짜장면 값 두 배될 때, ‘농업소득’은 줄었다

2023-01-29  23:01:42     이병로 기자

[한국영농신문 이병로 기자] 

농업전망대회는 매년 한국농촌경제연구원(KREI, 농경연I)에서 주최하는 국내 최대 농업관련 행사다. 올해도 지난 1월 18일 서울 양재동 aT센터에서 개최됐는데, 농업소득 관련 내용에서 농업과 농촌의 변하지 않는 현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20년 전보다 농업소득이 오히려 줄었다는 발표 때문이다.

이 말이 피부에 잘 와 닿지 않는다면, 약 20년 전인 2000년대 초반 우리나라 짜장면 가격이 2700원 정도였다는 걸 생각하면 된다. 그런데 한국소비자원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2022년 짜장면값은 5800원. 짜장면값은 20년 동안 두 배 넘게 올랐는데, 농사로만 벌어들이는 소득인 ‘농업소득’은 오히려 줄어든 게 오늘날 우리 농촌의 현실이다.

대회를 주최한 농경연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농업소득은 1105만 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2021년 1296만 원 대비 14.7%나 줄어들었다. 이는 20년 전인 2002년(1127만 원)보다도 낮은 수준인데, 농외소득과 이전소득 등을 포함한 전체 농가소득도 4698만 원으로 전년 보다 1.6% 감소했다. 실질적인 물가상승률을 감안하면 20년 전에 비해 한참이나 줄어든, 아니 쪼그라든 게 농업소득(농사만으로 벌어들이는 수익)이라는 말이다.

농경연에 따르면 지난해 농업생산액도 58조 6310억 원으로 전년보다 1.0% 감소했다. 쌀과 사과·포도·단감 등 과실가격의 하락, 일부 양념 채소의 생산량 감소 등으로 재배업 생산액(33조 1230억 원)이 4.3%나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돼지·닭·오리 등 가격이 상승한 축잠업 생산액(25조 5080억 원)은 3.7% 증가했다.

농업전망대회는 매년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서 주최하는 국내 최대 농업관련 행사다. 올해도 지난 1월 18일 서울 양재동 aT센터에서 개최되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김홍상 원장이 환영사를 하고 있다. [사진=한국농촌경제연구원]

◇20년 지났는데도 줄어드는 농업소득... 이런데도 귀농귀촌 권장?

올해로 26회를 맞이하는 농업전망대회는 농업인, 산업계, 학계, 농정 담당자들이 참여해 한 해의 농정을 전망하고 발전 방안을 모색하는 자리인데, 여기서 나온 농정 방향과 한국 농업 미래는 그리 밝지만은 않다. 오히려 암울하다고 할 수도 있다.

지난해(2022) 농업생산액은 58조6310억 원으로 올해(2023) 예상 농업생산액은 57조 9340억 원 정도가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올해 농가소득도 지난해보다 2.2% 증가한 4802만 원으로 예측되고 있다. 세목별로 볼때, 농업소득 전망치는 전년 대비 10.7% 증가한 1223만 원으로 전망된다. 그나마 자재 구입비 지원 등으로 경영비 부담이 완화되면서 조금 증가할 것이라는 게 농경연의 전망이다. 이전소득은 공익직불제 예산확대 등으로 인해 전년 대비 1.3% 증가한 1505만 원, 농외소득은 농업노임 하락 때문에 지난해보다 2.3% 감소한 1841만 원이 될 것으로 예측된다.

다음은 최근 활황이라는 농식품 수출쪽. 예상되는 농식품 총수출액은 이런 저런 대외 여건 개선 (엔저 현상 완화, 중국 봉쇄 해제, 물류 운임 정상화) 등으로 2023년에는 지난해보다 8.5% 증가한 약 95억 8천만 달러로 전망된다. 올해 농가호수와 농가인구는 지난해보다 1.1% 감소한 101만 호, 216만 7천 명으로 예상되는데, 농림어업취업자수는 지난해보다 2.2% 증가한 155만 명으로 예상된다.

2023 농업전망에서 지난해(2022) 농업생산액은 58조6310억 원으로 올해(2023) 예상 농업생산액은 57조 9340억 원 정도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올해 농가소득도 지난해보다 2.2% 증가한 4802만 원으로 예측되고 있다. [사진=한국농촌경제연구원]

◇ 2023 농가 호수는 101만호...농 가인구는 216만, 농림어업취업자수 155만 명

이어진 농업전망대회 전문가 좌담회에서 나온 말들을 정리해보면, 물가와 농촌인력 문제 해결이 시급한 과제인 것으로 보인다. 

이 자리에서는 지난해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인한 세계정세 불안 때문에 농업과 농촌에 타격을 준 해라면, 올해 2023년은 그 해법을 마련해가는 과정에서 오히려 혁신을 도모할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 섞인 전망도 나왔다. 전략작물직불제, 푸드테크, 그린바이오와 같은 농업 기술력 강화 프로젝트와 시스템들이 가동 중이기 때문이라는 게 근거로 제시되기도 했다.

물가안정을 위해 농업인이 희생해야 한다는 건 지나치다는 지적도 나왔고, 농업노동력 문제 해결을 위해 인력알선이 아닌 도시잉여노동력, 외국인노동력, 귀농희망자 등을 현장에서 종합적으로 관리하는 농업서비스산업 육성이 필요하다는 제안도 나왔다(강용 한국농식품법인연합회장).

