업 그린스토어. 이 회사는 비타민, 면역개선, 다이어트 제품을 생산해 전국 1만 1천여 개 약국에 판매하는 회사. 그린스토어는 지난해부터 국가식품클러스터에 있는 품질안전센터, 기능성평가센터 등의 기업지원시설을 활용해 블루베리 혼합가공품, 버섯 분말가공품 등을 제조해서 판매중이다.

익산 국가식품클러스터는 국내 대기업들과 유망기업들이 하나씩 자리 잡으며 점점 입소문이 높아져 가고 있다. 사진은 국가식품클러스터 지원센터 전경 [사진=국가식품클러스터 홈페이지]

◇ 하림, 풀무원 등 국내 굴지 식품 기업도 국가식품클러스터와 손잡다

최근 국가식품클러스터지원센터가 국회에서 입주기업 제품을 전시‧판매하는 상품전을 열어 좋은 평가를 받았다. 국가식품클러스터 지원센터는 지난 4월 4일에서 5일에 걸쳐 이틀 동안 국회의원 회관 2층에 전시부스를 설치해 19개 입주기업의 108개 제품을 전시하며 현장 할인판매 행사를 열었다. 특히 국내 농산물을 활용해 창업한 ‘청년창업랩’ 5개팀의 제품이 눈길을 끌었다.

청년창업랩은 식품창업 활성화와 일자리창출을 위해 국가식품클러스터가 2년전부터 진행 중인 사업으로 현재까지 25개팀이 수료했다. 이 중 14개팀이 창업과 사업화에 성공했다. 이날 행사에는 이개호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및 이춘석(더불어민주당)-조배숙(민주평화당)국회의원이 참석해 식품산업 관계자들의 성공을 기원했다.

그렇다면 왜 이렇게 국가식품클러스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것일까? 궁금하지 않은가? 이유는 바로 국가식품클러스터가 지역경제와 국가경제에 미치는 선순환 효과 때문이다. 예를 들어 하림그룹의 지주사가 전북 익산으로 이전하면서 약 7천억원을 투자해 '하림푸드 트라이앵글'을 조성하고, 국가식품식품클러스터가 본격 가동함으로써 대기업 및 지역별 소규모 식품클러스터와 시너지 효과를 내면서 지역경제와 국가경제 모두를 견인하는 역할을 해낼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국가식품클러스터가 본격 가동됨으로써 전라북도 식품산업에도 훈풍이 불고 있다. 국가식품클러스터에는 현재 71개 기업이 분양 계약을 체결하고 23개 기업이 가동중인데, 나머지 기업들도 연내에 착공 및 가동할 예정이어서 식품산업을 중심으로 전북의 경제가 활성화될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다. 연관효과가 점점 커지는 추세라는 뜻이다.

더불어 맛의 고장으로 널리 알려진 전주와 전라북도의 지역 특성에 맞는 지역식품클러스터까지 조성하는 효과도 국가식품클러스터가 이끌어내고 있다. 순창(장류), 임실(치즈), 남원(허브), 진안(홍삼), 장수(식품), 무주(천마) 등 지역별 클러스터가 만들어지면서 국가식품클러스터 연계해 일자리창출과 수출증대 등의 효과를 보게 될 것이라는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 식품산업을 세계적 규모로 성장시킬 국가적 지원과 규제 개선 필요

하지만 점검하고 다듬어야할 점들도 여럿 포착되는 게 현실이다. 농촌경제와 식품 관련 전문가들은 국내 식품기술이 아직도 선진국 대비 70% 수준에 머물러 있는 점과 국가 차원의 식품분야 장기 계획이 없다는 점 등을 약점으로 꼽고 있다. 세계적인 트렌드에 발맞춰 치열하게 연구하고 개발해야만 하는 세계 식품산업계의 흐름에서 뒤떨어져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식품산업 기업과 전문가들이 수도권에 집중돼 있는 점도 전북 익산에 자리잡은 국가식품클러스터와의 괴리감을 가중시키는 요인이라는 비판도 있다.

이에 농림축산식품부는 국가식품클러스터 입주기업을 90~100개 회사까지 늘리는 한편, 농식품 원재료 중계 및 공급센터와 기능성식품 제형센터 건립을 서두른다는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정부의 노력만이 능사는 아닐 것이다. 인구 고령화와 1인 가구 증가 등으로 가정간편식(HMR)이 대세로 등장한 흐름은 어느 누구라도 관심을 기울여야할 점이다. ‘원샷원킬’이라는 말처럼 간단한 한 번의 섭취로 포만감과 영양과 럭셔리한 분위기까지 잡아내는 그야말로 1석3조의 지혜와 기술이 필요한 시점이 되었다는 것이다.

미래형 식사에 대한 관심이 어제 오늘 일만은 아니어서, 다양한 푸드테크를 접목한 식용 곤충, 식물성 인조고기, 배양육 등이 점점 부상하는 것도 주목해야만 할 것이다. 미국과 유럽에서는 인조고기와 배양육을 고기(meat)라고 부를 수 없는 법안을 통과시키자는 축산업계의 주장이 현실화되기 직전인 상황. 사정이 이런데 우리나라는 식품산업 차원에서 어떤 논의가 진행중인지 궁금하기만 할 뿐이다.

식품산업은 고용창출과 연관이 깊은 산업분야로 손꼽힌다. 실업난과 청년 취업 등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라도 정부가 앞장서서 활성화를 위한 계기와 토대를 만들어야만 한다. 아울러 식품 자급률이 30% 안팎인 우리나라 실정에 맞게 식품산업계의 수입관세에 대한 조정도 필요하다는 지적도 겸허하게 경청할 필요가 있다. 그럴 때, 우리 식품산업은 금색 말이 이끄는 마차가 오가는 왕궁(국가식품클러스터가 자리잡은 익산시 금마면, 왕궁면)을 거점으로 세계로 날아오를 수 있을 것이다. 상상만 해도 신나는 일 아닌가?

이광조 기자 lgj@youngnong.co.kr

<저작권자 © 한국영농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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