농촌현장에서는 당분간 소득 증가를 체감하기가 어려울 것이라는 진단도 나왔다. 지난해에 비해 농업 여건이 개선되는 것 맞지만, 절대수치는 낮아졌기 때문에 현장 농업인들이 느끼는 체감소득은 변화를 느끼기 어려울 것이라는 뜻이다 (김홍상 한국농촌경제연구원장).

지난해 1인 가구 700만 명 돌파가 농업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월 250만 원 지출 가구 기준으로 쌀 소비 지출액이 1만 4천 원 밖에 되지 않으므로 쌀 소비 촉진을 위한 상품 개발이 절실하다는 제안도 있었다 (장세정 중앙일보 논설위원).

또한 향후 농촌에서는 기술간 융합·결합도 발전해 멀티플랫폼 기업 등을 중심으로 크고 작은 기업 간 결합이 나타나 산업생태계가 조성될 것이며, 농식품 분야에서도 지속가능한 농업의 실현가능성과 경제성이 중요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농업 분야의 플랫폼 기업이나 토탈솔루션 기업들을 육성해야 한다는 의견인 셈 (노수현 농림식품기술기획평가원장).

농업인들과 농촌진흥청의 연구 개발, 홍보가 결합될 때 현장에서 혁신적 생태계가 생성될 수 있으며, 이를 위해서는 소통이 가장 중요하리라는 의견도 제시됐다. 특히 쌀 문제의 경우 갈등 요소가 많지만, 서로가 고민을 공유하고 이해하려는 변화를 보일 때 혁신이 이뤄질 수 있다는 말도 나왔다 (김홍상 농촌경제연구원장).

농업전망대회 전문가 좌담회에서 나온 말들을 정리해보면, 물가와 농촌인력 문제 해결이 시급한 과제인 것으로 보인다. [사진=한국농촌경제연구원]

◇ “당분간 소득증가 체감 어려워... 상품개발.혁신과 농식품 산업 생태계 조성이 해답”

농정현안을 논하는 전문가 발표회에서는 식량안보 문제가 거론됐다. 우리나라의 식량안보 수준은 2020년 1위 국가인 호주를 100점 기준으로 할 때 69.2점으로 G20 국가 전체 평균 67.6점을 아슬아슬하게 넘기는 수준이라는 것.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양방향 정책’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었다. 기후변화에 따른 위험은 사전에 예측이 어렵고 개별 농가 수준에서 종합적·체계적 위험 관리 수단을 구비하기 힘들어서 그 한계가 명확하므로, 정부가 위험 사각지대를 관리할 수 있는 체계적 기반을 함께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농업 일자리와 연관된 단위사업은 농업경영주 육성에 중점을 두고 있어서 농업 일자리 변화 대응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있었다. 이에 농업 일자리 정책이 농업경영주와 임금근로자를 포괄한 농업인력 유입 정책, 노동수요자와 노동공급자의 매칭을 효율적으로 제공하는 공공고용서비스 정책, 농업 근로환경 개선 정책을 포괄하는 개념으로 확대해야 된다는 대안도 제시됐다.

전 세계 푸드테크 시장이 연평균 6~8%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우리나라 역시 기준과 규정을 국제 표준에 맞게 재정비해야 할 것이라는 주장도 나왔다. 현재 우리나라의 푸드테크 산업 기술 수준이 유통·물류, 소매·배송·소비, 외식조리·서비스 부문은 비교적 높은 편이지만, 원재료 생산 및 대체식품 부문에서는 다른 나라에 비해 수준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왔다.

윤석열 대통령은 25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장태평 농어업·농어촌특별위원회 위원장에게 위촉장을 수여하고 오찬을 함께 했다. [사진=농어업농어촌 특별위원회]

◇ “기후변화 대응, 농업일자리 경영주 육성 위주 탈피, 푸드테크 시장 대비 해야”

작물별 예측도 관심을 모았는데, 먼저 쌀부터 살펴보자. 2023양곡연도 쌀 시장 공급량은 전년 대비 9% 감소한 318만 톤으로 전망된다. 쌀 생산량은 감소했으나 정부 매입량은 오히려 늘어났기 때문.

2023양곡년도 콩 시장 공급량은 전년 대비 1~4% 증가한 11만 2천~11만 5천 톤, 8~10월 단경기 가격은 전년 대비 7~8% 낮은 kg당 5500~5600원 수준으로 예상된다. 올해 1~4월 감자 가격은 지난해 대비 소폭 상승할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 노지 봄감자, 고랭지감자 재배면적은 지난해보다 늘어날 것으로 보이며 총 생산량도 9% 증가해 가격은 안정화될 것으로 예측된다.

사과 재배면적은 지난해와 비슷할 전망이다. 품종별로 살펴보면 홍로는 노동력이 많이 들어가는 이유로 지난해 대비 4%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올해 배 재배면적은 지난해 대비 2% 감소한 9489ha로 전망된다. 품종별로는 신화·화산·창조 등 국내 육성품종이 1~6%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감귤·복숭아·포도·단감 등은 지난해와 비슷하거나 소폭 상승할 것으로 전망된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25일 장태평 농어업농어촌특별위원장에게 직접 위촉장을 수여했다. 전임 2명의 위원장과 달리 대통령이 직접 위촉장을 수여하고 오찬을 했다고 일부 농업단체에서 환영 성명이 나오기까지 했다. 반가운 일이다. 그런데 2024년 농업전망에서는 농업소득이 과거 정부보다 비약적으로 올랐다는 소식을 들을 수 있을까? 진짜 반가운 일은 바로 그것이다. 학수고대하는 농업인이 많다는 사실은 농정당국자들은 명심해야할 것이다.